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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공간 지도 제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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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플폴풀
작품등록일 :
2023.08.07 15:17
최근연재일 :
2024.08.07 20:00
연재수 :
19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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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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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020,5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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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2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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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바깥 (2)

DUMMY

김윤, A랭크의 마력을 지녔음에도 리터너의 일을 택하지 않은 자.

그리고 택한 일이 아무런 쓸모가 없는 아공간의 지도를 만드는 일이었던 자.

그렇기에 한 도시에서 쏟아지는 비난을 모두 받던 자.


겁쟁이.

도망자.

인류를 등진 자.


그를 뒤따르는 수많은 멸칭.

그러나 그가 리터너를 택하지 않은 것은 몬스터와 싸우는 것이 두렵기 때문은 아니었다.

그렇기에 그는 지구로 강제로 보내졌음에도 죽지 않았다.


“서울에 비둘기와 쥐가 이렇게 많았나.”


김윤이 바닥으로 추락한 철갑 비둘기의 머리를 짓밟았다.

과거 평범한 비둘기였으나 마력의 힘으로 인해 변이를 일으킨 몬스터.


그의 발밑에는 철갑 비둘기만 존재하는 게 아니었다.

푸른 갈기쥐의 사체 역시 셀 수 없을 만큼 깔려 있었다.


철갑 비둘기 C랭크.

푸른 갈기쥐 E랭크.


각각의 개체로서는 그에게는 상대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그 수가 너무도 많았다.


‘더군다나······.’


이곳에 있는 몬스터의 개체는 그것들로 끝이 아니다.


‘데스 리자드들도 있으니.’


데스 리자드, 한강을 기준으로 남쪽에 서식하는 몬스터.

그러나 앞선 철갑 비둘기나 푸른 갈기쥐와는 달랐다.

랭크는 물론, 탄생 배경까지 말이다.


그들은 마석 던전이 토해낸 이계의 생물.

지구에 존재하던 생물이 아니었다.


‘지금 이놈들도 지구에 있을 법한 형태는 아니게 됐지만.’


김윤이 자신을 향해 부리를 내지르며 날아오는 철갑 비둘기를 낚아챈 후, 그대로 머리를 돌리며 뽑아버렸다.


그는 뽑아낸 머리를 바닥에 버린 후, 몸 상태를 점검했다.

잠에서 깨어났지만, 회복 약의 효과는 계속해서 돌고 있었다.

그 증거로 부러졌던 그의 팔이 현재 사용 가능한 상태까지 돌아왔다.

전신에 입은 타박상 역시 마찬가지.


그러나 몸이 회복된다 해도 문제는 남아있었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만 같은 피로가 그 문제였다.


안 그래도 이전의 전투로 쌓여있던 피로.

회복 약을 통해 회복 능력을 끌어올리느라 추가로 쌓인 피로.

그렇기에 수면을 통해 회복해야 했으나 그는 회복하지 못했다.


더군다나 계속해서 몬스터들과 전투를 치르고 있는 상황.

피로가 회복되기는커녕 계속해서 누적되고만 있었다.


“후우······.”


김윤이 바닥에 쓰러진 데스 리자드의 사체로 다가갔다.

그리고 마력을 손끝에 응축해 날카롭게 벼린 후, 그것의 여섯 개의 다리 중 가장 앞선 두 개를 잘라냈다.

낫 형태의 두 개의 다리.

그것의 절삭력은 그대로 휘둘러도 무기로서 충분한 가치를 지니고 있었다.


‘누적된 피로는 물론이고 마력도 부족해.’


충분하지 못한 휴식은 그의 마력 회복에도 문제를 일으키고 있었다.


김윤이 데스 리자드의 두 다리를 움켜쥐었다.

그리고 또 다른 데스 리자드들을 바라보았다.


“키아아아악!”


그들 역시 다른 몬스터들과 마찬가지로 인간인 김윤을 향해 맹렬한 적대감을 내비쳤다.

그리고 이내 그를 향해 달려들며 거대한 낫이 달린 앞발을 휘둘렀다.


김윤은 양손에 든 그들의 앞발을 휘둘러 반격을 가했다.

떨어지는 낫을 피한 후, 오른손에 든 낫을 휘둘러 목을 갈랐다.

이어 왼손의 낫을 이용해 턱을 꿰뚫었고, 그대로 휘둘러 움직임을 봉쇄했다.

그리고 마무리로 오른손의 낫을 내리찍어 머리를 꿰뚫었다.


순식간에 도륙이 난 데스 리자드들.

그러나 그들은 그 모습에 그 어떠한 공포도 느끼지 못하는 듯했다.

