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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이다

아공간 지도 제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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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플폴풀
작품등록일 :
2023.08.07 15:17
최근연재일 :
2024.08.07 20:00
연재수 :
19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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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48
추천수 :
333
글자수 :
1,020,5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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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1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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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새 지도 (9)

DUMMY

처음 듣는 목소리였다.

그러나 어디선가 들은 적 있는 것처럼 익숙한 목소리였다.


‘그리고 길을 만드는 자.’


과거 백민호에게 들었던 내용이었다.

어째서 그 목소리는 그것을 알고 있고 자신에게 말해준 것일까.

그러나 김윤은 그것에 대해 깊게 생각할 시간이 없었다.


“키에에에엑!”


수많은 리자드맨이 그를 포위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우선 그들에 대한 대처가 우선이었다.


‘그렇긴 한데 생각보다 먼저 덤벼들지를 않는군.’


김윤은 자신을 포위한 리자드맨을 둘러보았다.

그들의 표정에서 비춰지는 적대감은 금방이라도 그를 죽이고 싶어하는 것 같으나, 쉽사리 덤벼들지 않았다.


마치 참고 있는 것 같았다.

물론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었다.

그중 일부는 참지 못하고 덤벼들기도 했으니 말이다.


“카아아악!”


골드 리자드맨 중 하나가 괴성을 터트리며 대검을 휘둘렀다.

그러나 그 거센 기세와 달리 그는 그 무엇도 베어내지 못했다.


새까만 채찍이 그를 휘감았기 때문이었다.

골드 리자드맨이 덤벼들자 본능적으로 들고 있던 것을 휘두른 김윤.


“케, 케켁······.”


그것에 휘감기자 리자드맨이 경련하며 눈을 뒤집었다.

동시에 그것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 쳤다.


“키에에에엑!”


김윤에게 덤빌 때보다 더욱 커다란 괴성을 내지르며 말이다.


그저 채찍이 휘감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보이는 이러한 격한 반응.

김윤은 그가 어째서 이러한 반응을 보이는지 알고 있었다.


“기억, 혹은 그것에 담긴 감정 그 자체를 전달할 수 있는 무기인가.”


콰르르릉!


김윤의 주먹에서 터져 나온 번개가 그를 바싹 구워버렸다.


그는 숯덩어리가 된 리자드맨과 그것을 묶고 있는 자신의 채찍을 바라보았다.

이어 그것을 당겨 리자드맨의 사체를 내동댕이친 후 자세를 다잡았다.

그리고는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몇몇 리자드맨을 향해 반격을 가했다.


채찍을 휘둘러 타격을 준다.

동시에 그것에 담긴 부정적인 감정이 상대에게 파고들어 순간적인 경직을 주면.


푸욱!


지도를 통해 만들어낸 장검으로 심장을 꿰뚫는다.


“후······.”


김윤이 리자드맨에게 박힌 검을 뽑아내며 뒤로 물러섰다.

사방을 포위한 리자드맨, 수없이 죽였음에도 그들의 수는 줄어들 생각을 하고 있지 않았다.


‘한 번에 덤비는 것도 아니고 참다 참다 못 참아서 덤비는 놈들뿐이군. 뭔가 기다리고 있는 건가?’


그는 시선을 옮겨 저 멀리 있는 황금빛 탑을 바라보았다.

이어 그의 시선이 다시금 옮겨졌다.

오른손에 들린 채찍을 향해서였다.


‘그나저나······.’


그의 기억의 힘을 통해 만들어지고 한참이 지난 채찍.

그러나 이것은 사라질 생각을 하고 있지 않았다.


그가 기억을 통해 만든 무기는 보통 길어야 10분을 유지하는 정도.

하지만 이것은 이미 그 시간을 한참을 뛰어넘었다.


‘영구적으로 유지되는 건가.’


그렇다면 그에게 있어 이 무기는 상당한 희소식이 될 것이다.


“안 그래도 손잡이 무기를 잃어버려서 불편했는데 말이지.”


그것과 같은 형태의 자유로움은 없으나 상당히 뛰어난 무기였다.

내구성은 물론, 마력 전도율, 길이 조절과 가지고 있는 효과까지.


“이름 정도는 붙여줘야 하려나.”


김윤이 다시금 채찍을 늘어뜨렸다.


“지도를 기반으로 태어났으니 기억의 지도 정도가 좋겠지?”


그리고는 다시금 그것을 휘두르며 리자드맨의 비늘 덮인 살점을 후려쳤다.

그러자 비늘이 붙어있는 살점이 통째로 뜯겨 나갔다.

