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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공간 지도 제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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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플폴풀
작품등록일 :
2023.08.07 15:17
최근연재일 :
2024.08.07 20:00
연재수 :
195 회
조회수 :
18,108
추천수 :
333
글자수 :
1,020,566

작성
23.10.10 20:00
조회
70
추천
2
글자
12쪽

용오름 (3)

DUMMY

두렵다.

그렇기에 심장이 이렇게 빨리 뛰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렇게 손바닥에 땀이 흥건한 것이다.


지금 이 밖으로 나간다면 그토록 두려워하던 죽음이 바로 곁으로 다가올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멈추지 않았다.

지금은 용기가 필요한 때였으니 말이다.


황금빛 벽이 그녀를 스쳐 지나갔다.

그러자 그 내부에서 마력으로만 느끼던 생생한 공격들이 그녀를 향해 쏟아지기 시작했다.


우선은 마력으로 이루어진 화살들이었다.

E급 스킬, 애로우.

하나하나는 별거 없는 스킬이나, 그것을 여러명에서 쓴다면 의미가 없지는 않다.

마치 지금 그녀가 보는 광경처럼 폭우로 변할 테니 말이다.


주은서는 들고 있던 단도를 내던졌다.

김윤이 미르에서 받아왔던 단도, 의지.

그것은 마력을 한 번 불어넣으면 그것이 바닥날 때까지 그녀의 뜻에 따라 움직이는 무기였다.


단도가 마력을 집어삼키며 그녀의 손을 떠났다.

그리고는 평범한 투척의 경로로는 움직일 수 없는 모습을 보이며 쏟아지는 애로우를 모조리 쳐냈다.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모든 애로우를 쳐낸 단도가 날을 한 사람을 향해 겨눈 후, 쏜살같이 쏘아졌다.


푸욱!


정확히 심장을 꿰뚫는 단도.


“커헉······!”


이어 그것은 다시금 푸르게 타오르며 아직 식지 못한 남자의 몸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주은서의 손을 향해 날아가 들렸다.


“꽤 괜찮네.”


그녀가 전방에 있는 적들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확실히 내 능력을 알고 보낸 놈들이네.’


각각의 전투 능력은 크게 높지 않았다.

가장 높은 이가 C등급 정도.

그저 물량으로 그녀의 결계를 녹이기 위한 이들이었다.


‘확실하게 사장님이랑 우진 오빠가 없는 것을 알고 있고, 우리가 전투 특화가 아닌 것도 알고 있는 것 같고.’


“안 나왔으면 이런 놈들한테 당할 뻔했네.”


아무리 그녀의 마력 랭크가 저들보다 높다 한들, 그것에는 한계가 있다.

또한 전투에 특화되지 않은 그녀 상대하기엔 많은 양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물러서지 않았다.


그 증거로 지금 그녀는 바닥을 박차며 돌진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주은서가 허리춤에 있는 단도를 꺼내 들었다.

이번엔 평범한 단도였다.


의지는 내던지고 방금 꺼낸 단도는 다가오는 적들을 향해 휘둘렀다.

의지가 그녀를 수호하듯 주변을 맴돌았고, 손에 들린 단도가 다가오는 적들을 베어냈다.


“후읍!”


단도가 그녀의 뒤에 있던 이의 복부를 꿰뚫었다.

그러자 그 틈을 노리고 떨어지는 검 한 자루.

하지만 걱정할 필요 없다.


캉!


의지가 그것을 막아줄 것이니.

그리고 적을 꿰뚫어줄 것이니.


의지가 검을 막고, 그것을 휘두른 이의 심장에 처박혔다.

그러자 주은서는 그것을 직접 뽑아낸 후, 마력을 다시금 주입했다.

의지에 담긴 마력이 바닥나기 전에 충전해준 것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뒤에 있던 이를 걷어찬 후, 다시금 단도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다시금 적을 향해 휘둘렀다.


‘다섯.’


지금까지 그녀가 해치운 수다.

그리고.


푸욱!


그녀가 입은 상처의 개수였다.


애로우가 날아와 그녀의 어깨에 박혔다.

보통의 화살이었다면 그것은 유지되었겠지만 그것은 마력으로 이루어진 화살.

그렇기에 시간이 지난 후 사라지며 그녀에게 더 큰 출혈을 일으켰다.


“후욱, 후욱······.”


숨이 격하게 차오른다.

몸에 새겨진 상처에서 통증이 인다.

하지만 이제야 다섯을 쓰러뜨렸을 뿐이다.

아직 저 앞에 몇 배는 되는 적이 깔려있다.


“평소에 운동 좀 해둘걸.”


그녀가 인벤토리를 열어 회복약을 들이켰다.

통증이 조금 가시는 느낌이었다.


