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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공간 지도 제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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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플폴풀
작품등록일 :
2023.08.07 15:17
최근연재일 :
2024.08.07 20:00
연재수 :
19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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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29
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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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020,5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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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21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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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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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길을 만드는 자 (6)

DUMMY

섬광 사이에서 주변을 모조리 갈라버리는 검기.

그것은 허우진의 절단의 길을 피해 바위 뒤로 숨은 백민호의 살점을 갈라버렸다.


서걱!


전신에 크고 작은 자상이 가득해진 그.

그 상처를 타고 피가 줄줄 흐르며 바닥으로 쏟아졌다.


“크윽······.”


‘뭐지?’


백민호가 상처 입은 몸을 추스르며 허우진을 바라보았다.


무언가 이상하다.

지금 자신이 상처를 입게 된 상황이 말이다.


그는 미래를 볼 수 있다.

그것이 그의 고유 스킬이니 말이다.


그렇기에 그는 그것을 이용해 분명히 미래를 보았다.

그리고 그곳에는 이러한 미래 따위 존재하지 않았다.


아니, 애초에 비튼 미래였다.

그렇기에 섬광을 뿌리고 암석을 세웠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 다시 보았을 때 지금과 같은 상황이 나오지 않았다.


자신의 목을 노리는 미래에서 바위를 노리는 것으로 만들었고, 그렇게 바뀐 미래를 그는 보았다.


저 스킬은 오직 바위만 베어내고 그쳐야 했다.

그러나 그 이상으로 힘을 발휘해 그를 베어냈다.


지금 또다시 그 미래가 바뀌어 나타난 것이었다.


물론 이번엔 그가 다시 바꾼 것은 아니다.

미래를 보는 이가 자신에게 손해가 되는 미래로 바꿀 리가 없으니 말이다.


저곳에 있는 허우진이 바꾼 것이었다.

미래를 보는 그가 아니라 미래를 보지 못하는 저 평범한 이가 말이다.


‘어떻게?’


지금껏 단 한 번도 없었던 일이다.

그가 바꾼 미래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 바뀌는 지금 이 사태가.

그가 보았던 미래와 다른 일이 펼쳐지는 이 사태가.


‘저놈이 길을 만드는 자 중 하나라는 건가?’


아니, 그럴 리는 없다.

그의 고유 스킬만 보아도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대체 이유가 무엇인가.


“······주어진 길을 비트는 건 내 일인데 말이지.”


백민호가 피로 물든 주먹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동시에 그의 전신에서 마력이 폭발적으로 쏟아져 나왔다.

평범한 발현이었으나 그 마력이 얼마나 짙은지 주변에 폭풍이 일 정도였다.


“······그러고 보니 둘 다 길을 만드는 자와 장시간 접촉하고 있었네. 그 때문인가?”


그의 전신에 난 상처가 천천히 아물기 시작했다.

과거 섬광에서 임재현이 보였던 것과 같은 현상이었다.

넘쳐나는 마력을 이용해 신체 능력, 그중에서 자연 치유를 급상승시킨 그.

뚝뚝 흐르던 피가 멎고, 갈라진 살갗이 서로를 찾아 달라붙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놈은 각성조차 못 했는데 말이야······. 아니면 지금 각성하기라도 한 건가?”


상처가 아문 그는 순식간에 모습을 감추었다.

도망친 것은 아니었다.

그는 이곳에서 압도적인 강자.

도망칠 이유는 없다.

더군다나 그에겐 해소해야 할 의문이 생겼다.


회오리치는 폭풍을 휘감은 주먹이 허우진의 교차한 두 팔과 충돌했다.


“크윽······!”


팔 위로 겹겹이 펼친 실드가 모조리 깨지고 그의 팔을 파고드는 폭풍.

허우진은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뒤로 물러나며 한쪽 팔을 당겼다.

한쪽 팔이라도 살리기 위한 선택이었다.

그 결과.


콰드드득!


그의 왼쪽 팔만 넝마가 되는 것으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각성했다 한들 비트는 자는 나잖아. 미래를 바꾸는 건 나란 말이지······?”


여전히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주먹을 뻗는 그.

그는 지금 허우진에게 집중조차 하고 있지 않았다.

전력이 아니라는 뜻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보이는 확연한 힘의 차이.


‘둘로는 부족했나?’


신민우가 힘겹게 몸을 일으켜 벽에 기댔다.

내부가 엉망진창으로 망가져 숨쉬기조차 버거운 상태였다.


허우진 역시 마찬가지.


“후욱, 후욱.”


복부에 주먹을 맞았을 때 갈비뼈 세 개가 박살이 났다.

그리고 방금의 공격으로 인해 왼팔마저 망가진 상황.


반면 백민호는 너무도 멀쩡했다.

그나마 입힌 상처마저 모조리 회복한 그.


승산이 보이지 않았다.


‘여기서 둘 다 죽을 수는 없다.’


허우진과 신민우, 둘은 귀중한 A랭크의 전력.

이곳에서 A랭크를 둘이나 잃는 것은 큰 손실이었다.

