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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공간 지도 제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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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플폴풀
작품등록일 :
2023.08.07 15:17
최근연재일 :
2024.08.07 20:00
연재수 :
195 회
조회수 :
18,130
추천수 :
333
글자수 :
1,020,566

작성
23.10.2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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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추천
2
글자
12쪽

바깥 (3)

DUMMY

콰아앙!


화염이 쏟아진다.

충격파가 휘청이는 몸을 밀친다.

남자가 던진 것, 그것은 폭탄이었다.


후끈한 열기가 등 뒤에서부터 쏟아져 김윤을 덮쳤다.

그것은 뛰기 힘든 그의 몸을 바닥에 내던지기엔 충분한 위력이었으며, 그의 뒤에 쫓아오던 몬스터들을 불사르기 충분한 위력이었다.


김윤은 등 떠미는 충격파에 바닥을 굴렀다.

그리고 천천히 의식을 잃어갔다.


바닥 난 마력과 몸에 축적된 피로의 영향이었다.

김윤은 점점 멀어지는 소리를 들으며 눈을 감았다.


“너······! 사람한테··· 폭탄을 던져?”

“그럼 어떻게 해! 이게 최선······!”



***



멀어졌던 소리가 다시금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직 의식이 완전히 돌아오지 못했기 때문일까.

온전치는 못했다.


“상··· 는······?”

“마력··· 바닥······.”

“열··· 상, 해······.”


뚝뚝 끊겨서 들려오는 목소리.

그것이 네 번째 반복될 때였다.


“누, 눈 떴다!”


어린 소녀의 외침이 그의 귀를 온전히 파고들었다.


“으음······.”


김윤이 신음을 흘리며 눈을 깜빡였다.

그리고 낯선 천장을 살폈다.


건물 내부는 아니었다.

그야 천장이 천으로 되어있었으니 말이다.

마치 텐트와 같은 형태.


김윤이 고개를 돌려 소리가 들려온 곳을 바라보았다.

그곳에서 소리를 지르던 소녀는 어느새 텐트 바깥으로 달려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누군가를 데리고 텐트로 돌아왔다.


“봐요! 깨어났어요!”


소녀가 김윤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그러네.”


김윤이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소녀와 소녀가 데려온 이를 바라보았다.

새하얀 머리를 하나로 모아 묶은 머리에, 동그란 안경을 쓴 푸근한 인상의 여성이었다.


김윤이 쩍쩍 갈라지는 목소리로 질문을 던졌다.


“······여긴 어디죠?”

“생존자 캠프랄까요. 일단 물부터 마셔요.”


여성이 컵에 물을 따라 건넸다.

김윤은 그것을 잠시 의심했으나 일단은 들이켰다.

얼마나 기절해 있었는지 목이 너무 말랐기 때문이었다.


그것을 전부 들이킨 그는 다시금 질문을 던졌다.

그녀가 그에게 해주었던 답이 생소한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그가 알기로는 지금까지 아공간의 이들은 지구에서 생존자를 발견한 적이 없었다.


“생존자 캠프······?”


애초에 그러한 존재들이 있을 수 없는 환경이었다.

이 도시에 잠깐 돌아다니던 김윤조차 그것을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으니 말이다.


인간이 지닌 마력에 이끌려 끝없이 쏟아지는 몬스터.

그리고 그들이 보이는 생존 본능조차 뛰어넘는 인간을 향한 적대감.

지금 이곳은 인간이 살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그런데 이들은 이곳이 생존자 캠프라고 칭하고 있었다.


그렇다는 것은 이곳은 아공간으로 향하는 다른 포탈인 것일까.


“아공간인가요······?”

“아뇨, 지구에요. 움직일 수 있으신가요? 상처는 다 조치해두긴 했는데······.”


그녀가 김윤의 몸을 흘끗 바라보았다.

전신에 감긴 붕대, 그것은 금방 간 것인지 깨끗한 상태였다.


김윤은 손을 움직이고, 마력을 흘려보내는 등 몸 상태를 확인했다.


“움직일 수는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럼 이쪽으로.”


그녀가 앞서 발걸음을 옮기고 그 뒤를 김윤이 뒤쫓았다.


텐트을 빠져나오자 주변의 풍경이 그의 두 눈에 담겼다.

그가 있던 것과 같은 텐트가 여럿이 모여 있는 곳.

생존자 캠프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풍경이었다.


김윤이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여전히 먹구름이 가득한 하늘이 그를 반겼다.


‘하늘이 있다.’


그리고 그것이 뜻하는 것.

그것은 이곳이 지구라는 뜻이었다.

