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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육포 건조장

이 정령사는 영혼이 두 개 입니다. : 레메게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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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육포
작품등록일 :
2020.07.05 17:34
최근연재일 :
2020.08.24 07:40
연재수 :
4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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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93,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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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24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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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Chapt 18 - 별의 조각 - 4

DUMMY

* * * * * * * * *


“킁, 크릉........”


낮게 목울대를 긁는 그것의 소리는 만족감이 어려 있다.

이 공간에 그밖에는 없다는 듯,

낮은 소리는 한참을 그 자리에 서 있었다.


“크킁! 주술사께선 꽤나 만족스러운가보군.”


천막사이의 가죽이 젖혀들며,

꽤나 시끄러운 울음이 정적을 깨트렸다.


확 뒤집어 까진 들창코를 보면 그것은 확실히 오크였다.

다른 오크보다 조금 커다란 덩치를 제외하면,

지극히 오크다운 모습이었다.


커다란 몸집과 투실한 살집, 그리고 근육.

두터운 입술 사이로는 유달리 커다란 어금니가 하늘로 솟아,

벌어진 그의 입이 닫히는 것을 방해하고 있었다.


입 밖으로 질펀한 타액이 쉼 없이 흘러나와,

욕망이 드러나는 세 겹의 턱을 적시고 있었다.


“크릉! 대전사, 언제 오셨는가?

날로 오크다워지는구려.”


주술사라 불린 오크가 소리가 들려오는 쪽으로 돌아섰다.


“킁! 주술사는 어째 점점 기력이 빠져 보이는군.”


오크다운 악취를 품은 콧김이 대전사의 누런 어금니를 빠르게 스쳐갔다.

주술사를 바라보는 대전사의 표정에는 못마땅한 기분이 담겼다.


“크릉, 주술사들이야 오크 중에서도 독특한 자이지 않은가.”


주술사는 오크답지 않은 차분한 목소리를 내었다.

게다가 그의 모습은 다른 오크들과는 어딘가 달랐다.


오크 치고 그의 몸은 조금 말라 보였다.

분명 그에게도 살집이 잡혀 있었지만 그 살덩어리는

욕심이 가득 담겨 있다기보다는 푸근함이 느껴진다.


치렁치렁 늘어진 옷은 어느 곳 하나 헤진 곳이 없었다.

게다가 풀어 헤친 앞섶으로 투실한 살집은,

다른 오크들과는 달리 과하지 않았다.


얼굴을 보면, 그 역시 다른 것들과 무언가 달랐다.


두 겹의 턱!

오크다운 욕망이 들여다보이는 그의 두 겹 턱.

투실한 욕망의 그것은 분명 오크.


가만, 어딘가 이상하다.


세상에!


단 두 겹이라니! 두 겹 뿐이라니!

다시 보아도, 세 겹이 아니라 두 겹이다.


이제 보니,

다른 것은 턱 밑 두 겹의 살집만이 아니었다.


무릇 오크의 턱이라면,

기름과 땀, 타액이 섞여 쉼 없이 흘러야 했다.

마르지 않는 끈적끈적한 그것들이 피부를 덮어,

아름답게 번들거려야 하거늘!


푸석한 사막의 모래처럼,

그의 턱 피부는 마르고 갈라져 있었다.

말라버린 피부 위로 볼품없는 수염이 드문드문 돋아나 있었다.


비죽이 뻗은 털들을 따라 올라가 보면

오크의 입이 보였는데,

일반적인 오크의 것과 달리 굳게 앙다물어져 있었다.


다문 입 끝으로 자세히 보아야 알 수 있는,

작은 어금니가 비죽 튀어 나와 있다.


그것은 훌륭한 전사를 꿈꾸는 어린 오크의 것처럼 작았다.


“킁! 거 그, 어금니라도 좀 크게 솟았으면 좋았을 것을!

새끼들 마냥 작은 것은 또 뭐요.”


“그, 주술사라는 것이......”


“킁! 부족의 선대 주술사께선 대전사 못지않은 어금니를 자랑하셨지.

거기 훌륭한 증거가 있지 않은가! 킁!”


대전사의 말에 주술사의 표정이 와락 구겨졌다.

커다란 어금니야말로 오크의 명예.

볼품없는 그의 어금니는 자신이 보아도 좋게 보아줄 수는 없었다.


촤르르!