그러니 더욱 전력이 되는 이를 살린다.


‘그러니 나는 관심을 끌고 도망칠 시간을 번다.’


신민우가 마력을 일으켰다.

그리고 스킬을 발동했다.


그의 고유 스킬, 계약.

그것이 허우진을 향해 날아갔다.

그러자 그의 머릿속을 파고드는 계약의 내용.


승인할 필요는 없다.

그저 전달을 위한 것이었으니 말이다.


『대피소로 합류한다.』


짧은 문장이었다.

그렇기에 더더욱 그것이 내포한 뜻은 확실했다.

자신이 목숨을 바치겠다.


“백민호!”


신민우가 소리치며 바람의 포탄을 쏘아냈다.

백민호의 주먹 한 방에 파괴되어 흩어지는 스킬.


상관없다.

애초에 시선을 빼앗기 위한 것이었으니 말이다.

지금 뱉을 한 문장을 위해서.


“길을, 만드는··· 자를 찾고 있나? 그거라면 내가 좀 아는데 말이지.”

“뭐?”


그의 시선을 완벽하게 빼앗기 위한 발언.

이 내용이라면 그에게서 시선을 완전히 빼앗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의 생각은 딱 맞아떨어졌다.


“그중 한 명이 누구인지도 말이야.”


순간 얼어붙은 백민호의 모습.

그러나 그것은 아주 잠시였다.

이내 마력을 쏟아내며 위압감을 내뿜어 신민우를 짓누르는 그.


“······네가 어떻게 알지?”


거센 마력의 압박에 신민우의 무릎이 바닥에 처박혔다.

마치 중력이 몇 배는 늘어난 듯한 압박이었다.


“정부도 알고 있나?”


백민호가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그와 신민우의 거리가 점차 가까워졌다.


신민우는 여전히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

그는 힘겹게 눈을 굴렸다.

허우진이 도망쳤는지 확인하는 것이었다.


‘갔군.’


다행히도 그는 그가 미리 전달한 대로 자리를 뜬 상태.


“알고 있을 리가.”


신민우가 씨익 웃었다.


“네가 스스로 말하고 힌트를 던져줬잖아. 네가 말한 길을 만드는 자. 그리고 나와 허우진 리터너의 연결고리. 그걸 찾고 있나 봐? 그런데 어쩌나?”


그리고 힘겹게 몸을 일으키며 무기를 움켜쥐었다.


“사실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데.”

“하하하하, 그렇군. 그래.”


백민호가 웃음을 터트리며 몸을 젖혔다.


“그래. 알 리가 없지. 아니, 알면 안 되지.”


그러나 이내 정색하며 짙은 살기를 내뿜었다.


“하지만 나를 속인 대가는 치러야겠어, 친구. 내 말을 들었다니 다른 말도 들었겠네. 정으로 봐주는 건 이제 끝났다는 거 말이야.”


푸른 마력의 폭풍이 신민우를 휘감았다.




***



포탈처럼 생긴 마석 던전의 입구인 포탈을 통과하자 김윤을 감싸 안는 눈부신 빛.

던전 내부로 들어온 것이었다.


그는 천천히 눈을 깜빡이며 빛에 적응, 주변을 살폈다.

온통 바위로 이루어진 일대에 뜨거운 햇살이 쏟아지고 있었다.


‘정말로 별개의 공간으로 존재하는 곳이었군.’


마석 던전.

마석 대재해를 일으킨 마석들이 그날 이후 모습을 바꿔 이루어진 던전.

한마디로 몬스터가 살아가는 보금자리와 같은 곳이었다.


그 내부는 마치 아공간처럼 별개의 공간으로 이루어진 곳.

최초로 공략을 시도한 생명의 둥지 마석 던전.

최초로 공략에 성공한 숲의 바다 마석 던전.


둘 역시 지금 이곳처럼 아예 별개의 공간으로서 존재했다.

지구는 물론 아공간에서 본 적 없던 색다른 공간으로서 말이다.


“이, 쪽이다.”


주변을 둘러보고 있는 김윤의 곁에 리자드맨이 다가왔다.

이어 손가락을 뻗어 방향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거대한 바위로 만들어진 성과 같은 것이 있었다.


‘저기가 보스룸인가.’


리자드맨이 칭하는 왕이라는 존재.

그것은 필시 마석 던전의 주인인 보스 몬스터를 뜻하는 것이다.

마석 던전에서 왕이라 불릴만한 존재는 그들밖에 없으니 말이다.


각 마석 던전에 단 한 개체만 존재하는 평범한 몬스터를 뛰어넘는 힘을 가진 존재.

그들을 죽이면 마석 던전은 클리어되며 무너진다.

몬스터가 더는 지구로 쏟아지지 않게 되는 것이었다.


그런데 아무리 그러한 존재라 한들 지금까지 소통이 가능한 적은 없었다.


‘지금까지 인간형 몬스터가 없었기 때문인가?’


김윤은 자신의 앞을 걸어가는 리자드맨을 바라보았다.

