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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공간 지도 제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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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플폴풀
작품등록일 :
2023.08.07 15:17
최근연재일 :
2024.08.07 20:00
연재수 :
19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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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27
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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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020,566

작성
23.11.2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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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길을 만드는 자 (8)

DUMMY

‘이게 다 무슨 일이야.’


포탈을 빠져나온 김윤.

그는 자신이 통과한 포탈을 바라보았다.

마력으로 만들어져 푸르게 빛나는 그것은 천천히 소용돌이치며 사라지고 있었다.


이게 다 무슨 일인가.

하루에 겪었다기엔 너무도 많은 일을 겪은 그였다.


포탈에 접촉해 트라우마를 이겨내고, 인간의 언어를 구사하는 몬스터를 만나고.

그들을 이끄는 보스 몬스터를 만나고, 그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누군가의 의지와 그의 충돌을 보았다.


‘그때 그 느낌······.’


김윤이 주먹을 움켜쥐었다.

그리고 저 포탈 너머에서 느꼈던 느낌을 상기했다.


무언가 그의 마력, 고유 스킬이 변하는 것던 느낌.

그리고 그 변화한 마력을 움직이던 누군가의 의지.


그것은 감히 자신이 범접할 수 없는 존재의 의지만 같았다.

그가 마력을 다루려는 의지를 완전히 짓밟았을 뿐만 아니라, 그 의지만으로도 그에게 상당한 위압감을 비추었기 때문이었다.


‘길을 만드는 자에 대해 반드시 숨겨야 하는 게 있는 건가?’


김윤이 그것과 함께 카룬이 했던 말들을 떠올리는 순간이었다.


“컥······!”


무언가 목을 옥죄는 듯한 느낌.

그의 전신에서 푸른 기운이 마구잡이로 솟구쳤다.

동시에 그의 머릿속에 새겨진 카룬의 외침이 지워지기 시작했다.


-꼬■■ 것■ ■ ■은 모■■. 그럼 ■■■라! 어■■ ■■■ ■대로 이루■■■ 않겠■!

-■■이 상하는 ■■ 바■는■!


그러나 모두 지워진 것은 아니었다.

그의 힘이 카룬의 말대로 미약하나 각성했기 때문인 것일까.

그의 체내에 담겨있던 마력이 전신을 휘감는 푸른 기운에게 저항했다.


“길을 만드는 자.”


김윤이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를 옥죄던 기운은 어느덧 사라졌다.


“이건 대체 뭘 위해 존재하는 거지······?”


김윤이 자신의 마력을 일으켰다.

그리고 고유 스킬을 발동했다.


기억을 다루는 그의 고유 스킬.

이것이 길을 만드는 자와 관련이 있는 것이라면.


‘기억과 길. 과거를 통해 미래를 만들기라도 하는 건가?’


그는 지워지지 않은 기억의 일부를 통해 자신이 가진 힘을 유추해 냈다.

그러나 그것으로는 부족하다.

그야 가설에 불가하니 말이다.

확실한 것이 아니었다.


조금 더 정보가 필요했다.

그리고 더 큰 힘이 필요했다.


자신의 마력을 이용했음에도 카룬과 대적하던 힘.

그리고 그가 가진 힘에 대해 관여하는 것에 적대감을 보이던 모습.

아무래도 그러한 존재와 연관이 있어 보이는 힘이니 말이다.


‘일단은 완전히 각성하는 게 우선인가.’


뭐가 되었든 그는 강해져야 했다.

애초에 그가 이곳에서 품은 목표처럼 말이다.

아공간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그리고 길을 만드는 자에 대해 알기 위해서.


김윤은 어느덧 떠오르고 있는 태양과 그것이 내뿜는 여명을 바라보았다.

아공간에서는 보지 못하던 광경이었다.


그는 캠프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



방배역에 있는 마석 던전에 다녀온 후, 김윤의 일과는 다음과 같았다.

해가 하늘에 떠 있을 때는 신혜성, 박다민, 최지원과의 마력 수련.


“사람은 송곳으로도 죽죠.”


신혜성이 마력으로 이루어진 검을 만들었다.


“그렇기에 굳이 힘의 형태가 커다랄 필요는 없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그의 스킬을 통해 복사되었다.

신혜성의 고유 스킬, 형상 복사.

그가 마력으로 만들어낸 형상을 복사하는 스킬이었다.


“물론 몬스터와 같이 수가 많은 괴수를 상대할 때는 큰 공격이 좋을 수도 있지만, 장기전이 되는 경우 이런 수가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겁니다.”


그의 검이 저 멀리 있는 허수아비를 가리켰다.

