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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ition : 1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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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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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21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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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화 : 폭풍(Storm) (1-1)

DUMMY

11화 : 폭풍(Storm)


-1-


「포에베Phoebe」 작전 이틀 후인 1988년 5월 1일 일요일 09시 17분.

서울 모처(某處), 국가안전기획부 「제9국」 국장실.


주말이었지만 9국은 분주했다. 4월 중순 발바토스의 침입으로 파괴되었던 곳도 복구가 거의 끝나 있었다. 이제는 중앙현관을 정상적으로 이용할 수 있었다. 각종 집기류도 새것이 들어와서인지, 전 보다 더 좋게 보일 정도였다. 한강진 국장은 주말 간 새로이 들어온 책장을 바라보다가 책상 위로 시선을 옮겼다. 그곳에는 각종 검토 보고서와 사실확인 자료들이 산더미같이 쌓여 있었다. 국장실에는 한강진 국장과 정은정 과장, 선우현, 민혜림 대리가 자리한 상태였다. 한강진 국장이 말했다.


“정 과장. 고생 많았네.”

“고맙습니다. 팀장님.”


앉은 채 꾸벅 인사하는 정은정 과장의 팔에는 가벼운 깁스가 달려 있었다. 부상은 많았지만 다행이 치명적이지는 않았다. 악마 둘을 상대로 한 것 치고는 가벼운 수준이었다. 한강진 국장은 속으로 가슴을 쓸어내리며, 선우현 대리를 바라보며 말했다.


“선우 대리도 잘 했네.”

“감사합니다.”


선우현 대리가 고개를 숙였다. 이제 그는 상당한 신뢰를 받고 있었다. 사실 「선우현 중사」의 채용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완전히 반대 성향의 조직에 있던 인간을 어찌 금방 믿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그는 기대 이상의 결과를 내 주고 있었다. 특히 사실상의 현역 특수부대원이라는 점은 9국이 활동범위를 늘리는 데에 큰 도움을 주었다. 최초 목적이었던 교관의 역할도 충실하게 해내고 있었다. 9국 볼리셔니스트들에게 생존, 폭발물, 침투 등에 대한 교육도 계속해 나갔다. 한강진 국장이 눈앞의 서류 더미를 뒤적이면서 말했다.


“일단... 먼저 말해두고 시작하겠네. 금명간에 부장이 바뀔 거야.”

“네?!”

“뭐, 정권이 바뀌었으니까. 이 이야기는 너무 깊게 들어가지는 않도록 하지.”


놀란 정은정 과장의 표정을 뒤로하고, 미완성의 보고서 초안을 찾은 한강진 국장은 그것을 그녀 앞에 내밀었다.


“전개가 상당히 이상하긴 했지만... 분석해본 결과, 나름대로 이유가 있더군.”


문서를 받아든 정은정 과장이 조심스럽게 그것을 읽어나갔다. 그녀의 눈 위치를 보던 한강진 국장은, 읽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 부연 설명에 들어갔다.


“먼저 그레모리의 등장 부분. 분명해. 놈은 EMP(Electromagnetic Pulse)를 썼어.”

“EMP요?”

“전자기 펄스라는 뜻이야. 보통은 핵폭발 시에 같이 발생하는데... 주변 전자기기를 모조리 먹통으로 만들어 버리지.”


증거는 두 가지였다. 먼저 고장나버린 원격신관과 무전기였다. 전자회로로 작동하는 두 개는 파장이 지나간 후로 작동을 멈췄다. 선우현 대리가 회수해 온 신관도 회로는 모두 타버린 상태였다. 그리고 다른 한 가지는 작동을 멈춘 것으로 보인 결계와, 수송기 조종사들의 증언이었다.


“조종사들은 저공으로 비행하던 중에 산 정상부의 공터와 시설을 목격했다고 했네. 그 말인 즉, 결계가 작동을 멈췄다는 얘기지.”


한강진 국장이 말을 이어갔다.


“여기서 하나 또 알 수 있지. 그레모리의 EMP가 놈들의 장비까지 멈추게 했다는 것.”


이 대목에서 모두가 살짝 놀랐다. 한강진 국장이 종이 하나를 집어 들었다. 현장 시설을 묘사한 그림이었다.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는 알 수 없어. 그냥 어떻게든 폭발을 막는 데 주력했다고 보여. 어쨌든 놈들 장비도 피해를 입은 건 분명해. 그리고 추출기까지 해서 최소 두 기의 시설을 날려버리기도 했고. 따라서... 그곳의 그것들이 기능을 회복하려면 시간이 꽤 걸릴 거야.”


그리고 그는 서류더미 속에서 종이 한 장을 더 찾아서 꺼냈다. 팩스로 온 짧은 보고서였다. 발신지는 고공이었다.


