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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공간 지도 제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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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플폴풀
작품등록일 :
2023.08.07 15:17
최근연재일 :
2024.08.07 20:00
연재수 :
19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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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15
추천수 :
333
글자수 :
1,020,566

작성
23.11.2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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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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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2쪽

길을 만드는 자 (7)

DUMMY

“길을 만드는 자······.”


백민호가 그에게 말했고, 의문의 목소리 또한 그에게 말했던 그것.

그리고 지금 눈앞에 있는 거대한 리자드맨, 카룬조차 그를 알고 있다.


그는 모르나 그가 엮이는 내용, 길을 만드는 자.


“그게 대체 뭐죠?”

“음? 길을 만드는 자가 길을 만드는 자를 모르는가.”


카룬이 육중한 몸을 되돌려 의자에 몸을 맡겼다.

이어 그는 거대한 주먹으로 턱을 괴었다.

그러자 그의 황금빛 눈동자가 더욱 밝게 타올랐다.


“그대, 각성하지 못했군. 하필 찾아온 이가 자신의 힘을 깨닫지조차 못한 이인가. 한탄스럽다. 한탄스러워.”


카룬의 전신에서 마력이 폭발적으로 쏟아졌다.


“크윽······.”


그것은 순식간에 방을 가득 채워 김윤에게 압박을 가했다.


“내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거늘. 결국 잠들 운명인가.”


카룬이 한숨을 내쉬며 천장에 뚫린 구멍을 바라보았다.

그곳에 있는 태양이 그를 가만히 내려 보았다.

자신에게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듯이, 홀로 고고히 타오르며.


“하지만 각성하려는 의지는 있는 듯하니······.”


그가 다시금 시선을 옮겼다.


“내가 돕겠다.”

“돕는다고······?”


어느새 주변을 장악했던 카룬의 마력이 사라졌다.

김윤은 힘겹게 몸을 일으키며 카룬을 바라보았다.


“그래, 너는 길을 만드는 자가 무엇인지 알고 싶은 거겠지?”


김윤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여 긍정을 표했다.


“그것을 도와주지. 그러니 너 역시 나를 도와라.”


카룬이 턱을 괴지 않은 다른 손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손가락을 펼쳐 김윤을 가리켰다.


“아, 물론 거절은 받지 않는다.”


손가락 끝에서 마력이 쏟아졌다.

그것은 순식간에 김윤을 휘감았다.

마치 고치처럼 변한 마력의 형태.

그것은 이내 발광하기 시작했다.


“깨달아라. 네가 무슨 힘을 지니고 있는지를. 네가 곧 길을 만드는 자이니.”


김윤의 시야가 새하얗게 물들었다.



***



눈앞에 낯익은 풍경이 보였다.

마치 그날의 그 풍경, 마석 대재해의 풍경과 같은 모습.

그러나 이곳은 서울이 아니었다.


콰과과광!


사방에서 쏟아지는 마력의 빛.


‘이게 대체 무슨······. 아니, 여긴 어디지?’


아니, 애초에 지구가 아니었다.

그것은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처음 보는 형태의 건물들.

물론 그것만 본다면 그가 모르는 외국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아니었다.


가장 중요한 이곳에 살고 있는 존재, 그것이 인간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그들은 도마뱀과 인간을 뒤섞은 듯한 존재, 리자드맨이었다.


‘리자드맨······?’


그러나 그가 알고 있는 평범한 리자드맨과는 달랐다.

그보다는 카룬처럼 인간과 매우 흡사하게 생겨 있었다.

그것은 이곳에서 공포에 휩싸인 채 도망치는 모두가 그러했다.


‘이게 대체 뭐야?’


이해할 수 없는 광경이었다.

이곳은 대체 어디인가.

그리고 어디이기에 이러한 마력 대재해가 일어난 것인가.


혹시 리자드맨이 원래 지구에 살고 있었던 것일까.

그가 모르는 세계 어딘가에 이런 곳이 있었던 것일까.


김윤이 수많은 생각에 잠겨 길 한 가운데에 멈춰있었다.

그리고 그런 그를 뒤로한 채 수많은 리자드맨이 도망쳤다.

그곳으로 섬광이 떨어지고 있었으니 말이다.


‘아······.’


피하기엔 늦었다.


콰아아아앙!

그대로 그를 집어삼키는 섬광.

리자드맨은 그가 존재하지 않는 듯이 통과했으나 이 섬광은 아니었다.


마치 전신이 불타오르는 것같은 감각.

아니, 그것을 넘어 전신이 녹아내리는 것만 같았다.


그 끔찍한 고통 속에 그의 정신이 멀어져가던 순간, 그는 현실로 돌아왔다.


“흐어어억!”


숨을 거세게 내뱉으며 몸을 일으키는 김윤.

그는 곧장 주변을 살폈다.

