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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이다

아공간 지도 제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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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플폴풀
작품등록일 :
2023.08.07 15:17
최근연재일 :
2024.08.07 20:00
연재수 :
19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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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60
추천수 :
333
글자수 :
1,020,566

작성
23.11.0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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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추천
2
글자
12쪽

새 지도 (5)

DUMMY

이유진이 한쪽 손으로 자신의 턱을 괴었다.


“포탈이라······.”


그리고 시선을 신혜성에게 옮겼다.

그러자 그가 그녀를 대신해 대답을 해주었다.


“아쉽게도 주변에는 없습니다. 아시다시피 포탈에서 적이 나왔었기에 우리는 그 근처에 살지 않습니다. 애초에 그 사건으로 인해 이곳으로 장소를 옮긴 것이기도 하고요.”

“그렇군요.”

“아, 물론 아예 없다는 건 아닙니다. 조금 멀지만 두 군데, 포탈이 존재하긴 합니다.”


이유진이 자리에서 일어나 책상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리고는 그곳에서 지도를 한 장 꺼내 신혜성에게 건넸다.

과거 서울의 모습이 담긴 지도였다.


“현재 캠프가 있는 위치가 이쪽입니다. 역삼동과 도곡동 사이.”


그가 지도를 펼치고 손가락으로 위치를 가리켰다.


“그리고 포탈의 위치는······.”


그의 손가락이 지도를 빠르게 훑으며 한 곳을 가리켰다.


“방배역 부근입니다.”


그 위치를 보자 김윤은 얼어붙었다.

그곳은 그가 아주 잘 아는 곳이었다.

그야 멸망의 날, 그가 있었던 곳이니 말이다.


그날의 기억이 떠올랐다.

금방이라도 찢어져 나갈 것 같은 폐.

사방에 떨어지는 푸른 섬광과 그것으로 인해 뒤흔들리는 땅.


그것으로 인해 일대가 사라져버린 방배역 일대.

그 장소에서 피어오르는 무언가가 타오르는 냄새.

그곳에서 보았던 잊지 못할 사람들의 표정들.

그리고 포탈을 완전히 넘어오지 못해 잘려나간 팔.


“우욱······.”


그것을 떠올리자 어지럼증이 일어났다.

구역질이 치밀었다.


김윤이 비틀거리며 헛구역질을 했다.


“괜찮으십니까?! 역시 아까 전투의 후유증이?”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김윤이 손을 들어 올렸다.


“······마저 설명해주세요.”


지구에 떨어지고 나서 마주하게 되는 포탈이 그날의 그 장소에 있는 포탈.

이것은 어찌 보면 폭탄일지도 모른다.

그의 트라우마를 자극해 일대를 다시금 소멸시킬지도 모르는 폭탄 말이다.


하지만 오히려 기회일 수도 있었다.

확실하게 자신의 트라우마를 이겨낼 그러한 기회 말이다.


그 장소라면 그의 트라우마를 완벽하게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확실히 끝을 맺을 수 있을지 몰랐다.


‘하지만······.’


생각처럼 쉽게 풀릴 리는 없다.

그는 알고 있었다.


애초에 쉽게 떨쳐낼 수 있었다면 마력초 공장 때 이미 이겨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장갑 또한 필요치 않았을 것이다.

포탈도 탈 수 있을 것이다.

그는 이미 지구로 향해 부모의 흔적을, 형의 흔적을 찾고 있었을 것이다.


“알겠습니다. 우선 이곳에 가장 큰 문제는 마석 던전입니다.”“마석 던전이요? 그건 최초의 마석이 있는 곳에만 있는 게 아닌가요?”


최초의 마석, 마석 대재해를 일으켰던 마석들을 뜻하는 것이었다.

어느 날 갑자기 지구에 모습을 드러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막대한 마력을 내뿜은 그것들.

그날 이후 그것들은 모조리 마석 던전이라는 형태로 변했다.


신혜성이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마석 대재해때 그들이 일대를 소멸시킬 정도로 마력을 쏘아낸 곳에서 며칠 후, 새 마석이 자라났습니다. 그리고 그것들 역시 마석 던전의 형태로 변화하게 되었죠.”


신혜성이 자신의 인벤토리에 손을 집어넣었다.

허공을 파고든 그의 손이 이내 무언가를 꺼내 들어 김윤에게 건넸다.

금빛으로 빛나는 비늘이었다.


“이건?”

“오늘 웨이브에도 있었던, 리자드들의 비늘입니다. 사용하기 좋은 재료라 캠프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는 물건이죠. 그리고 이들이 그 마석 던전에서 나온 몬스터들입니다.”

“즉, 그들의 소굴로 향해야 한다는 이야기군요.”

“그렇습니다.”


