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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ition : 1988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플나
작품등록일 :
2020.01.21 15:23
최근연재일 :
2024.04.23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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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6,8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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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3.06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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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 : 폭격(Bombardment) (4-2)

DUMMY

“대천의 볼리셔니스트들은... 언제 온답니까?”

“한... 10분은 더 걸릴 거예요.”

“10분이라... 그 전에 채휘가 먼저 지칠 거 같은데요.”


걱정스러운 그의 말에 지애림도 고개를 끄덕였다. 방법이 필요했다. 만약 채휘가 먼저 지쳐 떨어지면 몰살은 피할 수 없었다. 그렇게 되면 대천의 볼리셔니스트가 온들 상황이 달라지지는 않을 터. 이성진 대리가 크게 한숨을 내쉬더니, 앞으로 나아갔다. 채휘가 있는 방향이었다. 어느새 채휘 뒤쪽에 선 그가 무릎을 굽히고 눈높이를 맞췄다. 발바토스에게 시선을 고정한 상태였다. 이성진 대리가 말했다.


“힘들지?”

“아, 아뇨, 괜찮아요.”


만난 이후 처음으로 들어본 채휘의 말이었다. 정리되지 않은 호흡이 느껴졌다.


“너 때문에 살았어. 고마워.”


무심하게 나온 말에 아이의 귀가 붉어지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그걸 본 이성진 대리가 미소와 함께 채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이모랑 삼촌이 시간 끌어줄 테니까, 큰 거 준비해 줄 수 있어?”

“큰 거요?”

“그래. 지금 쓰는 공격을... 적이 피할 수 없을 정도로 크게 펼친다고 생각해 봐. 가능해?”

“음...”


조금 고민하던 채휘가 다짐하듯 말했다.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하지만 힘을 모아야 해요.”

“좋아. 그럼 시작하자.”


자리에서 일어선 이성진 대리가 채휘의 앞으로 나갔다. 지애림도 그의 옆에 섰다. 칼을 들고 빙빙 돌리던 그가 발바토스에게 칼날 끝을 겨누었다.


“악마새끼야-! 다시 한번 해보자-!”


우렁찬 소리에 지옥 같은 악마의 눈이 이성진 대리에게 향했다. 이제 상대가 어떻게 나오는가는 상관이 없었다. 목숨도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그저 채휘에게 시간을 벌어 줄 뿐이었다. 그는 칼날을 질질 끌어가며, 비틀거리면서 발바토스에게 달려들었다.


/크오오오오오!!!/


귀를 찢는 고주파에 표정을 구겼다. 발바토스가 손톱을 세우고 자세를 잡았다. 지애림도 발바토스의 시선을 빼앗기 위해 좌우측을 번갈아 오가며 접근하기 시작했다.


‘분노...’


이성진 대리는 가슴 속에 끓어오르는, 순수한 분노의 불꽃을 바라보고 있었다. 느낌이 기묘했다. 불꽃에 파묻힌 것이 아닌, 자신은 불꽃 옆에 서서 그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눈앞의 악마를 향한 순수한 분노. 그것은 감정의 티끌들을 태워버리며 마음속을 하얗게 빛내고 있었다. 동료의 죽음과, 깊은 곳의 열망과, 의지가 만들어낸 불꽃이 마음을 넘어 바깥으로 튀어 나오려고 했다.


/크아아아아아아아아----!!/


칼날의 색이 바뀐 걸 느꼈을 때는, 이미 발바토스의 공격을 한 번 쳐낸 후였다. 바다와도 같은 짙은 푸른색의 칼날이 불꽃을 일으키며 넘실거렸다. 이성진 대리 자신도 이러한 변화에 놀라고 있었다.


‘이건... 도대체...’


발바토스는 이 불꽃을 피했다. 순간 눈을 의심했지만 확실했다. 악마는 인간의 분노와, 열망과, 의지가 만들어낸 정화(淨化)의 불꽃 - 홀리 플레임Holy Flame라고 불리는 - 을 피하고 있었다.


“으어어어어어!!!”


팔다리가 으스러지고 몸에 커다란 구멍이 난 인간이, 악마와 호각으로 싸우고 있었다. 힘없이 휘두른 칼을 악마가 거친 몸동작으로 피했다. 불꽃과 손톱이 부딪히자 쇳물이 튀어 오르듯 빛의 조각이 넘실거렸다. 여기에 중간 중간 파고드는 지애림의 공격까지 이어지자, 오히려 발바토스가 밀리는 모양새가 연출되었다. 하지만 한계 또한 명확했다. 홀리 덕분에 일시적인 우세를 잡긴 했어도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었다. 이성진 대리의 부상이 너무 심한 탓이었다. 잠깐 당황했던 발바토스가 반격에 나서자 전황은 다시금 혼돈에 빠져들었다.