그러나 그 공격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키에에에엑!”


그것에 담긴 부정적인 기억에서 만들어지는 부정적인 감정.

그것이 채찍을 맞은 이에게 추가로 파고들어 정신적인 충격까지 주는 것이었다.


“흐읍!”


물론 그 부가적인 효과로만 좋은 것은 아니다.

채찍은 본래 그 자체로 위협적인 무기이니 말이다.

더군다나 지금은 마력이라는 것이 존재하는 시대.


콰직!


그렇기에 머리통을 부수기에 제격인 무기이기도 했다.


검으로 심장을 꿰뚫고, 목을 가르고, 채찍으로 머리를 부쉈다.

그러나 여전히 몬스터의 수는 줄지 않았다.


‘차라리 마력으로 통째로 쓸어버려야 하나?’


아무리 덤벼들지 않는다고 해도 이 정도 수의 몬스터에게 포위되어 있는 상황은 좋게 볼 수 없었다.


마치 이 성벽 내부에 있는 몬스터는 모조리 몰려온 것 같은 상황.

마력을 터트린다고 더 몰려올 몬스터도 없을 것이다.


‘거기다 성벽이 있으니 외부 몬스터도 오지 못할 테고. 하지만······.’


리자드맨들은 그를 이곳에 묶어두며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증거가 지금 이곳에 두 가지나 있었다.


방금 막 주변에 펼쳐진 결계.

주변에는 보이지 않지만 멀리서 마력을 제대로 다룰 줄 아는 리자드맨들이 친 결계가 하늘을 가로막고 있었다.

그가 리자드맨을 빠르게 쓰러뜨리기 시작하자 펼쳐진 것이었다.

그의 도주를 막는 결계였다.


그리고 웬만해서는 그에게 달려들지 않는 적들.

몬스터가 인간을 앞두고 그 특유의 살해 의지를 참고 있었다.

이것만으로도 그들은 그를 가둔 채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는 게 확실했다.


‘도대체 뭘 기다리는 거지?’


이런 상황에서 마력을 막 쓰는 게 맞는 선택일까.


‘아니, 오히려 마력을 쓰더라도 벗어나는 게 옳은 판단이다.’


몬스터가 준비하고 있는 게 인간에게 이로울 리는 없으니 말이다.


김윤이 인벤토리에 채찍을 집어넣고 검을 바닥에 박아넣었다.

그리고 마력을 일으켰다.


전신을 두른 마력이 푸른 번개로 변했다.

강화, 가속 그리고 원소 운용.


강화된 육체에 번개를 두르고 그 성질을 통해 가속의 속도를 더욱 높인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 몸을 움직이고, 그것을 통해 발생하는 에너지.

그것을 무기로써 사용한다.


콰르르릉!


우렛소리와 함께 전방으로 뻗어지는 김윤의 몸.

전신을 두른 번개가 근처에 있는 몬스터들을 모조리 불태우며 길을 뚫어준다.

만약 그 앞에 너무도 두터운 방벽이 있다면.


콰르릉!


그의 주먹에서 뻗어지는 번개의 꽃이 그것을 해결한다.

뇌격이 평범한 골드 리자드맨보다 커다란, 자이언트 리자드맨을 일격에 쓰러뜨렸다.


김윤은 뒤를 슬쩍 돌아보았다.

소모한 마력치고 그가 뚫고 온 길은 너무도 짧았다.

너무도 많은 리자드맨이 밀집해있기 때문이었다.


‘도약은 불가능, 그냥 뚫기에는 물량이 너무 많고······.’


가진 지도도 그렇게 많지 않다.


‘지도를 만들 재료가 없어서 보충도 못 했고.’


물론 지도가 없다고 그의 기억을 재현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마력의 소모가 다르다.

지도로 저장해준다면 지도를 활성화하는 마력이면 충분하다.

하지만 직접 꺼낸다면 기억을 꺼내는 마력, 재현하는 마력, 그 모든 것을 부담해야만 했다.


‘형상의 지도도 마력이 꽤 많이 든단 말이지.’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무엇인가.

당연히도 없는 것은 아니다.

늘 방법은 존재한다.

지금 그의 머릿속에 한 가지 방법이 명확하게 떠오르고 있으니 말이다.


마력초 공장 이후 획득한 그의 고유 스킬의 사용법.


‘기억 실체화.’


그가 미르의 습격이 있기 전 아공간에서 연습하던 것이기도 한 그 방법.

그것이라면 마력을 효율적이게 사용하며 이곳을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잘 사용한다면 말이지.’


