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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공간 지도 제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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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플폴풀
작품등록일 :
2023.08.07 15:17
최근연재일 :
2024.08.07 20:00
연재수 :
19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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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67
추천수 :
333
글자수 :
1,020,566

작성
23.11.1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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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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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길을 만드는 자 (2)

DUMMY

전신을 뒤덮은 하얗거나 금빛으로 빛나는 비늘.

뱀의 것과 인간의 것을 뒤섞은 듯한 눈.

인간과 흡사하나, 인간의 것이라고 할 수 없는 것을 몸에 두른 이가 김윤을 바라보았다.


‘엄청난 위압감이군.’


그의 시선에서 쏟아지는 위압감.

그것은 마치 A랭크의 마력을 가진 이가 그를 압박하기 위해 마력을 내뿜는 것만 같았다.

멀리 있을 때는 느끼지 못하던 감각이었다.


‘최소 A랭크는 되겠네.’


이 뜻은 이 몬스터를 상대하기 위해 최소 A랭크 한 명, 혹은 B랭크 다섯이 필요하다는 뜻.

그만큼 위협적인 존재라는 것이었다.


리자드맨의 날카로운 눈빛이 김윤을 잠시 훑다가 입을 열었다.

그의 입에서 어눌한 인간의 언어가 흘러나왔다.


“왔··· 나······. 들어··· 와라.”


리자드맨은 그 말을 마치기 무섭게 몸을 돌려 탑 내부로 도로 들어갔다.

김윤은 곧바로 그를 따라 황금빛 탑으로 들어섰다.

탑 입구를 지키는 리자드맨이 그를 보며 으르렁거렸다.


거대한 황금빛 탑의 내부, 그곳은 리자드맨의 거주지였다.

중앙은 텅 비어있고 벽을 타고 계단이 박혀있는 구조.

그리고 각 층에는 수많은 리자드맨이 난간에 몸을 기댄 채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카악! 카아악!”

“키에에엑!”


그들의 기괴한 울음소리가 사방을 가득 채웠다.

그 소리가 얼마나 컸는지 탑 전체가 흔들릴 정도였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에 불과했다.


천천히 고개를 올려 리자드맨들을 바라보는 인간을 닮은 리자드맨.

그러자 거짓말처럼 그들의 울음소리가 멎었다.


“가지.”


리자드맨이 김윤을 흘끔 바라보고는 다시금 발걸음을 옮겼다.


그를 따라 탑의 1층을 가로지르자 중앙에 있는 특이한 양상의 건축물이 그를 맞이했다.

탑과 같은 황금빛 무언가로 지어졌으나, 살아있는 나무가 곳곳에 뒤엉켜 마치 큐브로 만든 꼬치 같은 형태였다.

그러나 그 기이한 형태보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었다.


중앙에 놓인 푸른 빛을 토해내는 동그란 무언가.

포탈이었다.


“포탈?”

“들어··· 간다.”


리자드맨이 포탈을 향해 발을 디뎠다.

그러자 포탈은 기다렸다는 듯이 그를 흔적도 없이 집어삼켰다.


“이거 믿어도 되는 건가.”


하지만 이미 이곳까지 온 이상 물릴 수는 없었다.


‘딱히 해칠 생각도 없어 보이고 말이야.’


김윤은 고개를 들어 탑 곳곳에 있는 리자드맨을 살폈다.

그들은 그에게서 신경을 끊은 채 각자 할 일을 하고 있었다.


“그건 그렇고 트라우마를 미리 이겨내지 않았으면 여기도 못 들어갔겠네.”


그는 다시 시선을 옮겨 포탈을 바라보았다.


“이겨낸 게 맞겠지?”


혹시 아직 이겨내지 못할 게 아닐까.

불안함이 차올랐다.


그는 자신만을 위한 아공간, 인벤토리를 열어 새카만 채찍을 꺼내 들었다.

기억의 지도, 이 채찍을 쥐자 불안감이 조금 가라앉는 것 같았다.


‘그래.’


그는 이겨냈다.

그렇기에 이 채찍이 있는 것이다.

그 증거로 이것을 붙잡자 그가 자신이 트라우마를 이겨냈던 기억이 흘러들어왔다.

동시에 그에게서 자라나던 부정적인 감정을 먹어치웠다.


“후······!”


김윤은 심호흡을 한 번 한 뒤 포탈에 몸을 맡겼다.

섬광이 그를 집어삼키며 시야를 새하얗게 물들였다.



***



같은 시각 아공간에 있는 도시, 아름.

그곳은 미르가 점령한 이후 쉬지 않고 변화를 일으키고 있었다.


우선 가장 큰 변화는 리터너 체제의 변화였다.

