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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ition : 1988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플나
작품등록일 :
2020.01.21 15:23
최근연재일 :
2023.04.16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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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8.27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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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1화 : 폭풍(Storm) (2-3)

DUMMY

* * * *


다음날, 「해왕성Neptune」 작전 개시일인 1988년 5월 4일 수요일 22시 35분.

강원도 철원군, 남방한계선 인근 GP.


여름을 눈앞에 둔 5월임에도 날씨는 쌀쌀했다. 옷깃 사이로 들어오는 바람은 겨울의 느낌을 물씬 풍겼다. 정은정 과장은 굳은 표정을 지으며 시선을 북쪽으로 향했다. 어둠 속에서 작고 희미한 반사광들이 조금씩 흔들렸다. 곧 두툼한 쌍안경의 시야 안으로 명암을 지닌 어둠이 나타났다. 땅 속에 파묻힌 적 GP에서 특별한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그녀의 뒤쪽으로 두 개의 그림자가 더 나타났다. 윤민서와 선우현 대리였다.


“바람이 차네요.”


한기를 걷어내듯, 윤민서 대리가 손으로 얼굴 앞을 저으며 말했다. 정은정 과장이 쌍안경을 내리면서 대답했다.


“슬슬 준비할까.”


개시 시간은 23시로 잡았다. 개요는 간단했다. 5월 4일 23시 침투를 시작, 5월 6일 평양 남동쪽 80km 지점까지 진출, 최초이자 최후의 보급을 받은 후 5월 8일 목표 지점 남쪽 10km까지 진출. 그리고 5월 9일 밤 목표 지점에 도달하여 결계 생성장치를 파괴, 익일 새벽 폭격을 유도하여 목표 파괴 후 이탈하는 것이었다. 정은정 과장은 침투 루트를 다시 한 번 복기했다. 그녀의 머릿속에서 침투 루트의 항공사진이 연달아 움직였다. 루트 전체를 아우르는, 거기다 나무 한 그루까지 식별 가능한 수준의 고해상도 사진들이었다. 질린 것 같은 그녀의 얼굴을 본 것일까. 어느새 다가온 선우현 대리가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미군은 역시 무섭군요.”

“그렇지.”


SOSS는 이번 작전을 위해 미군이 지닌 전략정찰 자산을 아낌없이 풀었다. 그 양과 정밀도, 최신화 수준은 그야말로 입이 벌어질 정도였다. 300km에 가까운 루트 대부분을 커버하는 규모에 9국은 물론, 이 일을 아는 안기부 인원 전체가 공포를 느낄 정도였다. 물론 덕분에 작전은 유래 없이 꼼꼼하게 수립할 수 있었다. 거의 분 단위로 이동 경로를 설정했고, 위협이 될 만한 곳을 미리 체크하고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도 가능했다.


“별 일 없어야 할 텐데요.”


정은정 과장과 나란히 선 채 북한을 보던 윤민서 대리가 걱정스러운 듯 말했다. 정은정 과장도 고개를 끄덕였다. 적의 총공격을 눈앞에 두고, 전투 주력 셋이 자리를 비우는 만큼 걱정이 클 수밖에 없었다.


“잘 하실 거야. 믿어야지.”


정은정 과장이 윤민서 대리의 어깨를 두드리며 대답했다. 본인 역시 걱정이 컸으나 대책은 없었다. 그저 믿고 기다릴 뿐이었다. 그리고 그녀가 결연함을 얹으며 마지막 말을 흘렸다.


“우리도 실패해서는 안 되니까.”


두 사람을 돌아보며 한 말에 셋의 표정이 비슷하게 바뀌었다. 한강진 국장의 말처럼 이 작전의 성패에는 볼리셔니스트 세계의 미래가 달려있다고 봐도 과언은 아니었다. 이세계를 소환한다고 하는 정신 나간 목적은 차치하고서라도, 악마의 추가를 막고 적의 대규모 시설을 파괴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득은 가볍지 않았다. 적의 의지를 완벽히 꺾을 작전은, 이 이상 없었다.


“시간이군요. 장비 다시 한번 보시죠.”