그것 역시 신혜성의 마력으로 인해 만들어진 물건이었다.


이어 마력의 검이 허수아비를 향해 쏘아졌다.

염동력을 이용해 검을 순간 공중에 띄운 후, 칼끝에 작은 마력 폭발을 일으켜 쏘아낸 것이었다.


물론 그것으로 끝은 아니었다.

코등이 양 끝에 다시금 마력 폭발이 작게 일어나며 검을 회전시켰다.

동시에 그 폭발은 주변의 마력을 흐름으로써 휘감으며 회전을 가속했다.


콰아앙!


그러자 허수아비를 꿰뚫는 것은 물론 그 뒤로도 거대한 구덩이를 만드는 마력의 검.


소량의 마력으로 만들어 낸 위력적인 공격이었다.


“이 공격을 하는 데 든 마력은 검을 만드는 것과 아주 작은 폭발. 더군다나 이 검은 마력이기에 날도 상하지 않고, 회수해서 계속 쓸 수 있죠.”


신혜성이 공격을 이었다.

그의 몸 주위에 떠다니던 마력의 검들이 순차적으로 쏘아졌다.

이어 먼저 쏘아진 검은 회수되고 다시 쏘아지기를 반복하는 공격.

그 끊임없는 공격으로 인해 전방은 순식간에 폐허로 변했다.


김윤의 방식이라면 스킬이나 순수 방출로 어느정도 마력을 소모해야 만들어질 광경.

그러나 신혜성은 정말 최소한의 마력만으로 그 광경을 만들었다.

더군다나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저것은 그 이후도 생각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전방을 폐허로 만든 마력의 검이 신혜성의 곁으로 돌아왔다.


“이건 마력이 없는 저 같은 사람을 위한 방식이긴 하지만, 익혀두면 손해는 없으실 겁니다. 아니, 오히려 더 큰 효율을 낼 수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신혜성이 싱긋 미소를 지었다.


“아, 그리고 오늘은 이것을 위해 흐름을 배워보도록 하죠.”


그가 마력을 일으키고 김윤 역시 마력을 일으켰다.


이어 해가 졌을 때는 마석 던전으로 향해, 카룬과 함께 길을 만드는 자의 힘을 각성했다.


자신의 텐트로 돌아온 김윤은 팔을 걷고 그곳에 새겨진 문양을 바라보았다.

황금빛 도마뱀의 문양.

그는 이어 그곳에 손을 올리고 마력을 불어넣었다.

그러자 그의 몸이 푸른빛과 황금빛에 뒤섞여 휩싸이더니 이내 사라졌다.


마석 던전으로 옮겨진 것이었다.


“왔군.”


카룬의 손에서 빠져나온 마력이 김윤을 휘감았다.

고치 형태로 변하는 마력.

다시금 그가 보여주는 과거를 볼 시간이었다.


“오늘도 여전히 다른 길을 가는군.”


그러나 이번에도 역시 카룬이 보여주고 싶은 길을 보지 못했다.

저번과 마찬가지로 죽음으로 이끌어질 뿐.

하지만 결과가 나쁜 것은 아니었다.


그의 각성은 조금씩 이루어지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래도 성과는 있는 거 같네요.”


김윤이 자신의 상태를 점검했다.

조금씩이지만 마력이 성장하는 것은 물론 그의 스킬에서 계속해서 변화가 일어났다.


그는 허공에 손을 뻗은 후 마력을 일으켰다.

그러자 그곳으로 마력이 응축된 후 돌돌 말린 지도의 형태로 변했다.


“그건?”

“이곳을 찾아왔을 때의 기억이에요.”


김윤은 지도를 펼치고 마력을 불어넣었다.

그러자 그 안에 담긴 기억이 일대에 재현되었다.

그가 자신을 안내한 리자드맨과 함께 이곳을 찾아온 기억이었다.


“기억을 재현한다라······.”


카룬이 잠시 생각을 하다가 입을 열었다.


“너는 길을 새······.”


그러나 과거에 그렇듯 또다시 시간이 얼어붙었다.


“흥. 아직도 제약이 있나 보군.”


하지만 이번엔 그때와 같은 의지가 나타나진 않았다.


“그대가 빨리 각성하는 수밖에 없겠군. 오늘은 이쯤이면 됐다. 돌아가라.”


카룬이 거대한 손을 휘두르자 늘 그가 타던 포탈이 만들어졌다.


“아, 혹시 일주일 안에 다 끝날 것 같나요?”

“글쎄. 나도 잘 모르겠군. 네 힘이니 네가 알지 않겠나? 일주일 뒤에 무슨 일이라도 있나?”