그들의 대화를 가만히 듣고 있던 이유진이 입을 열었다.


“가장 가까운 곳이 그곳이긴 하지만 딱히 추천을 드리고 싶진 않네요. 오늘 웨이브에서 보셨던 몬스터들은 말단에 가깝거든요.”

“맞습니다. 얼추 어린아이 정도의 지능을 지니고 있는 골드 리자드맨, 앞다리에 추가로 달린 두 개의 낫이 위협적인 데스 리자드. 모두 위협적이나 선발대에 불과하죠. 방배역 일대에는 그보다 더 위협적인 몬스터들이 가득합니다.”

“그리고 그것만 문제인 것도 아니에요. 이 지도가 이제는 큰 도움이 안 된다는 것도 문제죠.”


이유진이 다가와 지도를 가리켰다.


“리자드맨이 지능이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죠? 그리고 이 역으로 갈수록 그게 더 높아진다는 것도요.”

“네.”

“일대의 지형이 변했어요. 놈들이 이곳에 건축물을 세운 거죠.”

“던전 내부가 아닌데도요?”

“그렇기에 그래요.”


던전 내부는 애초에 그들의 것.

그렇기에 그들을 위한 땅으로 이루어져 있는 곳이었다.


“그들의 삶의 터전인 던전이 근처에 있고, 그걸 위협하는 존재 또한 근처에 있으니 그걸 지키려고 세운 것 같아요.”

“리터너인가······.”

“아마 그럴 거예요. 그런 힘을 가진 이들을 고작 인간 사냥에만 쓰진 않겠죠.”

“그렇군요. 그럼 다른 하나는 어디에 있죠?”


김윤의 질문에 신혜성이 지도에 다시금 손가락을 올렸다.


“다른 하나는 이쪽입니다. 판교. 확실히 더 멀지만 앞선 루트보단 안전한 길이죠. 이 방향으로 가는 길에는 마석 던전이 없습니다.”

“우리가 당신을 도울 때도 이곳으로 갈 생각이었어요. 병력 손실을 최대한 줄이고 진입할 수 있을 테니까요.”

“여하튼 포탈의 위치는 이렇습니다.”


신혜성이 다시금 지도를 돌돌 말았다.


“그런데 포탈은 왜 찾으시죠? 아직은 때가 아닌 게······?”“지금 향할 생각은 없어요. 그저 개인적인 사유가 있어서요.”


김윤이 장갑을 낀 손을 움켜쥐었다.


“아무래도 혼자서 그쪽으로 다녀와야 할 것 같네요.”

“혼자서요? 못 들으셨어요? 위험한 곳이라니까요?!”

“하지만······가봐야 해요.”


아공간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그는 포탈에 접촉해야 했다.

트라우마를 이겨내야지만 그것을 통과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래야만 이들과 함께 아공간으로 향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그러지 않는다면 이들의 목숨만 헛되이 보내겠지. 아니, 애초에 돌아가지도 못할 거야.’


더군다나 그곳이야말로 그의 트라우마를 직접 마주할 수 있는 곳이다.

결국 이겨내야 하는, 마주할 수밖에 없는 일이라면 가장 좋은 위치이자 시기라는 뜻이었다.


그렇기에 다른 이들을 데려갈 수는 없었다.

앞서 말한 대로 그들 역시 휘말릴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그리고 지도도 새로 필요하시잖아요? 제가 이래 봬도 지도 제작자라서요.”


김윤이 품에서 빈 지도를 꺼내 들었다.


“확실히 한동안 이곳에서 살아가며 사냥을 해야 하니 지도가 있으면 좋긴 합니다.”


신혜성이 긍정했다.

그러나 이내 부정의 뜻을 보였다.


“하지만 그 위험한 곳에, 우리의 생활에 변화를 줄지도 모르는 분을 홀로 보낼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맞는 말이에요.”

“하지만.”


신혜성이 미소를 띄웠다.


“제가 함께한다면 또 다를 말이죠.”

“네?”

“하하하, 아무래도 꼭 하셔야 하는 일 같아서 말입니다. 누구에게나 그런 일이 하나쯤은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더군다나 지금 같은 세상에서는 더욱 말이죠.”


김윤이 그를 바라보았다.


“위험한 선택이 될 거예요.”

“알고 있습니다. 애초에 위험한 곳이지 않습니까? 알고 한 선택입니다. 그리고 제게 스킬을 배우기로 하지 않았습니까? 몬스터도 많고 연습하기엔 딱 좋겠군요.”

“나, 나도 데려가!”


옆에서 벌을 서며 그들의 이야기를 듣던 박다민이 벌떡 일어섰다.


“우, 우리 계약은 아직 진행 중이잖아? 응? 흐름이 알고 싶댔지? 내가 그 흐름을 알려줄게! 내가!”

