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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육포 건조장

이 정령사는 영혼이 두 개 입니다. : 레메게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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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육포
작품등록일 :
2020.07.05 17:34
최근연재일 :
2020.08.24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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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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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93,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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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4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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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Cahpt 13 – 목동의 지팡이 II - 1

DUMMY

* * * * * * * * *



툭! 툭툭!


“어? 안 일어나네?”


툭! 투욱! 툭툭툭!


모포 너머로, 누군가 소년의 몸을 쳐댄다.

짜증이 섞여 있다.

밑에서부터 치고 올라오는 것이 손이 아닌 발로 차는 것 같다.


“불경하구......”


모포를 걷어내며, 왕자가 말했다. 아니, 말하려 했다.


“미친! 야! 이 자식아! 일어나! 일어나라고!”


검은빛이 도는 갈색의 곱슬머리.

왕자와 비슷한 또래 아이였다.


투욱!


다시 한 번 짜증을 담아,

이번에는 소년이 보는 앞에서 발길질을 했다.


처음 당하는 아랫것의 발길질 때문인지, 잠이 덜 깬 탓인지.

아니면 아침나절의 서늘하고 축축한 공기 탓인지.

왕자는 아직까지 모포를 무릎에 걸친 채 일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뭐지······.”


“아니 막냉이가 빠져 가지고!

해가 하늘을 오르기 시작한 것이 언제인데 아직도 자는 거야?”


멀리서, 한 아이가 더 다가왔다.

오른 편,

눈가에 점이 나 있는 것을 제외하면,

왕자를 발로 걷어 찬 아이와 똑같이 생겼다.


“타우마(Tauma, 쌍둥이)인가······.”


“그래! 타우마다. 그래서 네놈이 어쩔 것이야?

둘 중에 누가 불행한 자인지 맞추기라도 할 모양이냐?

일어나!”


눈가에 점이 난 아이가,

누워 있는 왕자의 목 뒤, 옷깃을 부여잡고 일으켜 세웠다.


막 일어나는 새끼 양처럼, 왕자가 비틀대며 일으켜 졌다.

점 난 아이는 짜증을 담아, 왕자의 가슴에 수금을 안겼다.


“양들을 모아야 하는데 당최 말을 듣질 않는단 말이야!”


“난 수금을 연주할 줄 모른다.”


왕자가 대답하였다.

대답을 들은 아이들이, 잠시 서로를 쳐다보고 눈짓을 하였다.


“형, 거짓말 같지 않아.”


발길질을 한 아이가 점이 난 아이에게 속삭였다.



“뭐야! 수금을 다룰 줄 모른다고?

우라질. 쓸모없는 것도 정도껏 이지······”


점이 난 아이가 짜증을 낼 때였다.


“이제 일을 배우는 견습 목동이다.

모르는 것을 가르치라고 너희를 부른 것이야.”


아이들의 곁으로, 하나크가 다가와 이야기 했다.


“네, 네! 여부가 있겠습니까?

저희야 언제나 하나크님의 곁에서 일할 뿐이지요!”


발길질을 한 아이가 재빨리, 하나크의 앞에 와 말했다.

순식간에, 정말로 순식간에.

솔롬을 노려보던 두 아이의 표정이 바뀌었다.


“서로 이름은 나누었나?

이 녀석들 성격에 그럴 리 없겠지.

이쪽, 점이 있는 녀석의 이름은 에하드(אֶחָד, 첫째).

그리고 너를 깨운 녀석은 슈나임 (שְׁנַיִם, 둘째)이다.”



“아······ 나, 아니 저는 소······”


“이쪽은 바르나샤(ברנשא, 아들).”


“에?”


솔롬의 말을 끊고 하나크가 말했다.

하나크의 말에 솔롬이 그를 쳐다보았지만, 고개를 저을 뿐 더 말이 없었다.


“크큭! 비천한 녀석 인가 봐요.

아무리 관심이 없다고, 애 이름을 ‘아들’ 이라고 지었다니.

무심한 아비의 자식이군요!”


에하드의 말이 이어졌다. 두 소년이 낄낄대고 웃었다.


