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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육포 건조장

이 정령사는 영혼이 두 개 입니다. : 레메게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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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육포
작품등록일 :
2020.07.05 17:34
최근연재일 :
2020.08.24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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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3,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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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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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Chapt 18 - 별의 조각 - 2

DUMMY

“오, 오크......?

저 것들, 오크 맞아요?”


“그래 맞다. 욕심의 덩어리들이지.”


네제르가 그것들을 직접 보는 것은 처음이었지만,

그는 그것이 오크라는 것을 단 번에 알 수 있었다.

두 발로 선 짐승, 혹은 사람의 말을 하는 짐승.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자들은 대륙에서 가장 유명한 몬스터였다.


가장 처음 네제르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확 뒤집어 까진 들창코였다.

크고 끝이 늘어진 눈, 입 위로 비죽이 튀어 나온 날카로운 한 쌍의 어금니.

그리고 그 아래로는 세 겹으로 접힌 턱이 차례차례 눈에 들어왔다.

마지막으로 몸 이곳 저곳,

두터운 살집 사이로 드문드문 발달된 근육이 보인다.


어른들이 들려주던 이야기 속 모습 그대로.

더한 것도 뺀 것도 없었다.


오크의 모습은 게으르고, 욕심에 가득 찬 모습.

게다가 욕심을 채울 수 있는 힘도 가진 것 같다.


그것을 증명하듯,

그들이 입고 있는 옷은 여기저기 헤지고 더럽혀져 있었다.

한 번도, 단 한 번도 옷을 기워 내거나 심지어는 빨지도 않은 것 같다.

하지만 걸치고 있는 그것은 분명히 사람의 옷이었다.


두 마리의 오크가 낡고 녹이 슨 글레이브를 꼬나 쥔 채 경비를 서고 있었다.

구멍 난 옷 사이로는 이따금 삐져나온 피부가 보였는데,

드문드문 보기 흉한 털이 부숭부숭 솟아 있다.


“저것들이 왜 여기 있죠?”


“에잇 퉤! 넨장 할, 재수가 없으려니까.

저것들이야 어디든 있는 것들이 아니냐?”


네제르의 질문에 헤파이스토스가 마뜩치 않다는 듯 욕설을 뱉어 내었다.


아무도, 아무도.

그들이 어디에서 시작된 것인지 몰랐다.

그도 그럴 것이, 오크들은 어디나 있었다.

마을과 마을, 도시와 도시를 연결하는 길 위에서 그들은 나타나곤 했다.


그들은 이따금, 마을을 왕래하는 상인들을 약탈했다.

안전한 상행을 위해 상인들은 용병을 고용했지만,

고용하는 용병의 숫자만큼 약탈해 오는 녀석들의 숫자도 늘었다.


그들 때문에, 대규모의 상단은 큰 규모의 용병을 고용했다.

중소 규모의 상인들은 그들 나름대로 모였다.

서로를 의지한 채 상행을 나서는 것이 규칙이었다.


이따금 객기에 찬 젊은 상인들이 큰 이문에 눈이 멀어,

규칙을 무시한 채 홀로 상행에 나섰다.

이따금 그들 중 일부는 큰돈을 만져 성공했지만,

그들 대부분의 소식을 아는 자들은 없었다.


영지에서 제법 규모가 큰 마을의 겨울은 오크들의 약탈로 시작되곤 했다.

밀과 치즈, 말린 고기 그리고 여자들.

그것 들은 모든 것을 가져갔다.


식량과 도구, 그리고 여자들.

수컷뿐인 오크들이 계속 늘어나는 이유는 여자들이라고 했다.

들은 이야기 이지만,

여자들은 한 번에 열 마리 정도의 오크 새끼를 낳고 죽는다고 했다.

새끼들은 어미가 없어도 자란다고 한다.

세 달이면 새끼는 새끼가 아니게 된다는 이야기도 돌았다.


남자와 아이, 그리고 가져가지 못하는 것들은 부술 뿐이었다.

그들을 막지 못하면 모든 것을 잃었다.


