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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공간 지도 제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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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플폴풀
작품등록일 :
2023.08.07 15:17
최근연재일 :
2024.08.07 20:00
연재수 :
19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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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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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020,5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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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1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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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용오름 (7)

DUMMY

백화의 이들에게 포박된 아름의 시장, 박태현.

그는 좋은 시장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나쁜 시장도 아니었다.


그저 평범한 그 자체였다.

그러나 그럼에도 그의 목숨을 노리는 이들은 많았다.


지금의 상황처럼 말이다.

박건영이 박태현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그를 구해주기 위함은 아니었다.

그저 자신의 목표를 위한 발걸음일 뿐.


“박건영······?”

“오랜만이군요. 형님.”

“그 모습은 뭐지?”


박태현이 젊어진 박건영의 얼굴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아.”


그 시선에 박건영이 자신의 몸을 살폈다.


“하하하, 마력이란 정말 무엇이든 할 수 있더군요.”

“······백화랑 손을 잡은 거냐?”

“그렇게 됐습니다.”


그가 비릿한 미소를 흘렸다.


“시장이라는 자리가 그리도 탐이 났냐? 이 무고한 이들의 목숨을 빼앗을 만큼? 길드를 가진 거로는 만족하지 못하는 거냐?”

“형님도 아시지 않습니까. 제가 어떤 존재인지. 저는 용입니다, 용. 용이라면 적어도 한강 정도는 차지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호수 따위로 만족하는 건 이무기나 그런 겁니다.”

“멍청한 놈. 너는 인간이다. 아직도 그런 망상에 갇혀 사는 거냐!”

“이젠 망상이 아닙니다.”


박건영이 손을 휘적휘적 허공에 저었다.

백화의 이들에게 물러나라는 뜻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미르의 소속이 아닌 백화, 그렇기에 서로의 눈치만 보고 있을 뿐이었다.


“물러나래도?”

“물러나라.”


그때였다.

백민호가 나타나 그들이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을 주었다.


“도시를 위한 일입니다. 형님.”

“삼대 길드를 멸하고, 시민들의 목숨을 끊는 게 말이냐?”

“인재야 새로 키우면 되는 겁니다. 새로운 도시를 지킬 수 있는 자들로 말이죠. 걱정하지 마시죠. 형님. 인재 육성법도 하나 배워뒀으니 말입니다. 아, 그게 아니라도 미르의 무구를 이용한다면 지금 리터너들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습니다.”

“시민을 죽이면서 도시를 위한 일? 너는 그저 권력이 탐날 뿐이다.”

“길잡이와 정부가 연결되어 있어서 그런지 서로 같은 말을 하는군요.”


박건영이 박태현의 목을 움켜쥐었다.

그리고 무너진 건물의 벽을 향해 다가갔다.


“그래도 형님이시니 보내드리기 전에 좋은 걸 보여드리겠습니다.”


이어 손을 뻗었다.

그러자 잠잠해졌던 도시의 섬광이 다시금 솟구치기 시작했다.

아름의 사방에서 솟구치는 섬광.

도시가 푸르게 물들기 시작했다.


하늘 높이 치솟는 섬광.

그 찬란함은 도시에 있는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욱 찬란한 빛이 존재했다.


박건영이 무너진 벽을 통해 뛰어내렸다.

그리고 시청 마당의 중앙으로 다가갔다.


“용은 바닥이 아닌 하늘에 있어야 하지.”


그가 발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올려 위를 바라보았다.

하늘이 존재하지 않는 아공간.

그렇기에 새하얀 천장이 그를 마주했다.


“그리고 오늘 그 승천을 이루는 날.”


그의 전신에서 마력이 폭풍처럼 일어났다.

용의 눈물로 인해 증폭된 막대한 마력.

그것이 발현으로 쏟아지고 하나로 뭉치며 형상을 띄기 시작했다.

그것은 용의 형상이었다.


