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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육포 건조장

이 정령사는 영혼이 두 개 입니다. : 레메게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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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육포
작품등록일 :
2020.07.05 17:34
최근연재일 :
2020.08.24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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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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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93,296

작성
20.07.27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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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Chapt 17 – 꽃을 피우는 데, 많은 것이 필요하다. – 6

DUMMY

“세 사람 뿐이다! 죽여도 좋으니 확실히 잡아!”


이제는 바람의 아이들이 실어다 주지 않아도,

고성과 무기를 부딪치는 소리가 들려 왔다.


멀리 한 무리 군상들 사이로,

익숙한 얼굴들이 보였다.


“하나크!”


쒜에엑! 퍽!


소년이 세 사람을 향해 소리쳤다.

소년의 옆 낙타에게서 단단한 무엇이 쏟아져 나와,

화려한 검을 든 어떤 이의 뒤통수에 꽂혔다.


단 한방으로, 세 사람을 향해 소리치던 이가 쓰러졌다.


“이런! 그냥 숨어 계시지 왜 돌아 오셨습니까?”

“어라? 절 모시러 온 겁니까? 오늘이 아직 안 끝났으니, 왕자님은 ‘아랫것’ 이라고요!”

“크하핫! 돌 던지는 솜씨 하나는 네가 최고다!”


세 사람이 서로 다른 말을 쏟아 내었지만, 웃음이 가득한 그 표정은 같았다.

두 아이가 그대로, 낙타를 몰고 세 사람에게 돌진해 갔다.


갑자기 끼어든 두 마리의 낙타에,

세 사람을 둘러싼 무리가 두 갈래로 흩어져 버렸다.


“오라버니! 팔이!”


“흐흐······ 시끄러!

다 알고 있는 사실을 말하지 마라.”


눈가에 점이 난 아이는, 제 형과 많은 것이 달라져 있었다.

눈에 띄게 창백해진 피부는 차치하더라도,

우선 있어야 할 자리에 있어야 할 것이 없었다.


오른 손에 들린 지팡이는

이제야 슈나임의 손에서 제 역할을 하고 있었다.


“안부는 여기까지.

아직 적의 앞 입니다.”


자신들을 향한 무리에서 눈을 떼지 않고, 하나크가 말했다.


갑자기 죽어버린 대장과,

돌진하는 낙타 무리에 흩어져 버린 무리가 어느새 정렬되고 있었다.


“샬로쉬는 계속 돌팔매를

왕자님과 에하드는 제 옆에 서 주세요.

해 뜰 때까지만 버티시면 됩니다.”


“해 뜰 때까지요?”


무리에게서 눈을 떼지 않은 채, 하나크의 말을 들은 왕자가 물었다.


“모르고 오셨습니까?

저 녀석들 잔당입니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다쳐 있었지요.”


“······”


“아도니야 왕자님의 반란은 실패로 끝났을 테죠.

왕자님을 붙잡으려는 건, 아마도 협상을 위해서겠죠.”

“용서를 받기 위한 제물이로군?”


“아도니야 왕자를 처형하고 나면,

실질적으로 남는 것은 왕자님뿐 이잖아요?”


사내의 무심한 말에, 왕자와 작은 아이가 말을 받았다.


그들과 마주하는 무리 속에서 일단의 술렁임이 일었다.


“헛소리! 크하하!

요압 장군께서 왕자를 잡는 자에게 큰 상을 주겠다 약속하셨다”


무리를 진정시키려는 목적이 분명한 소리가,

어디선가 급하게 터져 나왔다.

상급에 관한 이야기에 무리 안에서 또 다른 술렁임이 올라왔다.


“크하학! 저것 보세요! 살려 오라잖아요?

죽은 시체는 협상의 재료가 되질 못하니 저러지!”


금새 무리가 누렸던 기분 좋은 술렁임의 가운데를,

창백하게 질린 슈나임의 소리가 후벼대었다.


“여기, 스무 놈만 처리하면 끝이라는 소리지요?”


“하하! 그럴 필요도 없습니다!

해가 뜨면 왕께서 강병들을 끌고 여기 오실 겁니다!”


분위기를 읽은 왕자가 말을 덧붙이자, 그 말을 또 하나크가 받았다.


다섯 명. 심각한 부상자를 빼고 나면 네 명이었다.

