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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공간 지도 제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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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플폴풀
작품등록일 :
2023.08.07 15:17
최근연재일 :
2024.08.07 20:00
연재수 :
19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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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020,566

작성
23.10.1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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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용오름 (6)

DUMMY

같은 시각, 건물 속에 숨어 온 도시를 집어삼키는 섬광을 바라보는 이가 하나 더 있었다.

새하얀 머리와 푸른 눈동자가 잘 어울리는 남자였다.


백민호, 백화의 리더인 그는 미르 건물 내부에서 바깥에 솟구치는 섬광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그 풍경을 바라보는 창문이 평범하지 않았다.

아니, 그것은 애초에 창문이라고도 하기 어려웠다.


그저 무너져 내린 벽이었으니까 말이다.

그는 건물의 벽을 부수고, 그것을 통해 바깥의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평범하지 않은 것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피로 물든 그의 손.

주변의 바닥과 벽, 그리고 천장까지.

그것들 역시 평범하지 않았다.


그야 아주 새빨간 피로 물들어 있었으니 말이다.

방금까지 생명을 품고 있던 육편을 곁들여, 보통이었던 모습에 잔혹함과 끔찍함을 덧씌웠다.


“흐음······.”


백민호가 질척이는 피 웅덩이를 가로지르며 무너진 벽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곳에 고개를 내밀며 섬광의 잔치를 살폈다.


하지만 그러한 화려함 중에서도 그는 한눈을 팔리지 않고 자신의 목표를 정확히 바라보았다.

그곳은 섬광이 없는 곳이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눈에 잘 띄는 곳이기도 했다.


건물이 빽빽한 이 도시에서 유일한 공터였으니 말이다.

물론 원래는 공터가 아니었다.

그러나 이전에 일어난 대폭발로 인해 공터가 된 곳이었다.


“지금쯤이던가.”


백민호가 자신의 뒤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리고 염동력을 사용했다.

그러자.


띠릭!


기계가 작동하는 소리가 울리며 섬광이 터져 나왔다.


“아무리 그래도 길을 만드는 자를 죽게 둘 수는 없지.”


그의 시선이 다시 공터, 이제는 섬광이 치솟고 있는 곳을 향했다.


그곳은 김윤이 있었던 곳.

그리고 그가 보았던 미래가 있는 곳.


그의 푸른 눈동자가 환하게 타올랐다.


“이 정도면 충분히 비트는 수가 되었겠네.”


그의 시선이 다시금 뒤를 향했다.

그곳에는 방금 그가 사용했던 기계가 그 여운이 가시지 않는지 푸른 빛을 토해내고 있었다.

텔레포트, 그것을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기계였다.


“그나저나 굉장한 걸 만들었네. 팔찌를 찬 사람 한정이지만 공간을 나누어둔 포탈조차 뛰어넘을 수 있다니.”


백민호가 마력을 일으켜 손에 모았다.


“잘 써먹긴 했다만 내 길에는 있어서 안 되는 물건이야.”


그리고 마력 광선을 기계를 향해 쏘아냈다.


콰과광!


그것은 텔레포트 기계에 깔끔하게 적중, 그것을 파괴했다.

이어 그 기기와 함께 사용하는 팔찌들 역시 한곳에 모아 강하게 짓밟았다.


그는 그것으로 만족하지 않았다.

이 기기에 대한 자료가 담긴 컴퓨터.

그것에 마력을 집어넣었다.


파지지직!


컴퓨터에 담긴 자료가 마력이라는 기이한 힘에 강제로 파기되었다.

이어 그것을 담고 있던 컴퓨터마저 마력을 견디지 못한 채 폭발을 일으켰다.


이제 이 기계는 다시는 사용할 수 없을 것이다.

아니, 만들 수조차 없을 것이다.


“이제 슬슬 시청 쪽으로 갈 시간인가.”


백민호가 발걸음을 옮겼다.



***



아름의 시청 앞.

그곳은 혼란 그 자체였다.


사방에서 쏟아지는 적들의 공격.

그리고 그것을 막아내는 정부의 이들.

그중에는 길잡이의 허우진 역시 존재했다.


이준성을 제압하고 길잡이로 향하던 그.

그런 그가 어째서 이곳에 있을까.


그 이유는 그를 조금만 지켜보는 것으로 알 수 있었다.

지금도 그 원인과 충돌을 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허우진이 자신의 옆에 놓인 시체를 바라보았다.

그가 길잡이로 끌고 가려던 이준성이었다.


멀쩡히 까지는 아니어도 살려서 끌고 가려 했던 그.

그러나 그는 죽음을 맞이했다.

그와 같은 백화의 동료로 인해서 말이다.


