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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공간 지도 제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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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플폴풀
작품등록일 :
2023.08.07 15:17
최근연재일 :
2024.08.07 20:00
연재수 :
19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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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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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020,566

작성
23.11.1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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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길을 만드는 자 (1)

DUMMY

성벽을 넘어온 김윤은 곧장 일행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성벽 내부와 달리 아직 많은 건물이 남아있는 외부.

그곳 중에서도 결계가 쳐져 있는 곳이었다.


인간의 마력을 차단해 몬스터가 몰려드는 것을 방지하는 결계가 있는 건물.

김윤은 건물의 옥상에 내려앉은 후 천천히 계단을 내려갔다.

그러자 일행들이 그를 기다리며 휴식을 취하던 장소가 그를 맞이했다.


“아, 드디어 오셨군요. 하도 안 오시길래 큰일이라도 난 줄 알았습니다.”

“조금 사정이 있어서요.”


김윤이 내부를 슬쩍 살폈다.

최지원과 박다민은 신혜성의 수련법에 따라 조각상을 만들고 있었고, 김대현은 벽에 등을 기댄 채 잠을 자고 있었다.


“그건 뭐야?”


박다민이 김윤을 발견하고는 후다닥 달려왔다.

그리고는 그가 오른손에 들고 있던 새카만 채찍을 바라보았다.


“본 적 없는 무긴데?”

“아, 만지는 건 추천하지 않아.”


김윤이 채찍을 뒤로 당겼다.

기억의 지도, 이것은 자신을 제외한 닿는 상대에게 부정적인 기억과 감정을 심는 무기였다.

그리고 그것은 인간이라고 예외는 없었다.


‘그러고 보니 이걸 쥐고 있으니 무언가 편안한 느낌이네.’


김윤이 채찍을 만지작거렸다.

이것을 쥐고 있으면 기분이 편안해지는 느낌이었다.

마치 그가 품게 되는 부정적인 감정이 모조리 사라지는 느낌.

그리고 그것은 느낌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기억의 지도는 실제로 그의 부정적인 감정을 먹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의 부정적인 감정을 먹으며 형태를 유지.

그것을 통해 주인에게 자신이 무엇을 이겨냈는지, 무엇을 위해 자신을 만들어냈는지를 전달.

그것을 통해 그가 길을 잃게 하지 않는 물건이었다.


김윤은 인벤토리에 채찍을 집어넣고, 품에서 수첩을 꺼내 신혜성에게 건넸다.

성벽 내부에 대한 지도를 간소화시켜 그려둔 수첩이었다.


“이게 성벽 내부의 지도군요. 상당히 휑하네요.”

“내부를 조금 살펴봤는데 내부에 있던 건물을 통해 성벽을 쌓은 것 같더군요.”

“안에는 역시 몬스터가 있었습니까?”

“골드 리자드맨들이 다량으로 있었어요. 그리고 그중에서도······.”


김윤은 자신이 만났던 존재를 떠올렸다.


“혹시 몬스터 중에 인간의 언어를 사용할 수 있는 존재가 있나요?”

“인간의 언어 말입니까?”


그의 질문에 신혜성이 잠시 생각을 하다 이내 고개를 저었다.


“제가 만난 몬스터 중에는 없습니다. 아니, 캠프 중 그 누구도 만나지 못했을 겁니다. 인간과 비슷한 형태의 몬스터는 많으나 독자적 언어를 사용할 뿐, 우리와 같은 언어는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군요······.”

“그런데 이건 어째서······? 혹시 그런 존재를 마주하신 겁니까?”


김윤이 잠시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


“······네. 완벽하진 않으나 인간의 언어를 구사하고 있었어요.”

“그게 사실입니까?”


김윤이 고개를 끄덕였다.


“한 마리. 아니, 한 개체뿐이었지만요.”

“그렇군요. 이건 아무래도 캠프에 전달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아, 이대로 돌아가도 괜찮으시겠습니까?”

“네.”

“알겠습니다. 준비가 끝나는 대로 캠프로 귀환하겠습니다.”


신혜성은 아이들의 수련을 중단시키고, 김대현을 깨운 후 채비를 맞췄다.

이후 그들은 곧장 캠프로 향했다.



***



“언어를 구사하는 몬스터라······.”


이유진이 신혜성이 가져온 정보를 들으며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김윤씨가 직접 마주했다고 합니다.”


신혜성의 손짓에 김윤이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다른 리자드맨이랑 다르게 인간과 더욱 가까운 모습이었어요. 그리고 어눌하지만 확실하게 우리의 언어를 구사했고요.”