카룬의 방, 그는 그곳에 있었다.


“꾸, 꿈······?”


마치 죽음을 직접 겪은 것 같은 생생한 느낌.

김윤은 벌벌 떨리는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벌써 깨어났나.”

“제게 뭘 한 거죠?”


김윤이 손을 거두며 카룬을 바라보았다.


“방금 그 광경은······?”

“나로서는 직접적으로 말할 수 없다. 비트는 것 정도만 가능할 뿐이지.”


카룬이 날카로운 손톱이 달린 손가락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그나저나 고작 한 번으로는 볼 수 있는 것도, 얻을 수 있는 것도 없군. 그대 죽음의 위기를 겪어본 적이 있는가?”


카룬의 질문에 김윤은 최근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박건영과 대치했을 때의 일이었다.


“최근에요.”

“그런가. 그렇기에 그 길로 인도하는가. 그러나 이미 겪었음에도 열리지 않는 길이라······. 방대한 길을 지니고 있나 보군.”


그의 황금빛 눈동자가 김윤을 향했다.


“그렇다면 가능성이 있겠어. 그대, 앞으로 매일 이곳에 오도록 하라.”


카룬이 손가락을 뻗었다.

그러자 다시금 마력이 쏟아지며 김윤의 팔을 휘감았다.


“이건······?”


김윤이 팔에 이변을 깨닫고 옷을 걷었다.

그러자 그곳엔 황금빛으로 이루어진 도마뱀의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이곳으로 곧바로 연결될 수 있는 수단이다. 강제로 각성을 시키는 것이다 보니 네 힘이 거부하더군. 아무래도 한두 번으로는 깨어나지 않을 것 같다. 때문에 그대는 하루에 한 번씩 나를 찾아와야 할 것이다.”

“각성······. 그 광경이 각성과 연관이 있는 건가요?”

“네 힘이 널 죽음으로 이끈 것이다. 본래 내가 보여준 것은 길을 만드는 과정으로 이어져야 하는 것. 그러나 네 힘이 거부하고, 시간대를 비틀어 멋대로 멸망과 죽음으로 이끌더군.”


카룬이 팔짱을 끼고 태양을 바라보며 눈을 감았다.


“네 길은 멸망과 죽음으로 열리는 것이다. 길을 만드는 자여. 고된 길이로다.”


그가 다시금 고개를 숙여 김윤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네 세상을 위해선 필요한 힘이 될 것이다. 그리고 나를 위해서도. 그러니 매일 찾아와 네가 어떤 길을 만드는지 깨달아야 할 것이다.”

“세상을 위해······?”

“네가 각성한다면 깨닫게 될 것이다.”


그때였다.

갑자기 김윤의 전신에서 솟구치는 마력.


“이, 이건?”


그의 의지로 일어난 것이 아니었다.


“흐음, 완전하진 않으나 각성이 이루어진 것인가?”


그의 마력이 형태를 이루기 시작했다.

그것은 최초로 지도의 형태를 이루었고, 이내 폭발하든 사라지며 다른 형태로 변했다.

그것은 돌이었고, 그것은 물이었다.

그리고 풀이 되어 자라났고, 불이 되어 사라졌다.

그것이 계속해서 반복됐다.


계속해서 형태를 바꾸며 덩치를 키워나가는 마력.

그것은 순식간에 카룬의 방 전체를 집어삼켰다.


“깨어나자마자 길을 만드는가. 그러나 그대의 의지가 아니로군.”


방 전체를 휘감은 마력, 그것은 이곳에 무언가를 새기기 시작했다.

그것은 김윤이 카룬의 마력을 통해 보았던 그 광경이었다.


“하하.”


그것은 보자 카룬이 메마른 웃음을 터트렸다.

그 마력에서 자신을 향한 적대감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하늘 높이 새겨진 마력의 섬광.

그것이 일제히 카룬을 향해 쏟아졌다.

물론 이것 역시 김윤의 의지는 아니었다.


“관여하지 말라는 것인가. 감히!”


카룬이 육중한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마력으로 폭발을 일으키며 쏟아지는 섬광을 막아냈다.


“이······!”


이어 그 의지에 소리치기 위해 입을 벌리는 순간이었다.

마치 그것을 입에 담아서는 안 된다는 듯.

마석 던전 내부의 시간이 얼어붙었다.


쿠드드득!


그러나 카룬은 그 힘에 저항했다.

그 강제력에 저항하며 다시금 닫히려 하는 입을 벌려 소리쳤다.


“방해. 하지. 마라-!!”


쩌렁쩌렁 울려 퍼지는 목소리.

마석 던전 전체가 뒤흔들리는 것만 같았다.


카룬이 오른손에 마력을 응축했다.

그러자 그것은 기다란 창이 되었고 김윤을 향해 쏘아졌다.


