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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ition : 1988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플나
작품등록일 :
2020.01.21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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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3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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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15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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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 : 폭격(Bombardment) (6-2)

DUMMY

“아직은 괜찮은 거 같군요.”


굳은 얼굴로 산길을 오르던 최문식 과장이 땀을 훔치며 말했다. 그의 말처럼 아직 감각에는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 하지만 말이 씨가 된다고 했던가. 선두에 섰던 윤준석 부장의 걸음 속도가 느려졌다. 그러다 이내 왼손을 들어 정지신호를 뒤쪽으로 보냈다.


“...!!”


미리 경험을 한다는 것이 이런 의미였나. 윤준석 부장은 갑자기 든 섬뜩함에 숨을 깊게 들었다 내쉬었다. 아마도 경험해보지 못했다면, 이 미약한 이상함은 그대로 마음을 잠식해 나갔을 것이 틀림없었다.


“「지점」입니다. 2번 경로로 이동하겠습니다.”


지도를 꺼내 무언가를 기록하는 행위는 의심을 사기 딱 좋았다. 그래서 그들은 이상을 느낀 위치만을 기억한 채, 그저 중간에 쉬는 것처럼 있다가 천천히 방향을 돌렸다. 이후부터는 지루한 반복작업이 이어졌다. 낮은 산이라고는 해도 지속적인 등산-하산은 그야말로 체력과의 싸움이었다. 그들은 적당한 장소를 찾아 점심식사를 했다. 김밥을 씹던 최문식 과장이 불현 듯 몸서리를 치며 말했다.


“이게 그 기분이군요. 하지만 정말로 있으리라고는...”


그는 결계의 경계에서 느낀 법칙을 떠올리며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건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모두가 그의 말에 공감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짧은 식사가 끝나자 윤준석 부장이 일어섰다.


“계속 이동하겠습니다.”


이후부터는 계속해서 이동하며 「지점」을 확인했다. 작전의 시작만큼은 파격적이었지만, 진행만은 원활했다. 아무런 충돌도 저항도 없었다. 밖에서 보기에 그들은 그저 산을 탔을 따름이었다. 저녁이 되자 쓸 수 있을 정도의 자료가 모였다. 내서JC 인근 집결장소에서 다시 모인 일행은 곧바로 차를 몰아 성남으로 향했다. 이후의 일도 일사천리로 이루어졌다. 고공의 인력들은 자진하여 강행군을 이어갔다. 9국 인원들이 돌아간 직후, 그들은 회사 숙소에서 숙면을 취하고 다음날 새벽에 곧바로 자료 분석에 들어갔다. 그렇게 다음날 오후 1시가 좀 넘은 시간이었다. 고공 본사 별관의 회의실 안은 분주했다. 컨테이너에 가까운 가건물에서의 회의는 보안을 위함이었다. 그곳에는 연락을 받고 온 9국 인원들 - 한강진 국장과 정은정 과장을 포함한 - 을 앞에 두고 브리핑 준비가 한창이었다. 대충 안쪽이 정리되자 윤준석 부장이 말을 꺼냈다.


“먼 길 오셨습니다.”

“아뇨. 피곤하실 텐데, 빠른 처리에 감사드립니다.”


한강진 국장이 가볍게 목례하며 대답했다. 그리고 회의실 중간에 놓인 거대한 등고선 모형을 향해 시선을 옮겼다. 내서JC 인근의 지형을 등고선을 따라 3차원 모형으로 만든 것이었다. 분명 2차원의 지도만으로는 결계의 발생 원점을 정확히 파악하기란 불가능했다. 정확한 위치를 역산하기 위해서는 높낮이가 포함된, 3차원의 좌표가 필요했다. 하지만 놀라웠다. 저 정도 크기의 등고선 모형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림잡아도 일주일이 넘는 시간이 필요할 텐데.


“언제부터 만드신 겁니까?”

“일주일 정도 되었습니다.”

“대단하군요.”

“감사합니다.”


꾸벅 인사한 윤준석 부장이 몇 장의 OHP를 정리하면서 뒤쪽을 향해 손짓했다. 그러자 허진 과장이 회의실의 불을 껐다. 어둠 속에서 OHP가 밝히는 조명이 벽을 밝게 비췄다. 윤준석 부장이 브리핑을 시작했다.


“어제 작전을 통해 저희는 꽤나 많은 정보를 얻었습니다...”


내용은 깔끔하면서도 치밀했다. 먼저 지점의 정확한 좌표를 설정했다. 높이까지 포함된 정확한 좌표가 등고선 모형 위에 그려졌다. 그리고 지점에서 개개인이 느낀 정도를 수치화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강도를 산정했다. 산정한 강도를 바탕으로 유효 반경을 추출하고, 그것들을 모아서 조금씩 진원지를 찾아갔다. 특히 신호 강도를 바탕으로 발생지를 역산하는 방법은 복잡한 수학 수식이 동원되었다. 전문가의 자문을 거친 것이 분명했다. 설명을 끝낸 윤준석 부장이 지시봉을 놓고 OHP 필름 하나를 들었다.


