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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ition : 1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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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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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21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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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4.02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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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11화 : 폭풍(Storm) (3-5)

DUMMY

“알겠어요.”

“그래. 며칠 내로 하도록 하지. 그리고 남은 문제는...”


한강진 국장이 살짝 말을 멈췄다. 문제는 또 있었다. 바로 칼을 수여하는 주체였다. 수여주체는 보통 볼리셔니스트의 소속에 달려 있었다. 그렇기에 9국이 칼을 수여한다는 건, 채휘가 9국 소속이라고 말하는 것과 같은 행위였다. 이것은 다른 조직들에게 큰 반발을 살 가능성이 있었다. 한강진 국장이 조용히 말을 이어갔다.


“물 타기를 좀 해볼까.”

“물 타기요?”

“수여식에 모두를 다 부르는 거야. SOSS든 커뮤니티든, 관련된 조직은 전부. 그리고 그 자리에서 모든 사람들에게서 축하 받도록 하는 거지. 모두의 축복 속에서 볼리셔니스트가 되도록.”

“하지만 커뮤니티에서 반발하지 않을까요?”

“채휘의 의기력자 등록을 커뮤니티 측에 요청할 거야. 물론 허울뿐이긴 해도.”


사실 9국 단독으로 해도 되는 수여식을 공개로 돌리고, 또 볼리셔니스트 등록을 커뮤니티에 요청하는 행위는 적당한 명분이 될 수 있었다. 정은정 과장이 말했다.


“채휘의 소속을 어디로 할지 고민되겠네요. 9국이라 써주지는 않을 거 같은데요.”

“그건 맘대로 하라하지. 머리 아프도록.”

“SOSS는요?”

“표면상으로는 거부하지 않을 거야. 오히려 정식으로 등록되기를 바랄 수도 있어. 타겟이 명확해지니까.”

“...!!”

“어쨌든 양날의 검이긴 하지만, 모두를 불러 하는 게 괜찮을 것 같네. 정 과장 생각은?”

“좋습니다.”

“그래. 고마워.”


그렇게 채휘의 수여식이 결정되었다. 한강진 국장은 걱정을 안고 커뮤니티와 SOSS에게 이 소식을 알렸다. 하지만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수장과 각 커뮤니티의 대표뿐만 아니라, SOSS에서도 공식적인 축전이 날아온 것이었다. 그들이 이런저런 딴지를 걸 거라는 예상은 명백한 오판이었다. 오히려 그들은 기다린 듯, 채휘가 「공식적인」 위치를 얻은 것을 기뻐해 주었다. 채휘의 행복을 바라는 건 한강진 국장뿐만이 아니었던 것이다.


‘행복... 인가.’


상념에서 돌아온 한강진 국장이 창가 옆에 서서 커튼을 들었다. 그의 눈에 HQ로 들어오는 세 대의 차량이 눈에 들어왔다. 곧 중앙현관에서 많은 수의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동시에 공간을 소용돌이 속으로 휘어잡는 느낌이 가슴을 무겁게 짓눌렀다. 그리고, 문이 열렸다.


“안녕하세요.”

“그래. 잘 잤니?”


한강진 국장을 본 채휘가 꾸벅 인사했다. 단정한 아동용 정복 차림이었다. 한강진 국장은 밝은 표정으로 그녀를 맞았다. 곧 채휘 뒤로 서창민 대리를 비롯한 9국 볼리셔니스트 전부와, J와 N, 에이단을 비롯한 SOSS, 거기에 반채림을 비롯하여 이번 전투에 참가하기로 한 커뮤니티 볼리셔니스트들이 들어왔다. 모두 행사를 위해 차려입은 의상이었다. 후미에 들어온 추정기 - 호남 지역 커뮤니티의 대표인 - 와 한강진 국장 사이에 치열한 눈빛 교환이 있었지만, 별일은 없었다. 마지막으로 지애림이 조심스럽게 들어와 자리를 찾았다. 뒤이어 9국 계원들도 자리를 함께했다. 넓은 회의실은 수 십 명의 사람들로 금방 가득 찼다. 모두가 의자에 앉은 것을 확인한 한강진 국장은, 강의하는 선생처럼 그들 앞에 섰다. 그가 입을 열었다.


