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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이다

아공간 지도 제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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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플폴풀
작품등록일 :
2023.08.07 15:17
최근연재일 :
2024.08.07 20:00
연재수 :
19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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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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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020,5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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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2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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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바깥 (4)

DUMMY

이유진을 따라 그녀의 텐트로 향한 김윤.

그는 그곳에서 그녀가 내준 의자에 앉아 생각을 정리했다.


‘아공간에 사는 이들의 습격이라······.’


그 말을 통해 미르의 길드장, 박건영이 했던 말이 상기됐기 때문이었다.


‘지금의 정부가 글렀다고 했었나. 그렇다면 정말로 정부가 그런 짓을 한 건가?’


만약 그랬다면 도대체 어떤 연유에서 그랬던 것일까.


‘그래서 박건영이 반란을 일으킨 건가? 그 일을 알게 돼서? 하지만 그렇다기엔······.’


놈들이 제1차 원정을 방해한 것은 물론, 수많은 이들의 목숨을 앗아갔다.

정의라고는 볼 수 없는 모습이었다.

그렇다면 정부가 아닌 미르가 한 짓일까.


‘우진씨, 은서, 현민이, 서준이······.’


그날의 기억이 떠오르자 길잡이의 안위가 다시금 걱정되었다.


‘다들 살아는 있을까.’


박건영이 보여준 힘.

그것이라면 정부는 진작에 무너졌을 것이다.

안 그래도 마력초 공장의 건으로 정부의 전력이 상당히 손실된 상황이었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그들도 죽은 것이 아닐까.

김윤의 손이 주먹을 쥐었다.

아니, 살아있을 것이다.

그가 알려준 곳으로 향했다면 말이다.


‘빨리 돌아가야 하는데······.’


하지만 당장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 돌아가는 것조차 할 수 없었으니 말이다.

그러니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 되었든 정보를 얻는 것뿐이었다.

그동안 그가 제대로 알려고 하지 않았던 모든 정보를 말이다.


“차는 없고··· 따뜻한 물이에요.”


이유진이 미소를 지으며 잔을 하나 건넸다.


“아, 감사합니다.”

“그래서 습격 이야기였었죠?”

“맞아요.”

“이걸 어디서부터 풀어야 하려나······.”


이유진이 잔에 담긴 물을 한 모금 들이켰다.


“마력 코어라고 아시나요?”


김윤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게 알고 있는 물건이었다.

그것은 김윤이 아니라도 현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이라면 모두 알고 있는 물건이었다.


마석 대재해가 일어난 후, 그들이 다시 살아가는데 공헌한 존재.

그것이 바로 마력 코어였으니까 말이다.


그것은 마력을 지닌 모든 존재가 품고 있는 것.

마력을 모아두는 심장에 생기는 물건으로, 김윤이 쓰러뜨렸던 몬스터들 또한 지니고 있는 것이었다.

정확히는 마력을 지닌 모든 생명이 가지고 있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몬스터 외에도 그것을 품고 있는 다른 존재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마력을 가진 모든 생명체가 가지고 있는 것. 즉, 인간도 가지고 있는 물건이죠.”


인간이었다.


이유진이 자신의 심장을 가리켰다.

마력이 모이는 곳, 심장이자 코어가 있는 곳이었다.


“그 뜻은······?”


김윤은 그녀가 하는 말의 뜻을 파악했다.


“맞아요. 인간 사냥. 무슨 연유에선지 인간의 마력 코어는 웬만한 몬스터의 코어보다 성능이 좋다더군요.”


아공간의 이들이 생존자 캠프의 이들에게 했던 짓.

그것은 인간을 죽여 손쉽게 품질 좋은 마력 코어를 캐내는 것이었다.


마력 코어의 품질은 몬스터의 랭크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애초에 몬스터의 랭크를 정한 것도 그들이 가진 마력 코어와 사냥 난이도에 따라 정한 것이니 말이다.

그러나 인간이 지닌 코어는 조금 달랐다.


푸른 갈기쥐의 경우 E랭크의 급을 가진 몬스터.

그렇기에 그들은 E랭크 품질의 마력 코어를 품고 있다.

랭크에 걸맞는 코어를 지니고 있는 것이었다.


반면 인간은 아니었다.

보유한 마력에 따른 랭크가 어떻든 그들은 최소 C급 이상의 품질을 보장받았다.


C랭크 몬스터보다 사냥이 쉬우나, 그와 동급 혹은 그 이상의 코어를 지닌 존재.

