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플나. 님의 서재입니다.

Volition : 1988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새글

플나
작품등록일 :
2020.01.21 15:23
최근연재일 :
2024.04.26 22:49
연재수 :
247 회
조회수 :
17,816
추천수 :
127
글자수 :
1,392,021

작성
23.03.26 19:10
조회
15
추천
0
글자
11쪽

11화 : 폭풍(Storm) (3-4)

DUMMY

이때였다. 작전통제실 문이 열리고 대외협력과의 최문식 과장이 들어왔다. 피곤함이 묻어나는 얼굴이었지만 눈빛은 반짝이고 있었다. 곧 뒤따라 들어온 윤재하 대리가 책상 위에 매뉴얼 몇 권을 급하게 펼쳐놓았다. 최문식 과장이 말했다.


“팀장님. 설치 끝났습니다.”

“좋아. 고생했네.”


한강진 국장이 기다렸다는 듯 화색을 보이며 답했다. 바로 올해 초부터 준비한, 주요 교통망 보안체계 구축이 막 끝났기 때문이었다. 주된 내용은 서울의 교통관제센터와 고공, 철도청에서 관리하는 CCTV의 영상을 한 곳으로 모으는 것이었다. 여기에 9국이 요구한 곳과 HQ 인근에도 CCTV를 추가로 설치했다. 간단해 보였지만 작업은 의외로 만만치 않았다. 업체 - 보안이 가능하고 실력과 규모가 있는 - 를 찾는 것부터 난항이었다. 그러나 어떻게든 시간에 맞춰 마무리하는 데에 성공했다.


“시작하겠습니다.”


최문식 과장이 콘솔 앞에서 몇 개의 버튼을 누르자 모니터에 빛이 들어왔다. 예열시간이 끝난 브라운관이 하나 둘 켜지면서 서울과 전국 주요 고속도로와 철도 노선의 영상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밤이기에 차량이 내뿜는 불빛의 궤적만이 눈에 들어왔지만, 한 곳에서 영상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은 모두를 놀래게 만들기 충분했다. 낮은 함성이 지휘통제실 안을 채웠다. 한강진 국장이 만족한 듯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멋지군. 고생했어.”

“감사합니다. 이제 이곳 근처입니다.”


최문식 과장이 다시 한번 콘솔을 조작했다. 그러자 모니터의 영상이 바뀌면서 HQ 인근 여러 곳을 비췄다. 원래 계획에는 없었지만, 발바토스 침투 이후 급하게 추가한 것들이었다. 가로등에 비친 거리 곳곳이 모니터에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한강진 국장이 HQ를 중심으로 한 지도와 모니터를 번갈아 바라보며 물었다.


“위장은?”

“완료했습니다.”

“좋아.”


혹시나 해서 설치한 카메라들이었다. 처음에는 굳이 HQ 인근을 감시할 필요까지는 없을 거라 생각했으니까. 그러나 적의 침공이 임박한 지금, 이 카메라들은 예지와 연계하여 전장을 감시하고 작전을 지휘할 좋은 수단이 될 터였다. 그렇게 한 시간 가까이 계속된 시연이 끝났다. 이제 모니터는 위치별 주요 장소를 비추는 것으로 바뀐 채 가동에 들어갔다. 한강진 국장은 머그잔을 기울여 남은 커피를 마저 마셨다. 그때였다. 다시 한번 지휘통제실 문이 열리고 염준철 과장이 들어왔다. 꾸벅 인사한 그가 한강진 국장에게 서류를 내밀면서 말했다.


"인근 수색에서 특이점은 없었습니다."

"부동산 쪽도 괜찮았나요?"


한강진 국장의 물음에 염준철 과장이 대답했다.


"네. 최근 거래에서도 이상한 점은 없었습니다."

"그렇군요."