도시를 먹기 위해 도시의 대부분 길드가 대규모 원정을 나갔을 때를 노린 그.

그는 그들이 돌아오는 포탈을 막아 그들의 귀환을 막아냈다.

도시를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리터너가 도시에 공급하는 물자의 양은 상당한 것이었다.

그 때문에 도시는 잠시 물자 부족에 허덕였으나, 그것은 얼마 가지 않았다.

박건영이 키워낸 정체불명의 존재들, 적룡의 기사단이 그 자리를 대체했으니 말이다.


그들이 나타난 이후 이 도시에서 리터너라는 존재는 차츰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들의 역할을 적룡의 기사단이 대체할뿐더러, 지금 박건영이 점거한 정부는 리터너를 박멸하기 위해 힘을 쓰고 있으니 말이다.


정확히는 마력이 많은 이들, 마력을 제대로 다룰 수 있는 이들을 처리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그것이 적룡의 기사단과 그의 약점이었으니 말이다.


적룡의 기사단 역시 박건영과 마찬가지로 생명의 적룡, 비타의 힘을 통해 재탄생한 이들이었다.

마력을 버리고 생명력을 힘으로써 다루는 이들.

그들은 그 과정에서 비트의 특성을 일부 갖게 되었는데 그중에는 약점도 존재했다.


마력에 대한 저항력이 없다시피 한 것이었다.

이것은 비타의 경우에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는 정말로 막대한 생명력을 품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적룡의 기사단은 아니었다.

박건영이 복용했던 용의 눈물이 아닌, 용인이 된 그의 비늘 통해 만들어진 다른 약품으로 각성한 이들.


용의 것이 아닌 용인의 것으로 각성했기에 그들은 박건영보다 더 적은 생명력을 품고, 약점은 그대로 지니게 된 것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그들이 약한 것은 아니었다.


아무리 희석됐다 한들 그것은 용의 힘.

더군다나 미르의 각종 무구로 무장한 그들이었다.

과거보다 강해졌으면 강해졌지 약해진 것은 아니란 뜻이었다.


이로 인해 과거 리터너였던 이들은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리터너로서 죽거나, 지금까지 단련해온 마력을 포기하고 적룡의 기사단에 들어가거나.


지금 아름을 가로지르고 있는 이 남자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민규, 마력 랭크는 B랭크로 리터너로서는 딱 중간인 실력이었다.


과거 헌터즈 길드의 소속이던 그.

그는 정부가 미르에게 먹힌 후로부터 지금까지 끊임없이 도망치며 생을 연명하고 있었다.


“빌어먹을······!”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휴식을 취하지도 못한 기간들.

그나마 그가 버틸 수 있었던 것은 마력이라는 것이 그를 지탱해 주었기 때문이었다.

인간을 초월하게 해주는 기이한 힘.

그러나 지금 눈앞에 있는 적들은 그를 살려준 그 힘을 포기하라 하고 있었다.


‘포기해야 하나?’


마력을 포기해야 하나?

저들처럼 저 용의 힘을 빌려야 하나?

아니, 그렇지 않다.

자신은 저들처럼 되고 싶지 않았다.


‘무엇보다, 못생겼잖아!’


비늘이 뒤덮인 얼굴과 인간의 것이 아닌 눈.

그는 저렇게 되고 싶지 않았다.

단순한 이유지만 그것이 그를 지금까지 도망치게 했다.

아니, 그에게는 단순하지 않았다.


그는 외모를 가꾸는 것을 무척 좋아하는 편이었으니 말이다.

눈처럼 새하얗게 변한 머리를 윤기 나게 관리했고, 마력으로 피부를 늘 촉촉하게 유지했다.

머리의 색과 맞게 변한 긴 속눈썹과 푸른 눈동자는 그가 관리한 모든 것과 어우러져 아름다움을 자아냈다.


멸망 이후의 세계가 그에게는 더욱 좋았다.

그에게 주어진 마력은 그를 더욱 아름답게 해주었고, 그것은 그의 힘이 되어 돈을 벌어다 주었으니 말이다.

그렇기에 그는 마력을 포기할 수 없었다.


애초에 포기할 거면 지금까지 도망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아공간에서 시퍼런 날을 지닌 레이피어를 꺼내 들었다.


“나는 죽어도 그렇게 안 돼. 지금까지 가꿔온 내 미모가 아깝잖아!”


이민규가 머리를 쓸어넘기며 레이피어를 겨누었다.

그는 맞서는 것을 택했다.


마력을 품은 레이피어가 내질러졌다.

그것은 그가 싫어하는 생김새의 기사단을 하나둘 꿰뚫었다.


그들은 마력에 대한 저항력이 없기에, 마력을 두른 그의 찌르기는 손쉽게 그들의 살점을 파고들었다.