인간과 닮은 형태의 리자드맨.

저것이라면 인간형이라고 취급할 수 있지 않을까.


여러 생각을 하다 보니 어느덧 리자드맨이 가리켰던 거대한 바위 성 앞에 도착했다.

가까이에서 보니 더욱 거대한 바위의 성이었다.

마치 산 그 자체를 깎아 성으로 만든 듯했다.


김윤은 고개를 들어 입구에 있는 거대한 문을 바라보았다.

마치 거인이 사는 곳에 있을 법한 문이었다.


그는 리자드맨이 문을 여는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다 잇따라 내부로 들어섰다.


내부는 광활하기 그지없었다.

건물의 내부임에도 말이다.


저 높은 천장은 건물의 4층은 족히 되어 보였고, 반대쪽 벽까지의 거리는 평범한 학교에 있는 운동장을 넣어도 모자랄 정도였다.


“이, 쪽이다.”


리자드맨은 김윤이 감탄하거나 말거나 신경 쓰지 않고 주어진 임무에 충실했다.

그를 안내하기 위해 앞서 길을 걸었다.


김윤 역시 순순히 그의 뒤를 쫓았다.

그렇게 거대한 성을 한참을 걷자, 입구에 있던 것만큼 거대한 문이 그를 맞이했다.


‘이곳이다.’


김윤은 그곳에 서는 순간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저 너머에서 뭐라 형용할 수 없는 존재감이 느껴지기 때문이었다.


리자드맨은 문 앞에서 잠시 낮게 으르렁거리더니 문을 열었다.

아무래도 내부에 있는 존재와 소통이라도 한 듯했다.


쿠구구구구!


거대한 문이 바닥을 긁으며 굉음을 토해냈다.

그리고는 자신이 감추고 있던 내부의 정경을 비추었다.


그 내부에는 천장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곳에는 거대한 하늘만 있을 뿐.

그리고 그곳에는 뜨거운 태양이 그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건물 한가운데에 있는 거대한 방을 뚫고 쏟아지는 햇빛.

그 모습은 신성해 보일 정도였다.


이어 방을 내리쬐는 햇빛 그 중앙에 있는 것.

그것은 압도적인 크기에 의자였다.

이것 역시 성처럼 거대한 바위를 그대로 깎은 듯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 중앙에 있는, 이 방에서 느껴지는 존재감의 주인.

그것은 거대한 리자드맨이었다.


그러나 평범한 리자드맨과 달리 도마뱀보다 인간과 닮은 모습.

마치 그를 안내한 리자드맨의 확대 버전을 보는 것만 같았다.


전신을 뒤덮은 금빛 비늘, 그러나 생긴 것은 인간과 무척이나 흡사한 형태.

다른 점이라고는 꼬리가 있다는 것과 머리카락이 없다는 것 정도였다.


“왕에게, 예의를 갖, 춰라.”


김윤을 안내한 리자드맨이 그를 째려보았다.

그러자 중앙에 있던 거대한 리자드맨이 몸집의 크기만큼 거대한 손을 들어 올렸다.


“아니, 그럴 필요 없다.”


완벽한 인간의 언어.

김윤을 안내한 리자드맨과 달리 부족함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 언어 구사였다.


“수고했다.”


거대한 리자드맨의 명이 떨어지자, 작은 리자드맨은 그를 향해 고개를 숙인 후 방을 빠져나왔다.


쿠구구구구!


그러자 또다시 거대한 문이 움직였다.

이번엔 방문을 닫은 것이었다.


‘갇힌 건······ 아니고.’


김윤이 문을 돌아보았다가 천장을 바라보았다.

퇴로를 찾아보는 것이었다.


‘뭐 끽하면 위로 도망가면 되겠고. 그럼······.’


“당신이 저를 찾는다던 왕입니까?”


거대한 리자드맨의 눈동자가 김윤을 향했다.

마치 태양을 담은 듯한 황금빛으로 이글거리는 눈동자였다.


“그렇다. 네가 이번 선의 길을 만드는 자로구나. 반갑다.”


거대한 리자드맨이 육중한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허리를 숙여 이글거리는 눈동자를 김윤의 바로 앞으로 가져갔다.


“나는 이곳의 주인, 카룬이라고 한다. 길을 만드는 자여.”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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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길을 만드는 자 (7) 23.11.23 57 2 12쪽
» 길을 만드는 자 (6) 23.11.21 58 2 12쪽
69 길을 만드는 자 (5) 23.11.20 61 2 11쪽
68 길을 만드는 자 (4) 23.11.16 63 2 11쪽
67 길을 만드는 자 (3) 23.11.15 57 2 12쪽
66 길을 만드는 자 (2) 23.11.14 55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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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바깥 (3) 23.10.25 71 2 12쪽
52 바깥 (2) 23.10.24 64 2 11쪽
51 바깥 (1) 23.10.23 65 2 12쪽
50 용오름 (7) 23.10.16 73 2 12쪽
49 용오름 (6) 23.10.13 69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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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용오름 (4) 23.10.11 74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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