기억 그 자체를 이 자리에 완전하게 재현한다.

하지만 그것의 범위가 넓을 필요는 없다.

그러나 폭력적인 기억이어야 한다.


김윤이 다시금 마력을 일으켰다.

그리고 인벤토리를 열어 새카만 채찍, 기억의 지도를 다시금 꺼내 들었다.


재현하기 위해 시간과 마력을 소모하며 다른 기억을 찾을 필요는 없었다.

적들을 무력화하기에 적당한 기억이 이 지도에 담겨있지 않은가.


김윤은 마력을 휘감은 손가락을 채찍에 올렸다.

그리고 그것에 담긴 기억을 재현시켰다.


‘재현 또한 완전할 필요는 없다. 괜히 마력만 낭비될 뿐이야.’


구태여 그 모든 기억을 불러올 필요는 없다.

적들을 무력화 할만큼만, 딱 그 정도면 충분하다.

예를 들면, 그가 트라우마를 통해 겪었던 발작과 같은 것을.


그의 손을 타고 흘러들어온 기억이 마력의 파동과 함께 일대로 퍼져나갔다.

그러자 주변에 있던 몬스터들이 자신의 목을 부여잡고 바닥을 뒹굴기 시작했다.

그가 느꼈던 발작의 기억이 그들에게 심어진 것이었다.


“좋아.”


그리고 그것은 그에게 길을 터주었다.

김윤은 그 즉시 자신이 이곳을 왔을 때 지나간 길을 향해 내달렸다.

그가 퍼트린 기억 범위 바깥의 적들은 번개를 쏘아내 처리, 그는 계속해서 달렸다.


마력으로 강화된 신체 덕에 순식간에 성벽에 다가갔다.

이어 이곳에서 탈출하기 위해 성벽을 타고 오르는 순간이었다.


콰아앙!


김윤이 올라가야 할 곳 바로 위에 처박힌 거대한 창.

그는 자연스레 그곳이 날아온 것으로 유추되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다른 리자드맨과는 조금 다른 리자드맨이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덩치는 일반적인 리자드맨보다 조금 큰 정도.

그러나 자이언트에 비하면 확연히 작았다.


김윤은 조금 큰 리자드맨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니었다.

그는 일반적인 리자드맨과는 달랐다.


전신에 금빛 비늘을 두른 것은 같다.

꼬리가 있는 것도, 손끝에 날카로운 손톱이 달린 것도 같다.

하지만 얼굴이 달랐다.


보통의 리자드맨의 얼굴은 도마뱀의 것.

그러나 그는 아니었다.

인간의 것과 유사한 얼굴.

다른 점이라고는 비늘이 뒤덮여있고 머리카락이 없다는 것 정도였다.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인··· 간······. 내려··· 와, 라······.”


그는 몬스터임에도 인간의 말을 구사하고 있었다.


“뭐?”


김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뒤에 이어지는 문장 때문이었다.


“왕··· 이 찾는··· 다······. 길을··· 만··· 드는, 자여.”


길을 만드는 자.

어째서 저 몬스터가 그것을 알고 있는 것일까.

그때 들렸던 목소리가 저 몬스터의 것이었던 것일까.

아니, 그것은 아니었다.


함정일지도 몰랐다.

김윤은 성벽을 마저 오른 후 그가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오, 지··· 않는··· 다······.”


그러자 기괴한 리자드맨이 다시금 어눌한 말투로 말을 내뱉었다.


“그럼, 돌아··· 가라······. 그러, 나 다··· 시 찾아와야··· 할 것, 이다.”


그가 손을 뻗었다.

그러자 성벽에 박힌 창이 다시금 그의 손을 향해 돌아갔다.


“시간, 많지······ 않으니··· 기다··· 리다. 왕은··· 찾는다. 그리고 기다, 리다.”


기괴한 리자드맨이 등을 돌려 황금빛 탑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러자 그를 따라오던 수많은 리자드맨 역시 되돌아가기 시작했다.


김윤은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길을 찾는 자······. 기다린다고?’


몬스터가 말을 하는 것도 혼란스러운데 내뱉은 말조차 혼란스럽기 그지없었다.

머리가 돌아가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저들을 따라가야 하는 걸까.


‘아니, 일단은 일행에게 돌아가자.’


그가 이 성벽으로 향한 지도 한참이 된 시간.

그들이 걱정하고 있을 것이다.

이 일에 대한 고민은 그들과 이야기해 해결하면 될 것이다.


김윤은 멀어지는 리자드맨의 모습을 잠시 바라보다 몸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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