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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공간 지도 제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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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플폴풀
작품등록일 :
2023.08.07 15:17
최근연재일 :
2024.08.07 20:00
연재수 :
195 회
조회수 :
18,146
추천수 :
333
글자수 :
1,020,566

작성
23.10.09 18:05
조회
75
추천
2
글자
12쪽

용오름 (2)

DUMMY

전신을 휘감은 불꽃, 그것의 근원지는 남자의 손과 발이었다.


허우진을 습격한 붉은 로브의 남자, 이준성.

그가 지닌 고유 스킬인 도화선의 효과였다.


손과 발끝에서 일으킨 불꽃이 심장, 마력이 모이는 코어에 닿으면 폭발물을 만들어내는 스킬.

마력을 이용해 도화선이 타는 속도를 조절함에 따라 위력이 천차만별로 달라지는 스킬이었다.


이것은 길잡이에서 일어난 폭발을.

그리고 허우진의 발밑에서 일어난 폭발을 일으킨 스킬이기도 했다.


“하하하!”


저 능력만 해도 유용하게 쓰일 수 있으나 그것으로 끝은 아니었다.

그가 손과 발에 두른 불꽃은 도화선의 용도 외에도 사용 가능했으니 말이다.


화르르륵!


그의 손을 타고 늘어난 불꽃이 채찍이 되어 허우진을 노렸다.

그리고.


콰앙!


무언가와 맞닿을 때마다 폭발을 일으켰다.


채찍이 휘둘러질 때마다 일어나는 폭발.

도화선의 능력이었다.


그가 만든 폭발 물질이 그의 손을 타고 빠져나와, 불의 채찍을 타고 허우진을 노렸다.


콰아앙!


물론 허우진이 밟았던 지뢰보다 못한 위력이었다.

도화선의 능력은 저 불길이 심장에 닿는 속도가 느릴수록 강해지는 구조였으니 말이다.


지금은 속도를 최대로 올려 빠르게 폭발을 만들어내는 상황.

위력은 떨어진다.

하지만 양은 많았다.

만드는 속도가 빨랐으니 말이다.


콰앙! 콰앙!


그의 발에 있는 불꽃이 손의 채찍이 휘둘러지는 사이 심장까지 도달.

그리고 새로 만들어지는 것을 반복.

그것을 통해 계속해서 쏟아지는 폭발.


허우진의 주변이 불길과 연기로 가득 들어찼다.


“뭐야, 이게 전부냐!”


이준성이 소리치며 채찍을 계속해서 휘둘렀다.


“이런 게 ‘보랏빛 사신’이냔 말이다!”


허우진이 자욱한 폭연 속에서 이준성을 바라보았다.

그의 평온한 표정은 그에게 아무런 충격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듯했다.

그리고 그것은 실제로 그러했다.


몸 주위로 폭발에 위력에 맞춰 만들어내는 작은 마력의 벽.

그것이 순환하며 공격을 모조리 막아내고 있기 때문이었다.


‘B급 정도인가. 꽤 숙달된 스킬 사용법. 하지만 전선에서는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능력.’


콰앙!


그렇다고 정부 측에서 본 것도 아니다.

더군다나 정부 측이 길잡이를 습격할 일은 없다.


‘경계가 더욱 올라간 이 시점에서 설칠 겁 없는 범죄자도 없을 테니.’


그렇다면 남는 것은 단 하나.


“백화로군.”


그의 왼쪽 눈동자, 보랏빛 눈동자가 환하게 타올랐다.

그러자 그것을 통해 무언가 보이기 시작했다.


보라색 빛으로 이루어진 길.

그것은 그가 베어내고자 하는 것을 단번에 베어낼 수 있는 길.

‘절단의 길’이었다.


허우진이 단도를 움켜쥐었다.

그리고 마력을 불어넣었다.

그러자 평소의 푸른 칼날이 아닌 보랏빛 칼날이 자라났다.

그것은 순식간에 덩치를 부풀려 어느새 단도를 넘어 장검의 길이가 되었다.


이어 그는 폭발을 뚫고 발을 딛었다.

그리고 단도를 치켜세웠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단도가 어딘가에 끌려가듯 움직였다.


그것은 저 보랏빛 길을 따라가는 것이었다.

그것이 이 스킬이 지닌 능력이었으니 말이다.


절단의 길.

그것은 눈동자로 그 길을 보고 마력을 통해 그 길을 베어낸다.

그리고 그것은 반드시 베어진다.


그가 리터너 시절 보랏빛 사신이라는 이명을 가지게 된 이유였다.

그가 보랏빛 섬광을 내비치면 반드시 무언가의 생명이 끊어지니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그는 이제 더 이상 보랏빛 사신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그는 이제 리터너가 아니었으니 말이다.


“만약.”


허우진이 바닥을 박찼다.


“단 한 명이라도 다치거나 죽었다면.”


그러자 보랏빛 칼날이 기다렸다는 듯이 움직였다.


“너는 죽여 달라고 빌게 될 거다.”


그것은 이준성의 몸을 타고 그려진 보랏빛 길을 따라 내달렸다.


서걱! 서걱! 서걱!