그런데도.

그들을 둘러 싼 스무 명의 건장한 사내들이 그들의 이야기에 떨기 시작했다.


“녀! 녀석들의 말을 듣지 마라!

곧 우리를 도우러 새 병력이······”


쒜엑! 퍽!


“거 시끄럽네! 자 이번엔 누가 말할거죠?”


다시 한 번 무리 중에서 외침이 쏟아져 나왔지만,

이번에는 샬로쉬의 돌멩이가 그것을 가만히 두지 않았다.


“쉴 만큼 쉬었으니, 시작 합시다!”


그것을 신호로 하나크가 무리 사이로 쏘아져 나갔다.

한 마리 사자처럼,

무리로 뛰어든 커다란 덩치에 일행을 둘러싼 무리가 둘로 갈렸다.


이어서 두 소년이 하나크의 옆으로 뛰어들었다.

세 사람이 그렇게 쐐기의 모양이 되어,

둘로 가라진 무리가 합쳐지지 않도록 갈랐다.


“덤벼라!”


외치는 소리와 다르게, 하나크가, 무리의 약한 부분으로 짓쳐 들었다.


텅~!

퍼억!


한 번의 휘두름에,

맨 앞의 병사가 들고 있던 검이 떨어졌다.


검을 떨구고 멀리 벗어나던 지팡이가 돌아와,

다시 한 번 병사의 머리를 날렸다.


갑작스레 다가온 커다란 몸짓에, 병사들이 몸을 뒤로 물렀다.

몇몇의 발이 엇갈려 서로의 몸 위에 포개어졌다.


빠악!


소년들이 그 장면을 놓치지 않았다.

동시에 세 명의 병사가 그대로 누워, 일어나질 않았다.


“크핫! 너무 쉬운 거 아닙니ㄲ······아?”


한 번의 공격이 통하자, 에하드가 허세를 부렸지만,

그것이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아··· 무슨?”


“오라버니!”


겁에 질려 넘어져 있던 다른 병사의 손에서,

기다란 창이 뻗어 나와, 병사와 에하드를 잇고 있었다.


“이런! 멍청한!”


분노한 에하드의 지팡이가, 병사의 머리를 그대로 찍어 나갔다.

병사의 숨이 그대로 멎었다.


털썩!


“하아, 하아....... 아프......네?”


쓰러진 소년의 호흡이 가빠져 갔다.


“녀석들의 숫자는 고작 셋! 우리는 아직 스물이나 된다!”


무리의 안에서, 누군가의 외침이 쏟아져 나왔다.


“칫! 대장 체질인 녀석이 하나 있었군요.

아무래도 마법은 여기까지 인가 봅니다.”


하나크가 한쪽 팔을 뻗어, 왕자에게 뻗었다.

그리고는 자신들을 둘러싼 무리에게서 눈을 떼지 않은 채,

한발 한발 뒤로 물러섰다.


두 사람이 뒤로 물러난 자리에는

허리에 창을 꽂은 한 소년만이 남았다.


“크하핫! 오늘이 지나지 않았으니!

저는 평생 왕자님의 위입니다!”


커다란 눈에서 눈물을 방울방울 흘리며,

창이 박힌 소년이 무리에게 뛰어 들었다.


퍼억!

촤악! 촤아악!


소년이 마지막으로 휘두른 지팡이가 하나의 길동무를 더 만들었다.

그런 소년의 몸을, 몇 가지의 쇠붙이가 지나갔다.


“흐....... 해가...... 뜨기 시작했습니다.”


소년이 그의 동무를 바라보며, 마지막 말을 뱉었다.

소년의 말을 끝으로,

멀리서 땅의 끝자락이 붉게 물들어 오르기 시작했다.



* * * * * * * * *



“스물이라고 외치더니, 이제는 그 절반이군?”


무리의 앞에 선 남자가 무리를 향해 소리쳤다.

조금은 힘에 부치는지,

말을 하는 남자의 어깨가 위 아래로 크게 흔들렸다.


자세히 보면, 남자의 상태도 썩 좋지 못했다.

여기 저기 잘려, 풀어 헤쳐진 옷 사이로 붉은 핏물이 흘렀다.


그럼에도 기세등등한 남자의 모습은

오히려 무리에게 또 다른 공포로 다가왔다.