그것이 인간이었다.


“어떻게 그런 짓을······.”

“처음에는 그저 생존을 위해 캠프를 습격한 방랑자인 줄 알았어요. 마석 대재해 이후 인간은 생각보다 많이 살아남았으니까요. 그래서 식량 문제로 캠프를 습격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어요.”


마석 대재해로 일어난 대격변 이후, 인간들은 한동안 적응해내지 못했다.

그야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을 한 번에 바꿀 수는 없었으니 말이다.

또한 저러한 괴물들이 식량으로 사용될 수 있다고 생각지 못한 것이었다.


때문에 각종 마트와 편의점, 생필품을 구할 수 있는 곳에서는 늘 피바람이 불었다.

그것은 캠프와 캠프의 충돌이기도 했고, 방랑자들의 충돌이기도 했다.


이유진은 과거를 떠올리며 입술을 달싹거렸다.

그날의 지옥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오직 마석 대재해만 지옥의 날이 아니었다.

그 이후에 살아남은 나날이 모두 지옥과도 같았다.

그리고 특히 그 일들은 더욱 그러했다.


함부로 입에 담고 싶지 않았다.

그날의 일도, 그리고 그 이후에 일어난 일도.


그것은 모두 인간이 저질렀으나, 감히 인간이 했을 거라고는 상상할 수 없이 잔인한 일들이었으니 말이다.


“괜찮으신가요?”


김윤이 그녀의 떨리는 두 손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 네. 괜찮아요. 이야기를 마저 이어갈게요.”


이유진이 다시금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를 이었다.


“그들이 처음으로 찾아온 건 이러한 생존자 캠프의 규모가 커지며 자리를 잡기 시작할 즈음이었어요. 시기로는 4, 5년 전쯤이었나? 아마 그럴 거예요. 생존자 캠프에 살아가는 사람들과는 달리 깔끔한 복장. 우리는 그들을 처음 봤을 때 정부에서 나온 이들인 줄 알았어요.”


이유진의 두 손이 잔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마력이 실렸는지 잔에 실금이 갔다.


“그사이 정부가 재건되어 생존자들을 구하러 온 줄 알았죠. 아공간으로 들어간 이들이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으니까요.”


그녀가 고개를 푹 숙여 잔에 담긴 물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아니었어요. 그들은 캠프의 벽을 무너뜨리고는 사람들을 학살하기 시작했죠. 그들은 저항다운 저항조차 하지 못하고 목숨을 잃어갔어요. 그리고 그렇게 죽은 이들의······.”


콰직!


잔에 새겨진 금이 더욱 커지며 담겨 있던 물이 쏟아져 내렸다.


“그들의 심장을 뽑아갔어요.”


김윤은 한동안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그저 조용히 뚝뚝 떨어지는 물을 바라볼 뿐이었다.


“······복장은 기억하고 계신가요.”

“새카만 정장 차림이었어요. 특이한 가면으로 얼굴을 가린.”

“가면이요······?”

“네, 아, 그리고 무기에 특이한 문양을 새기고 있었어요. 용처럼 생긴? 그런 문양이었어요.”


서울과 그 근처 경기 일대에 이어진 포탈, 그것이 향하는 곳은 오직 한 도시다.

아름.

그리고 그곳에서 용의 문양을 사용하는 길드는 단 한 곳.


“미르······!”


미르 뿐이었다.


“미르라고······?”


그들은 도대체 어디서부터 일을 꾸몄던 것일까.

제1차 원정.

백화.

마력초 공장.

그리고 지금 생존자 캠프의 인간 사냥까지.

그 모든 것이 그들의 짓이었다.


‘인륜을 저버리면서까지 그 도시가 가지고 싶었던 거냐······!’


오직 아름을 집어삼키기 위하여.

멸망한 세계를 지배하기 위하여.


“······아는 이들인가요?”


김윤이 고개를 숙여 자신의 발끝을 바라보았다.


“······아공간에는 무너진 정부로부터 다시 새워진 정부와 세 개의 길드로 균형, 그리고 치안이 유지되고 있어요. 그중에서 용의 문양을 사용하는 이들, 그들은 미르라는 이름으로 그 삼대 길드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제가 이곳으로 보내진 이유이기도 하고요.”


김윤은 앞서 말하지 않았던, 미르가 한 짓.

아름에서 그들이 저지른 일을 설명했다.


“그렇다면 이 일대의 아공간은 지금 그들의 손아귀에 있겠군요.”