“그래서... 최종적으로는 이곳이 위치라고 결정했습니다.”


마침내 OHP 위에 X 표시가 된 지도가 올라왔다. 그리고 등고선 모형에도 작은 깃발 하나가 꽂혔다. 그것을 보던 한강진 국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전과 마찬가지로 이곳의 자료에는 모두 보안을 걸고, 비밀 엄수를 부탁드립니다.”

“알겠습니다.”


윤준석 부장의 지시에 회의실이 다시 밝아졌다. 그가 최종 정리된 보고서를 한강진 국장에게 내밀었다.


“필요하신 건 여기 다 있을 겁니다.”

“감사합니다.”


한강진 국장이 인사하자 옆의 정은정 과장도 고개를 살짝 숙였다. 그렇게 정보를 얻은 9국 인원들은 짧은 인사를 끝내고 모두 사라졌다. 진이 빠진 윤준석 부장이 간이 의자에 몸을 기대는 동안, 허진 과장이 커다란 나무 상자에 자료를 차곡차곡 넣으면서 그에게 물었다.


“이번 일, 뭐 요구해야 되는 거 아닌가요?”

“요구?”

“네. 돈이라던가.”

“정신없을 타이밍에 그런 얘기 꺼내면 독만 돼.”

“이러다가 뭔가 요구만 계속 받을까 걱정이네요.”

“정산은 나중에 해야지.”


마른세수를 하던 윤준석 부장이 의자에서 일어섰다. 노력에 대한 대가를 바랐던 것도 사실이었지만, 그는 일단 기다리기로 했다. 여기에는 한강진 국장에 대한 개인적인 믿음이 크게 자리 잡고 있었다. 몇 번 본 건 아니었다. 그러나 그 몇 번의 만남에서 보여준 모습은 그를 믿게 만들었다. 윤준석 부장이 심드렁하게 말했다.


“좀 기다려 보자고.”


한편, HQ로 돌아온 한강진 국장 앞으로 놀라운 소식이 쏟아져 있었다. 검은색 나무가 그간 보여준 행보와 완전히 다른 결과들이 나타난 것이었다. 국장실 안에는 각 과 과장들과 민혜림 대리가 자리하고 있었다. 한강진 국장이 석간신문을 책상 위에 던지듯 내려놓으며 말했다.


“습격?!”


경부선 철도, 경부고속도로 구서IC 인근 도로 일부가 폭발로 유실되었다는 내용은 신문 1면을 장식했다. 「주요 교통망 대상 잇따른 폭발사고... 북괴의 테러인가?」 라는 이름의 기사는 어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 폭발사건을 다루고 있었다. 염준철 과장이 두 장으로 된 초동 보고서를 내밀었다. 빠르게 그것을 읽어나간 한강진 국장이 짜증을 내비치며 말했다.


“역시... 완벽히 묶어둘 수는 없는 건가.”


다행이 인명피해는 없었다. 하지만 문제는 바뀐 감시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이었다. 지역 예지가 불가능해지고 그나마 가능한 건 민혜림 대리의 전국 예지인데, 그나마도 약을 쓰는 적들을 상대로는 효과를 보기 힘들었다. 한강진 국장이 침울하게 물었다.


“민 대리. 예지는?”

“죄송합니다. 거의 감지하지 못했습니다.”

“괜찮아. 너무 낙담하지 말게.”


거기에 전통적인 방식의 감시 - 사람이 직접 수행하는 - 역시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았음이 밝혀졌다. 대공수사실의 추측대로라면, 놈들은 인적 감시를 피해 차량을 이용하지 않고 야밤에 이동했다. 감시당하는 사실을 모른다면 불가능한 대응이었다. 정은정 과장이 한강진 국장이 내려놓은 초동 보고서를 집어다가 읽어나갔다. 그러다 찝찝한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공세를 강화했다라...”


찜찜해하는 그녀의 표정을 본 한강진 국장이 책상을 두드렸다.


“나도 불안해. 역시 양동일 가능성이 높겠지.”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놈들은 이곳의 위치를 알고 있고, 이곳을 두드리면 「그릇」이 나온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러지 않고 의지선 공격을 이어간다는 건 시사하는 바가 컸다. 수적으로는 적이 압도하는 상황. 공세에 휘둘려 병력을 분산했다가는 자칫 치명적인 피해 - 일전에 있었던 일과 같이 - 를 입을 가능성도 컸다. 결국 HQ의 수비가 급선무이기에 의지선 공격은 두고보는 것이 상책이었다.


“하지만... 방어만 하는 것도 문제이긴 한데.”