꿀꺽!


무리 속 여기저기에서 마른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려 왔다.


전장의 괴물!

피가 철철 흐르는데도, 오히려 당당한 그 모습에

누군가 오줌을 지렸는지, 군중 속에서 지린내가 풍겼다.


이 곳이 왕의 목장이 아닌 전장이었다면,

그의 손에 지팡이가 아니라 자신들처럼 날붙이가 들려 있었다면!


옛날 다윗 대왕이 무찔렀다던 거인 골리앗이 저만했을까?

상상만으로 거대한 그의 몸이 한층 부풀어 올라왔다.


퍽!


“하나 더 줄었어요.”


굳어 있던 무리 중 하나가, 더 쓰러졌다.

차갑게 식은 아이의 말과 함께.


“이제, 한 사람이 셋을 상대하면 되겠군요.”


괴물의 입에서 사람 같은 말이 튀어 나왔지만,

그것을 바로 알아챈 이는 없었다.


[낙타에요! 낙타 발소리에요!]

[낙타 여럿이 달려오고 있어요.]

[우리가 소리를 실어 올게요]


“지금이라도! 무기를 내려놓아라!

이제 곧 부왕의 구원대가 도착할 것이다.”


바람들이 해 주는 이야기에,

힘을 얻은 왕자가 마지막 위엄을 담아 소리쳤다.

왕자의 얼굴로, 붉은 태양이 쏟아진다.


음메에.......


두두, 두두두.......


멀리서 먼지 냄새와 함께

희미한 낙타 울음소리가 들려 왔다.


챙그렁! 챙! 챙그렁.......


맨 앞에 선 자의 손에서 쇠붙이가 떨어졌다.

소낙비가 내리듯, 한 순간에 나머지 쇠붙이들이 쏟아졌다.


어느새, 낙타의 무리가 그들에게 다가왔다.

건장한 낙타를 탄 무리가

왕자들을 감싸고 있던 이들의 주위를 빙 둘렀다.


“푸하! 잘 하셨습니다.”


그제야 무리 앞에서 산처럼 버티고 서 있던 이가,

억지로 버티고 있던, 하얗게 새어버린 몸이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붉은 피에 젖은 질척한 땅이 그를 받았다.


“하나크, 괜찮은가? 내 조금 늦었군.”


누군가가 쓰러진 짐승을 끌어안으며 말을 걸었다.

왕자의 목소리와 닮은 듯 다른 목소리였다.


“후웁! 아니요. 늦지 않으셨습니다.

딱 맞추어 오셨어요.”


눈에 총기가 빠진 채, 탁한 눈빛으로

하나크가 보이지 않는 그의 왕을 찾았다.

해가 이미 올라 왔는데도 그는 추운 것인지, 이따금 이가 ‘따닥닥’ 하고 부딪혔다.


“이런! 피를 너무 많이 흘렸군.”


왕이 다 큰 그의 양을 끌어안았다.

몸의 온기가 몸을 데운 것인지, 하나크의 떨림이 잦아들었다.


“여자로 태어날 것을 그랬습니다. 왕의 품에서 죽을 것이라면!”


“허! 그랬다면 내 자네를 끌어안지 않았겠지.

내 양은 끌어안아도, 자네 같은 여인은 사양함세.”


신하의 농과, 그것을 되받는 왕의 말이 이어졌다.


“풋! 흐흐.......

이 다음은 어디로 보내실 생각 이셨습니까?”


“정말 쉬게 해 줄 생각이었어.

미안하네. 정말 미안하이.”


“다행입니다.

이제 당신의 명을 수행하러 가면 되겠군요.”


목동의 품에서 양이 잠들었다.

양의 몸에서 난 부정한 피가 왕의 몸을 더럽혔다

그것을 개의치 않은 듯 왕이 양을 안아 들었다.


쏴아. 쏴아아!


하늘이 강한 물을 내어, 왕과 그 양을 씻기었다.

핏기가 빠진 흰 양과, 양을 든 늙은 주인의 뒤로

왕이 될 아이가 다가왔다.


“형님, 형님은 어찌되었습니까?”


“그 바보 같은 녀석은 말하지 말거라.

스스로 왕이라 취하더니,

술에 취해 성 아래로 떨어져 죽었어.”