상처를 어느 정도 회복한 그녀는 마력을 일으키며 신체를 더욱 강화했다.

그리고 다가오는 이의 턱에 주먹을 꽂아 넣은 후, 발차기를 복부에 꽂아 날려버렸다.


다시 거리를 벌린 그녀가 길잡이의 건물을 살폈다.

일대에 유일하게 남은 건물.

그것은 그녀의 고유 스킬인 배제 구역이 지키고 있었다.


그렇기에 아직은 건재한 상황.

하지만 그녀의 무너진다면 저 건물은 버티지 못할 것이다.


그렇기에 그녀는 지금 고유 스킬조차 사용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의 고유 스킬 배제 구역.

그것은 단 하나만 설치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그녀는 그것을 추가로 설치하지 못하고 있었다.


마력을 아껴야 하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새로 설치하는데 상당한 마력을 소모한다.

그렇기에 고유 스킬을 쓰지 못하고 있는 것이었다.


물론 그것만 쓰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녀는 신체 강화와 의지를 제외하고는 마력을 전혀 쓰고 있지 않았다.

어떻게든 마력을 더 아껴야 저 안에 있는 이들을 지킬 수 있으니 말이다.


마치 그들을 거두어주었던 김윤이 그랬던 것처럼.

그녀는 자신을 희생하고 있었다.


마력의 화살에 몸이 꿰뚫리고, 여러 병장기에 몸이 갈라져도.

그녀는 물러서지 않았다.


격한 통증이, 그리고 그녀가 그 무엇보다 무서워하던 죽음이 코앞에 다가와도.

그녀는 물러서지 않았다.


“으아아아아-!!”


피로 전신을 물들인 주은서가 소리를 내지르며 의지를 휘둘렀다.

그것은 그녀의 바로 앞에 있던 이의 목을 갈랐고, 그자의 도끼에 팔을 잃었다.


도끼로 인해 생긴 단면에서 피가 주르륵 쏟아졌다.

주은서가 그 모습과 바닥에 떨어진 자신의 팔을 바라보았다.


현실적이지 않은 모습이었다.

새빨갛게 물든 바닥의 모습도 바닥에서 구르고 있는 자신의 팔도.

그리고 그곳에 있는 자신도.


주은서가 흐려지는 시야로 다가오는 적들을 바라보았다.

아직도 잔뜩 남았다.


그렇기에 그녀는 맞서야만 했다.

그러나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두 무릎이 바닥과 맞닿았다.

하나 남은 팔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마력이 부족한 것은 아니었다.

고유 스킬은 유지되고 있으니 말이다.


‘아, 피가 부족한 건가?’


그녀의 몸이 균형을 잡지 못한 채 완전히 쓰러졌다.

그리고 흐려지는 시야로 다가오는 적들을 바라보았다.


‘끝인가.’


이것이 죽음인 것일까.

그녀는 평소 그것을 두려워했던 것과 달리 의외로 편안하다고 느꼈다.

마치 모든 것에서 해방되는 것과 같은 느낌.

전신을 옥죄던 통증이 사라지는 것만 같았다.


소리가 점차 멀어졌다.

시야가 검게 물들어갔다.


그 순간이었다.

그녀의 눈꺼풀이 완전히 닫히기 직전.

푸른 섬광이 일대를, 지상을 향해 추락했다.



***



곧장 아름으로 향하던 김윤.

그는 평소보다 빠른 속도로 귀환을 하고 있었다.

그가 지닌 길잡이의 보안 스킬과 연결된 기기에 반응이 끊겼기 때문이었다.


‘보안 스킬이 파괴됐다.’


누군가 길잡이를 습격한 것이었다.


‘백화인가?’


아까 만난 그가 먼저 귀환해 길잡이를 습격한 것일까.

아니면 따로 부하를 보낸 것일까.


적어도 시민들은 그를 욕할 뿐 길잡이를 공격하는 짓은 하지 않았다.

그것은 다른 길드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니 당장 생각나는 것은 그것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그야 내가 백화의 주요 전력 중 하나를 죽였으니까.’


김윤이 가속 스킬을 사용하며 새하얀 공간을 빠르게 가로질렀다.

그의 모습은 너무 빨라 눈으로 좇을 수 없을 정도였다.

그렇기에 그는 빠른 속도로 아름에 도달할 수 있었다.


저 멀리에서부터 보이는 거대한 벽으로 가려진 도시.

김윤은 그곳을 향해 더욱 속도를 높인 후, 바닥을 크게 박찼다.

그러자 그의 몸이 높게 떠오르며 아름을 한눈에 내려보게 되었다.


그는 마력으로 두 눈을 강화한 후 저 멀리 보이는 길잡이가 있었던 곳을 바라보았다.