그러나 9국은 좀 더 정치적으로 얽혀있었다. 올림픽을 위해서는 방어일변의 전략은 사용하기 어려웠다. 윗선은 좀 더 적극적인 대응을 요구할 것이 뻔했다. 그렇다고 군경을 동원하는 것도 그리 좋은 방법이 아니었다. 한강진 국장이 볼펜을 돌리다가 말했다.


“....방법은 하나뿐이겠군. 놈들이 양동에 정신이 팔려있는 잠깐 동안, 우리는 의지력을 흡수하는 시설을 친다.”

“언제 시행합니까?”


정은정 과장의 물음에 그가 굳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가장 빠른 시간에. 사실, 이미 공군 쪽에 요청을 했네.”

“공군에요?”

“지상으로 접근하는 건 너무 위험해. 고공강하를 위한 수송기를 요청했지.”

“아......”

“투입인원이 많을 필요는 없을 것 같군. 야간에 정 과장과 선우 대리 두 명, HALO(High Altitude-Low Opening, 고고도 강하 저고도 개방)로 목표지점에 바로 침투, 시설 파괴 후 이탈하는 걸로.”


말을 마친 그가 책상 속에서 지저분한 종이뭉치 하나를 꺼내 내밀었다. 「포에베Phoebe」라는 이름의 작전안 초안이었다. 그걸 받아든 정은정 과장이 놀라움을 감추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일시는 확정해서 알려주겠네.”


어느새 다음 작전을 완성한 그의 준비성에 모두가 놀랐다. 적 시설의 위치를 특정한 것이 불과 몇 시간 전인만큼, 이미 이런 상황을 예상하고 있었다는 의미였으니. 그때였다. 민혜림 대리가 조심스럽게 손을 들었다.


“저... 팀장님.”

“그래. 민 대리.”


시선이 모이자 그녀가 말을 시작했다.


“저번 화물선 습격 말인데요.”

“?”

“적에게 예지가가 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뭐?!”

“그러니까... 타이밍만 놓고 보면, 딱 예지가가 예지를 한 것과 비슷했거든요. 침입 시점에서는 몰랐다가 적들이 우르르 나타났다는 점, 기습했다고 보기에는 병력 투입 같은 것들이 어설펐다는 점 때문에요.”


의외의 지적이었다. 놀란 정은정 과장이 당시의 상황을 천천히 복기했다. 확실히 구석에 몰아넣을 요량이었다면, VP 추출기와 같은 핵심 물품에 접근하기 전에 기습했겠지. 아니면 시선을 돌려 벌크선에의 접근을 거부했을 가능성도 높았다. 갑자기 정은정 과장이 흠칫 놀라며 되물었다.


“설마, 그럼 그 악마가?”

“단탈리온... 사람의 마음을 읽는 악마라고 하더라구요.”


정황에서 분석한 결과였지만 설득력은 충분했다. 그야말로 강력한 예지가가 적진에 수혈된 것이었다. 민혜림 대리가 말을 이어갔다.


“제 예지가 완전한 건 아니지만, 단탈리온은 분명히 최근에 나타난 악마에요. 하지만 금방 상대의 침입을 예지해 냈어요. 아마 지금쯤이면 어지간한 수준에서 지역 예지가 가능할 거예요.”


한강진 국장이 고개를 저었다.


“항공 침투도 안전하지 않다는 건가.”

“하지만 그 이상 방법은 없다고 생각해요. 대응할 시간을 주지 않으면 될 테니까요.”

“......”


한강진 국장이 한참동안 생각에 잠겼다. 그러다가 결심한 듯 숨을 크게 들이쉬면서 말했다.


“작전은 속개한다. 그리고 민 대리. 좋은 분석이었네.”

“감사합니다.”


이때 문득 여기 있는 모든 사람들이 이성진 대리의 빈자리를 느꼈다. 그가 있었다면 여기서 장난스러운 추임새를 넣었겠지. 그러나 그렇기에 더더욱 침묵을 지키는 그들이었다. 침울한 침묵의 시간이 지나고, 한강진 국장은 감추지 않은 조급함과 함께 마지막 말을 내뿜었다.


“시간 싸움이군.”


작가의말

최근 일이 많아져서 연재가 너무 늦어졌네요.

죄송하다는 말씀밖에 드릴 수가 없습니다...ㅡㅜ


매일 틈틈이 10~20분 정도 쓰면서 나름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만... 

당분간은 진도가 지지부진할 거 같습니다. 

미리 양해말씀 드립니다.ㅜㅜ



그리고 읽어주시는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언제나 행복하세요.

From PlasmaKN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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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 11화 : 폭풍(Storm) (2-3) 22.08.27 32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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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5 10화 : 폭격(Bombardment) (6-5) 22.06.06 42 0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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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3 10화 : 폭격(Bombardment) (6-3) 22.05.29 38 0 11쪽
» 10화 : 폭격(Bombardment) (6-2) 22.05.15 42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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