아공간 내에는 저러한 하늘이 존재하지 않으니 말이다.


이곳은 확실한 지구, 그리고 생존자 캠프였다.


“정말 생존자 캠프군요.”

“맞아요. 그런데 생존자 캠프를 처음 보신다라······. 아공간에서 오셨나요?”


김윤은 그 질문에서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다.

아니, 그 이전부터였다.


이곳엔 수많은 텐트가 있다.

그런데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저 앞에 있는 여자 외에는.


그는 곧장 마력을 일으켰다.

그리고 그것을 전신으로 순환시키며 육체를 강화했다.


그 순간이었다.

사방에서 튀어나오는 이들.


김윤은 곧바로 대응하며 그들의 공격을 막아냈다.

좌측에서 오는 이는 머리를 움켜쥐어 그대로 우측으로 내던졌고, 배후에서 오는 이에게는 뒤차기를 날려 주었다.

이어 후방, 양 대각선에서 오는 이들은 내지르는 병장기를 몸을 틀어 피해낸 후, 턱에 주먹을 한 대씩 꽂아주었다.


“크윽······!”

“크학!”


곳곳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그중 김윤의 것은 없었다.


“또, 다시··· 생존자 캠프를 없앨 셈이냐!”


바닥에 쓰러진 누군가가 김윤을 향해 외쳤다.

그 외침에 의문을 품은 김윤은 자신의 앞에 있는 여자를 향해 물었다.


“생존자 캠프를 없앤다고? 그게 무슨 소리죠?”

“······정말 모르는 건가요?”


여자가 김윤을 향해 권총을 겨누었다.


“쏴버려!”


김윤의 바로 위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동시에 내리꽂히는 날카로운 창.


김윤은 재빠르게 뒤로 물러나며 창을 피해냈다.

그리고 그 공격을 한 이의 얼굴을 살폈다.


그가 아는 얼굴이었다.

의식을 잃기 전, 쏟아지는 몬스터들 사이에서 그를 구해줬던 이였으니 말이다.


“애초에 구하지 말았어야 했어. 복장부터 수상했다고!”


남자가 창을 뽑아 김윤에게 겨누었다.


“······구하자고 한 건 너잖니. 그리고 그렇게 떨어지면 총을 어떻게 쏘니?”

“그, 그건 그렇지만. 아공간 사람이 아닌지 알았지!”

“복장부터 수상했다며?”

“그, 그건······.”


김윤이 그들의 대화를 가만히 듣다 두 손을 올렸다.


“무슨 오해가 있으신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이 캠프를 망가뜨릴 생각이 없어요.”

“그걸 어떻게 믿고!”


남자가 창을 김윤에게 겨누었다.


“애초에 그럴 속셈이었으면 이곳에 들어온 순간부터 일을 저지르지 않았을까요?”

“우리가 방심하길 기다린 걸 수도 있잖아!”

“흐음······. 그것도 그렇네요. 근데 그러면 치료하기 전에 포박했다면 해결됐을 일 아닌가요?”


김윤의 날카로운 질문에 남자가 당황해했다.


“그, 그건······. 하지만 사람이 죽어가는 걸 어떻게 사람으로서 그냥 보고 있냐?!”

“그것도 그렇네요.”


김윤이 싱긋 미소지었다.


“이 자식이 뭘 웃어!”


남자가 소리치며 김윤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리고 계속해서 창을 내질렀다.


힘이 실린 공격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노리는 게 너무도 단순했다.

정직함 그 자체인 공격.


또한, 주변 이들과의 연계 따위 신경 쓰지 않는 움직임.

그리고 앞서 보여준 모습.


‘열이 많은 친구네.’


김윤이 다시금 미소를 지었다.


“음··· 그런데 말이죠. 당신이 저를 살린 선택.”


그리고 남자의 귀에 속삭였다.


“그게 이 캠프의 모두를 죽일 수 있는 선택이라도요?”

“이··· 여, 역시 그랬어! 개자식이-!!”


남자가 화들짝 놀라며 창을 크게 휘둘렀다.

그리고 그것은 그의 동작에 커다란 틈을 만들었다.


김윤은 그것을 놓치지 않고 공격을 가했다.

마력으로 강화된 주먹이 그의 복부를 파고들었다.


“커헉······!”


그의 발이 한 뼘 정도 떠올랐다가 도로 바닥에 닿았다.

물론 발바닥이 닿은 것은 아니었다.

김윤이 연속 공격으로 복부를 걷어차 그를 날려버렸으니 말이다.


“크으······ 최, 지원, 포격해!”

“그만.”


여자가 손을 들며 남자를 제지했다.