오크를 본 적이 없던 네제르 였지만 딱 한 번,

오크들에게 약탈 당한 마을을 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것을 마을이라고 할 수 있을 지는 의문이었다.

마을이었던 터를 본 적이 있었다고 해야할 것 같았다.



* * * * * * * * *



네제르가 헤리스의 영도에 도착하기 전의 일이었다.

나고 자라온 마을을 떠나 도시에서 도시로, 그리고 다시 도시로.

노예 상인의 손에 끌려 이동하던 때의 일이었다.


열 살. 어린 소년의 눈에도 그날 본 것은 엄청난 것이었다.


마을을 지키던 방책은 여기저기 무너져 있었고,

대부분의 건물은 부숴 지고, 불타 있었다.


병사들은 마을의 시체를 한데 모으고 있었다.

그들 대부분은 남자였다.

그리고 늙은 여자와, 어린 아이들이 간간히 섞여 있었다.


네제르의 기억은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처음 경험하는 알 수 없는 악취와 잔인한 광경에 기절해 버린 탓이다.

노예가 된 뒤 여러 번 무기회수를 경험한 지금에야,

그것이 시체에서 나온 피와 오물이 뒤섞여,

썩어가는 냄새인 것을 알고 있다지만 당시의 그에게는 그저 강한 충격이었을 뿐이었다.



퍽! 퍽퍽!


다음 순간의 기억은 상인에게 죽도록 맞고 있는 자신이었다.


“일어나지 못하겠느냐! 망할!”


“아악! 악!”


“이런 망할! 내가 기절한 네 녀석을 업어 옮겨야 하느냐!”


“아악! 악!”


비교적 잘 대해주던 노예상이 돌변한 것은 그날부터였다.

상품에 흠집이 나면 좋지 않다며,

상인은 비교적 잘 생긴 그에게는 손찌검을 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그날만큼은 인성에 커다란 문제가 생긴 듯,

상인은 똑같은 고함을 아이에게 쏟으며 아이를 지독히도 때려 대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것은,

오크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 내고 싶어 아이에게 휘두르는 몸부림 이었다.



* * * * * * * * *



상인에게 매를 맞던 당시를 떠올리는 순간,

네제르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지금도 몸의 이 곳 저 곳이 욱신 거리는 것 같았다.


갑자기 몸을 떠는 네제르에게 헤파이스토스가 물었다.


“응? 왜 그러느냐?”


“아니에요. 그저 무너진 마을이 떠올랐어요.”


“음......, 확실히 좋지 않은 기억이었겠구나.”


“네, 확실히요.”


오크의 약탈을 피하기 위해 규모가 작은 몇몇 마을 사람들은,

겨울이 오기 전에 마을을 비우고 큰 마을로 옮기곤 했다.

주로 사냥꾼이나, 약초꾼들의 마을이 그랬다.

천막 수준의 임시 거처 따위야 그들의 목숨보다 중요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킬 것이 많은, 비교적 큰 마을은 달랐다.

애써 만들어 둔 농지도, 마을의 건물들도 포기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때때로 상인처럼, 용병을 고용하기도 했다.

겨울의 용병들에게 오크는 제법 큰돈을 만질 수 있는 도박 같은 것이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확실하고 중요한 것은,

겨울이 오기 전 오크의 숫자를 줄여 놓는 것이었다.


그러기에 영주들은 가을이면 영지의 기사들을 꾸렸다.

오크들을 토벌하기 위해서였다.

토벌의 시작은 오크들의 부락을 찾는 것에서 시작 되었다.




* * * * * * * * *



“오크의 부락을 찾아서 소탕하는 것은 생각보다 간단한 일이란다.

조금 잔인하긴 하지만 말이야.”


언젠가 잠이 오지 않는 밤,

스크라델이 오크 부락을 찾는 방법을 이야기 해 준 적이 있었다.

그의 말처럼, 매년 수시로 옮겨 다니는 오크를 찾는 방법은 확실히.

잔인하긴 하고, 또 의외로 간단하기도 했다.


우선 영주의 토벌대는 최근 세 달 사이에,

여행자나 상인들이 습격을 당한 지점을 확인했다.

그리곤 토벌대는 비교적 습격이 잦은 지점으로 향했다.