원래는 길잡이 외에도 건물이 한가득 있어야 하는 구역.

그러나 그곳에는 그 어떠한 건물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새카만 연기만 하늘 높이 치솟을 뿐이었다.


그것을 보는 순간 김윤은 초조함을 감출 수 없었다.

다른 것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아름 전체가 혼란에 휩싸여있었지만 그의 눈에는 그것 외에는 보이지 않았다.

그렇기에.


콰아앙!


그의 뒤로 생긴 마력 방패를 박차며 길잡이를 향해 쇄도했다.


순식간에 좁혀지는 거리.

김윤은 그 순간 보고 말았다.


피로 물든 주은서에 모습을.

그리고 그녀를 향해 달려드는 이들의 모습을.


“이······!”


김윤은 마력을 터트렸다.

평범한 방출이었다.

그러나 그 위력은 평범하지 않았다.


그것은 마력으로 이루어진 해일이나 다름없었다.


콰과과과과!


마력의 파도가 적들을 모조리 집어삼켰다.

그리고 흔적도 남지 않게 소멸시켰다.


“은서야!”


김윤이 텅 비어버린 대지에 착지한 후, 주은서를 향해 돌진했다.

아직 살아남은 이들이 멍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방금 떨어진 가공할만한 위력의 마력을 보았기에 전의를 잃은 것이었다.

그러나 김윤에겐 자비란 없었다.


그는 지금 분노에 휩싸여있었으니 말이다.

김윤이 품에서 손잡이를 꺼내들었다.

그리고 마력을 불어넣은 후 휘둘렀다.

그러자 채찍과도 같은 칼날이 휘둘러져 놈들의 목을 모조리 갈라버렸다.


이제 남은 적은 없었다.

김윤은 그 즉시 주은서를 향해 달려들어 상태를 살폈다.


전신에 새겨진 수많은 상처.

피로 물든 온몸.

잘려 나간 팔.

끊어져 가는 숨.


“정신 차려!”


김윤의 소리쳤다.


“아······ 사··· 장님······.”


그러자 주은서가 힘겹게 눈을 뜨며 김윤을 바라보았다.


“오··· 셨군······ 요.”

“······그래.”

“제가······ 지켰어요.”


주은서가 힘겹게 미소를 지었다.


“······그래.”


김윤 역시 미소를 지었다.

일그러진 미소였다.


“조금만 참아.”


김윤이 품에 손을 집어넣었다.

그리고 지도를 꺼내 들었다.


그것은 이내 그의 마력을 집어삼키고 하나의 물건으로 변했다.

회복약이었다.

그러나 평범한 약과는 다른 특수한 물약이었다.


엘릭서.

아름에서 단 두 개만 만들어졌다던 전설의 비약이었다.

과거 기억을 받으러 온 리터너의 기억에서 찾았던 것이었다.


‘혹시 몰라 챙겨두길 잘했네.’


손님에게는 미안하지만 지금 와서는 잘한 일이라고 생각되는 것이었다.


‘어떤 손님이었는지도 기억은 안 나지만.’


이런 것을 가지고 있었으니 평범한 이는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었다.


지금 중요한 것은 이것을 통해 주은서를 살려야 한다는 것.

그의 기억이 아니기에 단 한 장뿐인 기억이다.

하지만 아깝지는 않았다.


김윤이 잘려나간 주은서의 팔을 단면에 가져간 후, 물약을 그녀에게 먹였다.

그러자 푸른 섬광이 그녀의 모든 상처 부위에서 솟구쳤다.

효과가 발휘되고 있는 것이었다.


‘기억에 불과해서 완벽하진 않겠지만.’


당장 그녀는 죽지 않을 것이다.

지금 도로 붙은 팔과 아문 상처들이 그것을 증명했다.

또한 그녀의 호흡 또한 안정되었다.


김윤은 그녀를 안아 들고 길잡이로 향했다.


“사, 사장님······.”


그러자 최현민과 이서준이 피로 물든 그들의 모습을 보며 조심히 다가왔다.


“현민아. 은서를 부탁할게.”


김윤이 주은서를 바닥에 살포시 눕혔다.


“네. 네!”


그리고 가게를 빠져나와 자신이 목을 갈라버린 이들의 시체를 살폈다.

정확히는 그들의 복장에 새겨진 문양이었다.


처음에는 분노에 휩쓸려 잘못 봤나 했었다.

그러나 아니었다.

이것은 그가 아주 잘 아는 문양이었다.


미르.

아름의 삼대 길드 중 하나의 문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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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길을 만드는 자 (7) 23.11.23 56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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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바깥 (2) 23.10.24 64 2 11쪽
51 바깥 (1) 23.10.23 65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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