김윤이 손에 마력을 일으켰다가 다시 거두었다.

기억을 꺼내려다가 관둔 것이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길을 만드는 자.’


이 정보가 이곳에 있는 다른 이들에게 새나가도 될 것인지 고민이 됐기 때문이었다.


“방배역 쪽 마석 던전이었나요?”

“맞습니다.”

“혹시 소통 가능했나요?”

“그건 잘 모르겠어요. 일방적으로 하고 싶은 말만 하고 돌아갔거든요.”

“무슨 내용이었죠?”

“그건······.”


김윤이 천막 내에 있는 이들을 살폈다.


“······다들 잠깐 나가보세요.”


그의 눈빛에서 무언가를 깨달았는지 이유진이 나머지 이들을 내보냈다.

그리고는 비밀 대화 스킬을 펼쳤다.


“이제 말씀하셔도 돼요.”


그녀의 배려에 김윤은 잠시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

혹시 그녀라면 알고 있지 않을까.

그는 이것에 대한 정보가 필요했다.


“······혹시 길을 만드는 자라고 아시나요?”

“길을 만드는 자······?”

“네, 그 리자드맨은 그 존재를 찾고 있었어요. 그리고 저보고 그 존재라고 하더군요.”

“아뇨, 처음 듣는 내용이네요. 길을 만드는 자라······. 그 존재를 찾고 있는 거면, 몬스터가 인간을 죽이는 이유가 그 존재를 찾기 위해서일까요.”


그녀가 잠시 생각에 빠졌다.


“아, 미안해요. 잠깐 생각 좀 하느라.”

“아니에요. 혹시··· 제가 그 몬스터랑 다시 접촉해볼까요?”

“네?”

“그들이 찾는 게 저라고 했었으니까요.”

“확실한 건 아니잖아요. 그저 마력이 강한 이를 편하게 잡기 위한 책략일 수도 있어요. 놈들은 뛰어난 지능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왜일까, 그는 반드시 그들을 만나야 할 것 같았다.

정확히는 그 리자드맨이 칭한 왕을 만나야만 할 것 같았다.

그가 트라우마를 이겨낼 때, 채찍을 만들었을 때 들었던 목소리가 계속 맴돌았기 때문이었다.


“당신에겐 그보다 더 중요한 게 있잖아요. 아공간으로 돌아가야죠. 그곳에 지킬 것들이 있잖아요. 그리고 우리의 약속을 잊은 건 아니죠?”

“······알고 있어요.”

“······그래요. 출발 일자도 정해졌어요. 2주 뒤 출발이에요.”

“2주 뒤······.”

“네, 2주 뒤 판교 쪽 포탈을 이용해 진입할 거예요. 그럼 뭘 해야 할지 아시겠죠?”


김윤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천막을 빠져나오자 신혜성이 그를 맞이했다.


“이야기는 끝나셨습니까?”

“네, 2주 뒤 아공간으로 향한다더군요.”

“그렇군요. 2주 뒤라······. 빡빡한 일정이 되겠군요. 아, 피곤하셨을 텐데 붙잡고 있었군요. 오늘은 이만 돌아가서 쉬시죠. 아무래도 당분간 캠프 내에 있을 것 같으니 수련은 내일부터 진행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알겠습니다.”


김윤은 그에게 간단히 인사를 건넨 후, 자신의 텐트로 향했다.

그는 침대에 몸을 맡긴 채 눈을 감았다.

그러나 잠은 오지 않았다.


어느덧 태양은 사라지고 달이 떠오른 시간이 달했음에도 그것은 변하지 않았다.

그저 낮에 들었던 리자드맨의 말만 떠오를 뿐이었다.


‘시간이 없다고 했었나.’


인간의 언어를 구사하던 리자드맨이 한 말이었다.


-시간, 많지······ 않으니··· 기다··· 리다.


그리고 또 다른 목소리가 떠올랐다.


-길을 만드는 자, 길··· 을······ 자··· 여.


두 목소리가 서로 교차해서 떠오르며 그를 잠에 들지 못하게 하고 있었다.

지금 그에게 더 중요한 것은 길을 만드는 자 따위가 아니다.

이유진이 말했던 것처럼 그에게 더 중요한 것은 아공간, 그곳에 있는 그들을 구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어째서 이것이 계속해서 떠오르는 것일까.

반드시 돌아가서 알아내야 할 것만 같았다.


‘그래.’


어차피 2주 뒤에 출발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잠시 다녀온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할 것이다.