그러나 이 정도로도 충분했다. 법칙의 준비를 끝낸 채휘가 크게 소리쳤다.


“피해요--!”


악마의 공격을 피할 때보다 더한 움직임으로, 두 사람이 발바토스 앞에서 이탈했다. 채휘와 발바토스 사이에 공간이 드러난 그때였다. 채휘가 앞으로 뻗은 양팔을 좌우로 펼쳤다.


“!!!!!!!”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졌다. 흡사 거대한 거울과도 같은 공간의 굴절면이, 채휘 정면의 HQ 건물 전체를 가릴 정도로 뒤덮었다. 수 십 개의 거울이 만들어낸 단절된 공간 안에서 모든 것이 바스라지고 있었다. 발바토스는 가루처럼 흩어지는 자신의 손을 보다가 급히 양손을 모았다. 손과 손 사이에 빛나는 구형의 에너지체가 형성되었다.


“!!”


발바토스가 공간을 자르는 행위에 저항하며 에너지를 부딪쳤다. 대폭발이 일어났다. HQ의 잔해가 만든 먼지구름이 또다시 일대를 뒤덮었다. 손을 들어 먼지를 막던 이성진 대리가 정면에 시선을 고정했다. 악마의 그림자는 보이지 않았다. 뒤를 바라보자 채휘가 휘청거렸다. 고통을 이겨내며 급하게 달려간 그가, 넘어지는 채휘를 감싸 안았다.


“괜찮니?!”

“네...”


다시 먼지구름을 바라보았지만 변화는 없었다. 제아무리 악마라도 저런 폭발 속에서 살아남으리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하지만 만약 살아있다면... 불안감이 가슴을 채워갔다. 채휘 옆에 선 지애림도 긴장에 찬 눈으로 먼지구름을 살펴보고 있었다. 잠시 뒤 천천히 먼지가 가라앉고 시야가 회복되기 시작했다.


“...!!”


공격은 성공이었다. 오른쪽 팔과 왼쪽 다리가 날아간 발바토스가 잔해 중간에 쓰러져 있었다. 부상이 심한지 움직임도 거의 없었다. 한정형태도 반짝거리며 그 힘을 다한 상황. 기회를 잡았다고 생각한 이성진 대리가 달려 나가기 위해 몸에 힘을 줬다. 악마 하나를 완전히 끝낼 수 있는, 다시 오지 않을 절호의 기회였다. 그렇게 지애림에게 채휘를 맡기기 위해 몸을 돌렸을 때였다. 갑자기 뒤쪽 주차장 입구에서 무언가가 반짝이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


여전히 자욱한 먼지구름에 형체가 잘 잡히지 않았다. 그저 아른거리는 저것이, 매끈한 금속의 반사광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총의 형태를 했다는 것도.


“!!!”


분명했다. 총구는 채휘를 노리고 있었다. 순간 엄청난 생각이 오갔다. 권총으로 볼리셔니스트에게 피해를 입히는 건 불가능했다. 그러나 지금 시점에서 저런 물건이 나왔다는 건, 무언가가 있었다. 주저할 겨를은 없었다. 이성진 대리가 총구와 채휘 사이를 막아섰다.


“엎드려!!”


채휘의 다리를 노리고 날아든 총알이 이성진 대리의 왼쪽 정강이를 관통하면서 궤도를 바꿨다. 순식간에 다리가 부러지며 몸이 무너져 내렸다. 놀란 지애림이 채휘를 끌어안고 엎드렸다. 그릇의 무력화를 노렸던 마젠타는 저격이 실패했음을 깨달았다. 그러나 이대로 끝낼 수는 없었다. 연이어 방아쇠를 당겼다. 바늘 같은 탄두가 이성진 대리의 몸 곳곳을 꿰뚫고 지나갔다.


“크아아악!!!”


그 장면을 본 지애림이 경악했다. 표막을 뚫고 몸을 관통한 탄두가 머리카락 옆을 스쳐 지나갔다. 뭔가 특수한 물건임을 직감한 그녀가 피지컬 베리어를 펼쳤다. 엄청난 관통력 앞에 베리어가 사시나무 떨리듯 흔들거렸다. 다행이 마지막 두 발의 탄두는 베리어에 박힌 채 멈췄다. 슬라이드 후퇴 고정 소리가 크게 울렸다.


“거기냐--!!”