물론 치명상은 없었다.


그들은 미르의 뛰어난 무구들을 착용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것만이 아니다.

그들의 생명력은 뛰어난 재생능력을 부여했다.


일부는 그의 검을 막아냈고, 일부는 꿰뚫린 상처를 회복했다.

그리고는 그가 가진 무기보다 더 뛰어난 것으로 반격을 가했다.


“크윽······!”


마력이 아닌 생명력이라는 힘을 담은 공격.

그는 그것에 대항하며 연신 찌르기를 내질렀으나 오래가지는 못했다.

그동안 쫓기느라 제대로 된 휴식을 취한 적이 없었으니 말이다.


“헉, 헉······.”


애초에 체력이고 마력이고 모두 부족한 상태였다.


콰득!


레이피어의 날이 부러지며 허공을 날았다.

동시에 그의 어깨에 시퍼런 날이 파고들며 피 분수가 일었다.


무기도 부러졌고 체력과 마력이 바닥났다.

더군다나 어깨에 생긴 상처도 깊다.

한계였다.


‘여기까지인가······.’


기사단의 일원이 그의 피가 묻은 검을 치켜들었다.

마무리를 짓기 위함이었다.


“아아······. 아직 죽고 싶진 않았는데.”


땡그랑!


그가 들고 있던 레이피어가 바닥을 굴렀다.

피투성이인 그와 마찬가지로 검날이 부러진, 엉망인 그것.


모든 것을 포기한 그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마지막으로 푸른 하늘이 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곳은 아공간 안, 그런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


“저건······?”


대신 다른 것이 그곳에 존재하고 있었다.


“도시가 완전히 썩어버렸군. 저딴 쓰레기들이 설치고 다니다니.”


검푸른 머리칼을 아무렇게나 길렀으며, 각진 얼굴과 날카로운 눈매.

근육으로 가득한 커다란 덩치가 한데 어우러져 험악함 그 자체를 나타내는 남자.

풍신, 노호수였다.


“감히 나를 속여?”


노호수가 바람을 몸에 휘감으며 저 멀리 있는 시청을 바라보았다.


콰과과과과!


그를 중심으로 거대한 폭풍이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그것은 거칠어 보이나 생각보다 섬세했다.

도시를 집어삼켰으나 정작 도시에는 아무런 충격이 없었으니 말이다.


그 폭풍이 노리는 것은 오직 적룡의 기사단뿐이었다.


“큭!”

“이게 무슨······!”


적룡의 기사단이 폭풍으로 눈을 제대로 뜨지 못하며 그것의 원인을 찾았다.

그러나 그들이 원인을 찾기도 전에.


서걱!


그들의 목이 달아났다.

보랏빛 기운이 휘감긴 검이 그들의 목을 쳐냈기 때문이었다.


“당신은······?”


이민규가 자신을 구해준 남자를 바라보았다.

보랏빛으로 타오르는 왼쪽 눈동자가 눈에 띄는 남자였다.

그러나 이민규의 눈에는 그보다 남자의 외모가 먼저 들어왔다.


그가 좋아하는 미형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 외모는 이내 다른 얼굴에 의해 가려졌다.

이번에는 그가 싫어하는 종류의 얼굴이었다.


“괘, 괜찮아요?”


마력으로 인해 새하얗게 변한 머리칼과 푸른 눈.

요즘 세상에서는 흔한 색상이었다.

그러나 어울리지 않는 것은 물론, 꾸민 흔적이 전혀 존재하지 않은 얼굴이었다.


“아, 그래.”


이민규의 표정이 팍 식었다.


“그나저나······.”


이민규가 주변을 살폈다.

언제 왔는지 또 다른 이들이 주변에서 적룡의 기사단을 상대하고 있었다.


얼굴에 커다란 흉터가 있는 남자.

그리고 검고 긴 머리칼을 하나로 올려 묶은 차분한 인상의 여자.

어깨를 살짝 넘는 갈색 머리칼을 가진 팔이 하나 없는 여자.


그는 이러한 이들에 대한 소문을 들은 적이 있었다.

적룡의 기사단은 패잔병이라 부르는 존재.

시민들은 되찾는 자라고 부르는 존재.


리터너.

과거 지구를 되찾으려 했고 이제는 그들이 살아가던 도시, 아름을 되찾으려 하는 이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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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길을 만드는 자 (7) 23.11.23 57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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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길을 만드는 자 (5) 23.11.20 61 2 11쪽
68 길을 만드는 자 (4) 23.11.16 64 2 11쪽
67 길을 만드는 자 (3) 23.11.15 58 2 12쪽
» 길을 만드는 자 (2) 23.11.14 56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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