“음······. 그러고 보니, 하나가 보이지 않는군?

샬로쉬(שָׁלוֹש, 셋째)는 어딜 갔지?”


“그......, 녀석이야 항상 늑장을 부리잖아요.

아마도 태양이 하늘 천장에 닿을 때에나 올 겁니다.”


슈나임이 손을 비비며, 형과 하나크의 사이에 끼어들어 이야기했다.


“끙! 내가 부탁한 것들의 준비를 다 떠맡겼구나.

이걸 어쩐다.......

우선 와......, 아니, 저 녀석에게 목동의 일들을 가르쳐 주거라.

에하드는 날 따라 오너라.”


“흥! 넌 나중에 보자.”


에하드가 솔롬의 귓가에 속삭이고는 하나크와 함께 사라졌다.


“하······. 내가 수금을 연주해야 하다니.

잘 들어! 딱 일주일 준다.

그 뒤로는 네가 연주하는 거야. 따라와.”


솔롬을 발로 차 깨운 소년,

슈나임이 그를 끌고 모닥불 앞에 가 앉았다.

그리곤 고갯짓으로 솔롬이 그의 옆에 앉기를 지시했다.


솔롬이 앉자, 슈나임의 손가락이 움직였다.



아이의 성격과는 다른,

청명한 소리가 흐르는 물처럼 현에서 쏟아졌다.

소리에 맞추어, 바람이 불어왔다.


“어···”


분위기에 취해 솔롬이 현을 뜯는 아이를 한참 바라보았다.

아이가 눈을 부릅뜨고, 다시 한 번 왕자에게 고갯짓을 하였다.


고갯짓에 왕자가 목을 가다듬고, 양을 부르는 노래를 불렀다.


[][][][][][][][][][][][][][][][][][][][]

♬♪목동이 양을 찾아 헤맨다.

♬♪양 네가 나를 찾듯

♬♪나 목자도 너를 찾아다닌다.

♬♪밤사이 헤어졌던 이슬도

♬♪새벽이면 꽃을 찾아와 안부를 묻는데,

♬♪이제는 너와 만나야 할 때.

♬♪나 이제 너를 부른다.

♬♪여기 내 양, 너를 기다린다.

[][][][][][][][][][][][][][][][][][][][]


수금의 현이 일으키는 바람에 왕자의 목소리가 실려 날아갔다.


메에, 메에에.......


노래가 실린 방향에서, 양의 소리가 화답처럼 돌아왔다.

잠시 후, 흩어 있던 양들이 소년들이 앉은 모닥불 주변으로 몰려왔다.


“신기하네? 왕께서 부르시는 노래 아니면 잘 반응하지 않는 놈들인데.

하나크님이 어디서 신기한 놈을 주워 오셨어.”


슈나임의 말에 솔롬이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어? 이놈이 웃어? 어딜! 웃을 시간에 물이나 길러!”


“물?”


“그래! 양이 마실 물을 한참이나 길러야 한단 말이야.

해가 오르면 더워서 힘들어질 걸?

그러니까 빨리 움직여!”


소년이 소년을 채근했다.

모닥불 가까이, 우물가로 두 소년이 움직였다.

소년과 소년을 따라, 양 무리가 움직였다.


슈나임이 줄 달린 바가지를 솔롬에게 건넸다.


“어···어?”


“왜! 그럼 내가 뜨리?

당장 떠서 구유 통을 채우란 말이야.”


아이가 아이에게 성을 내었다.


“후웁.”


왕자가 깊은 우물 앞에서 깊은 숨을 내쉬었다.


휙! 첨벙!


바가지를 던진 지, 조금의 시간이 지나, 물과 바가지가 만났다.


팔뚝의 힘줄이 가득 올라올 정도로,

몸에 힘을 주어 물을 기른다.

힘줄이 드러날 때마다, 물이 든 바가지가 조금씩 소년에게 다가왔다.


“멍청아! 허리를 쓰란 말이야.

그런 식으로 기르면 팔이 터져 나가겠다.

힘도 없는 것이!”


귀한 아이가, 천한 아이에게 타박을 당한다.