“좀 전에 온 걸세. 오늘 새벽 고공에서 결계 작동 여부를 확인했다고 하더군. 빠른 친구들이야.”

“...!!”


정은정 과장이 놀라면서 보고서를 받아 들었다. 내용은 길지 않았다. 「결계는 작동하지 않은 상태였으며, 정상부의 시설 설치 장소를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었음. 다만 현장에 적 볼리셔니스트로 보이는 사람들이 보여, 장거리에서 관측 후 철수」했다는 내용이었다. 정은정 과장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재공격은 어떨까요?”

“생각을 안 해 본 건 아닌데... 타이밍이 좀 애매하군. 아직 악마 대응 수단이 한정적이기도 하고.”

“아...”


순간 벽에 걸린 달력을 바라본 정은정 과장이었다. 그리고 오늘 회의 이후 일정을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한강진 국장이 다시 자리에 앉고는 고개를 돌렸다. 민혜림 대리 방향이었다.


“민 대리. 악마는?”

“그때 이후로 조용합니다. 상태는... 한정형태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가. 위치는?”

“아직 부산인 것 같아요.”

“역시... 쉽지 않군.”

“네.


민혜림 대리가 악마에 대한 예지를 떠올리며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한강진 국장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발바토스가 급격히 회복했다고 했지?”

“네. 게이트를 통과해서 나오는 순간, 거의 정상 수준으로 회복했어요.”


HQ 습격 당시 큰 부상을 당한 발바토스의 예지 신호 수준은 거의 바닥에 가까웠다. 민혜림 대리조차 거의 탐지하지 못할 정도였으니까. 그러나 이번에 게이트를 통과하면서 발바토스는 회복과 함께 그 특유의 시취(屍臭) 같은 의지를 엄청난 기세로 내뿜었다. 그레모리도 마찬가지였다. 직전까지 정상 수준 아래였던 신호 수준이 원상태로 돌아갔다. 한강진 국장이 턱에 손을 올리고 되물었다.


“게이트를 통과하면 회복된다는 뜻일까?”

“그런 것도 같습니다만... 확신할 수는 없습니다.”


민혜림 대리가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하나는 확실했다. 악마에게 큰 부상을 입혔다고 해도, 게이트를 통해 회복한 채 나타날 수 있다는 뜻이었다. 한강진 국장이 머리를 싸매며 말했다.


“딱히 대책이 없군. 놈들이 VP를 얼마나 가지고 있고, 게이트를 열 때 얼마나 사용할 수 있는지 알 수 있다면 좋을 텐데... 그건 불가능하겠지.”


그는 한참동안 생각에 잠겼다. 그러다 계속해서 고개를 갸우뚱하다가 양손을 펼치며 말했다.


“어쩔 수 없지. 단순하게 대응하자고. 악마는 언제든 회복하면서 나타날 수 있다는 식으로.”


어차피 최악 상황의 수준이 좀 더 떨어졌을 뿐이었다. 애당초 악마와 관련된 시스템을 지금 9국의 기술 수준으로 판단하는 것 자체도 불가능했다. 한강진 국장이 수화기를 들면서 심드렁하게 내뱉었다.


“뭐 어떻게든 해야겠지. 그럼 다음으로 넘어갈까.”


그리고는 곧바로 내선을 연결했다. 누군가 받자 한강진 국장이 짧게 말했다.


“그래. 데리고 들어오게.”


잠시 뒤, 노크 소리와 함께 국장실 문이 열렸다. 서창민, 윤민서, 김휘승 대리 뒤로 박지연의 모습이 나타났다. 그러나 그게 끝이 아니었다. 박지연의 손짓에 네 명이 추가로 더 들어왔다. 익숙하지 않은 얼굴들이었다. 바로 이번에 강(江)의 자체적인 훈련 프로그램을 통과하고 9국에 합류한 젊은 볼리셔니스트들이었다. 그렇게 총 여덟 명의 발걸음이 만드는 소리에 국장실 안이 가득 찼다. 자리에서 일어선 한강진 국장이 소개하듯 손을 올렸다.


“그간 다들 바빠서 제대로 얼굴 본 적도 없는 것 같아서... 시간을 좀 마련했네. 서 대리.”

“네. 팀장님.”


서창민, 윤민서 대리가 국장실 한쪽에 놓인 접이식 의자를 여러 개 가져가 폈다. 자리가 마련되자 한강진 국장이 말을 시작했다.


“본 사람도 있겠지. 둘은 저번 작전에도 참여했었고. 어쨌든 인사하게. 이번에 강(江)에서 온, 볼리셔니스트일세.”


네 명의 볼리셔니스트들은 앉은 채로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여자 둘과 남자 둘이었다. 꽤나 앳된 얼굴에 정은정 과장은 속으로 놀라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제대로 보는 건 거의 처음이네.’