푸른 마력으로 이루어진 용이 꿈틀거렸다.

금방이라도 하늘로 치솟을 것처럼 말이다.


박건영을 아는 이들이라면 이것을 그저 마력의 형상이라고 칭할 것이다.

그야 그의 고유 스킬은 승천이라는 것으로 따로 존재하니 말이다.

때문에 이것은 상징에 불과하다.

자신이 오늘 이 도시의 정부를 집어삼켰다는 것을 의미하는 상징 말이다.


박태현 역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것은 그저 상징이 아니었다.


백민호는 알 수 있었다.

그가 이것을 만드는 데 도움을 주었기 때문이었다.


‘최초의 마석 던전. 그곳에 있는 보스 몬스터는 생명의 적룡 비타, 그가 지닌 비늘은 엘릭서를 만들 수 있는 재료가 되지.’


백민호는 엘릭서를 만들 때 들어가던 재료를 떠올렸다.

붉은색 거대한 비늘.

그것은 뱀이나 물고기의 그것을 연상시켰으나 크기와 경도, 그리고 지닌 효능은 그것과 차원이 달랐다.


그것은 그저 비늘에 불과함에도 막대한 생명력을 품고 있었다.

그 생명력이 얼마나 막대한지 황폐한 대지에 심으면 그곳이 되살아날 정도였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 아니지.’


그의 시선이 마력을 쏟아내는 박건영을 향했다.

저것은 필요한 의식과 같은 것이었다.

비타의 비늘을 통해 만들어진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기 위한 그러한 의식.


‘알고 있는 몬스터 중 용이 비타뿐, 때문에 모든 용들이 그런 지는 모르지만.’


비타의 비늘 속에는 특수한 능력이 숨겨져 있었다.


‘용인화.’


물론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것의 조건은 꽤 까다로웠으니 말이다.


우선 비타의 비늘이 지닌 막대한 생명력을 버텨낼 육신이 필요했다.

그리고 그 생명력을 받아들이기 위해 그릇이 품고 있는 마력을 모조리 비워내야 했다.


‘이건 비타의 힘으로 용인이 되는 거니 같은 성질이 될 필요가 있는 듯한 거고.’


생명의 적룡, 비타.

그는 막대한 생명력을 품은 대신에 마력을 지니고 있지 않았다.


그렇기에 마력에 대한 저항이 거의 없는 수준으로 던전의 공략은 어렵지 않았다.

그야 높은 랭크의 마력을 지닌 이들이 마력만 쏟아부으면 그만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보스 몬스터이자, 현실엔 존재하지 않던 전설의 생물 용.

만만히 보아서는 안 되는 존재였다.


비타는 앞서 정해둔 공략 방식을 벗어나면 처치할 수 없는 존재였다.

마력은 없으나 막대한 생명력을 품고 있는 용이었으니 말이다.

그렇기에 미르는 던전 공략을 방해했다.


조금의 흐트러짐으로도 충분했다.

비타는 생명의 용.

그렇기에 자신의 힘으로 상처를 회복했고, 회복된 그는 원정대를 죽음으로 이끌 수 있었다.


바로 오늘을 위해서 말이다.


“크아아아아아-!!”


박건영이 내부에 있는 마력을 모조리 비워냈다.

그리고 그것을 위를 향해 높이 쏘아냈다.


하늘 높이 치솟는 푸른 용.

그것은 거대한 회오리를 동반하며 하늘 높이 치솟았다.

그 회오리의 범위는 또 얼마나 큰지 도시 전체가 휩싸일 정도였다.


“후욱, 후욱······.”


모든 마력을 비워낸 박건영이 품에 붉은 액체가 담긴, 얇고 기다란 병을 꺼내 들었다.

이어 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것에 담긴 액체를 들이켰다.


꿀꺽.


그것을 들이키기 무섭게 인간으로서는 견딜 수 없는 막대한 생명력이 전신을 타고 퍼져나갔다.