“······”


대답을 하지 않았지만, 아이의 자세가 바뀌었다.


촤아악!


구유 통에 첫 물을 부었다.


메에, 메에에.


앞줄의 양들이 익숙한 듯,

구유 통으로 다가왔다.


“잘 하네!

양들이 충분히 마시고 이곳을 떠날 때까지!

난 다른 일이 있어서 이만 간다?”


슈나임이, 솔롬에게 말을 남기고는 그대로 사라져 버렸다.

한참을.

그렇게 한참을 귀한 이가 양을 먹이었다.


어느새 해가 소년의 머리 위로 올라섰다.

해가 쏟아내는 창들이, 소년의 등허리를 찔러대었다.


“빌어......, 먹을!”


팔의 힘줄이, 힘을 주지 않았는데도 잔뜩 성이나 있다.

쉼 없이 구유에 물을 채웠지만, 도무지 물이 채워지지 않았다.


바가지가 달린 줄이,

어느 사이 소년의 손에서 나온 피로 붉게 달아 올랐다.


“어엇!”


첨벙!


이제는 손아귀에 힘이 풀렸는지, 소년이 줄을 놓았다.


메에, 메에에.......


구유 앞에서 양 무리가 소년을 기다린다.


“알았어, 알았다고!”


소년이 신경질적으로 소리쳤다.

양 몇 마리가 구유에서 두 발짝 물러서더니 다시 다가왔다.


“후웁!”


처음처럼, 소년이 숨을 쉬었다.

붉게 물든 줄을 잡고, 힘을 주었다. 그 때였다.


텁.


소년의 뒤에서 소년보다 작은 손이 나와,

줄을 잡았다.


“응? 누구······”


붉은 빛이 도는 머리를 가진 아이였다.

두 쌍둥이와 닮았지만 머리 색이 다른 아이.

닮은 듯 달랐다.

두 소년보다, 어린 왕자보다 조금 작은 체구.

여물어 있지 않은 어깨.


“뭐해요? 어서 긷지 않고.

그런데 왜 혼자에요?

형들은......? 아! 떠맡기고 또 도망쳤군요?”


붉은 머리의 아이가 말했다.


“아......, 샬로쉬?”


그제야, 그 아이가 누구인지 알 것 같았다.


“흐음? 제 이름을 알고 있네요?

형들은 알려줄 성격은 아니고......, 하나크님! 맞죠?”


붉은 머리 소년이 웃으며 물었다.

왜인지 어린 왕자의 볼이 잠시 붉게 달아올랐다.


“어엇!”


아이가 아이를 밀쳐 내었다.

작은 아이가 바닥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무슨 짓이에요?”


“아......, 미안. 너무 더웠어.”


아이가 아이다운 변명을 했다.

적절하게, 해는 창을 들어 두 아이를 찔러 대었다.


“하긴, 얼른 더워지기 전에 어서 물을 긷자고요!”


작은 아이가 일어나, 소년과 함께 줄을 잡았다.

한 바가지, 또 한 바가지.

물이 올라와 구유를 채우기 시작했다.


- 어라? 샬로쉬라구요?


- ......, 지금은.


익숙하지만 낯선 이름에 네제르가 물었다.

왕의 울림에 작은 감정이 담겨 있어, 네제르는 더는 묻지 못했다.


한참의 시간이 지나,

해가 하늘의 꼭대기 천장에 가 올랐다.

어느새 구유에 채운 물이 더는 줄어들지 않았다.


“휴우! 끝났어요!”


작은 아이가 큰 아이를 보며 이야기 했다.


“그러네, 끝났어.”


큰 아이도 작은 아이를 보며 미소 지었다.


“어마! 손에 피! 어서 가요! 약을 발라야겠어요.”


“어···.”

작은 아이가 큰 아이의 손을 보고 소리쳤다.

붉은 핏물이 아이의 손을 타고 바닥을 적시고 있었다.

머뭇거리는 아이의 손을 작은 아이가 잡아끌었다.


“아앗!”


“아, 맞아 아프겠다. 미안해요.”