수치심에 떨려오는 주술사의 몸을 따라,

주술사의 목에 걸린 목걸이가 울었다.

주술사가 찬 목걸이의 중앙에는 한 쌍의 어금니가 있었다.

선대의 대전사 그리고 주술사의 어금니였다.

커다란 두 어금니를 중심으로

실에 꿰인 작은 오크 새끼의 유치들이 줄줄이 떨려왔다.


“크릉! 선대의 경우가 특이한 것일 뿐.”


주술사가 떨리는 목소리를 가다듬은 뒤 애써 대답했지만,

푸들푸들 흔들리는 그의 볼은 여전히 수치스러움이 담겨 있었다.


“킁! 하긴 저분과 비교 당한다는 것은 어떤 주술사에게도 잔인한 일이지.”


오크의 대전사는 주술사 너머의 제단을 보며 말했다.

제단의 한 가운데에는 커다란 두개골이 놓여 있었다.

대전사의 머리보다 큰 두개골. 선대 주술사의 머리였다.


대전사의 시선을 따라,

오크 주술사 테로가 몸을 돌아 제단 위의 두개골을 바라보았다.


“크르릉, 그 분에게는 미치지 못하겠지만,

나도 곧 강한 힘을 얻게 될게요.”


아련하게 두개골을 바라보던 그의 입에서 만족감이 담긴 울음이 일었다.


“킁! 이제 두 번째 돌을 얻은 것인가?”


“확실히! 다른 부족의 주술사보다 큰 돌이지요.

큰 돌인 만큼 영혼이 깃드는데 시간이 걸리겠지만.......”


테로가 양손에 든 돌을 부족의 대전사, 카로에게 들어 보였다.

다섯 살 아이의 머리만한 돌 이었다.

왼 손에는 빨려들 듯 검은 돌,

오른 손에 들린 것은 타오르는 듯 붉은 돌이었다.


주술사는 돌을 들고 제단 앞으로 다가가,

검은 돌과 붉은 돌을 선대의 두개골 옆에 두었다.


“강하고, 또 강한 분 이었지. 크르릉.......

네 개의 돌을 가진 주술사는 오크들을 통틀어 처음 있는 일이었어.”


카로가 아련한 목소리를 뱉으며,

자신의 목걸이에 꿰인 어금니를 만지작거렸다.

그의 목걸이는 테로의 것과는 다르게 두 개의 어금니만 꿰어 있었는데,

그 중 하나의 끝이 부러져, 뭉뚝해 있었다.


“킁! 그 난장이 놈만 아니었어도!”

“크엉! 절룩거리는 난장이! 크엉!”


불현듯 두 오크의 눈에서 짙은 안광이 피어올랐다.

부족의 돌을 빼앗아 간 자.

부족의 위대한 주술사를 욕되게 한 난장이.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돌을 빼앗긴 것이 알려져,

부족은 다른 오크들의 무시를 당했다.

강력한 대전사는 잃어버린 명예와 함께 피를 토하다 죽었다.

위대한 부족의 주술사는 천하의 얼간이가 되어버렸다.


부족은 복수를 해야 한다.

냄새나는 난장이의 생살을 씹어 먹어야 한다.



* * * * * * * * *



“끙....... 귀가 가려운데, 누가 욕을 하나?


난장이의 투박한 손가락이, 거칠게 귀를 후볐다.

난장이는 한 번으로는 성에 차지 않는 듯,

손가락을 바꿔가며 귓속을 긁어 댔다.


“네?”


“크큭! 왕건이가 나왔군.”


“......?”


“아, 아니다 계속 이야기 해 보려무나.”


.

.

.

.



“크화핫! 크크크크!

그래서 신성해야 할 계약의 순간에 떠올린 것이 똥이다?”


거대한 낙타의 똥처럼,

작고 다부진 몸이 다시 바닥을 굴러 다녔다.


.

.

.

.


“불과 땅의 아이들이라면, 내가 좀 손봐 줄 수 있겠구나.

내가 한 번 그 아이들을 볼 수 있겠느냐?”


“응?”


“응? 이라니 그냥 불러 내 보라질 않느.......”


[크케켁! 불렀다 주인!]


.

.

.

.



* * * * * * * * *


“크엉! 절룩거리는 난장이! 크엉!”


“냄새나는 난장이! 배를 갈라 내장을 씹어야해! 크어엉!”


두 짐승의 포효가 천막 안을 달굴 때였다.

