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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공간 지도 제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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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플폴풀
작품등록일 :
2023.08.07 15:17
최근연재일 :
2024.08.07 20:00
연재수 :
19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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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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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020,5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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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15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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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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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길을 만드는 자 (3)

DUMMY

마치 동굴을 연상시키는 내부를 지닌 아름의 시청.

붉은 망토가 인상적인 한 사내가 그곳에 들어섰다.


피부 곳곳에 자라난 붉은 비늘과 황금빛으로 물든 뱀과 같은 눈동자.

그것이 뜻하는 바는 단 하나, 그가 적룡의 기사단이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시청에 들어선 그의 모습이 어딘가 심상치 않았다.

부상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과도하게 겁에 질려있는 것이었다.


이 도시의 실질적인 지배자 자리에 있는 적룡의 기사단.

그런데 그런 그가 크게 겁을 먹고 있던 것이었다.

이유는 하나였다.


지금 그가 향하고 있는 곳.

그곳이 그에게 공포를 선사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곳은 바로 이 시청의 주인이 된 자가 있는 곳이었다.


용의 요람이라고도 불리는 곳.

시청의 한쪽을 통째로 이어 거대한 동굴 형태로 만든 곳이었다.


그곳에서 박건영은 업무를 하는 것은 물론 생활을 이어나갔다.

마치 전설 용이 그러하듯, 스스로가 진짜 용이라도 된 것처럼 말이다.


끼이익!


기사단원이 화려하며 거대한 문을 밀어 열었다.

그러자 나타나는 내부의 정경을 맞이하며 그곳에 들어섰다.


그는 이곳에 오고 싶지 않았다.

보통의 보고 체계라면 그는 이곳에 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가 들고 온 보고의 내용, 그것은 반드시 이곳에 보고해야 하는 건이었다.


‘빌어먹을, 빌어먹을······.’


더군다나 그가 가져온 소식은 희소식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러한 소식을 가지고 이곳에 들어섰던 이들 중 살아온 이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그가 이렇게까지 공포에 질려있는 것이었다.


“무슨 일인가?”


그가 요람 내부로 완전히 들어섰다.

그러자 중앙에 있는 거대한 책상에 앉아있던 박건영이 입을 열었다.


“저··· 리, 리터너에 대한 보고가 있어서······.”

“음, 그렇군.”


박건영이 들고 있던 펜을 내려둔 채 기사단원을 바라보았다.

노랗게 물든 그의 눈동자가 그를 직시했다.


마력을 내뿜은 건 아니었다.

그저 바라만 보았을 뿐.

그런데 거대한 중압감이 그를 짓눌렀다.


“드디어 지하의 버러지들을 잡은 겐가?”

“그, 그것이······.”


기사단원이 고개를 푹 숙였다.


“오히려 당했습니다······. 지상에 남아있던 리터너를 처리하려고 했는데··· 그들이 나타나 방해를······.”

“그런가. 몇이나 죽었지?”

“······적룡의 기사단 다섯이 죽었습니다.”

“다섯이라······.”


박건영이 두 손을 깍지 끼며 책상 위로 올렸다.


“그 피해를 받고 단 하나도 잡지 못했다는 것은 아니겠지?”

“그, 그것이······.”


그를 향한 중압감이 더욱 거세지기 시작했다.

중압감만이 아니었다.

몸 안쪽에서 조이는 듯한 감각.

마치 내장이 뒤틀리는 것만 같았다.


“크, 커허어억······!”


기사단원은 바닥에 몸을 웅크리며 배를 붙잡았다.

그러나 그 통증의 원인은 몸 내부 잡히지도 않을뿐더러, 통증이 다스려지지 않았다.


“카하악······!”


통증이 점점 심해지며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자, 자, 자비를······.”


그의 손이 박건영을 향해 뻗어졌다.


“네놈을 대체할 인재는 얼마든지 있다.”


퍼엉!


박건영이 말을 끝마치기 무섭게 일어난 일이었다.

굉음과 함께 사방으로 쏟아지는 붉은 비.

그것은 방금까지 기사단원이었던 자였다.


그의 살점과 피가 비가 되어 쏟아지고 있는 것이었다.


“쯧.”


박건영은 그 광경을 바라보며 혀를 찼다.

그리고는 손을 휘젓자 거짓말처럼 쏟아지던 비가 사라졌다.

모조리 그의 오른손에 구 형태로 모여든 것이었다.


그는 그것을 흘끔 바라보다 입김을 불었다.

붉은 기운이 서린 입김이 구체가 닿자, 그것은 마치 썩어가듯이 검게 물들며 사라졌다.


이어 그는 기분이 나쁘다는 듯이 손을 탈탈 턴 후, 책상에 있는 푸른 구를 하나 집어 들었다.