“정말로 모르는 것 같으니까.”


그녀의 눈동자에 푸른 마력이 깃들었다가 사라졌다.


“고유 스킬인가요.”

“맞아요.”


그녀가 싱긋 미소를 지으며 김윤에게 다가갔다.


“조금 격했죠? 아무래도 좋지 못한 기억이 있다 보니. 이 캠프의 대표 이유진이라고 해요.”

“김윤입니다.”


김윤이 그녀가 내민 손을 잠시 바라보다 악수를 받았다.


“저 아이는 박다민이라고 하고요.”

“쳇.”


그녀의 제지가 맘에 들지 않았는지 박다민이 고개를 휙 돌린 후 몸을 일으켰다.


“당신이 우리 캠프를 부수러 온 게 아니라는 것 확실히 알겠어요.”


다시금 그녀의 눈동자에 푸른 기운이 담겼다.


“하지만 어째서 그런 곳에 있었던 건가요? 아공간의 사람이 말이에요.”

“그건······.”


김윤은 자신에게 있었던 일을 설명했다.

전부는 아니었다.


그가 어째서 그곳에 있었던 것인지.

무슨 연유로 아공간에서 벗어나게 된 것인지.

그곳에서 무엇을 한 것인지 정도였다.


물론 거짓은 없었다.

그녀의 눈동자에 담긴 마력, 그리고 상황에 따라 이유진의 능력을 유추했기 때문이었다.


“그 스킬은 거짓을 간파하는 건가요?”

“맞아요. 제 고유 스킬이죠. 꽤 유용하답니다. 그나저나 그렇다면 그곳에 있고, 우리에게 구해진 것은 정말 우연이겠군요.”


이유진이 발걸음을 옮겼다.

김윤은 그 뒤를 쫓았다.


“애초에 생존자 캠프가 있는지도 몰랐어요. 단 한 번도 생존자를 발견했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없었으니까요.”


김윤이 주먹을 움켜쥐었다.

그가 정부와 일하며 그들에게 부탁했던 것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지구에서의 생존자를 찾는 일이었다.


그저 생존자를 찾는 것은 아니다.

그의 가족 중 하나를 찾는 것이었다.

그의 부모는 마석 대재해의 날 그와 함께 있었지만, 그의 형은 아니었으니 말이다.


그와 8살이라는 나이 차이를 가진 형.

나이 차이가 꽤 컸기 때문일까, 사이가 좋았던 꽤 그들.


마석 대재해가 터진 그 날.

그날은 그의 형이 가족을 보기 위해 서울로 올라오던 날이었다.

하지만 그는 그를 만나지 못했다.


마석 대재해가 일어났기 때문이었다.

대재해가 일어났을 때 그는 서울에 있었을까.

있었다면 그는 살아있을까.


그는 살아남아 유일한 혈육은 그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

그가 직접 아공간 바깥으로 빠져나갈 수는 없었기에 정부의 힘을 빌려서 말이다.

그것이 그가 정부를 도운 이유 중 하나였다.


하지만 단 한 번도 생존자를 찾았다는 소식은 접할 수 없었다.

그리고 오늘 알게 된 충격적인 내용.

아공간의 이들이 생존자 캠프를 습격하고 있다는 정보였다.

그렇다면 정부가 그의 하나뿐인 형을 죽인 것일까.


‘나는 정말로 아무것도 몰랐구나.’


그저 아공간에 갇혀 지도나 그리며 살았던 거다.

그것으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고 자위하며 살았던 거다.

트라우마를 핑계 삼아 도망치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렇기에 이제라도 알아야 했다.

이제라도 트라우마를 이겨내고 나아가야만 했다.

그날 했던 다짐처럼 말이다.


“혹시 김재현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 이곳에 있을까요······?”

“김재현이라······. 아쉽게 이 캠프에는 안 계신 것 같네요. 보시다시피 캠프가 그리 크지 않아 모든 인원은 파악하고 있거든요.”

“그렇군요······.”


그의 형제는 이곳에 있지 않았다.

그렇기에 김윤은 희망을 품었다.

아니, 품어야만 했다.

그의 하나뿐인 형은 살아있을 것이라고 말이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 그는 지금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알아야 했다.

형제를 다시 맞이했을 때 자신이 떳떳할 수 있도록 말이다.


“그래서 그··· 아공간에 사는 이들의 습격에 대해서는 좀 알 수 있을까요?”

“습격이라······.”


이유진이 팔짱을 끼었다.


“꽤 긴 이야기가 될 것 같네요.”


그리고 자신의 텐트를 향해 그를 안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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