“토벌대는 그 곳에서 야영을 시작한단다.”


“야영이요?”


“그래. 그 곳에서 그들은 그저 기다릴 뿐이란다.”


“에이, 기다리기만 하는데 어떻게 괴물들의 부락을 찾아요?”


“그곳에서 하루 동안 먹고 마시지.

그 날 만큼은 노예들도 평소에 먹지 못하는 질 좋은 고기와 술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단다.”


“우왓! 그럼 엄청 좋은 날이네요?”


“끝까지 들어라.

노예들은 하루 먹고 마신 뒤에 제비를 뽑지.”


말을 이었던 스크라델은 이 지점에서 한참 뜸을 들였다.

따듯한 물을 연신 들이키는 그의 손이 한참 떨렸던 것이 기억났다.


“그래서요?”


“제비에 뽑힌 노예는 적게는 8명 많게는 30명 가까이도 뽑힌단다.

뽑힌 노예들은 그 자리에서 자유를 주었지.

평민으로 만들어줬어.”


“뭐야 역시 좋은 것이잖아요?

나도 갔으면 좋겠다.”


“끝까지 들어라! 그리 좋은 일이 아니야.

그 다음은 신관의 축복을 받는 것이란다.

신관은 그들을 축복해 주었지. 그리고 얼마간의 돈을 준단다.

돈을 받은 이들은 각기 다른 방향으로 흩어져, 야영지를 떠난단다.”


“.......”


“하루가 지날 때 마다, 그들은 연기를 피운단다.

그리고 어느 순간 연기가 올라오지 않는 방향으로,

병사들과 기사들이 탐색을 한단다.”


더운 물을 마시며,

이야기를 주저하던 스크라델의 입에서 엄청난 이야기가 숨 없이 쏟아졌다.


사람이 그대로 미끼가 된다니,

처음에 그의 입에서 나온 것을 네제르는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만약, 노예들이 불을 피우지 않고 스스로 사라진 것 이라면 어떻게 되요?”


“그럴 수는 없단다.

그런 짓을 했다간 그들의 자식과 형제들을 다시 볼 수 없게 되거든.”


“네......네!?”

“그런 짓을 했다가는 영지에 남아있는 그들의 피붙이에게 해가 간단다.

게다가 종국에는 도망친 그들 자신도 붙잡히게 되겠지.”


“그런......”


“대신에 제비를 뽑은 자들과 그 가족은 자유를 얻게 되지.

물론 세금을 내지 못하면 다시 노예가 되겠지만 말이야.

아, 걱정하지 말거라. 우리 같은 영주님의 노예에게는 해당사항이 없어.

어디까지나 기사나 부자들의 노예들 이야기야.”



* * * * * * * * *


어릴 적 스크라델의 이야기에서나 들었던 오크의 부락.

그런데 지금, 그 오크의 부락이 이곳에 있다.


경비를 서고 있는 두 마리의 오크 뒤로 목책이 부락을 둘러싸고 있었다.

나무를 베어 냈다고 하기엔 강한 악력으로 부러트린 듯,

조잡하기 이를 데 없었지만 그것은 분명 목책이었다.


아홉 개의 천막.

목책이 감싼 안쪽으로 아홉 개의 천막이 보였다.

비슷한 크기의 천막 일곱 개와,

다른 곳보다 크기가 큰 천막 두 개.


천막을 덮고 있는 것은 가죽이었다.

가죽은 전혀 재단되어 있지 않았다.

털이 그대로 붙어 있는, 날것을 그대로 말린 가죽.

동물의 모양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것들이 그저 얼기설기 덮여 있었다.


“천막들이 있네요.”


네제르가 막대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헤파이스토스에게 말했다.


“그래 겨우 열 개 뿐인 것을 보니,

큰 부락에서 떨어져 나온 녀석들이구나.

그건 참 다행이야.”


“네, 그런데 다른 천막보다 큰 천막이 있어요.”


“작은 부락 주제에, 대전사도 주술사도 있는가보다.

돌에 영향을 받은 건지, 애초에 돌을 찾아 온 것인지.