“크아아아악-!!”


양팔과 양다리.

그것이 순식간에 토막이 나며 허공에 휘날렸다.


막을 수조차 없었다.

공격을 인지하고 방어 스킬을 펼쳤거늘 그것은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저 보랏빛 칼날은 그 모든 것을 뚫고 들어와 그의 사지를 앗아갔다.


“사, 사신······.”


이준성이 격통을 느끼며 자신의 위를 점한 허우진을 바라보았다.

그의 그림자로 인해 가려진 얼굴에서 단 하나의 보랏빛 눈동자만이 밝게 빛나고 있었다.


“지금 죽이진 않을 거다.”


허우진이 눈을 깜빡였다.

그러자 그의 보랏빛 눈동자가 빛을 잃으며 새하얗게 변했다.

그리고 그는 기다렸다는 듯 곧바로 주먹을 내질렀다.

주먹이 이준성의 명치에 처박히며 그를 바닥에 내리꽂아 주었다.


“크하악······!”


충격을 이겨내지 못한 이준성이 그대로 의식을 잃었다.

그러자 허우진이 불길을 일으켜 그의 사지의 출혈을 봉한 후, 염동력으로 그를 집어 들었다.

이어 아직도 폭연이 솟구치고 있는 길잡이를 향해 몸을 날렸다.



***



허우진이 최현민에게 추적을 부탁하고 떠난 이후.

그는 곧바로 정확한 스킬의 내용과 그것을 건 주인을 찾는 중이었다.


“어때요?”


카운터에 앉아서 신문을 보던 주은서가 물었다.

그러자 최현민의 곁에 나란히 앉아있던 이서준 역시 그를 바라보았다.


“으, 응? 아, 무, 무슨 스킬인 지는 알았어. 처, 처음에는 염탐인 줄 알았는데 조금 달라. 마력의 파장으로 내부에 일어나는 마력 변화를 측정하는 스, 스킬이야. 네, 네 스킬이 사라진 것을 알고 온 것도 그 이유일 거야. 아무래도 네 스킬을 염두에 두고 만든 것 같아.”

“흐음. 추적은요?”

“거, 거의 다 됐어.”


최현민이 다시 눈을 감고 마력에 집중했다.

그리고 그가 이 스킬을 건 이를 찾는 순간이었다.


“차, 찾았다!”


콰아아앙-!!


거대한 충격이 길잡이를 뒤흔들었다.


“무, 무슨······!”


당황한 길잡이의 이들이 각자 창밖과 천장들을 살폈다.

보안 스킬이 걸려있기에 다행히 건물이 무너지지는 않았다.


“보, 보안 스킬이 모조리 깨졌어.”


하지만 다음번 공격은 막을 수 없을 것이다.

그 말을 듣자마자 주은서는 마력을 일으켰다.

그리고 황금빛 구를 만들어 길잡이를 감쌌다.


콰아아아앙-!!


그것과 동시에 일어난 일이었다.

다시금 거대한 폭발이 일었다.

이전의 것과 비교도 되지 않는 크기의 폭발이었다.


‘조금만 늦었더라면······.’


주은서가 배제 구역 바깥에 일어난 불길을 바라보았다.

이 일대가 모조리 날아가고도 남을 만한 위력이었다.


“가, 갑자기 이게 무슨 일이야······?!”


최현민이 허겁지겁 이서준을 끌어안았다.

주은서는 그 모습을 잠시 바라보다가 인벤토리에 손을 집어넣었다.


“글쎄요.”


그리고는 과거 김윤이 주었던 단도를 꺼내 들었다.


“현민 오빠 이 폭발의 범위를 확인할 수 있겠어요?”

“어, 으응······!”


최현민이 곧장 마력을 일으킨 후 사방으로 퍼트렸다.

그것은 배제 구역을 뚫고 나가 주변을 집어삼킨 불길을 뚫고, 사방으로 퍼졌다.


“가게를 중심으로 퍼져있는 건 알겠는데······.”


그 이상은 측정이 불가능했다.

너무도 많은 양의 마력이 일대를 둘러싸고 있었으니 말이다.


“아무래도 우리를 없애려고 그러나 보네요.”

“어, 어떡하지······?”

“애 앞에서 어른이 그러면 어째요.”


주은서가 단도를 강하게 움켜쥐었다.


“일단 다른 사람들이 올 때까지 최대한 버텨봐야죠.”


거대한 폭발 이후 쏟아지는 공격은 모조리 자잘한 것이었다.


‘내 능력을 파악하고 있는 건가?’


그녀의 능력은 그 어떠한 공격이든 같은 값을 소모하며 막아내는 형식.

그렇기에 거대한 폭발보다는 이러한 방식이 효과적이었다.


“그러고보니 이곳에 걸려있던 스킬이 마력의 변화를 감지한다고 했죠?”

“응······.”


그렇다면 충분히 일리가 있는 이야기였다.

그들이 그녀의 스킬을 알게 되었다는 것으로 말이다.


‘그간 사장님이 계속해서 탈출하려고 결계를 건드렸으니까.’


그것을 통해 놈들은 그녀의 스킬을 파악한 것일 것이다.