총격이 끝난 것을 깨달은 지애림은 총알이 날아든 쪽으로 손을 뻗었다. 화염계 법칙이 작동하면서 손끝에 불꽃의 공이 여러 발 생겨났다. 곧 화염구가 마젠타가 있는 방향으로 날아갔다. 화염구가 입구 바닥과 주차장 벽면에 부딪히자 폭발음과 함께 열기가 쏟아졌다. 그녀는 그 사이 쓰러진 두 사람을 들고 주차장 구석의, 차량 뒤쪽으로 이동했다.


/크윽.../


부상을 입은 마젠타가 현장을 이탈하고 있었다. 만약 몸을 날려 피하지 않았다면 완전히 통구이가 됐을 공격이었다. 겨우 목숨은 건졌지만 부상은 심각했다. 그는 머리의 열상에서 흐르는 피를 닦으며 골목 안쪽을 달렸다. 화염에 녹아내린 오른다리가 비틀거렸다. 볼리셔니스트로서의 힘을 사용할 수 없는 지금, 이 이상 적을 상대하는 건 자살행위였다. 지금 급한 건 빨리 부산으로 탈출하는 것이었다. 귀중한 장비와 인력을 잃었지만 다른 수가 없었다.


지애림은 차량 뒤에 숨은 채, 고개만 내밀어 공격이 날아본 방향을 확인하고 있었다. 다행이 더 이상의 공격은 없었다. 파편 떨어지는 소리 사이사이에 멀어지는 발소리가 들렸다. 적은 도망친 것이 분명했다. 상황이 안정됐음을 확신한 그녀가 이성진 대리의 윗옷을 찢었다. 몸에 난 여러 개의 구멍에서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상처를 본 그녀가 다급하게 그의 뺨을 몇 번 두드렸다.


“괜찮아요?!!”

“컥...”


의료계열 법칙으로도 손쓸 수 없을 지경이었다. 두려움이 몰려왔다. 그녀가 관통상 위에 손을 얹고 정신없이 법칙을 가동했다.


“겨우 살았잖아요!! 죽으면 안 돼요!!”


그러나 생명의 불꽃이 사그라지는 걸, 그녀는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손이 덜덜 떨려왔다. 그때 생명을 쥐어짠 이성진 대리가 입을 열었다.


“채... 채휘는...”

“괜찮아요! 말하지 마요!”

“악마... 악마를... 끝내... 난... 괜찮...으니...”


유언에 가까운 말이었다. 손을 떼면 분명 이 남자는 죽을 터. 선택의 기로에 선 지애림이 두 눈을 질끈 감았다. 피투성이가 된 두 주먹을 꽉 쥐었다. 칼자루를 꺼냈다. 무릎을 세우고 발바토스를 향해 몸을 돌렸다. 하지만 그 순간, 공기가 떨리며 이변이 일어났다.


“게이트...!!!”


허공을 가르던 번개줄기가 하나로 합쳐졌다. 전격의 틈바구니 사이에서 타원형의 무언가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발바토스의 바로 옆이었다. 지애림이 이를 깨물며 발바토스에게 달려갔다.


“도망가는 거냐---!!”


그녀는 게이트를 향해 화염구를 날리며 칼을 치켜들었다. 그러나 경계면 형성에 들어간 게이트에 화염구는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남은 건 악마가 저 게이트를 통과하기 전에, 반으로 갈라놓는 것 뿐. 발바토스도 위기를 깨달았는지 몸을 움직였다. 덜덜 떨리는 악마의 몸이 서서히 위치를 달리했다. 자칫 놓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지애림이 초조해졌다. 찰나의 시간이 길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이미 게이트는 경계면 형성을 끝내고 전송 준비를 마쳤다. 발바토스가 왼손을 들었다가 아래로 내리쳤다. 토연이 치솟으며 시야가 엉망이 되었다. 하지만 지애림은 멈추지 않았다. 피 묻은 양손으로 칼을 꽉 쥔 채, 칼끝은 정확히 발바토스의 심장을 향했다.


“죽어---!!”


악마가 게이트에 몸을 날렸다. 지애림의 칼이 발바토스의 하복부에 닿았다. 칼날이 약화된 악마의 신체를 파고들었다. 손에 감각을 느낀 그녀가 그대로 칼을 휘둘렀다. 회전하는 칼날의 궤적을 따라 핏자국이 붓놀림처럼 생겨났다. 그리고 동시에 전송을 끝낸 게이트가 경계면을 닫았다. 마지막 폭발이 일어났다.


* * * *


악마 「발바토스」가 게이트를 통해 달아나고 약 3시간 후, 1988년 4월 14일 목요일 03시 25분.

서울 모처(某處), 국가안전기획부 「제9국」 HQ 건물 앞 주차장.


작가의말

읽어주시는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언제나 행복하세요.

From PlasmaKN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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