작은 아이가 큰 아이의 손을 놓고, 대신 아이의 손목을 잡았다.


“이제 안 아프죠? 가요.”


“으, 으응.”


멍청이 같지는 않은데, 큰 아이가 멍청한 대답을 한다.

상처가 많이 아픈지, 아이의 붉은 얼굴이 더 붉어 졌다.


손과 손목을 잡은 두 아이가 움직였다.

양 무리가 아이들을 따라 움직였다.


“아얏! 따가워!”


“따가워도 확실히 빨리 낫는다고요!

이만한 약도 없다고요!”


무릎을 꿇은 채, 작은 아이가 큰 아이 앞에 앉았다.

작은 소년이 라파 잎을 으깨어 기름에 섞더니,

그것을 왕자의 손에 발랐다.

화한 풀의 냄새만큼 뜨거운 기운이 소년의 손바닥을 휘감았다.


“라파는......, 회복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같은 발음으로 글자를 달리하면, ‘잠잠하라’는 뜻이 되기도 하지.

오늘 하루는 손을 쓰지 말거라.”


근처에서 두 소년을 지켜보던 하나크가 왕자에게 이야기 했다.

불경스럽게도 모포를 뒤집어쓰고, 반쯤은 누운 채.


“하나크님, 제 앞에서까지 숨기실 필요는 없어요.

형제들에게는 말하지 않겠습니다.”


“누구에게 들었지?”


작은 아이의 천연덕스러운 목소리에, 긴장이 서렸다.

허리까지 덮여있던 하나크의 모포가 순간 발목에 가 있었다.


게다가 그의 오른 손에는 벌써 지팡이까지 들려 있다.


“왕의 목장에 갑자기 들이는 아이는 없으니까요.

저희만 해도 수개월.

하나크님이 직접 찾아와 신분을 확인 하셨잖아요?

그런데 뜬금없이 견습목동 이라니!

아무래도 이상하지요.”


“허! 어린 녀석 하나를 못 당하겠군. 이제 다 그만둬야 하는 건가.......”


“그럴 리가요. 그저 하나크님이 절 잘 가르치신 거죠.”


아이답지 않게 어른을 다루는 솜씨도 능숙했다.


“왕가에 이 나이의 귀한 분은 한 분이죠. 다시 인사드립니다. 왕자 저하.”


아이가 아이 앞에 꿇은 무릎을 다시 가다듬더니 말 하였다.

지켜보던 하나크가 한 손으로 눈을 가린 채, 고개를 저었다.


“아무튼! 오늘 하루는 그 손을 사용하지 마세요.”


하나크가 몸을 다시 눕히며 왕자에게 말했다.


“안돼요!”


“네? 그게 무슨 소리십니까?”


왕자의 거부에 하나크가 놀라 물었다.


“지팡이 휘두르는 방법을 연습해야 해요.”


“그 꼴로, 가능하다고 생각하십니까?

그 손을 보세요. 약을 발랐다지만 낫지도 않았어요.

그 손으로 지팡이를 쥘 심산입니까?”


“하지만, 제게는 시간이 많지 않아요.”


왕자의 고집에 하나크의 골이 다시 한 번 흔들렸다.


“하아······.

샬로쉬보다는 이쪽이 똑똑해야 하는데, 고집불통이시군.

뭐 이건 이것대로. 그분을 닮았나.”


“네?”


“지팡이 휘두르는 것 말고도 배울 것은 많습니다.

오늘은......, 그래! 맞는 법과 피하는 법을 연습하죠.”


“네? 맞아요?”


“네. 맞고 피하는 법이요. 잘 맞아야지요.”


하나크의 말에 솔롬이 되물었지만, 돌아오는 답은 동일했다.


“가서 그것을 준비하거라.

준비가 되면, 슈나임. 아니, 첫째가 좋겠군. 에하드를 데리고 오너라.”


“하나크님 제가 할 수 있습니다.”


“안돼. 넌 이분의 정체를 알고 있어.

손에 정을 담을 가능성이 높아. 이런 일은 그 녀석들이 어울려.

게다가 넌......! 아니다. 나가 보거라.”