마력 통신구였다.


그는 마력이 없기에 그것을 직접 사용할 수 없어 책상 서랍에서 코어를 하나 꺼내 들었다.

통신구를 그것에 올리자 마력을 흡수하며 반응하기 시작했다.


“나일세.”

“······오랜만이시군요. 아니, 그렇게 오랜만도 아닌가?”

“내가 왜 연락했는지는 알겠지? 백민호.”


마력 통신구가 연결한 대상, 그것은 다름 아닌 백화의 백민호였다.

무엇을 원하는지는 모르나 그와 협력해 이 도시를 집어삼킨 이.

그리고 그와 한가지 계약을 한 사이이기도 했다.


“지하에 있는 이들을 잡는다고 하지 않았나?”

“지하의 그들을 잡는다라······. 하하, 확실히 그런 약속을 했죠. 그런데 말이죠.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랄까. 우리가 무엇을 해드렸는지 생각해 보시죠.”


통신구 너머 목소리, 백민호의 목소리가 잠시 끊어졌다 다시금 이어졌다.


“우선, 용인이 되는 것을 도와드렸죠. 재료의 확보는 물론, 제작 과정까지. 이것만 해도 상당한 대가죠.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닙니다. 당신에게 신민우가 건 고유 스킬, 계약의 제거. 본래는 그것으로 인해 도시에 있는 이들을 해치지 못하는 것이었으나, 그것을 가능하게 해 도시를 삼키게 해드렸죠. 이런, 벌써 이것만 해도 대가가 넘치는 게 아닌지?”


통신구 너머에서 웃음소리가 흘러들어왔다.


“자네들의 목숨값치고는 싼 게 아닌가? 그것으로 자네들이 아름에서 살아갈 수 있게 해준 게 아니겠나? 대가는 충분해. 그러니 자네가 원하는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도망친 그들의 싹을 말려야겠지. 그렇지 않으면 나와 척이라도 지겠다는겐가?”

“정보가 우선입니다.”


둘의 목소리가 차갑게 식었다.

양측 모두 양보할 생각이 없다는 뜻이었다.


“아, 물론 우리 측이 노력하고 있지 않다는 뜻은 아니죠. 지하가 워낙 미로 같은 것은 알고 있지 않나요? 그리고 적룡의 기사단은 그곳에서 편히 활동하는 게 불가능하고 말이죠.”

“······그래.”

“큰 정보도 아니지 않습니까. 그저 고유 스킬 중 공간에 간섭하는 종류의 것을 지닌 사람을 찾을 뿐이니까?”


박건영이 잠시 침묵하다 입을 열었다.


“······한 명이라도, 지하에 도망친 이들 중 한 명이라도 제대로 잡아 온다면 곧바로 알려주도록 하지. 그러니 알고 싶다면 잡아 오도록 하게.”


뚝.


그는 그 말을 끝으로 통신을 끊었다.

그것과 동시에.


콰직!


통신구를 강하게 움켜쥐었다.

그러자 그것은 그의 힘을 견디지 못하고 산산조각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후······. 이놈들을 믿는 게 아니었는가.”


그는 부서진 통신구의 파편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 공이 갸륵해 살려주었더니 기어오르다니······. 역시나 범죄자 출신, 버러지에 불과한 게지.”


그는 이내 분노를 가라앉히고는 펜을 붙잡았다.


“더 완벽한 도시를 위해선 결국 박멸해야 할 버러지 말이야.”



***



아름의 지하, 그곳은 하나의 미로나 다름없었다.

그것도 목숨을 걸고 돌아다녀야 하는 미로 말이다.


도시 전체를 잇는 수많은 하수도는 물론 마력이 흐르는 관으로 이루어진 공간.

그것만으로도 복잡한데 빛조차 들지 않는다.

물론 이것만 있다면 이곳은 그저 평범한 미로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곳에는 그것 외의 것이 존재했다.

일정 시간마다 마력을 쏟아내는 특수한 장치들.


일정 주기로 스스로 재생하는 아공간에서 지하 공간을 유지하기 위해 존재하는 물건이었다.

마력으로 이루어진 폭포를 쏟아내 아공간을 깎아내는 장치.

그 위력은 B랭크 마력을 지닌 이조차 버티지 못하는 정도였다.


물론 그러한 위력의 마력 폭포가 매번 쏟아지는 것은 아니었다.

그 위력을 유지하려면 상당한 마력 코어가 소비되는 것을 물론, 그것이 계속 유지된다면 지하에 있는 관이고 수도고 모조리 박살이 났을 테니 말이다.


하루에 두 번.

오전 9시와 오후 9시.

그때가 마력 폭포가 쏟아지는 시간이었다.


“이제 마력 폭포도 끝났겠군요.”