“먼저 오늘 와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오늘 작전 회의에 앞서, 행사를 진행코자 합니다.”


한강진 국장이 손짓하자 입구 옆에 서 있던 민혜림 대리가 대략 50cm 길이의, 고급스러운 나무상자 하나를 가지고 그의 옆에 섰다. 목을 가다듬은 한강진 국장이 힘을 주며 말했다.


“남채휘. 앞으로.”

“네.”


그의 부름에 채휘가 일어나 앞으로 나왔다. 그녀는 조금 긴장한 듯 앞뒤를 번갈아 보다가, 배운 대로 왼쪽 무릎을 꿇어앉은 후 고개를 살짝 굽혔다. 흡사 서양에서 작위를 수여하는 장면과도 비슷했다. 의외로 이 칼 수여식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비슷했다. 지역별로 조금씩 차이는 있었지만, 한 명의 볼리셔니스트를 인정하는 행위가 지니는 의미는 본질적으로 동일하기 때문이었다 한강진 국장은 보라색의 두꺼운 벨벳재질로 된 수여장 케이스를 들고 외치듯 말했다.


“오늘 우리는 여기에서 남채휘에게 이 칼을 수여하고자 합니다. 또한 이 자리는 그녀가 한 명의 의기력자로서 사회에 미덕을 따르고 질서를 존중할 것을 맹세하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의기력자는 힘을 가졌기에 존중하고, 힘을 가졌기에 겸손하고, 힘을 가졌기에 자비하고, 힘을 가졌기에 인내하고, 힘을 가졌기에 순응하여야만 합니다.”


국민학교 2학년에게 알아듣기 어려운 말이 이어졌다. 보통 의기력자가 칼을 수여받는 시기는 15세 이상인 경우가 많기에, 문구도 거기에 맞춰있는 경우가 보통이었다. 문구를 다 읊은 한강진 국장은 긴장 섞인 짧은 한숨을 내쉬더니, 조용히 케이스를 접었다. 그러고는 단상에서 나와 자세를 낮춰 무릎을 꿇었다. 채휘는 눈높이가 같아지자 흠칫 놀랐지만, 그는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부드럽게 말을 시작했다.


“채휘야. 넌 강한 아이란다. 남들이 가지지 못한 힘을 가지고 있어. 하지만 그렇기에, 여기에 있는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다른 사람을 사랑해야 한단다. 그렇게 해 주겠니?”


지금까지의 말을 축약한 것이었다. 필시 저 문구도 준비해 온 것이리라. 채휘는 밝아진 얼굴로 답했다.


“네. 그렇게 할게요.”

“고맙구나.”


답변을 들은 한강진 국장이 다시 일어섰다. 그가 옆의 민혜림 대리에게 눈짓하자, 그녀가 상자를 들고 그의 옆에 섰다. 상자를 건네받은 한강진 국장이 뚜껑을 열었다. 그러자 20cm 크기의 금속제 은색 막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바로 「칼」이었다. 정교하게 만들어진 칼자루에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그리고 그 옆으로는 칼을 찰 수 있는 홀스터가 있었다. 깔끔한 만듦새를 보이는 것이 얼핏 봐도 정성이 들어간 물건이었다. 한강진 국장이 칼자루를 두 손으로 조심스럽게 꺼냈다. 그는 그것을 채휘에게 내밀면서 말했다.


“이것으로 남채휘는, 한 명의 의기력자임을 선언하는 바입니다.”


무릎을 펴고 일어선 채휘가 공손하게 「칼」을 받았다. 일반 성인용보다 조금 작은 칼자루는 그녀의 손에 적당하게 맞았다. 9국용 「절칙」(시가지용)을 일부 커스터마이징한 버전이었다. 홀스터는 민혜림 대리가 그녀의 몸에 직접 채워주었다. 그렇게 준비가 끝나자 채휘는 왼손에 든 칼자루 이리저리 살펴보다가 끝을 하늘로 향했다. 칼을 받은 의기력자는, 받은 즉시 칼날을 뽑는 것이 관례였다. 서서히 의지도달공간이 올라오면서 소음이 커져갔다. 그리고 그 끝에서 뭔가가 폭발하듯 터져 나왔다.