그저 적의, 인간인 김윤을 죽이기 위한 움직임만 보일 뿐이었다.


“보통이라면 생존 본능이 우선일 텐데 말이지.”


그는 데스 리자드의 머리에 박힌 낫을 뽑아 다시금 휘둘렀다.

그리고 다가오는 데스 리자드들과 푸른 갈기쥐, 철갑 비둘기들을 쓰러뜨리며 계속해서 위치를 옮겼다.


건물에 들어서고, 층을 오르고 창문을 통해 빠져나오고.

다시 건물에 들어서고.

그러나 수많은 몬스터들은 그를 절대로 보내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후욱, 후욱······.”


숨이 차오른다.

몸이 무겁다.

손아귀에 힘이 제대로 실리지 않는다.


‘얼마나 죽였지? 얼마나 이동했지?’


김윤은 무거워진 다리를 이끌고 근처 건물의 옥상으로 향했다.

그리고 주변의 풍경을 바라보자.


“빌어먹을······.”


그는 최초의 장소에서 거의 이동하지 못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계속되는 몬스터들의 방해가 그 원인이었다.


‘일대를 통째로 날려버린다면······.’


그렇다면 몬스터들의 습격은 잠시 멈추고 장소를 확실히 옮길 수 있지 않을까.

김윤은 체내의 남은 마력을 점검했다.

그리 많지는 않으나 얼추 그의 작전을 실행할 만큼은 남아있었다.


‘문제는 이 작전이 실패하면 끝이라는 거지만.’


그 이후에는 그가 할 수 있는 게 그 무엇도 남지 않게 된다.

그야 이곳은 멸망한 지구, 그중에서도 살아남은 이들의 손길이 닿지 않는 한강 남쪽이다.


‘차라리 남은 마력을 모조리 이동하는 데 이용해 북쪽으로 향한다면······?’


그렇게 한다면 생존 확률이 더 오르지 않을까.


“돌아가야 하는데······.”


그는 아공간으로 돌아가야 했다.


“구해야 하는데······.”


그리고 길잡이의 이들을 구해야만 했다.


“네가?”


무언가 그의 귓가에 속삭였다.

새카만 무언가였다.

그리고 그것은 그에게 익숙한 것이기도 했다.


그야 이곳에 온 뒤로 계속해서 그에게 속삭이던 존재였으니 말이다.

그러나 김윤은 이 존재를 애써 무시했다.


이것이 나타난 것은 이번에 처음이 아니었으니까.

아공간에서부터 그러했다.


그가 자책하면 이 존재는 나타났다.

그가 트라우마를 상기하면 이 존재는 나타났다.

마치 그의 속마음을 대변하듯이 그에게 속삭였다.

그리고 그가 무너지기를 바랐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그가 잠에서 깨어나고, 몬스터들을 해치우며 이 망가진 도시를 눈에 담을 때.

그가 과거 도망친 곳이 이곳에서 그리 멀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그것은 그에게 속삭였다.


“너는 이번에도 구하지 못해. 늘 그랬듯이 말이야.”


새카만 무언가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것은 조소였다.

김윤에게 보내는 조소.


“닥쳐.”

“하하하. 사실이잖아? 네가 여기서 살아남는다고 해도 말이야. 무슨 수로 포탈을 통과할 거지? 아니, 통과해도 제정신이 아닐 거잖아? 그런 상태로 놈들을 구하겠다고? 웃기는 소리.”


이 새카만 것은 증거였다.

김윤이 아직 트라우마를 이겨내지 못했다는 증거.

마치 그가 두 손에 끼고 있는 장갑처럼 말이다.


“닥치라고!”


김윤이 새카만 무언가를 향해 낫을 크게 휘둘렀다.

그러나 그것은 그의 상상에 불과했다.

그렇기에 베이지 않았다.

그렇기에 다시금 뭉치며 형태를 이룰 뿐이었다.

그와 똑 닮은, 그렇지만 새카만 모습을.


“그냥 여기서 죽어. 어차피 너는 이곳에서 죽었어야 했잖아? 아, 그곳은 여기서 조금 떨어져 있던가? 그럼 남은 마력으로 그곳까지 가서 죽는 건 어때?”


김윤은 새카만 자신이 하는 말을 외면했다.

그리고 자신이 고안한 선택지 중 하나를 택했다.


그의 전신을 통해 푸른 마력이 일어났다.

마력 운용의 기초, 발현.

그것은 김윤의 의지에 따라 정해진 일을 실천하기 시작했다.


방출, 그리고 파괴.

그의 전신에서 마력이 폭발적으로 쏟아지며 일대를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새카만 자신을 넘어, 일대에 펼쳐진 몬스터들을 집어삼키고 소멸시켰다.