“······ 네”


샬로쉬는 왕자의 앞에 엎드려 절을 하고 물러났다.


“왕자님도 준비하시죠. 샬로쉬가 가져온 보호구가 있을 겁니다.”


“보호 장구 따위, 착용하지 않을 거예요.”


“정말 반병신이 되고 싶으십니까?

훈련이지만 훈련이 아니란 말입니다! 사람이 죽기도해요!

왕자님이 죽고, 여기 모두의 삶도 망가지길 바라는 겁니까?”


“......알겠습니다.”


미처 회수되지 못한 감정의 찌꺼기가 천막 안을 떠 다녔다.

더 이상의 말없이 왕자가 밖으로 나가 작은 소년을 찾았다.



샬로쉬는 모닥불 구석에 주저앉아,

지팡이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기름을 먹이지 않은 생목이었다.


작은 소년은 리넨 천에 양털 뭉치를 놓더니,

그것으로 지팡이의 양 끝을 감쌌다.


“뭘 만들고 있는 거니?”


“꺄악!”


뒤로 다가가 왕자가 조용히 물었을 뿐인데,

아이가 비명을 질렀다.


“미! 미안! 많이 놀랐구나?”


“죄, 죄송합니다! 제가 그만 놀래서!”


“아냐. 놀라게 한 내 잘못이야.

그런데 그건 뭐야?”


“훈련 중에 다치지 않으시도록,

양 끝에 양털 뭉치를 붙이고 있어요.”


“하나크가 네게 가서 보호구를 받아 착용하라던데?

보호구를 입고도 위험해?”


“보호구를 착용해도 막을 수 없는 부위가 있으니까요.

눈이나 관절 같은 부위 말이에요.

보호구는 여기 있습니다.”


아이가 한쪽 구석에 두었던 보호구들을 왕자에게 내밀었다.


머리를 겨우 가릴 투구와,

가슴을 가릴 수 있는 조끼 한 벌.

그리고 팔과 다리를 가릴 수 있는 각반과, 작은 손 방패였다.


“이것들을 다 차라고? 보기만 해도 거추장스러워.”


“다치면 안되잖아요. 이런 걸 다 차고도 위험할 수 있습니다.

특히나 오ㅃ······ 아니 형님들은 뒤를 생각하지 않을 거예요.”


“아, 알겠으니까. 그 울 것 같은 표정 좀 풀어.”


소년이 소년을 걱정하는데, 왕자의 가슴에 격랑이 일었다.

붉어진 얼굴로 왕자는 그것들을 챙겨 막사 안으로 돌아왔다.


“어디 몸이 안 좋습니까? 얼굴이 붉습니다.”


들어오는 왕자에게 모포를 덮은 채 누워 있던 하나크가 말했다.


“아! 아니에요. 더워서 그래요.”


“그래요?

한창 시기에 어린 시동에게 관심을 보이는 귀한 분들이 있다던데,

저는 또 왕자님이......, 큭! 아닙니다.”


무언가 알고 있는 눈치였지만,

그것을 왕자에게 말 해주지 않는 신하였다.


“끄응! 그것보다 단단히 갖춰 입으세요.

제가 가르쳤지만,

성격이 보통은 넘는 아이입니다.”


몸을 돌리며 하나크가 왕자에게 말했다.


절그럭. 절걱.


별다른 대답 없이, 솔롬이 흉갑을 걸쳤다.

익숙지 않은 갑옷을 입으려니 어딘지 어색한 기분이 들어,

왕자가 자꾸만, 묶었던 매듭을 풀었다가 조였다.


“아! 제가 도와드릴게요.”


뒤에서 다갈색의 작은 손이 튀어나와 왕자를 안았다.

달큰한 대추야자의 향기가 왕자의 코끝을 간질였다.


왕자의 기분이야 어찌 되었든,

아이의 손이 흉갑(胸甲)의 매듭을 단단히 조였다.


“키킥! 이건 또 무슨 가관인가?

어울리는 그림 일세?

무능한 견습 놈과 천한 반쪽짜리 계ㅈㅣ······”


“거기까지!”


조용히 등을 돌아 누워있던 하나크가 말을 끊었다.