순간 채휘를 뺀 모든 사람들 사이에 충격이 몰아쳤다. 상상도 하지 못할 정도의 에너지가 파도처럼 끓어 넘치면서 순백의 칼날이 허공에 치솟았다. 칼날을 품고 있는 의지도달공간은 너울 뛰듯 회의실을 집어 삼켰다. 원래 의지도달공간에는 아무런 색도 없었지만, 지금 여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 느끼고 있었다. 그녀의 의지도달공간은 태양빛을 내고 있었다. 인간이 태양 아래 안정을 찾는 것처럼, 그들은 채휘가 내뿜는 빛 속에서 더없이 큰 무언가를 느끼고 있었다. 침묵 속에서 지금 들리는 건 그저 칼날의 웅웅거리는 소리와, 긴장 가득한 침 삼키는 소리뿐이었다.


“감사합니다.”


칼날이 꺼졌다. 채휘는 한강진 국장을 향해 인사했다. 그리고 뒤돌아 뒤쪽의 사람들에게도 인사했다. 에이단을 시작으로 모두가 채휘를 향해 박수를 치며 축하했다. 계속해서 찜찜한 표정을 짓고 있던 추정기도, 지금만큼은 얼굴에 힘을 빼고 박수를 쳤다. 박수소리가 잦아지자 한강진 국장이 말했다.


“이것으로 수여식을 마치겠습니다.”


그의 말에 채휘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녀는 칼자루를 홀스터에 집어넣었다. 약간은 어색한 움직임이었다. 그걸 본 한강진 국장이 미소와 함께 손을 의자 쪽으로 뻗으며 말했다.


“그럼 앉으렴.”


자리로 돌아가는 채휘에게 모든 시선이 쏟아졌다. 그녀는 조금 긴장한 표정으로, 하지만 당당한 발걸음으로 첫 번째 줄 빈자리를 향해 걸어갔다. 곧바로 작전 계획 확정안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진지하게 표정을 바꾼 사람들은 열정적으로 토론을 이어갔다. 하지만 채휘가 「칼」을 수여받은 것에 대해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정치적인 얘기를 꺼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당연한 행사를 당연하게 한 것처럼, 여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 아무렇지도 않았다. 이상한 편안함이 회의실 안을 가득 채웠다. 같은 가치를 공유하면서, 뿌듯한 행위를 한 뒤와도 같은 감정이었다. 그리고 모두 느끼고 있었다.


채휘 앞에서는, 어떤 사람이라도 가슴을 열 수 있다는 것을.


-4-


「해왕성 작전Operation Neptune」 약 24시간 전인 1988년 5월 8일 일요일 23시 22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평양직할시 동쪽 약 55km, 목표지점 기준 동쪽 약 20km 고양산(620고지) 정상 인근.


작가의말

읽어주시는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언제나 행복하세요:)
From PlasmaKN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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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2 최종화 : 완성(Integration) (1-1) 24.04.07 10 0 18쪽
241 11화 : 폭풍(Storm) (4-3) 23.04.16 25 0 19쪽
240 11화 : 폭풍(Storm) (4-2) 23.04.10 18 0 11쪽
239 11화 : 폭풍(Storm) (4-1) 23.04.02 14 0 13쪽
» 11화 : 폭풍(Storm) (3-5) 23.04.02 18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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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3 11화 : 폭풍(Storm) (2-5) 23.03.12 15 0 12쪽
232 11화 : 폭풍(Storm) (2-4) 23.03.12 17 0 13쪽
231 11화 : 폭풍(Storm) (2-3) 22.08.27 33 0 12쪽
230 11화 : 폭풍(Storm) (2-2) 22.07.30 26 0 14쪽
229 11화 : 폭풍(Storm) (2-1) 22.07.17 25 0 16쪽
228 11화 : 폭풍(Storm) (1-3) 22.07.03 37 0 11쪽
227 11화 : 폭풍(Storm) (1-2) 22.06.26 36 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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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4 10화 : 폭격(Bombardment) (6-4) 22.06.04 38 0 11쪽
223 10화 : 폭격(Bombardment) (6-3) 22.05.29 38 0 11쪽
222 10화 : 폭격(Bombardment) (6-2) 22.05.15 42 0 12쪽
221 10화 : 폭격(Bombardment) (6-1) 22.05.01 36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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