“하아······.”


이유진이 이마를 짚으며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나도 강해지고 싶어. 지금보다 더.”


저 남자를 따라다니면 그것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더군다나 저 남자뿐만 아니라 혜성이 형의 기술을 배울 수 있을지도 몰라.’


김윤의 스킬을, 신혜성의 스킬을 익힌다면 그는 목표에 닿을 수 있을 지도 몰랐다.


이유진이 텐트 안에 있는 이들을 쓱 훑었다.

그 누구도 생각을 꺾을 마음은 없는 것 같았다.


“하아··· 그래요. 하지만 셋으로는 안 돼요.”

“저도 갈게요.”


가만히 있던 최지원이 답했다.

예상치 못한 대답이었기 때문일까, 이유진의 눈이 휘둥그레 커졌다.


“네가······?”

“네.”


처음이었다.

최지원이 직접 자신이 바라는 바를 말하는 것은 말이다.


“······그래, 네가 가면 박다민도 억제되고 확실히 도움이 되겠네. 하지만······.”

“아직 아이들이니 확실히 위험하겠죠. 사냥반에서 한 명 더 차출해서 가겠습니다.”

“······그래요. 출발 일자는 정해지는 대로 전해주세요.”

“알겠습니다.”


이유진의 허락을 받은 그들은 텐트를 빠져나왔다.


“아싸!”


그러자 박다민이 기다렸다는 듯이 환호를 내질렀다.


“그렇게 좋냐? 저 위험한 곳에 뭘 그렇게 나가고 싶어 하는지.”

“저는 강해져야만 하니까요.”


박다민이 주먹을 하늘을 향해 내질렀다.


“반드시.”

“그래, 그래. 그래서 김윤씨. 언제 출발하실 예정입니까?”

“글쎄요. 웨이브 건도 있었고, 혜성씨가 돌아오신 지 얼마 안 되셨으니 최소 나흘은 정비하는 시간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요?”

“아, 제 문제라면 크게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지금 당장 출발해도 되는 컨디션이니 말입니다.”

“그렇군요. 그럼······.”


김윤이 앞서가는 박다민과 뒤따라오는 최지원을 흘끔 바라보았다.


“모레 출발하는 거로 하죠.”

“알겠습니다. 대표님께는 그렇게 전해드리겠습니다.”


신혜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너희도 그렇게 알아둬. 그럼 저는 일이 있어 이만 가보겠습니다. 이틀 뒤에 뵙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신혜성을 먼저 보낸 후, 김윤과 박다민 최지원은 조용히 발걸음을 옮겼다.

한동안 이어지던 침묵, 그것을 깬 것은 박다민이었다.


“아, 그러고 보니까 그쪽 머물 곳을 안 알려줬네. 이쪽으로 오면 돼.”


김윤은 그를 따라 자신이 머물 곳으로 향했다.


“여길 쓰면 돼.”


초라한 외형의 작은 텐트.

그러나 임시로, 그리고 혼자 머물기엔 충분한 크기였다.


“씻는 곳이나 화장실은 저쪽 건물을 쓰면 되고.”


박다민이 위쪽이 소멸이 된 건물을 가리켰다.

그들이 대련했던 곳이었다.


“음··· 아래층은 멀쩡하니까 될 거야.”

“······그래.”


김윤은 잠시 텐트 내부를 살폈다.


‘간이 책상에 침대. 뭐 이 정도면 충분하긴 하지.’


“그럼 출발할 때 보자고.”


박다민이 손을 흔들며 떠나고, 최지원이 허리를 꾸벅 숙이며 인사를 건넸다.

그들이 떠난 후, 김윤은 자신이 무너뜨린 건물로 향해 샤워를 마쳤다.

그리고 이내 텐트로 돌아와 침대에 몸을 맡겼다.

몬스터 웨이브로 인해 쌓인 피로와 소모된 마력을 회복하기 위함이었다.


침대에 눕자 여러 생각이 마구잡이로 떠올랐다.

대부분 아공간에 있을 길잡이의 이들과 자신의 트라우마에 대해서였다.


자신은 그것을 이겨낼 수 있을까.

그는 장갑이 끼워진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천천히 장갑을 벗겨내자 새하얀 손이 드러났다.

장갑이 없어지자 낯선 감각이 손을 휘감았다.

기묘한 감각이었다.


이정도는 이제 가능했다.

장갑을 끼지 않고 있는 상태로 머무는 것 말이다.

하지만 아직 무언가를 만질 수는 없었다.


정확히는 체온 비슷한 온도의 것이 느껴지는 것을 만질 수 없었다.

그날의 그 온도가 떠오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극복해야 할 것이다.


이틀 후, 맞이하고 싶지 않은, 하지만 맞이해야만 하는 날의 아침이 밝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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