9국을 불안하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는 바로 「결계」였다. 결계는 광범위한 인지구조 왜곡을 통해 목표지역을 외부 공간과 분리시켜버리는 장치였다. 일전 발바토스 침입 당시 9국은 결계에 큰 피해를 입었다. 다행히 전투 후 얻은 일부 파편을 통해 장치를 분석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는 방지 약물의 개발과 VP 추출기 습격 등에 요긴하게 활용되었다. 하지만 장치 그 자체를 무력화 할 방법은 현재까지 없었다. 그저 적이 작전을 앞두고 미리 설치하지 못하도록, 물리적으로 막을 뿐이었다. 방법은 좀 무식할 정도였다. 바로 인근 부동산과 공가(空家)에 대한 직접 조사였다. 부동산의 거래결과를 일일이 확인하고, 빈집을 하나하나 들어가 확인했다. 시간이 되는 계원들 대부분이 동원되었다. 결과는 다행이 정상이었다. 한강진 국장이 결과 보고서를 염준철 과장에게 다시 건네주며 말했다.


"고생하셨습니다."

"아닙니다. 하지만 놈들이 어떤 형식으로든 결계생성장치를 사용하려 들 텐데요."

"분명 그럴 테죠..."


한강진 국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적은 여전히 압도적인 기술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리고 결계생성장치는 그 정수였다. 이번 작전에 사용할 것이라는 건 누구나 예상 가능했다. 그러나 조사결과 대로라면, 저번처럼 일정 장소에 고정하여 사용하지 않을 것도 분명했다. 염준철 과장이 말했다.


"확실히 그 크기라면 차량에 실어 이동하는 것도 가능할 겁니다."


한강진 국장이 생각에 잠겼다. 만약 적이 염준철 과장의 말처럼 차량에 장비를 실어 결계를 운영한다면? 노출된 장비를 부수는 건 그렇게 어렵지 않으리라. 그러나 볼펜을 돌리면서 그는 짧게 도리질 쳤다.


"적도 결계생성장치가 1순위 목표가 되리라는 건 충분히 예상할 겁니다. 방어에 꽤 공을 들일 텐데... 병력차를 생각하면 공략이 쉽지는 않겠군요. 함정으로 사용할 수도 있겠죠."


어쩌면 적은 그것을 역이용할 가능성이 컸다. 결국 결론은 하나였다. 적이 어떤 형식으로 결계생성장치를 활용하든, 일단은 약으로 대응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발바토스 침입 당시 결계의 규모는 지름 기준으로 대략 100~200m 수준이었다. 9국이 준비한 종심은 그보다 넓은 600m 정도로, 결계 밖 공간을 적극 활용한다면 충분히 대응 가능할 것으로 보였다. 한강진 국장이 말했다.


"일단은 약을 활용하고, 결계 밖 공간을 충분히 이용해야 될 것 같군요."

"알겠습니다. 말씀하신 내용은 작전안에 추가하도록 하겠습니다."

"네."


수첩에 메모한 염준철 과장이 지휘통제실 밖으로 나갔다. 그러자 한강진 국장의 입에서 참았던 숨이 길게 흘러 나왔다. 그는 의자 뒤로 몸을 기대면서 천장을 바라보았다.


‘이제 다 되었나.’


이제 어느 정도 조각들이 모두 모인 것 같았다. 생각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한 검토와 대응책 마련이 거의 끝났다. 남은 건 실전이 작전대로 굴러가기를 노력하는 것뿐이었다. 이때 새벽 교대를 위해 작전계원 두 명이 지휘통제실에 들어왔다. 작전계장 구진수와 이번에 새로 들어온 마정식 선임이었다. 구진수 계장이 한강진 국장에게 말했다.


“팀장님. 좀 쉬시지요.”

“그런가. 몇 시지?”

“여섯 시 반입니다.”

“벌써 그렇게 됐군. 고맙네.”