한참을 울부짖던 작은 짐승의 눈에서 피 같은 안광이 갑자기 사라졌다.


“킁?”


“크엉! 절룩거리는 난장이! 크엉!”


“킁! 조용히 좀 해 보게!”


“크어엉!” 생살을 씹어 먹.......“


“킁, 안되겠군. 닥쳐!”


퍽!


테로가 카로의 뒤통수에 굳게 쥔 주먹을 휘둘렀다.


“크와앙!”


순간 큰 짐승의 눈에 들이찬 붉은 안광이 진해졌다.

짐승은 그대로 테로를 덮쳤다.


짐승과 짐승이 한참동안 바닥을 굴렀다.


“그만! 크허엉! 그만하란 말이야!

누, 누가 좀!”


고통에 겨운 듯, 바닥에 깔린 테로의 비명이 쏟아졌다.

잠시 뒤, 천막이 열리며 네 마리의 오크가 들어왔다.

테로 보다는 조금 큰, 카로 보다는 조금 못한 자들이었다.


“크헝! 어서, 어서 떼어 내거라!”


테로가 네 마리의 오크에게 소리를 질렀다.

이미 커다란 짐승의 어금니가

소리치는 테로의 오른쪽 어깨에 깊이 박혀 있었다.


네 마리의 오크가 달려들어, 카로의 팔과 다리를 붙잡았다.

한데 엉긴 두 오크를 떼어내는데 한참의 시간이 흘렀다.

테로의 어깨가 들썩이며, 붉은 피가 왈칵 쏟아졌다.


“그, 그만 정신을 차리게. 크허엉, 크릉.”


피가 흐르는 어깨를 부여잡으며 작은 오크 테로가 말했다.

그제야 커다란 짐승의 눈에서 피 같은 안광이 사라졌다.


“크릉! 내가 좀 흥분했나보군.

스읍. 동족의 피를 맛본 것도 마시다니 오랜만이야.”


만족스러운 듯.

헐떡이던 카로의 큰 가슴이 두 차례 꿈틀거렸다.

손등으로 주술사의 피가 묻은 입을 닦아내는 카로의 모습에,

나머지 오크들이 부르르 몸을 떨었다.


“컹! 그런데 무슨 일이지?”


“누, 누군가 자연을 불렀다. 크릉.”


카로의 물음에, 작은 오크가 헐떡이며 대답했다.


“크헝, 돌의 힘을 쓰는 자인가?”


테로가 헐떡이던 숨을 가다듬더니, 눈을 감았다.

잠시 천막 안에 진득한 정적이 흘렀다.


“크릉, 모르겠네. 예전이었다면 못 느꼈을 거야.

작고......, 멀군.”


“킁! 직접 보러 가야하겠군?”


“그렇지....”


휙!


쿠당! 쿠당탕!


테로의 말을 듣던 카로가

걸리적 거리는 그의 팔 다리를 크게 휘둘렀다.

한 번의 몸짓에,

아직도 그의 팔 다리를 붙잡고 있는 오크들이 사방으로 굴렀다.


“크헝! 뭣들 해! 당장 파수꾼들을 보내!”


“킁! 나간다! 대전사! 우리 나간다!”


“킁, 멍청한......”


신경질적인 대전사 오크의 포효에,

네 마리의 짐승이 천막을 빠져나갔다.

대전사는 짐승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불만을 쏟아내었다.



* * * * * * * * *


.

.

.

.

[음......, 이제 보니 그릇이 다른 분이시군요.]

[눈이 가려 보이지 않았습니다. 무례를........]


“되었네, 다음에 봄세.”


[그럼.]


도마뱀의 때와 마찬가지로,

마지막에는 공경을 담아.

땅의 정령이 소년의 곁에서 사라졌다.

.

.

.

.


땅의 정령이 사라지고,

산 아래를 바라보던 헤파이스토스의 눈에 이채가 어렸다.


“호오? 이 거리에서 눈치를 챘어?

꽤나 능력이 좋은 주술사를 두었군?”


“헤파이스토스님 무슨 일이세요?”


“가만, 가만히 있어 보거라.”


소년은 알 수 없는 말을 헤파이스토스가 하였다.


킁, 킁킁!


소년의 궁금증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난장이가 눈을 감더니 주먹만 한 코를 벌름거렸다.


“흐흐......, 하필이면 그 녀석들이구나.”