건물이 마력에 휩싸여 사라졌다.

바닥에 깔린 사체 역시 마찬가지였다.

마치 작은 재해와 같았다.

김윤이 기억하는 그 재해 말이다.


솟구치는 마력의 섬광이 점차 잦아들기 시작했다.

김윤이 마력을 거두는 것이었다.


그가 쏟아낸 마력은 얼추 그의 계획에 맞아들어갔다.

소멸한 일대의 몬스터들.

이제 더 먼 곳에서 이곳을 향해 몬스터가 몰려들 것이다.

그러니 남은 마력으로 장소를 옮기면 끝이다.


김윤이 두 다리에 남은 마력을 끌어모았다.

그리고 강화된 그 다리를 이용해 최대한 멀리 도약했다.


그가 소멸시켜 공터가 되어버린 일대를 빠르게 돌파하는 그.

그러나 그의 계획은 그 끝자락에서 무산으로 돌아갔다.


그의 생각보다 몬스터들이 몰려드는 속도가 빨랐기 때문이었다.


“젠장······.”


그가 마력을 방출하기 전부터 그들은 그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이 선택지를 택해서는 안 됐다.

북쪽으로 향했어야 했다.


김윤이 바닥에 두 다리를 박으며 제동을 걸었다.

그리고 싸울 준비를 했다.


아무리 그른 선택을 했다 한들 저항 없이 죽을 수는 없으니 말이다.

그는 품에 손을 집어넣어 지도를 꺼내 들었다.


그러자 단도 하나가 그의 손에 쥐어졌다.

김윤은 자세를 다잡으며 몬스터가 다가오는 것을 기다렸다.


쿠구구구구!


대지가 뒤흔들렸다.


“흐읍······.”


그는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이어 다가오는 그들을 향해 무기를 휘둘렀다.

그리고 그 순간이었다.


콰과과광!


어디선가 쏟아지는 폭격.

그것이 김윤의 전방을 가득 채운 몬스터들을 향해 쏟아졌다.


“키에에엑!”


수많은 데스 리자드들이 비명을 토했다.


“무, 무슨······.”


당황한 김윤이 주변을 살폈다.

정확히 몬스터만 노린 공격.

이것은 몬스터로서는 할 수 없는 공격이었다.

그야 그들의 최우선 목적은 인간의 죽음이었으니 말이다.


그러니 이러한 짓을 할 수 있는 것은 인간뿐이다.

리터너든 생존자든 인간이 이 주변에 있는 것이었다.


“거기 코트! 이쪽이야!”


저 멀리서 누군가 김윤을 향해 손짓했다.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자였다.


“살고 싶으면 이쪽으로 와!”


김윤은 곧장 그곳을 향해 내달렸다.

그가 자리에서 벗어나기 무섭게 그 장소 역시 폭발로 가득 들어찼다.


“그쪽은······?”


남자가 있는 곳으로 이동한 김윤이 그의 정체를 물었다.


“답할 시간 없어 이동해.”


그러나 그는 여유가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발을 바삐 놀릴 뿐이었다.

김윤 역시 그를 쫓아 빠르게 움직였다.

그리고 어느새 그들을 쫓아온 몬스터들.


“젠장!”


남자가 욕지거리를 흘리며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그것은 권총이었다.


그는 그것을 뒤쫓아오는 몬스터들을 향해 겨눈 후, 방아쇠를 당겼다.


타앙! 탕!


총성이 울려 퍼지며 몬스터들의 머리가 꿰뚫렸다.

그러나 쓰러진 것은 고작 둘.

쫓아오는 것은 그보다 많았다.


“최지원!”


남자가 하늘을 향해 소리쳤다.

그러자 다시금 폭격이 그들의 바로 뒤로 쏟아지며 몬스터들을 불태웠다.


“쉬지 말고 계속 달려!”


남자가 김윤을 돌아보며 소리쳤다.

공터를 지나 건물 숲 사이를 내달리는 그들.


얼마나 달렸을까.

저 멀리 멸망한 도시의 색이 아닌 다른 색을 품은 구조물이 그들을 맞이했다.


“다 왔다······!”


남자가 성벽과도 같은 것을 발견하자 더욱 속도를 높였다.

반면 김윤은 그러지 못했다.

그는 이미 지칠 대로 지친 상태였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러한 그는 몬스터들이 노리기 쉬운 먹잇감이었다.


황금빛 비늘을 두른 도마뱀들이 김윤을 향해 달려들었다.


“젠장!”


남자는 방향을 꺾어 김윤에게 달려나갔다.

그리고 품에서 또다시 무언가를 꺼내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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