계속해서 쉬지 않고 쏟아지는 자잘한 공격들.

그녀의 마력이 빠르게 줄어들기 시작했다.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으려나. 10분? 20분?’


아니, 그 전에 스킬을 풀어야 할지도 모른다.

그래야 놈들과 맞서 싸울 마력은 확보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하필 전투 특화 직원이 아무도 없을 때······.’


주은서가 이서준과 최현민을 바라보았다.

두 명 모두 전투에 적합하지 못하다.


이서준은 어린아이에 리터너조차 되지 못하는 마력.

최현민은 마력은 있으나 겁이 많고 전투에 특화되지 않은 스킬들.


지금 이곳에서 제대로 싸울 수 있는 것은 그녀 말고는 존재하지 않았다.


‘나도 싸우는 건 싫단 말이야.’


그녀가 단도를 강하게 움켜쥐었다.

싸움이 두려웠다.

정확히는 죽음이 두려웠다.

B랭크의 마력을 지니고, 이러한 유용한 스킬을 지니고도 리터너가 되지 않은 이유였다.


그녀는 살아남은 이들의 대부분이 그러했듯 죽음을 바로 앞에서 목격했으니 말이다.


하늘에서 떨어진 섬광에 의해 사라진 하반신.

힘겹게 내뱉는 숨과 말.

그리고 점점 식어가는 몸.

끝내는 눈조차 감지 못한 최후.


그녀는 그렇게 되고 싶지 않았다.

살고 싶었다.

그렇기에 리터너라는, 죽음으로 뛰어드는 짓을 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의 세상은 그것을 용서치 않았다.

나약한 이들이 강인한 이들을 죽음으로 떠밀었다.

모두를 위한 것이라며 입 모아 말하면서.


너희가 희생하지 않으면 우리가 죽어.

우리를 죽게 둘 거야?

아니, 인류가 사라지게 둘 거야?

세상은 재건할 수 있어.


힘이 있는 너희가 죽음으로 달려든다면.


그 태도에 역겨움을 느꼈다.

지구를 가득 채운 괴물들에게 죽음의 공포를 느꼈다.

그랬기에 그녀는 도망쳤다.


수많은 모욕이 그녀를 향했다.

하지만 그것은 얼마 가지 못했다.

김윤이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그는 모든 이들이 받아야 하는 욕을 홀로 받아냈으며, 그녀를 거두어 주었다.

그 어디에서도 받아주지 않던 그녀를 말이다.

때문에 그녀는 길잡이에 있었다.


모두가 김윤을 욕하느라 세상이 그녀를 잊었음에도, 다시 돌아갈 수 있음에도 그녀는 돌아가지 않았다.

그의 뜻을 알고 있기에, 그의 마음을 알고 있기에.

이 길잡이가 존재하는 이유를 알고 있기에.

그가 자진해서 비난을 받는 이유를 알고 있기에.


주은서가 무언가를 다짐한 듯 발걸음을 옮겼다.


“으, 은서야?”

“여기 있어요.”


그리고는 잠시 방 안에 들어갔다 나온 그녀.

들어가기 전과는 복장이 달라져 있었다.

최현민은 그 복장의 의미를 알고 있었다.


그녀가 비밀 지도의 의뢰를 나설 때 입는 복장.

평범한 로브 차림의 복장.

그녀는 배제 구역 바깥으로 빠져나갈 생각이었다.

저들과 맞설 생각이었다.


“나, 나갈 거야······?”

“안 그러면 결국 다 죽어요.”


주은서가 김윤이 준 단도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애써 지은 가게를 또 날릴 수는 없잖아요?”

“하, 하지만······.”

“서준이나 지켜주고 있어요.”


주은서가 미소를 지었다.

늘 무표정한 그녀였기에 평소에 보기 힘든 그러한 미소였다.


“사장님이나 우진이 오빠가 오기 전까지 최대한 수는 줄여둘 테니까.”


그녀가 단도를 꼬나쥐며 길잡이의 정문으로 나섰다.


그간 열심히 숨었다.

마치 아가 새라도 된 것처럼, 길잡이라는 둥지에 숨었다.

그리고 지켜보았다.


자신을 지켜주는 사람의 등을 말이다.

늘 상처가 가득한 그러한 등.

이제는 그것을 보듬어줄 시간이었다.


아니, 지켜줄 시간이었다.

그러니 이제는 둥지에서 벗어날 때였다.

용기라는 것을 보여볼 때였다.


그녀의 푸른 눈동자가 밝게 타올랐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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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길을 만드는 자 (7) 23.11.23 57 2 12쪽
70 길을 만드는 자 (6) 23.11.21 58 2 12쪽
69 길을 만드는 자 (5) 23.11.20 61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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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새 지도 (9) 23.11.10 63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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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새 지도 (5) 23.11.06 64 2 12쪽
59 새 지도 (4) 23.11.03 63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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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바깥 (3) 23.10.25 72 2 12쪽
52 바깥 (2) 23.10.24 64 2 11쪽
51 바깥 (1) 23.10.23 65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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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용오름 (6) 23.10.13 69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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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용오름 (4) 23.10.11 75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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