진실과 거짓을 섞은 왕의 말이 떨어졌다.


“비가 그치니, 꽃이 피는구나.”


무어라 말을 잇지 못하는 아이를 대신해, 아비가 말을 이었다.

순식간에, 젖은 땅이 말라갔다.

하지만 그보다도 빠른 속도로, 붉고 노란 꽃대가 사방을 덮었다.


진한 꽃의 향기가 비릿한 피의 그것을 덮었다.


“꽃이 피는데, 많은 것이 들어갔어.

흠, 저 아이는 어찌할 것이냐?”


어느새 왕이 양을 안은 채로 뒤를 돌아, 소년에게 물었다.


“궁으로 들일 것입니다.”


“어미가 이방의 여인이라고 들었다.

이것이 무엇을 이야기 하는지 알 테지?

네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네, 각오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제게 도움이 될 아이입니다.”


“그래. 이름이라도 알아야겠구나.”


“샬로쉬, 아니 이제는 그 이름이 어울리지 않겠습니다.”


소년이 말을 하다가,

아직 제 오라비들을 붙들고 울고 있는 아이를 바라보았다.

한참을 소년이 소녀를 바라보았다.


“베르케이스.

베르케이스 입니다. 이제 저 아이는 베르케이스.

제 반려가 될 아이입니다.”


한 마디의 말을 남기고,

아이가 아비의 곁을 떠나 여인에게 다가가 안았다.


“가지.”


“저희가 안겠습니다.”


“아니, 내 나귀에 태우겠다.”


한참 후, 아이들의 모습을 바라보던 왕의 입에서 말이 나왔다.

왕을 따르던 이들이

왕의 양을 받아내려 하였지만, 왕이 이를 거부했다.


푸르륵!


왕의 낙타 위에는 왕과 왕의 양이 놓였다.

한 차례의 투레질을 뒤로,

정한 것과 부정한 것이 함께 출발하였다.


왕의 뒤로는 우는 아이와 아이를 안은 소년이 함께 따랐다.


왕의 걸음에 부정한 것이 함께 하였지만, 붉은 꽃들은 이것을 완전히 덮어내었다.


- 그럼 하나크, 에하드 들은······

- 다른 이야기를 하지.


- ······. 죄송해요.


꿈결같이 아득해지는 시야의 뒤편으로,

네제르가 울림에게 물었지만, 울림이 바로 말을 끊었다.


- 그런데, 베르케이스는 결국 어머니였군요?


- 그래 맞아.


- 무슨 뜻이에요?


- 그것은......


네제르의 질문에 왕의 울림이 대답하였다.


순간 시커먼 적막이, 둘의 대화를 가리었다.

네제르와 울림의 시야가 그렇게 가려졌다.




* * * * * * * * *



잠시 뒤, 눈을 떠도 보이지 않는 익숙한 어둠을, 붉은 기운이 나타나 감쌌다.


“어머! 뭐야? 부끄럽게.

자기 내 이야기 하고 있었어요?”


붉은 머리 여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 못 들었어요! 다시 말 해줘요!”


- 아, 안된다!


“어머? 자기? 무슨 말 이길래요?”


뻔히 상황을 알면서 즐기는 눈치의 여인의 목소리에,

울림은 입을 닫아버렸다.


“이름이요! 어머니 이름! 베르게이스가 무슨 뜻이에요?”


“아, 그거? 쿡! 내 입으로 말 하는 건 쑥스럽네?

제가 말해요?”


- .......


“그게 뭐냐면······”


- 이방의, 먼 나라의 말이다. 아는 사람이 드문 미개한 자들의 말이지.

- ‘베르’와 ‘게이스’(Best Case). ‘내게 꼭 맞는 사람’······ 이다.


“어맛? 실제로 말해 줄 줄은 몰랐는데? 꺄아!”


부끄러움을 담은 울림의 소리를 뒤로, 요란스러운 여인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바로 다음 순간, 아이의 눈이 빛났다.


[꺄아! 왕자님 많이 컸다!]

[‘나랑 함께 해주겠니?’ 보다는 발전했어요 쿠쿡!]

[크하핫! 여디드야의 붉은 얼굴은 왜 볼 수 없는가!]


- 크윽! 무슨 짓이야! 시끄럽다. 돌아가!


“싫어요. 크큭!”