선우현 대리의 말에 세 사람이 GP 초소 건물로 돌아왔다. 좁은 방 크기의 콘크리트 초소 안에는 큰 배낭 세 개가 있었다. 개인별 임무는 폭파와 통신, 화력유도로 나누어졌다. 폭파는 선우현 대리가, 통신은 윤민서 대리가, 그리고 화력유도는 정은정 과장이 담당이었다. 그리고 이번 작전에서 특기할 만한 점이 또 하나 있었다. 바로 통신이었다. 하늘에 투입하는 기밀병기만큼이나 혁신적인 장비였다. 선우현 대리가 윤민서 대리 배낭 오른쪽에 결속된 작은 금속 상자를 보며 입을 모았다.


“이 작은 걸로 진짜 통신이 된답니까?”


윤민서 대리가 나선 형태의 케이블 - 금속 상자와 연결된 - 끝에 달린 금속 막대를 쥐며 대답했다.


“확인도 했어. 정말이야.”

“이게 위성과 연결된다니... 아무도 믿지 못할 걸요.”


SOSS는 이번 작전을 위해 또 하나의 기밀 장비를 제공했다. 바로 DARPA(Defense Advanced Research Projects Agency, 미 방위고등연구계획국)와 협력하여 개발 중이던, FLTSATCOM(Fleet Satellite Communications System, 미국 함대위성통신시스템) 및 DSCS((DSCS. Defense Satellite Communication System, 미국 국방위성통신체계) 대응 휴대용 통신단말이었다. 기존의 휴대용 위성통신 단말기는 배낭 크기에 안테나 역시 사람 상체 정도로 거대했지만, 지금 제공받은 물건은 그 부피의 1/8 정도에 불과했다. 안테나 역시 존재하지 않았다. 이런 소형화는 볼리셔니스트의 의지도달공간을 활용함으로써 가능해진 것이었다. 미리 각인된 법칙으로 전력 공급과 일부 전산회로를 대체함으로써 본체의 극단적인 소형화를 이루었고, 안테나 역시 「칼」과 같이 의지도달공간 내에서 「전개」하는 형식으로 대체했다. 이것을 본 한강진 국장 역시 미국의 기술력에는 혀를 내둘렀다. 복잡한 전자기기나 배터리를 대체하는 연구는 시도조차 하지 못하는 현 상황에서, 미국은 이미 실용화까지 도달했기 때문이었다.


“좋아. 출발할까.”


모두의 준비가 끝난 것을 확인한 정은정 과장이 문을 향해 나섰다. 다시금 한기가 몸을 감쌌다. 그런 만큼 마음도 무겁게 내려앉고 있었다. 그러나 한 발 한 발 앞으로 나설 때마다, 비장함은 더더욱 강해졌다.


“서울에 출발 신호 올려줘.”


아무도 배웅해주는 이 없는 작전이었지만,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느껴지는 건 그저 이번 작전에 모든 미래가 달려있다는 부담감뿐이었다. 그렇게 세 사람이 출발했을 무렵이었다. 서울의 HQ 역시 늦은 시간이었음에도 분주했다. 바로 검은색 나무가 예고한 공격을 막아내기 위한 방어 작전인, 「프로메테우스 작전Operation Prometheus」의 준비 때문이었다. 넓은 회의실 안은 혼잡함이 가득했다. 여러 개의 이동식 칠판과 책상, 그리고 널브러진 각종 자료들이 어지러이 자리하고 있었다. 거기에 볼리셔니스트 예닐곱을 포함한 작전 준비인원 대여섯이 더해지자 분위기는 물 끓듯 흔들렸다. 그때였다. 가장 큰 이동식 칠판 옆에 선, 작전의 설명준비를 끝낸 한강진 국장이 모두를 바라보며 말했다.


“좋아, 집중! 설명한다!”


무질서했던 회의실이 일순 조용해졌다. 시선이 모이고 집중하는 눈들이 반짝였다. 의자를 고쳐 앉는 소리가 잦아질 즈음, 한강진 국장이 말을 시작했다. 낮아진 톤의 목소리가 판서 소리와 함께 울려 퍼졌다.


“아까 전 특수테러대응단에서 연락이 왔네. 최근 일주일간 입국자들 중, 적 볼리셔니스트 의심자가 대략 스물은 된다는 하는군.”

“!!!”


모두의 눈에 긴장이 서렸다.


