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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이다

아공간 지도 제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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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플폴풀
작품등록일 :
2023.08.07 15:17
최근연재일 :
2024.08.07 20:00
연재수 :
19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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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62
추천수 :
333
글자수 :
1,020,566

작성
23.11.0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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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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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새 지도 (7)

DUMMY

그가 지닌 거리 감각은 상당히 뛰어난 편이었다.

아공간에서 단련된 덕분이었다.


온통 새하얀 공간에서 지도를 만드는 것이 그가 하던 일이었으니 말이다.

그렇기에 자연스레 발전을 거듭했다.


‘뭐, 나중에 가서는 공간의 기억을 담는 일이 대부분이었지만.’


아무리 돌아다녀도 새하얀 공간이라는 것을 깨닫고 난 이후에는 거의 만들지 않았으나.


‘아예 안 만들진 않았지.’


그렇기에 그 감각은 지금 사용이 가능했다.

주변에 그 어떠한 것에도 닿지 않고 거리를 측정하는 그.

자신의 보폭을 통해 측정하는 것이었다.

그는 그것을 통해 측정한 자료를 자신의 수첩과 기억에 담았다.


‘무언가를 지키려고 만든 건가. 하지만 그런 것 치고는······.’


김윤이 자신의 뒤에 있는 거대한 성벽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위에서 침입을 지키는 경비병 하나 존재하지 않았다.


‘바깥에는 정찰하는 놈들이 꽤 있었는데 말이지.’


반면 내부는 오히려 텅텅 비어 있었다.


‘뭐 살피기 편하니 좋긴 하다만.’


김윤이 정체를 감추기 위해 사용한 스킬 은신.

이것은 아공간 내에서도 사용한다면 존재를 찾기 어려운 스킬이었다.

그러나 그것 역시 마력을 이용하는 스킬.

그리고 지구의 몬스터들은 인간의 마력에 격한 반응을 보였다.


즉, 지금 이 은신에도 반응을 보일지도 모르는 것이었다.


‘그러니 최대한 빠르게 살피고 돌아간다.’


김윤이 속도를 높였다.

주변 지리는 훑어만 보고 나중에 기억을 통해 꺼내면 그만이니 말이다.


성벽 내부는 생각보다 휑한 곳이었다.

내부가 너무 넓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애초에 무언가가 많이 존재하지 않았다.


‘아직 방배역까지의 거리도 꽤 있는데 성벽이 있는 것부터 얼마나 큰지 짐작이 가긴 해.’


거의 한 동을 집어삼킬 정도로 거대한 성벽.

이러한 크기의 성벽을 지을 재료가 어디서 나는지 의문이 들겠으나, 그것은 금방 사라졌다.

성벽 내부에 있어야 하는 과거의 건물들이 하나도 존재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일대에 있던 건물을 모조리 성벽에 처박았나.’


그나마 있는 것도 죄다 새로 지어진 것들 뿐이었다.


김윤은 마력을 약하게 흘려 그 건물을 더듬었다.

지구에서는 본 적이 없는 건축 재료였다.


‘던전에서 가져온 재료인가.’


그는 이어 건물이 있었던 흔적이 남겨진 바닥을 살폈다.

지하 시설 등은 그대로 있었으나 그 위에 있는 벽을 모조리 허물어둔 채였다.


주변을 얼추 살핀 후, 그는 다시 속도를 높여 황금빛 탑을 향해 달려갔다.

곳곳에 건물 외에 천막들이 있었으나 그 내부 역시 비어 있었다.


‘놈들이 살아가는 곳 같긴 한데 비어있군.’


어느덧 황금빛 탑이 코앞에 다가왔을 무렵이었다.

주변 땅의 모습이 달라졌다.


김윤은 이러한 땅이 어떠한 땅인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최근 본 적이 있는 땅이었기 때문이었다.


마석 대재해로 인해 쏟아지는 마력을 받아내고 불타오른 땅이 식은 후의 모습.

그가 기억이 힘을 통해 재현했고, 아공간에 새겨둔 그 모습.


멸망 이후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이 모습이 품은 뜻은 근방에 그날의 장소가 있다는 것을 뜻했다.


김윤의 몸이 급정거한 것처럼 덜컥 멈췄다.

그 사실을 깨닫자 발이 움직이지 않는 것이었다.


“후욱, 후욱······.”


호흡이 거칠어지기 시작하고,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다.


‘빌어먹을!’


김윤이 주먹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움직여······. 움직이라고······!”


그리고 그것으로 자신의 허벅지를 내려쳤다.

그러나 그의 다리는 여전히 말을 듣지 않았다.

그의 몸이 나아가기를 거부하고 있었다.


하지만 가야만 했다.

애초에 이곳에 온 이유가 무엇인가.