“넵! 하나크님이 찾으셨다고 하셔서 왔습니다.

이 계......, 이 녀석이 그리 말하던데요.”


말을 하던 에하드가 하나크의 눈치를 보더니, 도중에 말을 바꾸었다.

잠시 굳어 있던 하나크와 작은 소년의 표정이 풀어졌다.


“어, 잠시 뒤에...... 다시 올까요?


“아니, 딱 맞춰 왔어. 나도 이제 일어나야겠군.”


어색한 공기에 눈치를 보던 에하드가 돌아서 나가려 하자,

하나크가 그를 다시 붙잡았다.

이윽고 그가 턱짓으로 솔롬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 아이를 데리고 나가거라.

나가서 지팡이 피하는 법과 맞는 방법을 가르쳐.”


무심하게 이어진 말에, 에하드의 표정이 변했다.

어리둥절하던 표정이 점점 사라지더니

그 자리에 아이의 것이라고 볼 수 없는 잔인한 미소가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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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Chapt 18 - 별의 조각 - 2 +1 20.08.10 15 1 11쪽
42 Chapt 18 - 별의 조각 - 1 +2 20.08.07 20 2 12쪽
41 Chapt 17 - 괴팍한 난장이 - 4 +2 20.08.05 21 2 13쪽
40 Chapt 17 - 괴팍한 난장이 - 3 +2 20.08.03 19 2 13쪽
39 Chapt 17 - 괴팍한 난장이 - 2 +3 20.07.31 20 2 12쪽
38 Chapt 18. 괴팍한 난장이 -1 +1 20.07.29 21 2 13쪽
37 Chapt 17 – 꽃을 피우는 데, 많은 것이 필요하다. – 6 +1 20.07.27 20 1 17쪽
36 Chapt 17 – 꽃을 피우는 데, 많은 것이 필요하다. – 5 +1 20.07.24 24 1 16쪽
35 Chapt 16 – 꽃을 피우는 데, 많은 것이 필요하다. – 4 +1 20.07.23 25 1 17쪽
34 Chapt 17 – 꽃을 피우는 데, 많은 것이 필요하다. – 3 +2 20.07.22 27 2 17쪽
33 Chapt 17 – 꽃을 피우는 데, 많은 것이 필요하다. – 2 20.07.21 35 0 18쪽
32 Cahpt 17 – 꽃을 피우는 데, 많은 것이 필요하다. – 1 20.07.20 25 0 17쪽
31 Cahpt 16 – 정령들의 세상 - 2 +1 20.07.17 27 1 13쪽
30 Cahpt 16 – 정령들의 세상 - 1 20.07.17 25 0 13쪽
29 Cahpt 14 – 기운의 사용법II. - 2 20.07.16 25 1 13쪽
28 Cahpt 14 – 기운의 사용법II. - 1 +2 20.07.16 30 2 15쪽
27 Cahpt 14 – 목동의 지팡이 II - 3 20.07.15 27 1 17쪽
26 Cahpt 14 – 목동의 지팡이 II - 2 20.07.15 28 1 15쪽
» Cahpt 13 – 목동의 지팡이 II - 1 20.07.14 28 1 17쪽
24 Cahpt 13 – 기운의 사용법. 20.07.14 29 1 20쪽
23 Cahpt 12 – 목동의 지팡이. -2 +1 20.07.13 32 2 16쪽
22 Cahpt 12 – 목동의 지팡이. -1 +2 20.07.13 34 3 16쪽
21 Cahpt 11 – 기운을 차리는데 몸보신만한 것이 없다. +2 20.07.10 33 2 12쪽
20 Cahpt 10 - 지가 가르친다더니 남만 부려먹는다. - 3 20.07.10 32 1 11쪽
19 Cahpt 10 - 지가 가르친다더니 남만 부려먹는다. - 2 +1 20.07.10 41 2 16쪽
18 Cahpt 10 - 지가 가르친다더니 남만 부려먹는다. - 1 20.07.10 41 1 14쪽
17 Chapt09 - 왕께서 구박을 감내하신다. 20.07.09 42 1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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