“뭐, 지금 기술과 제도로는 작정하고 들어오는 적들을 입국시 걸러낼 수는 없으니까 말이야. 더구나 여권 위조나 이런 것들은 도가 튼 놈들이니까. 어쨌든... 지금 대략 이곳에 남은 수가 스물은 넘는 것으로 보이니, 줄잡아 마흔 명은 되겠군. 거기에 악마가 셋. 과연 대단해.”


그는 칠판에 40+라는 글씨를 쓰고는, 뒤로 한 발 물러나 약간 장난스럽게 웃었다. 그러나 이내 진지함을 되찾고 말을 이어갔다.


“전력차는 극명하다. 그렇기에 우리는 공간을 최대한 활용한다.”


개요는 군경의 협력을 얻어 주변 반경 약 500m를 소개하고, 채휘를 고의적으로 노출시켜 적의 진격로를 고착시키고, 트랩과 함께 중간 중간을 계속해서 몰아치는 방식으로 전력을 줄이는 방식이었다.


“적은 채휘를 본 이상 달려들 수밖에 없겠지. 생각할 시간을 줄여서 편한 길로 오게 하는 게 포인트야.”

“만약 채휘를 보고 달려들지 않으면 어떻게 합니까? 혹 HQ로 바로 온다던가...”


앞 열에서 질문이 나왔다. 붉은 머리의, 누가 봐도 외국인처럼 생긴 남자는 아무런 위화감 없는 한국말을 구사하고 있었다. 바로 SOSS의 에이단 페스밴더 중위였다. 그는 이번 작전을 듣고서 「자진」하여 참여했다. 한 사람의 전력이 아쉬운 상황에서 큰 도움이었다. 한강진 국장이 웃으면서 답했다.


“그래. 그럴 수도 있겠지만, 확률은 낮다고 보네.”


그는 HQ라는 단어에서 방사형으로 화살표를 여러 개 그으며 대답했다.


“그러면 곧바로 지연전이지. 우리는 채휘를 보란 듯이 숨기고, HQ를 비운 후에 소개된 지역 전체에서 분탕질을 시작한다. HQ에 고립된 적을 사방에서 몰아치는 거지. 이건 놈들도 바라지 않을 걸.”


그러다 잠깐 생각에 잠긴 한강진 국장이 말을 보탰다.


“그리고 이건 내 생각이야. 만약 적이 이쪽에 정은정 과장이 없는 걸 확인하면, 그것도 변수가 될 게 분명해.”


한강진 국장의 말에 에이단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겠군요.”

“시간을 예고했는데 정 과장이 나오지 않는다... 뭔가 뒤가 있다는 얘기니까. 더더욱 빨리 끝내려고 노력할 거야.”


작전 설명이 계속되던 중이었다. 회의실 한 쪽에 설치된 전화벨이 요란스럽게 울렸다. 분필을 내려놓은 한강진 국장이 손을 털고 수화기를 들었다.


“그래. 들어오시게 하도록.”


잠시 뒤 문이 열리기까지 잠깐의 정적이 회의실을 채웠다. 곧 문이 금속레일 위를 움직이는 소리와 함께 한 여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상대적으로 어두운 복도에서 밝은 회의실로 들어온 그녀의 얼굴에 모두가 놀랬다. 익숙하지만 달랐기 때문이었다. 한강진 국장이 문을 향해 걸어가며 말했다.


“어서 오십시오. 반 문주.”

“오래간만이에요. 한 국장님.”


재차 손을 턴 한강진 국장이 악수를 청하자 반채림도 손을 내밀었다. 동시에 그녀는 왼손에 든 종이가방 하나를 그에게 건넸다. 종이가방 안쪽을 본 한강진 국장이 놀라며 감사를 표했다.


“이렇게까지... 정말 고맙습니다.”

“별 말씀을요. 당연히 해야죠.”

“그럼 앉으시죠.”

“고마워요.”


한강진 국장이 회의실 앞쪽 빈 공간의 남는 의자를 향해 손을 뻗었다. 깍듯하지만 여유로운 손짓에 그녀가 웃으며 의자를 향했다. 그때 뒷렬에 앉아 있던 박상택 - 미림(美林) 출신의 볼리셔니스트 훈련생으로 얼마 전 9국에 배속된 - 이 놀란 듯 외쳤다.


“무, 문주님?!”

“상택이구나. 잘 있었어?”

“네, 네!”