더 멀리 있지만 안전한 판교 쪽 포탈이 아닌, 이곳을 택한 이유가 무엇인가.


지금과 같은 상황을 완벽하게 이겨내기 위함이었다.

이곳이야말로 그의 트라우마와 직결된 곳이 아닌가.


“크으윽······!”


김윤이 천근과도 같은 다리를 들어 올렸다.

한걸음, 한걸음.

그가 다시 나아가기 시작했다.


다시금 속도를 올린다.

폐허가 된 새카만 땅을 보이지 않는 남자가 가로질렀다.


“크아아아!”


처절한 비명과도 같은 기합을 내지르며 말이다.


빠르게 좁혀지는 황금빛 탑과의 거리.

김윤은 슬슬 속도를 줄이기 시작했다.


저 근처에는 무언가 있을 테니 말이다.


‘그리고······.’


포탈 역시 마찬가지다.

이제 곧 그는 방배역이 있었던 곳에 도달할 예정이었다.


김윤이 천천히 주변을 살폈다.

과거의 모습과는 너무도 달라진 곳.

마석 대재해 당일하고도 달랐다.


하지만 본능적으로 포탈의 위치를 짐작할 수 있었다.


보통 아공간에서 지구로 연결되는 포탈은 한 번 생성된 위치에서 재생성됐다.

지금 아공간에서 사용하는 포탈들도 대부분 그러한 경우였다.

그렇기에 그 포탈도 그곳에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위치는 역 근처.’


김윤은 근처 바닥을 살폈다.

곳곳에 드러나 있는 지하도의 모습.

이것을 따라간다면 역에 도착할 수 있다.


‘저 금빛 탑과 마주 보는 방향인가.’


지금 그를 기준으로 좌측으로 향하는 방향이었다.

반면 탑은 그 반대의 방향.

김윤은 고민에 빠졌다.


포탈로 향할지 탑으로 향할지에 대한 것이었다.


이상할 정도로 몬스터가 없는 지금 내부의 상황.

어느 쪽이든 접촉하기엔 쉬운 상황이 틀림없었다.


‘탑으로 가서 정보를 얻느냐······. 아니면 포탈로 가서 트라우마를 극복할 길을 찾느냐······.’


김윤은 이내 고개를 저었다.

애초에 그가 일행을 두고 홀로 이곳에 온 목적이 무엇인가.

그는 곧바로 왼쪽을 향해 몸을 틀었다.


하지만 그는 그 무엇을 선택하든 그 어떠한 것도 얻지 못했을 것이었다.

그야 그가 몸을 트는 순간 습격이 시작됐기 때문이었다.


“큭?!”


하늘에서 비처럼 쏟아지는 창의 세례.

김윤은 빠르게 몸을 굴리며 공격을 피해냈다.

그리고 그것이 어디서 날라온 것인지 파악하기 위해 주변을 살폈다.


“리자드맨······!”


어디에 숨어있었는지 수많은 리자드맨이 그를 원 형태로 둘러싼 채 저 멀리서 창을 내던지고 있었다.


다시금 쏟아지는 창의 비.

그의 위치를 정확히 지정하고 쏟아지는 공격이었다.

김윤은 마력을 일으켜 쏟아지는 창을 막아냈다.


콰과과과!


마력 방패 너머로 쏟아지는 창의 위력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어떻게 알고 온 거지?”


김윤이 방패를 거두고 품에 손을 집어넣었다.

그리고 지도를 하나 꺼내 마력을 불어넣었다.

마력을 머금은 지도가 이내 기다란 언월도가 되어 그의 손에 들렸다.


투척할 창이 다 떨어졌는지 천천히 그를 향해 포위망을 좁히는 리자드맨들.

김윤은 그들의 모습을 살피며 자세를 다잡았다.


충분히 갖추어진 장비들.

정확히 그의 위치를 알고 준비된 전술.


“아니, 애초에 알고 있었던 거냐.”


김윤은 깨달았다.

어째서 그들이 하나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것인지 말이다.

그들을 그가 침입한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렇기에 준비하기 위해 모습을 감춘 것이었다.


지금처럼 그를 포위하고 완벽하게 죽이기 위해서 말이다.


“크르르르······.”


리자드맨들이 사납게 으르렁댔다.

그것이 하나둘 모이며 일대가 그 소리에 집어 삼켜졌다.


“성벽에 경비도 없었는데 말이지.”


그들이 김윤의 침입을 알아낸 이유는 간단했다.

그들이 리자드, 도마뱀이기 때문이었다.


김윤이 침입한 곳은 리자드맨들의 머무는 곳.

그리고 그 리자드맨들은 도마뱀의 특징을 짙게 띄고 있었다.


생김새부터가 그러했다.