“그게······.”


김윤은 잠시 고민하다가 자신의 상황을 설명했다.


“그런가. 지성이 있는 생물은 다 비슷한가 보군. 결전의 날이라······. 뭐가 됐든 네 각성은 네 노력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그리고 나와의 계약을 이행하기 위해 너는 죽어서는 안 되겠지.”


카룬의 황금빛 눈동자가 김윤을 바라보았다.


“받아라.”


그리고는 손가락을 뻗어 마력을 쏘아냈다.

그러자 그것은 총탄처럼 쏘아져 김윤의 심장을 꿰뚫었다.


“커헉!”


마력을 얻어맞은 곳을 움켜잡고 쓰러지는 그.


“이, 이건······?”

“때가 되면 깨달을 것이다. 이제 가라. 나는 이제 자야겠으니.”


카룬이 몸을 늘어뜨리며 구멍에 뚫린 태양을 바라보았다.

김윤은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보다 포탈에 몸을 맡겼다.


그렇게 그의 시간이 계속해서 흘러갔다.

일주일, 그리고 이주일.

어느덧 결전의 날이 다가왔다.


“오늘이네요.”


생존자 캠프, 그중에서 이유진이 있는 텐트에 모인 이들.

각 반의 대표와 외부에서 온 그들의 협력자, 김윤이었다.


“오늘 우리는 아공간으로 향합니다.”


회의는 이미 끝났다.

병력을 어떻게 운용할 것인지, 어디로 향할 것인지.

이제 남은 이들에게 그것을 알리고 출발하는 일만 남아있었다.


김윤이 자신의 마력을 점검하며 텐트 안에 있는 이들을 살폈다.

그들 중 몇몇은 긴장한 얼굴을 하고 있었고, 몇몇은 결의를 다지고 있었다.


‘드디어 오늘.’


그러나 문제가 하나 존재했다.

김윤은 팔을 걷어 그곳에 새겨진 문양을 바라보았다.

황금빛 도마뱀.


그의 힘이 아직 완전히 각성하지 못한 것이었다.

김윤은 어제 카룬과 나누었던 이야기를 떠올렸다.


“내일이던가.”


그는 턱을 괸 채 김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마력의 고치를 통한 각성의 단계가 끝난 이후였다.


“네.”

“하지만 여전히 깨어나지 못했군. 거의 끝자락인 것으로 보인다만······.”


그의 황금빛 눈동자가 활활 타오르며 김윤을 노려보았다.


“그런··· 가요.”

“나 역시 시간이 그리 많지는 않다. 하지만 네가 만드는 길을 막을 힘이 없지. 아니, 누군가 또다시 방해하겠군. 그러니 부탁하겠다. 살아서 돌아와라. 그리고 깨어나라. 그리고 나와의 약속을 이행해다오.”


‘살아 돌아온다.’


그리고 모두를 구한다.

그리고 도시를 집어삼켰을 그, 박건영을 처치한다.


김윤이 이유진의 텐트를 벗어나 자신의 텐트로 향했다.

이제 짐을 챙길 시간이었다.


“오늘 출발이네.”


그러자 그의 배후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박다민이었다.


“그러네. 수련의 성과는 어때. 원하던 힘은 얻었어?”

“좀 더 강해져야지. 그러는 너야말로 원하는 힘을 얻은 거 아니야?”

“글쎄.”


김윤은 확실히 강해졌다.

트라우마도 극복했고, 그것을 통해 무기를 얻었다.

신혜성에게 마력을 더욱 섬세하게 다루는 법을 배웠고, 카룬을 통해 힘을 일부 각성했다.

그러나 그럼에도 그는 불안했다.


그때 그가 느꼈던 그 힘.

그것에 대응할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더군다나 그때 그 힘.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든 게 아니었어.’


그가 강해진 만큼 그는 더 강해졌을 것이다.


‘하지만 더 미룰 수는 없다.’


이미 한참 늦었다.

아공간의 소식을 2주도 넘게 접하지 못한 그.

이제라도 향해야만 했다.


길잡이의 그들을 구하기 위해서.

아름의 모두를 구하기 위해서.


김윤은 자신의 남색 코트를 걸치며 새카만 채찍을 꺼내 들었다.


“가자.”


그리고는 박다민과 함께 캠프의 광장으로 향했다.

아공간으로 출발하기 위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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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길을 만드는 자 (7) 23.11.23 57 2 12쪽
70 길을 만드는 자 (6) 23.11.21 57 2 12쪽
69 길을 만드는 자 (5) 23.11.20 61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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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길을 만드는 자 (3) 23.11.15 57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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