내장이 들끓는 것만 같았다.

팔다리가 끊어질 것만 같았다.


눈이 금방이라도 터질 것처럼 부풀어 올랐고.

코와 귀에선 피가 줄줄 쏟아져 내렸다.


“크아아아악-!!”


그 참을 수 없는 고통에 박건영이 비명을 토해냈다.


‘아니, 참을 수 있다.’


이 고통만 이겨낸다면 그는 그토록 바라던 용과 같은 존재가 될 것이니.


그의 눈동자가 황금빛으로 물들었다.

그의 동공이 뱀의 것처럼 날카롭게 변했다.

피부 곳곳에서는 붉은 비늘이 자라났으며, 전신의 근육이 부풀었다 가라앉았다.


시간은 그리 길게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그 결과는.


“성공인가.”


성공이었다.


통증이 가라앉자 박건영이 자신의 몸을 살폈다.

그의 두 손은 붉은 비늘로 완전히 둘러싸여 있었다.

그것은 손을 넘어 그의 팔 일부까지 감싸고 있었으며, 눈가에도 역시 그러한 비늘이 자라있었다.

용인이 된 것이었다.


“아아, 좋은 기분이군.”


그가 황금빛 눈동자로 아직도 솟구치고 있는 용의 형상을 띈 마력을 바라보았다.


“이게 용의 힘인가.”


그의 손바닥이 솟구치는 용을 가렸다.

그리고 마력과는 또 다른 힘을 토해냈다.

생명력.


생명의 적룡, 비타가 다루는 힘.

그것이 용인이 된 박건영의 새로운 힘이 된 것이었다.


콰아아아앙!


상공에서 일어나는 거대한 폭발.

솟구치던 용이 아래서 뒤따라오는 힘에 휩쓸리며 소멸했다.

그것만이 아니었다.

온 도시에서 솟구치던 섬광마저 사라졌다.

그것을 일으킨 이의 마력이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우드드득!


박건영이 몸을 웅크렸다.

그러자 그의 등에서 무언가 끔찍한 소리를 토해내며 자라났다.

새빨간 비늘로 뒤덮인 날개였다.


그는 그것이 원래부터 있던 것처럼 능숙히 다루며 하늘을 날아올랐다.

무언가를 낚아채며 말이다.

그것은 아름의 시장, 박태현이었다.


“보십시오! 형님! 이 용의 힘을! 새로운 시작을!”


박건영이 비늘이 뒤덮인 손을 내질렀다.

그리고 그대로 박태현의 심장을 꿰뚫었다.


“크헉······!”


이어 마력이 아닌 생명력을 통해 도시를 향해 소리쳤다.


“크하하하하!”


아름의 지도자가 바뀌었다는 사실을.

이곳에서 시작된 새로운 용의 승천을.

또한 그것의 강림을.



***



과거 수많은 사람이 살아가던 도시.

그러나 이제는 폐허가 되어 버린 곳.

서울.


그곳을 향해 한 줄기에 벼락이 떨어졌다.


콰르르르릉!


강렬한 섬광과 우렁찬 번개를 동반하며 떨어진 벼락.

그것은 폐허뿐인 그 땅에 무언가를 살포시 내려두었다.


과거 마석 대재해를 겪고, 이 세계에서 가장 보기 어려워진 존재.

그렇기에 지구에서 멸종 위기에 달한 존재.

그것은 인간이었다.


그런데 그 인간은 멀쩡한 상태가 아니었다.

팔은 부서지고 온몸은 멍과 피로 물들어 있는 상태.

누가 보아도 심각한 부상을 입은 그.

그는 김윤이었다.


“끄으으윽······.”


김윤이 신음을 흘리며 몸을 일으켰다.

그 움직임에 따라 잿빛 머리칼이 흔들렸다.


“여긴······.”