새벽이 넘어가면서 창 바깥으로 빛이 들어왔다. 눈을 밝혔던 형광등이 시야 저쪽으로 조금씩 멀어지는 느낌이었다. 피곤을 느낀 한강진 국장이었지만 아직 쉴 수는 없었다. 간단히 식사를 하고 국장실로 돌아간 그는, 샤워를 하고 옷장 안에서 정장을 꺼내 입었다. 오래간만에 단정히 맨 넥타이와 커프스 링크가 어색했다. 이제 한강진 국장은 회의실로 이동했다. 회의실에서는 계원들 몇몇이 정리를 마무리하는 중이었다. 비워 놓은 중앙에는 깔끔한 붉은 카펫을 깔려 있었다. 그리고 의기력자와 볼리셔니스트를 상징하는 깃발이 회의실 네 끝을 장식했다. 준비가 완료되었음을 확인한 그가 창가로 움직이며 손목을 들어 시계를 보았다. 시간은 8시를 조금 넘겼다. 한강진 국장은 채휘에게 「칼」을 「수여」하는 - 한 명의 볼리셔니스트로서 인정하는 - 행사를 앞두고, 조금 긴장하고 있었다. 그는 단상 위에 준비되어 있는 나무상자를 보면서 생각에 잠겼다.


‘칼이라...’


지금부터 나흘 전인 5월 3일 아침이었다. 채휘와 정은정, 그리고 한강진이 시간을 보낸 다음날이었다. 이제는 정은정이 해왕성 작전을 위해 북한 침투를 목전에 둔 때이기도 했다. 한강진 국장은 정은정 과장과 둘만 있는 국장실에서, 그녀에게 조심스럽게 말했다.


“채휘에게 정식으로 「칼」을 주고 싶어.”

“정말요?”

“응.”

“하지만 그건 어제 더 생각해 보신다고...”

“아무리 생각해 봐도, 주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는 것 같아서.”


채휘는 이미 한 사람의 볼리셔니스트였다. 어제 정은정 과장이 말했듯, 훈련은 훈련이 아니었다. 그저 자연스러움을 상기시키는 행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의지도달공간을 사용하는 것은 그녀에게 있어 몸을 움직이는 것과 같았다. 걸음마를 익힌 아이가 더 이상 가르치지 않아도 뛸 수 있는 것처럼, 그녀는 가르치는 모든 것을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검술은 경험의 영역이 더 크기에 획기적인 진전은 없었지만, 호신 가능한 수준에는 이미 도달했다. 그리고 가장 걱정했던 부분도 어느 정도 해결되었다. 바로 마음가짐이었다. 어쩌면 힘을 가지는 것보다 훨씬 중요한 이 영역에서, 채휘는 「규율」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이해했다. 이는 2학년의 이해력을 훨씬 뛰어넘는 것이었다. 「규율」의 단순 암기를 넘어 이해 여부를 테스트하는 「플라밍고 테스트Flamingo test」에서, 그녀는 거의 만점을 기록했다. 건실한 성인 볼리셔니스트조차도 가치관에 휩쓸려 만점을 받기는 어려운 테스트였다. 종합하면 채휘는 볼리셔니스트로서 칼을 수여받을 요건은 충분했다. 정은정 과장이 판단이 어려운 듯 이마에 손을 짚으며 말했다.


“맞아요. 능력... 자질... 태도... 무엇을 봐도 채휘는 최고의 볼리셔니스트죠. 가르치는 저조차도 무서울 정도였으니까요. 하지만 그건, 그녀가 「그릇」이 아니라는 전제가 있을 때지만요.”

“...... 그렇지.”


한강진 국장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칼 수여를 미룰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계속해서 안절부절 못하는 정은정 과장을 보며 한강진 국장이 말했다.


“물론 채휘에게 「칼 따위」는 없어도 되겠지. 하지만 그녀가 전투에 참여하는 이상, 채휘를 한 사람의 볼리셔니스트로서 인정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네.”

“오히려 부담을 주지 않을까요?”