카룬의 기준에서 창이었기에 김윤에게는 거대한 건물의 기둥이나 다름없었다.

김윤은 곧바로 그것을 막기 위해 마력을 끌어올렸다.

그러나 그의 마력은 그의 의지를 따르지 않았다.


여전히 그의 품을 벗어나 카룬에게 공격을 쏟아붓는 그의 마력.

그 어떠한 스킬도 발동이 되지 않았다.


‘죽는······.’


그렇기에 그에게는 막을 방법이 없었다.

피할 수조차 없었다.

마력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었다.

저 창의 속도는 너무나도 빨랐으니까.


김윤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마치 그가 방금 보았던 그것처럼 다가오는 죽음의 공포를 맞이했다.


‘음······?’


그러나 한참이 지나도 그는 죽지 않았다.


김윤은 천천히 눈을 떴다.

그러자 그의 눈앞에 거대한 창이 멈춰있었다.


그의 마력이 그것을 붙잡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마치 거인의 손과 같은 형상으로 창을 붙잡고 있는 마력.

물론 그의 의지는 아니었다.


“꼬이는 것은 또 싫은 모양이군. 그럼 물러가라! 어차피 네놈의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겠나!”


카룬이 거대한 마력의 손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그렇지 않으면 길을 만드는 자를 죽여버리겠다!”


짙은 살기가 반파된 방안을 가득 채웠다.

그러자 마력의 손이 점차 흩어지기 시작했다.


마치 포기하고 돌아가려는 것만 같았다.

그러나 그것은 착각이었다.


다시금 뭉치며 카룬을 노리는 마력의 손.

그 거대한 손은 카룬을 그대로 밀어붙여 벽에 처박았다.


콰아앙!


흙먼지가 피어오르고 벽을 이룬 바위의 파편이 쏟아져 내렸다.


“이 빌어먹을······!”


카룬이 다시금 전신에서 마력을 일으켰다.

그것으로 자신을 움켜쥔 손을 밀어낸 후, 이번엔 거대한 검을 만들어 휘둘렀다.

마력의 손이 마력의 검에 갈라졌다.


“이 개자식이! 오냐, 죽여주마!”


카룬이 갈라진 마력의 손을 다시금 베어낸 후, 김윤을 향해 돌진했다.

거대한 마력의 검이 김윤의 머리를 노리고 휘둘러졌다.

그러나 그것은 김윤을 베지 못했다.


김윤의 머리 위로 뒤엉킨 마력이 그의 검이 향해야 할 길을 비틀었기 때문이었다.


“그릇이 상하는 것을 바라는가!”


카룬이 다시금 검을 휘둘렀다.

한 번, 두 번.


그의 검격이 수없이 쏟아졌으나 단 하나도 김윤에게 닿지 않았다.

모조리 어딘가로 휘어지며 김윤을 비켜 갈 뿐이었다.


“꺼져라-!!”


카룬이 검을 바닥에 처박았다.

그러자 그의 검이 마력을 터트리며 사방으로 충격파가 터져 나갔다.

마석 던전 전체가 흔들리는 지진은 덤이었다.


그로 인해 흩어지는 마력.

김윤의 마력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것이었다.


흩어진 마력이 더 이상 움직이지 못하고 사라졌다.

알 수 없던 누군가의 의지가 사라진 것이었다.


“흥.”


카룬이 자신이 마력을 터트리면서 무너진 의자를 바라보았다.


“빌어먹을 놈.”


그는 그것을 향해 손을 뻗어 마력을 쏟아냈다.

그러자 무너진 파편이 다시금 뭉쳐 의자를 만들어 냈다.


“후······.”


곧장 그것에 몸을 맡긴 그.

그는 얼굴을 구긴 채 김윤을 바라보았다.


“돌아가라.”


카룬이 눈을 감은 채로 손가락을 뻗었다.

그러자 김윤의 뒤로 포탈이 생겨났다.

마석 던전에서 벗어나는 길이었다.


“그리고 내일 찾아와라. 또한 오늘의 일은 잊어라. 아니, 기억하더라도 그 누구에게도 발설하지 않는 것이 너를 위한 길일 것이다.”


김윤은 순순히 그의 말에 따랐다.

그가 내뿜는 위압감에 감히 저항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잠시 카룬을 바라보다 이내 포탈에 몸을 맡겼다.

그러자 포탈 특유의 울렁거림이 그를 휘감더니 순식간에 바깥으로 그의 몸이 옮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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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길을 만드는 자 (8) 23.11.24 59 2 11쪽
» 길을 만드는 자 (7) 23.11.23 57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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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길을 만드는 자 (5) 23.11.20 61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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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길을 만드는 자 (3) 23.11.15 57 2 12쪽
66 길을 만드는 자 (2) 23.11.14 55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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