도마뱀의 모습과 인간의 모습을 섞은 듯한 모습.

다른 리자드들도 마찬가지였다.

기본적으로 도마뱀의 모습에 다른 것이 추가된 모습이었다.


즉, 그들의 기본 베이스는 도마뱀이라는 뜻.

그리고 그 도마뱀은 대체로 뛰어난 후각을 지니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들은 그것을 통해 김윤의 침입을 이미 파악하고 있던 것이었다.


인간의 냄새.

그중에서도 짙은 마력의 냄새.


김윤이 포탈이 있을 방향을 막고 있는 리자드맨들을 흘끗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내 시선을 옮겨 자신이 들어왔던 방향, 도주로가 되는 곳을 바라보았다.


“아니, 이미 들킨 이상 이판사판이다.”


그는 곧장 포탈이 있을 방향을 향해 돌진했다.

그리고 자신을 가로막는 리자드맨들을 향해 언월도를 크게 휘둘렀다.


마력을 휘감은 언월도의 날이 그들의 무장을 무시한 채 살점을 도려냈다.

오라 같은 것은 아니었다.

그저 폭발적인 마력의 방출에 불과했다.


‘그러고 보니 섬세함에 집중하랬나. 낭비가 심하다고.’


김윤이 언월도를 당기며 쏟아지는 무기들을 피해냈다.

동시에 자신이 조각상을 만들 때 느꼈던 감각을 떠올렸다.


‘근데 얼마나 만들었다고 그게 떠오르겠어.’


그러나 딱히 느껴지는 것은 없었다.

떠오르는 것이라고는 그저 그가 만들었던 토끼 조각상의 모습 정도뿐.


그가 다시금 바닥을 박찼다.

쏜살같이 쏘아지는 그.

그는 폭발적으로 쏟아지던 마력을 정제했다.


언월도의 날에 알맞게, 넘치지 않게.

동시에 효율적이게, 그저 저들을 베어낼 수 있을 정도로.


“흐읍!”


김윤이 언월도를 크게 휘둘렀다.

그러자 그것은 커다란 반월을 그리며 전방의 적들을 갈라냈다.

정확히는 찢어발겼다는 표현이 더욱 가까웠다.


마력이 폭발적으로 터져나왔기 때문이었다.


“넘쳤나.”


신혜성이 말했던 완전한 통제는 아직 먼 것 같았다.


“그것보다 아주 드글드글하네.”


김윤이 베어냈던 리자드맨의 자리를 다른 이들이 빠르게 메꿨다.

그사이 그의 배후에서 데스 리자드들이 낫과 같은 앞발을 크게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김윤은 언월도를 두 손으로 움켜쥐고 제자리에서 한 바퀴 돌았다.

손잡이에 끝자락을 붙잡고 휘둘렀기에 그가 베어낸 범위는 상당히 길었다.


콰과과과!


언월도가 지나간 자리에서 솟구치는 푸른 마력이 그들을 모조리 갈라버렸다.


김윤이 쏟아지는 데스 리자드들을 뒤로한 채 다시금 전방에 언월도를 크게 휘둘렀다.

도가 지나간 곳을 따라 이어지는 마력의 칼날.

이번에도 역시 잘라내는 것보단 찢어낸다는 느낌이 강했다.


“좋아.”


연속된 공격 덕에 길이 뚫렸다.

김윤은 그 즉시 그곳을 돌파하며 포탈을 찾기 시작했다.


두 눈에 마력을 불어넣었다.

그리고 빠르게 주변을 살피며 포탈이 내뿜는 특유의 빛을 찾았다.


‘찾았다!’


그의 짐작대로 그 방향에서 멀지 않은 곳이었다.

그는 그를 쫓아오는 리자드맨들을 베어내며 그곳을 향해 돌진했다.


점점 가까워지는 거리.

그럴 때마다 그는 심장 소리가 더욱 빨라지는 것을 느꼈다.


그가 뛰고 있기에, 무기를 휘두르고 있기 때문이 아니었다.

그는 알 수 있었다.

이것은 두려움이라는 것을 말이다.

지금 떠오르는 이 기억들을 향한 두려움.


그날의 기억이 떠올랐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수많은 섬광으로 인해 포탈 주위만 남게 된 일대.

그리고 그것을 앞에 두고 망설이던 자신.

그것으로 인해 목숨을 잃은 수많은 사람.


어느덧 김윤과 포탈의 거리가 5미터 내로 좁혀졌다.

뒤에서는 리자드맨들이 괴성을 지르며 쫓아오는 상황.

어차피 물러설 곳은 없다.


김윤은 그대로 바닥을 박차며 포탈을 향해 손을 뻗었다.

심장이 쿵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그것과 동시에 그는 의식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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