작전에 훈련에 최근 들어 HQ에 붙어 있는 시간이 별로 없었다. 저번 히페리온 작전에 두 명이 참여했지만, 밤이기도 했고 만난 시간도 짧았다. 그녀가 들어온 사람들의 면면을 유심히 관찰하는 동안, 모두가 자리를 잡고 앉았다. 먼저 입을 연 것은 제일 왼쪽에 앉은 여자였다. 단발머리를 동여맨 수수한 분위기의 젊은이였다.


“안녕하십니까. 명호(鳴湖, 영남)에서 온 김주희라고 합니다.”


순간 정은정 과장은 풍기는 분위기에서 자신과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그렇게 김주희를 시작으로 한 명씩 짧게 자기소개를 시작했다. 다음은 선이 굵은 남자였다. 투박한 사각턱과 짙은 피부는 그 인상을 더욱 강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생김새에 걸맞은 중저음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다만 분위기 자체는 무겁지 않았다.


“대천(大天, 서울 강북)의 이평근입니다.”


다음은 이평근보다 선은 얇지만 더 진지해 보이는 남자였다. 긴장하고 있음이 역력했다. 얼굴로만 봐서는 네 명 중 가장 어리게 보였는데, 학생 같은 느낌이 가득했다. 특기할 점은 그가 의료계열 볼리셔니스트라는 것이었다.


“미림(美林, 충청)의 박상택입니다.”


정은정 과장이 모르는 얼굴이었다. 아마 커뮤니티를 나가 9국에 합류한 이후 들어온 사람이겠거니 생각했다. 마지막은 누가 봐도 여리여리한, 볼리셔니스트로 보기 어려울 정도로 단아한 느낌의 여자였다. 쨍하면서도 가볍게 굴러가는 목소리는 이런 분위기를 더욱 증폭시켰다.


“고도(孤島, 제주)의 구서빈입니다.”


소개가 끝나자 한강진 국장이 네 장으로 된 서류를 정은정 과장에게 건넸다. 간단한 신상명세가 적힌 문서였다. 그것을 빠르게 훑어본 정은정 과장이 네 명의 얼굴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히페리온 작전 참가자는... 김주희, 이평근. 두 사람이군요?”

“네. 그렇습니다.”


김주희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신상명세상 나이는 24살. 네 명 중 가장 연장자였다. 이번 훈련생을 뽑는 과정에서 가장 먼저 손을 들었다고도 적혀 있었다. 의례 그렇긴 하지만, 수장의 추천사도 달렸다. 미래를 책임질 수 있는 가능성 높은 인재라고 되어 있었다.


‘바뀔 수밖에 없는 것인가...’


이 문구를 본 정은정 과장이 씁쓸함을 속으로 감추며 생각했다. 이번 검은색 나무 사태가 어떤 형태로 끝나든, 커뮤니티를 포함한 볼리셔니스트 세계가 크게 바뀔 것은 자명했다. 규모와 무방하게 모두가 전투 인력을 보유하고 유지하는 데에 열을 올리겠지. 그러다 혹자는 금지된 영역 - 그릇과 관련된 - 까지 손을 뻗을 지도 모르고. 배금주의가 고개를 쳐들고 볼리셔니스트 자체가 희미해지는 지금의 상황이 나은 것인가. 아니면 볼리셔니스트의 힘을 추구하는 변화가 나은 것인가. 정은정 과장은 답을 낼 수 없었다.


“훈련 상황은?”


문득 현실로 돌아온 그녀가 물었다. 옆의 서창민 대리가 훈련 과정이 정리된 문서를 내밀며 대답했다.


“기본 훈련은 끝냈습니다. 일단은 HQ 방어를 중심으로 운영할 계획입니다.”


적절한 판단이었다. 전투 경험이 없기에 당장 전장에 투입하는 것은 무리였다. 더구나 HQ는 언제든 다시 공격 받아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그릇을 지키기 위해서는 당장의 방어가 훨씬 중요했다. 잠시 뒤 상견례가 끝나자 한강진 국장은 정은정 과장만을 남기고 모두를 자리에서 물렸다. 조용해진 국장실 안에서, 그가 다시 전화 수화기를 들었다.


"여긴 끝났네. 들어오게."


작가의말

드디어 사실상(?) 마지막 화에 들어섰습니다.


읽어주시는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언제나 행복하세요.

From PlasmaKN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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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 11화 : 폭풍(Storm) (4-3) 23.04.16 25 0 19쪽
240 11화 : 폭풍(Storm) (4-2) 23.04.10 18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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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 11화 : 폭풍(Storm) (2-3) 22.08.27 32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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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5 10화 : 폭격(Bombardment) (6-5) 22.06.06 42 0 19쪽
224 10화 : 폭격(Bombardment) (6-4) 22.06.04 38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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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 10화 : 폭격(Bombardment) (6-1) 22.05.01 36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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