부드럽게 웃어보인 그녀가 접이식 의자에 앉았다. 모습부터 행동까지, 반채림은 정은정 과장과 비슷하지만 더 화려했다. 이 와중에 모두의 눈빛은 설명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일관되게 보여주고 있었다. 칠판 앞에 다시 선 한강진 국장은, 분위기에 답하듯 말을 시작했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 아니어도 최근 신문에서 이름 정도는 들어봤을 거야. 거림사업의 반채림 회장님이지. 그리고 다들 예상했다시피... 정은정 과장의 어머님 되시네. 또한 광주 지역 볼리셔니스트 커뮤니티, 미림의 문주시기도 하고.”


놀라움을 동반한 시선이 급하게 반채림을 향했다. 하지만 그녀는 전혀 당황하지 않고 앉은 채 목례로 답했다. 그녀가 공식적으로 9국에 나타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아니, 커뮤니티의 문주가 9국 HQ에 나타났다는 사실 자체도 어쩌면 이례적인 일이었다. 커뮤니티와 정부 산하 볼리셔니스트 조직과의 관계를 아는 사람이라면, 그녀의 등장이 대단한 파격임을 알고 있었다. 묘한 기류가 흘렀다. 한강진 국장은 그런 공기를 붙잡듯 조심스럽게 말했다.


“지금은 여러 가지 생각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야. 파국을 막기 위해서는. 일단은 가용한 방법은 다 동원하기로 했으니, 이해를 부탁하네.”


작가의말

최근 연재가 늦어지게 됨에 사과드립니다.ㅡㅜ


여름이 최성수기인 일이라, 최근에는 주간 연재도 쉽지 않네요.

마지막까지 왔으니 계속해서 힘내도록 하겠습니다.


끝으로 읽어주시는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From PlasmaKN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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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 11화 : 폭풍(Storm) (4-3) 23.04.16 16 0 19쪽
240 11화 : 폭풍(Storm) (4-2) 23.04.10 14 0 11쪽
239 11화 : 폭풍(Storm) (4-1) 23.04.02 10 0 13쪽
238 11화 : 폭풍(Storm) (3-5) 23.04.02 14 0 9쪽
237 11화 : 폭풍(Storm) (3-4) 23.03.26 14 0 11쪽
236 11화 : 폭풍(Storm) (3-3) 23.03.26 7 0 12쪽
235 11화 : 폭풍(Storm) (3-2) 23.03.19 16 0 11쪽
234 11화 : 폭풍(Storm) (3-1) 23.03.19 10 0 11쪽
233 11화 : 폭풍(Storm) (2-5) 23.03.12 13 0 12쪽
232 11화 : 폭풍(Storm) (2-4) 23.03.12 16 0 13쪽
» 11화 : 폭풍(Storm) (2-3) 22.08.27 31 0 12쪽
230 11화 : 폭풍(Storm) (2-2) 22.07.30 24 0 14쪽
229 11화 : 폭풍(Storm) (2-1) 22.07.17 24 0 16쪽
228 11화 : 폭풍(Storm) (1-3) 22.07.03 36 0 11쪽
227 11화 : 폭풍(Storm) (1-2) 22.06.26 35 0 15쪽
226 11화 : 폭풍(Storm) (1-1) 22.06.18 44 0 12쪽
225 10화 : 폭격(Bombardment) (6-5) 22.06.06 42 0 19쪽
224 10화 : 폭격(Bombardment) (6-4) 22.06.04 37 0 11쪽
223 10화 : 폭격(Bombardment) (6-3) 22.05.29 37 0 11쪽
222 10화 : 폭격(Bombardment) (6-2) 22.05.15 40 0 12쪽
221 10화 : 폭격(Bombardment) (6-1) 22.05.01 35 0 11쪽
220 10화 : 폭격(Bombardment) (5-7) 22.05.01 47 0 13쪽
219 10화 : 폭격(Bombardment) (5-6) 22.04.10 41 0 11쪽
218 10화 : 폭격(Bombardment) (5-5) 22.04.02 37 0 12쪽
217 10화 : 폭격(Bombardment) (5-4) 22.03.28 47 0 12쪽
216 10화 : 폭격(Bombardment) (5-3) 22.03.26 41 0 12쪽
215 10화 : 폭격(Bombardment) (5-2) 22.03.20 42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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