“마냥 보호한다고 할 수도 없고, 채휘가 원하지도 않을 거야. 이번 전투에서 채휘의 역할을 생각하면 더더욱.”

“......”

“우리가 채휘를... 「동료」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말이지.”


동료라는 단어에서 한강진 국장의 얼굴에 그림자가 드리웠다. 그가 조금 침울해진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나라고 원하는 건 아니야. 아이는 아이답게 자라야 하니까. 살아남기 위해 싸움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못 박고 싶지는 않아.”

“......”


정은정 과장은 한참동안 고민했다. 사실 자신도 수도 없이 고민했던 내용이기도 했다. 그리고 언젠가는 칼을 주어야 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 때가 너무나도 빨랐다. 그렇다고 미룰 수도 없었다. 결전을 앞두고 채휘를 그저 붕 뜬 채로 있게 할 수는 없었다. 같은 각오를 공유하기 위해서는, 같은 사람이 될 필요가 있었으니까. 마침내 결심을 굳힌 정은정 과장이 고개를 들었다.


작가의말

읽어주시는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언제나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From PlasmaKNight.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Volition : 1988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200523] 주요 설정 Ver. 0.1 (작성중) 20.05.23 202 0 -
공지 글에 관한 간단한 내용(본문 전에 읽으셔도 괜찮습니다) +1 20.02.22 314 0 -
공지 안녕하세요. 플나.입니다. +2 20.01.21 194 0 -
247 최종화 : 완성(Integration) (3-1) NEW 20시간 전 3 0 11쪽
246 최종화 : 완성(Integration) (2-3) 24.04.23 4 0 17쪽
245 최종화 : 완성(Integration) (2-2) 24.04.21 8 0 14쪽
244 최종화 : 완성(Integration) (2-1) 24.04.17 5 0 14쪽
243 최종화 : 완성(Integration) (1-2) 24.04.09 6 0 13쪽
242 최종화 : 완성(Integration) (1-1) 24.04.07 10 0 18쪽
241 11화 : 폭풍(Storm) (4-3) 23.04.16 26 0 19쪽
240 11화 : 폭풍(Storm) (4-2) 23.04.10 18 0 11쪽
239 11화 : 폭풍(Storm) (4-1) 23.04.02 14 0 13쪽
238 11화 : 폭풍(Storm) (3-5) 23.04.02 18 0 9쪽
» 11화 : 폭풍(Storm) (3-4) 23.03.26 16 0 11쪽
236 11화 : 폭풍(Storm) (3-3) 23.03.26 9 0 12쪽
235 11화 : 폭풍(Storm) (3-2) 23.03.19 18 0 11쪽
234 11화 : 폭풍(Storm) (3-1) 23.03.19 13 0 11쪽
233 11화 : 폭풍(Storm) (2-5) 23.03.12 15 0 12쪽
232 11화 : 폭풍(Storm) (2-4) 23.03.12 18 0 13쪽
231 11화 : 폭풍(Storm) (2-3) 22.08.27 33 0 12쪽
230 11화 : 폭풍(Storm) (2-2) 22.07.30 26 0 14쪽
229 11화 : 폭풍(Storm) (2-1) 22.07.17 25 0 16쪽
228 11화 : 폭풍(Storm) (1-3) 22.07.03 37 0 11쪽
227 11화 : 폭풍(Storm) (1-2) 22.06.26 36 0 15쪽
226 11화 : 폭풍(Storm) (1-1) 22.06.18 45 0 12쪽
225 10화 : 폭격(Bombardment) (6-5) 22.06.06 43 0 19쪽
224 10화 : 폭격(Bombardment) (6-4) 22.06.04 38 0 11쪽
223 10화 : 폭격(Bombardment) (6-3) 22.05.29 38 0 11쪽
222 10화 : 폭격(Bombardment) (6-2) 22.05.15 42 0 12쪽
221 10화 : 폭격(Bombardment) (6-1) 22.05.01 36 0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