끝내는 기분이 나쁜 웃음을 웃더니, 난장이가 소년에게 말했다.


“아이야, 너는 운이 참 좋구나.”


“네?”


“운이 좋으면 얻으려던 것 이상을 얻겠어.”


“무슨 소리세요?”


헤파이스토스의 말에 네제르가 물었다.


“크큭 사실은 네 주머니......,

아니, 아니다. 가 보면 알겠지. 자, 슬슬 움직이자구나.”


네제르의 질문에 더 이상 대답을 하지 않은 채,

헤파이스토스가 길을 재촉했다.

난장이의 얼굴에 묘한 기대감과 흥분감이 돌았다.


소년이 잠시 주저하더니, 난장이에게 말했다.


“저......, 헤파이스토스님.

정령들을 부르느라 기운을 많이 썼는데요.

혹시 오크들을 만나면.......“


“여기서 저들의 부락까지 가는데 며칠은 걸린다.

자, 바로 출발하자꾸나.”


“엇? 처, 천천히 가요!”


소년의 말은 헤파이스토스의 흥분을 가라앉힐 수 없었다.

네제르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난장이가 멀리 앞서 달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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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Chapt 18 - 별의 조각 - 3 +1 20.08.12 13 1 13쪽
43 Chapt 18 - 별의 조각 - 2 +1 20.08.10 15 1 11쪽
42 Chapt 18 - 별의 조각 - 1 +2 20.08.07 20 2 12쪽
41 Chapt 17 - 괴팍한 난장이 - 4 +2 20.08.05 21 2 13쪽
40 Chapt 17 - 괴팍한 난장이 - 3 +2 20.08.03 19 2 13쪽
39 Chapt 17 - 괴팍한 난장이 - 2 +3 20.07.31 19 2 12쪽
38 Chapt 18. 괴팍한 난장이 -1 +1 20.07.29 20 2 13쪽
37 Chapt 17 – 꽃을 피우는 데, 많은 것이 필요하다. – 6 +1 20.07.27 20 1 17쪽
36 Chapt 17 – 꽃을 피우는 데, 많은 것이 필요하다. – 5 +1 20.07.24 24 1 16쪽
35 Chapt 16 – 꽃을 피우는 데, 많은 것이 필요하다. – 4 +1 20.07.23 25 1 17쪽
34 Chapt 17 – 꽃을 피우는 데, 많은 것이 필요하다. – 3 +2 20.07.22 27 2 17쪽
33 Chapt 17 – 꽃을 피우는 데, 많은 것이 필요하다. – 2 20.07.21 35 0 18쪽
32 Cahpt 17 – 꽃을 피우는 데, 많은 것이 필요하다. – 1 20.07.20 25 0 17쪽
31 Cahpt 16 – 정령들의 세상 - 2 +1 20.07.17 27 1 13쪽
30 Cahpt 16 – 정령들의 세상 - 1 20.07.17 25 0 13쪽
29 Cahpt 14 – 기운의 사용법II. - 2 20.07.16 25 1 13쪽
28 Cahpt 14 – 기운의 사용법II. - 1 +2 20.07.16 30 2 15쪽
27 Cahpt 14 – 목동의 지팡이 II - 3 20.07.15 27 1 17쪽
26 Cahpt 14 – 목동의 지팡이 II - 2 20.07.15 28 1 15쪽
25 Cahpt 13 – 목동의 지팡이 II - 1 20.07.14 27 1 17쪽
24 Cahpt 13 – 기운의 사용법. 20.07.14 29 1 20쪽
23 Cahpt 12 – 목동의 지팡이. -2 +1 20.07.13 32 2 16쪽
22 Cahpt 12 – 목동의 지팡이. -1 +2 20.07.13 34 3 16쪽
21 Cahpt 11 – 기운을 차리는데 몸보신만한 것이 없다. +2 20.07.10 33 2 12쪽
20 Cahpt 10 - 지가 가르친다더니 남만 부려먹는다. - 3 20.07.10 32 1 11쪽
19 Cahpt 10 - 지가 가르친다더니 남만 부려먹는다. - 2 +1 20.07.10 41 2 16쪽
18 Cahpt 10 - 지가 가르친다더니 남만 부려먹는다. - 1 20.07.10 41 1 14쪽
17 Chapt09 - 왕께서 구박을 감내하신다. 20.07.09 42 1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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