그는 마석 대재해 이후 처음 보는 광경을 두 눈에 담았다.

그가 알고 있는 건물들의 형태가 보였다.

과거 인간들이 짓고 살던 건물의 형태.

그중에서도 그가 나고 자란 나라와 도시의 건물들.


이곳은 서울이었다.


“지, 구라고······? 어, 어떻게?”


방금까지 전신을 휩쓸던 통증이 순간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그보다 더 충격적인 사실이 그의 머리를 후려쳤기 때문이었다.


그는 포탈을 탄 기억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 지구에 있었다.


그는 빠르게 머리를 굴려 기억을 되새겼다.

최대한 최근의 것으로 말이다.


“나는······.”


박건영과 싸우고 있었다.

길잡이를 죽이고, 아름을 집어삼키려는 그와 목숨을 걸고 부딪혔다.

그리고 졌다.

그리고 죽음을 맞이하기 직전.


“섬광.”


김윤이 품을 뒤졌다.

그리고 백민호가 주었던 팔찌를 꺼내 들었다.


지금 이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이것뿐이었다.

텔레포트용 팔찌.

그러나 그것은 작동하지 않았다.


그가 알고 있는 대로라면 3일이라는 시간이 이것을 통해 표기되었을 터.

그러나 팔찌의 화면은 여전히 새카만 상태 그대로였다.


“텔레포트가 아닌가?”


팔찌는 먹통, 더군다나 그가 아는 텔레포트는 아공간을 넘지 못한다고 했다.

그것만이 아니다.

그 텔레포트 기계는 미르의 것.

그리고 그가 싸웠던 이는 미르의 길드장이었다.


‘그랬는데, 죽이려고 했는데 갑자기 텔레포트 시킨다?’


말이 안 되는 소리다.

그럼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김윤이 몸을 일으켜 주변을 살폈다.

일단은 장소를 옮기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몸을 숨겨 상처를 회복할 곳이 필요했다.


이제 지구라는 곳은 인간이 있기에 적합한 곳이 아니다.

더군다나 상처가 가득한 이러한 몸으로는 말이다.


‘상황 파악은 그 이후.’


그렇기에 몸의 회복이 우선이다.

그는 곧장 상처 입은 몸을 이끌며 근처 건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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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되찾는 일 (2) 23.11.29 57 2 11쪽
73 되찾는 일 (1) 23.11.28 59 2 11쪽
72 길을 만드는 자 (8) 23.11.24 60 2 11쪽
71 길을 만드는 자 (7) 23.11.23 57 2 12쪽
70 길을 만드는 자 (6) 23.11.21 58 2 12쪽
69 길을 만드는 자 (5) 23.11.20 61 2 11쪽
68 길을 만드는 자 (4) 23.11.16 64 2 11쪽
67 길을 만드는 자 (3) 23.11.15 58 2 12쪽
66 길을 만드는 자 (2) 23.11.14 55 2 12쪽
65 길을 만드는 자 (1) 23.11.13 60 2 11쪽
64 새 지도 (9) 23.11.10 63 3 12쪽
63 새 지도 (8) 23.11.09 60 2 12쪽
62 새 지도 (7) 23.11.08 58 2 12쪽
61 새 지도 (6) 23.11.07 59 2 11쪽
60 새 지도 (5) 23.11.06 64 2 12쪽
59 새 지도 (4) 23.11.03 63 2 12쪽
58 새 지도 (3) 23.11.02 63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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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바깥 (4) 23.10.26 71 2 12쪽
53 바깥 (3) 23.10.25 72 2 12쪽
52 바깥 (2) 23.10.24 64 2 11쪽
51 바깥 (1) 23.10.23 65 2 12쪽
» 용오름 (7) 23.10.16 74 2 12쪽
49 용오름 (6) 23.10.13 69 2 12쪽
48 용오름 (5) 23.10.12 66 2 12쪽
47 용오름 (4) 23.10.11 75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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