김윤은 손을 뻗어 마력을 운용했다.

그것은 그의 마력을 응결시키며 토끼 조각상을 만들었다.


잠이 오지 않아 밤새 만들었더니 그 정교함은 낮에 만들던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김윤은 그것을 움켜쥐어 부순 후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코트를 챙겨 입은 후, 텐트를 빠져나왔다.


아공간에서는 볼 수 없던 밝은 달빛이 그를 감싸 안았다.

그는 그것을 잠시 바라보다 은신 스킬을 걸며 성벽으로 향했다.


은신 상태이기에 경계를 서는 이들은 그를 발견하지 못했다.

김윤은 그대로 성벽을 넘어선 후, 방배역 방향으로 내달렸다.

아직 몬스터는 많지 않았기에 그의 질주를 가로막는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


얼추 거리를 벌린 후, 그는 은신을 거두었다.

낮에 일행이 머물던 건물 쪽이었다.

그는 그곳에서 거대한 성벽이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주변에 몬스터는 없었다.

낮에 보이던 순찰을 도는 리자드맨조차 존재하지 않았다.


‘내가 오는 걸 알고 있는 건가?’


낮에 모습을 생각하면 그들이 순찰을 그만둘 이유는 따로 존재하지 않았다.

그리 가까운 거리는 아니지만 인간이 있을뿐더러 그들의 습격 또한 존재했다.


또한 인간이 없다 한들 몬스터들은 자신의 영역을 위해 서로 다툰다.

그러니 지능 높은 몬스터들의 순찰은 그 점에서 우위에 있을 수 있는 선택.

그만둘 이유가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들은 순찰을 돌지 않고 있었다.


‘아니면 잠이라도 자는 시간인가.’


이 또한 가능성이 있는 생각이었다.

몬스터라고 수면을 가지지 않는 것은 아니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그는 왠지 모르게 전자가 더 확률이 높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윤은 건물 옥상으로 오른 후 바닥을 박찼다.

건물의 옥상들을 짓밟으며 성벽과의 거리를 좁히는 것이었다.


건물 다섯 개 정도를 건너자 코앞으로 다가온 성벽.

그는 양다리에 마력을 더욱 끌어모은 후, 성벽을 평범한 바닥처럼 내달리며 오르기 시작했다.


성벽 너머는 여전히 휑했다.

그리고 그 위에 보초 또한 존재하지 않았다.

단 한 가지만 그의 눈에 담길 뿐이었다.


달빛이 내려앉으며 저 멀리 있는 황금빛 탑을 비추었다.


낮에 그가 들리지 않았던 성벽 내부의 건축물.

김윤은 성벽에 마력을 담은 양 발꿈치를 마찰시키며 성벽을 내려왔다.

굉음과 함께 성벽에 기다란 흠집이 생겼다.


그는 그 흠집을 슬쩍 바라본 후 황금빛 탑을 향해 다시금 내달렸다.

가속 스킬이 깃들어 평소보다 더욱 빠른 속도로 그의 몸이 움직였다.


그는 빠른 속도로 평야를 헤치며 주변을 살폈다.

그를 쫓아오는 존재는 없었다.


‘정말 자고 있는 시간이었나?’


그저 낮에 보았던 비어있던 주거지엔 몇몇 리자드맨이 잠을 청하고 있었다.


덕분에 그는 아무런 방해 없이 황금빛 탑 근처에 도달했다.

가까이서 보니 더욱이 거대한 탑이었다.

대체 무엇으로 지었는지조차 알 수 없는 거대한 탑.


그는 심호흡한 후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당당히 탑의 입구를 향해서였다.


“키에에엑!”


그러자 그를 발견한 리자드맨 하나가 울부짖었다.

동시에 날카로운 창을 그를 향해 겨누었다.

금방이라도 투척할 것 같은 자세였다.


“카아악!”


그러자 탑 내부에서 또 다른 리자드맨의 외침이 들려왔다.

그 외침이 들려오자 리자드맨이 창을 거두고 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바라보았다.

김윤 역시 마찬가지였다.


황금빛 탑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리자드맨 하나.

그것은 김윤 또한 아는 자의 모습이었다.


다른 리자드맨과 달리 인간과 매우 흡사한 생김새를 지닌 리자드맨.

낮에 보았던 그 리자드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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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길을 만드는 자 (3) 23.11.15 58 2 12쪽
66 길을 만드는 자 (2) 23.11.14 55 2 12쪽
» 길을 만드는 자 (1) 23.11.13 61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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