소년이 불러낸, 작은 아이들이 기다렸다는 듯 떠들어 대었다.

울림이 서둘러 아이들을 돌려보내려 했지만,

소년이 그 것을 내버려 두지 않았다.


한참의 수다와, 부끄러운 자의 적막이 공동을 가득 채웠다.


“몸은 어떠니?”


웃음이 멈추기를 기다렸다가, 여인이 아이에게 물었다.


“좋아요!”


아이의 대답에, 여인이 무릎을 굽혀 아이를 바라보았다.

한참 눈을 맞추어 아이를 보던 여인의 표정에 아련한 미소가 걸렸다.


“이젠, ‘아르가타’로 돌아갈 수 있단다.”


“와! 진짜요?”


“그래.

이제는 생명의 그릇을 기운이 단단히 지키고 있구나.”


“가요! 당장 나가고 싶어요!”


- 이제부터는 가져갈 것들을 챙겨야 하겠군.


돌아갈 수 있다는 어미의 말에 아이가 신이나 대답하였다.

울림이 아이의 말을 바로 이었다.


아이가 일어나,

목상의 앞에 다가가 붉은 솨케드 지팡이를 집어 들었다.


“아······. 새 지팡이는요?”


“새 지팡이도 챙겨 가야지?

다만 여기서 만들지는 않을 거야. 마른 나무째 챙겨 갈 거야.”


여인의 말을 따라 아이가 책장으로 달려갔다.

책장의 구석에 비스듬히 세워둔 마른 나무를 집으려던 소년이 놀라 말했다.


“어! 말린 나무 아니에요?”


“응, 맞는데?”


“지팡이의 끝에, 새 가지가 자랐어요.”


“응?”


아이를 가만 보며 대답을 하던 그녀의 목소리에 의아함이 담겼다.


- 그 때의 싹! 자네의 노래에 싹이 돋았었지 않은가!


“아! 확실히 그랬었죠. 호오?”


울림과 대화를 나누며, 여인이 아이의 곁으로 다가왔다.


말린 솨케드 막대의 끝에 강한 생명의 힘이 모여 있었다.

그 덕분인지 원래라면, 비적 말라버린 막대에 은은한 생의 기운이 흐르고 있었다.


- 마치, 아론이 휘두르던 지팡이 같군.


“뭔가, 잘못된 거예요?”


울림과 여인의 대화를 듣던 아이가 여인을 보며 물었다.

여인이 아이를 보며 웃었다.


- 아니, 잘 모르겠구나.

- 단단히 죽은 막대에 생의 기운이 어려 있어.


“이런 막대를 본 적이 있단다. 훌륭한 사람의 훌륭한 지팡이였어.”


붉은 머리의 여인이 울림의 말 뒤에 아이에게 말했다.

그리곤 붉은 막대를 집어, 아이의 양 손에 꼭 쥐어 주었다.


막대기를 챙긴 뒤, 여인은 책장에서 두 권의 책을 챙겼다.

아이와 울림이 무엇인지 물었지만,

한 번 웃어 주었을 뿐 별다른 이야기를 해 주지는 않았다.


다음으로 그녀가 챙긴 것은, 두 장으로 나뉜 레비아탄 가죽이었다.

거기에 더해서 울림이 소년에게 부탁하여, 두 종의 솨케드 씨앗들을 챙겼다.

그렇게 가져갈 짐들이 차곡차곡, 붉은 호수 앞에 모였다.


“얼추 다 챙긴 것 같아.이젠 물속에 가라앉으면 되는데.......

저번처럼 잠들어서 가는 것이 좋겠어.”


“네?”


“응. 마지막으로 자장가 불러 줄까?”


“네, 좋아요!”


어미가 마지막을 입에 올렸지만,

소년은 그저 신이나 제 어미의 허벅다리를 배고 누웠다.

익숙한 듯, 두 번의 손길로 여인이 아이의 머리를 빗겨 나갔다.


아이의 감은 눈을 바라보며, 여인이 노래를 불렀다.


[][][][][][][][][][][][][][][][][][][][]

♬♪어미가 아이의 눈을 가리네.

♬♪어미는 손으로 아이의 눈을 덮어 가린다네.

♬♪하지만 아이는 세상을 보네.

♬♪ 어미의 손가락 틈바구니에, 세상이 숨어 있어.