허우진이 시선을 옮겼다.

허공에 있는 누군가를 바라보는 것이었다.


새하얀 코트와 그 안에 입은 새하얀 셔츠, 그리고 몸에 달라붙는 새카만 바지.

눈동자의 색과 같은 새카만 긴 머리칼을 펄럭이는 차분한 인상의 여자였다.


검을 발판 삼아 하늘을 날고 있던 그녀.

그녀가 손을 들어 올렸다.

그러자 하늘에서 마력으로 이루어진 비가 쏟아졌다.

아주 얇은 바늘과도 같은 마력의 소나기.

과거 허우진이 사용했던 것과 같은 방식의 마력 운용법이었다.


허우진은 방어막을 펼쳐 쏟아지는 바늘의 비를 막아냈다.

그리고 그 역시 마력의 바늘을 쏘아냈다.

역으로 치솟는 마력의 바늘.

상대는 자신을 지탱하고 있는 검을 비트는 것으로 그 공격을 모두 피해냈다.


서로의 시선이 교차했다.


“허우진.”

“고혜린.”


그들이 조용히 서로의 이름을 불렀다.

사방에서 폭발이 일어나고 마력이 쏟아지는, 전장에서 어울리지 않는 작은 소리였다.


“왜 백화에 들어갔지?”

“당신이 나를 배신했으니까.”

“그렇군.”

“더 할 말은 없는 거야? 이렇게 오랜만에 만나서는? 그렇게 떠났으면서?”


허우진이 단도를 다잡았다.


“비켜라.”

“하하.”


메마른 웃음이 터져 나왔다.

동시에 마력의 비가 쏟아졌다.

허우진은 빠르게 몸을 굴리며 공격을 피해냈다.

그리고 바닥을 박차며 그녀와의 거리를 좁혔다.


그의 단도의 끝에서 피어나는 푸른 마력의 칼날.

그것이 고혜린의 목을 노렸다.


캉!


오라, 마력을 다루는 이들 중 근접전을 하는 이들의 정점을 상징하는 스킬.

무기를 타고 피어나는 특수한 마력으로 모든 것을 베어낼 수 있는 스킬.

하지만 그런 스킬도 벨 수 없는 것이 존재했다.

그것은 같은 오라였다.


고혜린이 들고 있는 얇은 검에서 마력이 피어올랐다.

오라였다.


“절대 못 지나가.”


그녀가 팔에 힘을 주며 허우진을 튕겨냈다.

그리고 발밑을 지탱하던 검의 손잡이를 걷어차 쏘아낸 후, 곧바로 그를 뒤쫓았다.


살기가 잔뜩 실린 검격.

두 자루의 검이 허우진의 목숨을 노리고 마구잡이로 휘둘러졌다.

대지가 두부 썰리듯 갈라졌다.


허우진은 이리저리 몸을 움직여 공격을 피해낸 후, 반격의 틈을 노렸다.

서로 다른 오라가 교차하며 일대에 수많은 흉터를 남겼다.

정작 휘두른 이들과 목표로 한 것에는 아무런 상처도 남기지 못했지만 말이다.


쩌엉!


오라를 두른 세 자루의 검이 다시금 뒤엉켰다.

마력과 마력의 충돌이었기에 금속이 부딪히는 소리가 나진 않았다.


“비키지 않으면 베겠다.”


허우진의 보랏빛 눈동자가 환하게 타올랐다.

그의 고유 스킬이 언제든지 발동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나를 베겠다고?”


고혜린이 오라가 담긴 검을 내리찍었다.


“당신이?”

“······그래.”


허우진이 몸을 틀어 검을 피해냈다.

이어 단도를 내질렀다.

고혜린 역시 고개를 틀어 공격을 가볍게 피해냈다.


“너는 지금 백화니까.”


허우진의 단도를 타고 타오르는 마력이 보랏빛으로 물들었다.

고유 스킬을 사용했다는 뜻이었다.


“진심이구나.”


고혜린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진심으로 나를 벨 생각이야!”


그녀가 소리치며 검을 크게 휘둘렀다.

그녀의 분노가 느껴지는 그러한 공격이었다.


허우진 역시 단도를 휘둘렀다.

그의 오른쪽 눈동자가 보여주는 길을 따라서.


고유 스킬, 절단의 길.

그것은 무엇이든 베어낸다.

그렇기에 고혜린이 휘두른 검을 깔끔하게 갈라냈다.


오라조차 갈라내는 스킬.

잘려나간 검날이 허공을 날았다.


“아······.”


그리고 그것으로 인해 생긴 작은 틈.

허우진은 그것을 놓치지 않고 고혜린의 복부에 발차기를 꽂아 넣었다.