“이 일대에서 통하는 아공간은 모두 그곳에 이어져 있으니 그럴 거예요.”


아름에 존재하는 포탈은 하나가 아니다.

그저 제대로 인간의 땅으로 확보한 곳으로 향하는 포탈이 하나뿐일 뿐.

그렇기에 다른 포탈로 들어선다면 아름으로 향하는 것이 가능했다.

물론 그곳까지 가는 길은 인간의 땅이 아니기에 몬스터가 득실거리겠지만 말이다.


“역시 한시라도 빨리 아름으로 돌아가는 게 낫겠어요.”


김윤이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 말은 지금 혼자서 그들에게 먹힌 도시로 향하겠다는 이야기인가요? 제정신이에요?”

“도시가 완전히 먹힌 이상 그들은 더욱 거릴 거 없이 일을 저지를 거에요. 인간 사냥보다 더 큰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고요.”

“그래서 그걸 혼자 막겠다고요? 아직 완전히 낫지도 않은 몸으로요?”


이유진이 황당하다는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이어 마력을 일으키며 그 말이 진실인지 확인했다.

놀랍게도 그가 하는 말은 진실이었다.

그는 홀로 그 도시로 돌아갈 셈이었다.


“할 수 있는 건 해봐야죠.”


그녀는 그의 얼굴에서 변화를 하나 눈치챘다.

표정의 변화였다.

어딘가 씁쓸한 표정.

그녀는 그것이 무슨 감정인지 알고 있었다.

그녀도 겪었던 적이 있었던 감정이었으니 말이다.


그것은 죄책감이었다.

그리고 속죄에 대한 집착이었다.


“그런다고 속죄가 되는 게 아니에요.”


그녀의 말에 김윤의 발걸음이 멈췄다.


“그건 그저 개죽음에 불과하니까요. 그리고 사람으로서 사람이 죽으러 간다는 것을 가만히 보고 있을 수도 없고요.”


이유진의 푸른 눈동자가 김윤을 응시했다.


“협력할게요.”


그녀가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네?”

“그 도시를 구하는 일 말이에요.”

“어째서죠······?”

“어째서긴요. 그들에게 희생당한 이들을 위한 복수죠.”


그녀가 텐트 밖으로 걸어 나가며 손뼉을 쳤다.

손뼉 소리가 퍼져 나가기 무섭게 곳곳에 숨어있던 이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물론 그 전에 당신의 상처와 피로가 완전히 회복되고, 우리의 준비가 모두 끝난다면 말이지만요.”


이유진이 김윤을 향해 손을 뻗었다.


“다만 우리도 그냥 도와주겠다는 건 아니에요. 조건이 있어요.”

“뭐죠?”

“그 미르의 길드라는 곳의 대장이 이 일들을 꾸민 거겠죠?”

“······그럴 거예요.”

“좋아요. 그럼 우리가 제시할 조건은 이거에요. 그 일을 꾸민 놈의 마무리를 우리가 짓는 것. 그리고 아공간이든 지구든 우리가 살 곳을 보장해주는 것.”


김윤이 이유진의 손을 잠시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전자는 어떻게든 될 것 같긴 한데······. 후자는······.”

“어려운가요? 이 모든 일을 계획할만한 놈이 처리하지 못하고 쫓아낼 정도면 어느 정도 영향력이 있을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죠.”


그녀의 푸르게 물든 눈동자가 김윤을 응시했다.


“······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노력은 해볼게요.”


김윤에게는 해가 될 것이 없는 조건이었다.

또한 그들의 조력이 있다면 미르를 무너뜨리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은 확실했다.


김윤이 이유진의 손을 마주 잡았다.


“좋아요. 잘 부탁드려요. 한동안은 이곳에서 지낼 테니까요. 아, 그리고 인사들 해둬요.”


이유진이 자신의 뒤에 모인 이들을 가리켰다.


“한동안··· 이요?”

“그야 지금 당신의 몸이 정상이 아니니까요? 말하지 않았나요? 당신의 몸이 회복된 이후에 떠나겠다고.”

“전 지금 아주 멀쩡한데······?”


김윤이 자신의 몸을 살폈다.

외부든 내부든 상처는 모두 아물었다.

그나마 남은 것이라고는 아직 온전히 씻기지 않은 피로 정도.

그는 이미 다 회복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음? 그게 회복된 거라고요?”


이유진의 푸른 눈동자가 김윤을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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