♬♪가려지지 않는 손 사이로

♬♪아이가 세상을 향해 나간다네.

♬♪몰래 훔쳐본 세상은 재미가 있어.

♬♪아이는 세상을 향해 어미를 떠나게 된다네.


♬♪이제는 그저 너를 지켜볼 때.

♬♪이제는 떠나는 너를 그저 바라볼 때.

[][][][][][][][][][][][][][][][][][][][]


텅 빈 공동의 마지막을 여인의 노랫가락이 채워 나갔다.


- 바로 헤어지는 것인가?


“아니요! 아이를 맡길 이에게 인사는 해야죠.

지팡이도 그가 만들어 줄 거예요.”


잠든 아이를 놓고, 여인과 울림의 대화가 이어졌다.

여인이 한참을 자신의 아이를 바라보았다.

그리곤 무거운 아이를 안아, 붉은 못으로 던졌다.


풍덩!


깊이 잠든 아이가, 그렇게 물속으로 가라앉았다.

다음 순간, 여인이 짐들과 함께 아이의 뒤를 따라 못에 뛰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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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Chapt 18 - 별의 조각 - 3 +1 20.08.12 14 1 13쪽
43 Chapt 18 - 별의 조각 - 2 +1 20.08.10 15 1 11쪽
42 Chapt 18 - 별의 조각 - 1 +2 20.08.07 20 2 12쪽
41 Chapt 17 - 괴팍한 난장이 - 4 +2 20.08.05 21 2 13쪽
40 Chapt 17 - 괴팍한 난장이 - 3 +2 20.08.03 19 2 13쪽
39 Chapt 17 - 괴팍한 난장이 - 2 +3 20.07.31 20 2 12쪽
38 Chapt 18. 괴팍한 난장이 -1 +1 20.07.29 21 2 13쪽
» Chapt 17 – 꽃을 피우는 데, 많은 것이 필요하다. – 6 +1 20.07.27 21 1 17쪽
36 Chapt 17 – 꽃을 피우는 데, 많은 것이 필요하다. – 5 +1 20.07.24 24 1 16쪽
35 Chapt 16 – 꽃을 피우는 데, 많은 것이 필요하다. – 4 +1 20.07.23 25 1 17쪽
34 Chapt 17 – 꽃을 피우는 데, 많은 것이 필요하다. – 3 +2 20.07.22 27 2 17쪽
33 Chapt 17 – 꽃을 피우는 데, 많은 것이 필요하다. – 2 20.07.21 35 0 18쪽
32 Cahpt 17 – 꽃을 피우는 데, 많은 것이 필요하다. – 1 20.07.20 25 0 17쪽
31 Cahpt 16 – 정령들의 세상 - 2 +1 20.07.17 27 1 13쪽
30 Cahpt 16 – 정령들의 세상 - 1 20.07.17 25 0 13쪽
29 Cahpt 14 – 기운의 사용법II. - 2 20.07.16 25 1 13쪽
28 Cahpt 14 – 기운의 사용법II. - 1 +2 20.07.16 30 2 15쪽
27 Cahpt 14 – 목동의 지팡이 II - 3 20.07.15 27 1 17쪽
26 Cahpt 14 – 목동의 지팡이 II - 2 20.07.15 28 1 15쪽
25 Cahpt 13 – 목동의 지팡이 II - 1 20.07.14 28 1 17쪽
24 Cahpt 13 – 기운의 사용법. 20.07.14 29 1 20쪽
23 Cahpt 12 – 목동의 지팡이. -2 +1 20.07.13 32 2 16쪽
22 Cahpt 12 – 목동의 지팡이. -1 +2 20.07.13 34 3 16쪽
21 Cahpt 11 – 기운을 차리는데 몸보신만한 것이 없다. +2 20.07.10 33 2 12쪽
20 Cahpt 10 - 지가 가르친다더니 남만 부려먹는다. - 3 20.07.10 32 1 11쪽
19 Cahpt 10 - 지가 가르친다더니 남만 부려먹는다. - 2 +1 20.07.10 41 2 16쪽
18 Cahpt 10 - 지가 가르친다더니 남만 부려먹는다. - 1 20.07.10 41 1 14쪽
17 Chapt09 - 왕께서 구박을 감내하신다. 20.07.09 42 1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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