마치 포탄이라도 된 듯 저 멀리 날아가 시청에 처박히는 그녀.

그리고 그것과 동시에.


콰아앙!


대지가 뒤흔들렸다.

누군가 높은 곳에서 시청의 앞으로 추락했기 때문이었다.

정확히는 착지였다.


“길잡이로군.”


박건영이었다.

그러나 허우진은 그가 누군지 알아차릴 수 없었다.

그야 그가 기억하는 모습과는 다르니 말이다.


그가 아는 박건영은 중년의 모습.

그러나 지금 눈앞에 박건영은 20대 중반의 모습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 어떠한 것 하나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건가.”


박건영이 주먹을 휘둘렀다.

그 끝에 마력은 뿜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용의 눈물로 강화된 신체 능력, 그것으로 증폭된 마력이 다시금 그 신체를 강화.

그 결과가 만들어낸 풍압은 허우진을 강타하기에 충분했다.


“컥······!”


박건영의 주먹이 멈추는 곳에서 공기가 밀어지며 폭풍이 일었다.

그것은 허우진을 후려쳐 저 멀리 날려 보냈다.


“시청도 점거하지 못해. 길잡이도 하나도 죽이지 못해. 하는 게 대체 뭔가?”


박건영이 발가락으로 바닥을 짓눌렀다.

그러자 그의 몸이 허우진의 앞으로 옮겨졌다.

그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주변이 일그러졌다 펴지며 폭풍이 일 정도였다.


위치를 옮기는 그는 곧장 허우진의 목을 움켜쥐었다.

이대로 부러뜨려 그의 숨통을 끊을 생각이었다.


“멈춰.”


그러자 고혜린이 먼지를 털며 그들을 향해 다가왔다.


“그 사람의 목숨은 내 거야.”

“그러고 싶었으면 진작에 죽였으면 되는 거 아니겠나? 나는 시간을 꽤 주었다고 생각한다만······.”


그의 손아귀에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멈추라고!”


고혜린이 오라를 일으키며 크게 휘둘렀다.

박건영의 팔을 향해서였다.


박건영은 허우진의 목을 놓으며 급히 팔을 당겼다.

때문에 오라의 칼날은 허공을 갈랐다.


“위험하군.”


박건영이 고혜린을 바라보았다.

동시에 위압감을 내뿜었다.

용의 눈물로 증폭된 마력의 압박이 일대를 짓눌렀다.


“죽고 싶은가?”


그가 고혜린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 손바닥을 향해 마력을 응집했다.


“자자, 거기까지 합시다.”


이어 그것이 쏘아지기 직전의 순간이었다.

둘 사이를 가로막는 백민호.


어디서 나타났는지 소리도 없이 다가온 그가 박건영의 팔 위에 손을 얹었다.


“이쯤 합시다. 시청의 점거도 얼추 끝났으니 말이죠.”


그가 미소를 지으며 박건영의 뒤를 가리켰다.

어느덧 정부 측 이들이 정리되어 백화와 미르의 이들이 시청 내부로 진입하고 있었다.


“진입으로 모든 게 끝나는 줄 아나?”

“설마요. 이미 내부 진압도 얼추 해두었답니다. 시장도 잡아뒀죠.”

“흐음······.”


박건영이 쏟아내던 마력을 거두었다.

그리고 시청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박건영이 멀어지자 백민호가 허우진에게 다가가 작게 속삭였다.


“시청 후문으로 가라.”

“지금 무슨······!”


고혜린이 소리쳤다.

저 뜻은 지금 그를 살려주겠다는 뜻이었으니 말이다.


“······무슨 소리지.”

“그곳에 신민우가 있을 거다. 길잡이도 전원 무사하니까 걱정하지 말고.”


허우진이 경계를 풀지 않았다.

그야 그는 백화다.

그가 지금까지 해왔던 일을 떠올리면 그것은 함정일 것이 분명했다.


“속는 셈 치고 한 번 가봐. 너한테만 이득이 되는 일도 아니거든.”


백민호가 몸을 일으켰다.


“대장!”

“나중에 또 기회가 있다.”

“하지만······.”

“가라.”


허우진의 모습이 사라졌다.

은신이었다.


“어째서 보내준 거죠? 제가 저 사람한테······!”

“알고 있다.”


차갑게 가라앉은 눈동자가 고혜린을 담았다.


“그리고 기회가 또 있다고 했을 텐데?”

“······알겠어요.”

“돌아가 있어라.”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고혜린이 몸을 날렸다.


“정말이지 편하게 사는 길을 찾는 것도 힘드네.”


백민호는 그 모습을 잠시 바라보다 시청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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