얼굴에 거대한 흉터가 있는 남자, 신민우가 커튼을 슬쩍 걷으며 바깥을 바라보았다.

그 틈으로 보이는 도시의 풍경.

그는 지금 아름에 존재하고 있었다.

물론 그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 그럼 이제 돌아가죠.”


길잡이의 직원이던 최현민과 주은서, 그리고 허우진.

리터너로 활동하던 김지아.

과거 적이었으나 어떠한 이유로 그들과 함께 하고 있는 노호수.

그리고 그들이 구한 이민규가 함께 있었으니 말이다.


신민우가 마력을 눈에 담은 후 건물 내부를 살폈다.

일행이 모두 준비가 됐는지 확인한 것이었다.

그들은 모두 준비가 끝났는지 그의 시선이 닿을 때마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출발하겠습니다.”


신민우가 앞장서 건물을 빠져나왔다.

밤이 찾아와 평소보다 어둡게 물든 아공간의 풍경.


그들은 신속하며 은밀하게 건물들의 틈을 지나쳐 목표한 곳으로 향했다.

지하로 향하는 가장 빠른 길.

하수도로 향하는 맨홀이었다.


신민우는 맨홀로 향하며 염동력을 일으켜 뚜껑을 들어 올렸다.

이후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 어둠 속으로 몸을 던졌다.


“이 더러운 곳으로 들어가라고······?”


모두가 망설임 없이 그곳으로 뛰어들었으나, 오늘 이들에게 합류한 이민규는 아니었다.

그는 인상을 찌푸린 채 맨홀 내부를 바라보았다.


그런 그에게 주은서가 한심한 표정을 지으며 핀잔을 던졌다.


“살고 싶으면 뛰어요.”


그리고는 그녀 역시 맨홀을 향해 몸을 던졌다.


“크윽······.”


주은서마저 뛰어들자 혼자 남게 된 이민규.

그는 주변을 잠시 살피다 결국엔 똑같이 몸을 날렸다.

그러자 신민우의 마력으로 인해 떠올랐던 뚜껑이 도로 닫혔다.


하수도 내부는 어둡기 그지없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마력을 통해 빛을 만들자 길을 찾을 수 있을 정도는 되었다.


이민규가 코를 틀어막고 그들의 모습을 살폈다.


“당신들이 그 리터너들인가?”

“그렇습니다.”


답변은 가장 선두에 있던 신민우가 해주었다.


“그렇군. 지하에서 살고 있다던 게 사실이었나 보네. 그런데 길은 알고 있는 거야? 가면 씻을 순 있는 거고?”

“투덜거리지 마세요. 짜증 나니까.”


그런 그에게 주은서의 사나운 시선이 꽂혔다.


“애초에 그쪽을 구하려고 올라간 것도 아니었으니까요.”

“뭐, 뭣?”

“그냥 우리가 올라간 날에 운이 좋게 눈에 띄었을 뿐이니까, 투덜거리지 말고 목숨 건진 거에나 감사하라고요.”


그녀는 사나운 시선을 거두며 발걸음의 속도를 높였다.

그리고는 최선두로 나아갔다.


후방에는 이제 그와 허우진이 남게 되었다.

그는 잠시 멍한 표정을 짓다가 이내 허우진을 향해 붙었다.

그에게 말을 걸기 위함이었다.


“저기··· 당신, 그 외모 타고 난 건가? 눈 색도 그렇고 말이야.”


그러나 허우진은 그의 질문에 그 어떠한 답도 하지 않았다.

마치 벽을 대고 혼잣말을 내뱉는 것만 같았다.


피식.


그러자 저 앞에서 누군가의 비웃음 소리가 들려왔다.


“크으윽······!”


그는 분하다는 듯 허우진과 떨어진 후 조용히 앞서가는 이들의 뒤를 따랐다.


그렇게 얼마나 더 걸었을까.

그들의 움직임이 멎었다.


‘다 왔나?’


이민규는 고개를 쭉 빼며 선두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의 시선을 눈치챘는지 신민우가 그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이곳이 저희 리터너들이 머무는 곳입니다.”


평범한 벽이었다.

그의 손이 닿기 전까지는 그랬다.

그러나 그의 손이 닿는 순간 그것은.


쿠구구구!


굉음을 흘리며 형태를 바꾸기 시작했다.

벽이 자신의 육중한 몸을 끌며 옆으로 이동했다.

그러자 모습을 드러낸 정경.


그곳은 바로 마력을 품은 리터너들이 머무는 곳, 지하 대피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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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길을 만드는 자 (7) 23.11.23 57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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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길을 만드는 자 (5) 23.11.20 61 2 11쪽
68 길을 만드는 자 (4) 23.11.16 64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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