아무래도 돌을 쉽게 가져가기는 틀린 것 같구나.”


난장이 신의 이야기에,

소년의 눈이 막대에서 떨어져 그를 바라보았다.


“어쩌지요?”


“어쩌긴, 포기 해야지.

네 녀석과 나 둘 뿐이지 않느냐?

둘이 덤비기엔 너무 위험해.”


“당신은 신이잖아요?”


“음. 신은 맞지만 신의 모습을 드러낼 수는 없구나.

고작 저것 들을 상대하자고, 신을 드러낼 수는 없다.”


난장이의 입에서 소년이 완전히 이해 할 수 없는 소리가 나왔다.

다음 순간 울림이 둘 사이에 끼어들었다.


- 아니, 우리는 둘이 아니다.


“허, 아이 몸속에 있는 그대를 말함인가?

그래서 그대가 무엇을 할 수 있지?“


- 아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분명 제한적이다.

- 하지만 이 아이는 정렬들을 부릴 수 있다네.


“호오?”


다음 순간 울림의 말이 흥미롭다는 듯,

소년을 바라보는 난장이의 눈이 퉁방울만 하게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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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Chapt 18 - 별의 조각 - 1 +2 20.08.07 21 2 12쪽
41 Chapt 17 - 괴팍한 난장이 - 4 +2 20.08.05 22 2 13쪽
40 Chapt 17 - 괴팍한 난장이 - 3 +2 20.08.03 20 2 13쪽
39 Chapt 17 - 괴팍한 난장이 - 2 +3 20.07.31 20 2 12쪽
38 Chapt 18. 괴팍한 난장이 -1 +1 20.07.29 21 2 13쪽
37 Chapt 17 – 꽃을 피우는 데, 많은 것이 필요하다. – 6 +1 20.07.27 21 1 17쪽
36 Chapt 17 – 꽃을 피우는 데, 많은 것이 필요하다. – 5 +1 20.07.24 25 1 16쪽
35 Chapt 16 – 꽃을 피우는 데, 많은 것이 필요하다. – 4 +1 20.07.23 25 1 17쪽
34 Chapt 17 – 꽃을 피우는 데, 많은 것이 필요하다. – 3 +2 20.07.22 27 2 17쪽
33 Chapt 17 – 꽃을 피우는 데, 많은 것이 필요하다. – 2 20.07.21 35 0 18쪽
32 Cahpt 17 – 꽃을 피우는 데, 많은 것이 필요하다. – 1 20.07.20 25 0 17쪽
31 Cahpt 16 – 정령들의 세상 - 2 +1 20.07.17 28 1 13쪽
30 Cahpt 16 – 정령들의 세상 - 1 20.07.17 25 0 13쪽
29 Cahpt 14 – 기운의 사용법II. - 2 20.07.16 26 1 13쪽
28 Cahpt 14 – 기운의 사용법II. - 1 +2 20.07.16 31 2 15쪽
27 Cahpt 14 – 목동의 지팡이 II - 3 20.07.15 27 1 17쪽
26 Cahpt 14 – 목동의 지팡이 II - 2 20.07.15 28 1 15쪽
25 Cahpt 13 – 목동의 지팡이 II - 1 20.07.14 28 1 17쪽
24 Cahpt 13 – 기운의 사용법. 20.07.14 29 1 20쪽
23 Cahpt 12 – 목동의 지팡이. -2 +1 20.07.13 32 2 16쪽
22 Cahpt 12 – 목동의 지팡이. -1 +2 20.07.13 35 3 16쪽
21 Cahpt 11 – 기운을 차리는데 몸보신만한 것이 없다. +2 20.07.10 34 2 12쪽
20 Cahpt 10 - 지가 가르친다더니 남만 부려먹는다. - 3 20.07.10 33 1 11쪽
19 Cahpt 10 - 지가 가르친다더니 남만 부려먹는다. - 2 +1 20.07.10 41 2 16쪽
18 Cahpt 10 - 지가 가르친다더니 남만 부려먹는다. - 1 20.07.10 41 1 14쪽
17 Chapt09 - 왕께서 구박을 감내하신다. 20.07.09 42 1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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