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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육포 건조장

이 정령사는 영혼이 두 개 입니다. : 레메게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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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육포
작품등록일 :
2020.07.05 17:34
최근연재일 :
2020.08.24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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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23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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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Chapt 16 – 꽃을 피우는 데, 많은 것이 필요하다. – 4

DUMMY

- ......, 아니, 오늘 까지다.


어미의 입에서 거절의 대답이 나오기 전에,

울림이 재빨리 어미에게 향한 아이의 청을 거절했다.


“너무해요! 그렇게 큰일도 아니잖아요?

어머니, 계속 꿈을 꾸면 안 되나요?”


“글쎄······ 꿈은 솔롬이 보여주는 곳까지야.

나로서도 어쩔 수가 없구나.”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 여인도 울림과 비슷한 대답을 하였다.


떼를 써 봐도 안될 것 같았다.

평소와는 조금 다른 공기가, 소년을 무겁게 누르는 것 같았다.


“알았어요.

그들을 보는 것은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거죠?”


왜 인지 모르게, 그렇게 수긍해야 할 것만 같아서.

소년은 더 이상 둘에게 보채기를 포기했다.


“그런데, 이건 어떻게 먹어요?

너무 단단하고 질겨요.”

어느새 포기한 듯,

소년이 여인의 발치에 놓인 고깃덩어리를 손가락으로 찔러대며 물었다.

아직 사그라지지 않은 생의 기운이,

소년의 손끝을 타고, 부르르 전해졌다.


“푹 고아 먹어야지!”


“고아 먹어요?”


- 오래 끓여 먹는다는 소리다.


아이의 물음에 울림이 답하였다.

여인은 칼을 아직 생이 남아 있는 붉은 고기에 대었다.

칼 위로 붉은 기운이 어리더니, 고깃덩이의 등살을 갈라 나갔다.


스윽! 드륵! 드르륵!


칼에 무엇인가가 연속적으로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살이 갈리며, 달콤한 생의 향기가 공동에 퍼져 나갔다.

붉은 살 속에서 하얗고 시린 뼈가 드러났다.


“이리 와서, 이것을 좀 잡아 주겠니?”


여인이 아이를 불렀다.

여인의 손에는 고기의 꼬리가 들려 있었다.


소년이 어미에게서, 그것의 꼬리를 건네어 받았다.

어미가 소년이 잡은 꼬리 아래에 붉은 기운을 어린 칼을 들이 대었다.


스윽


적절한 긴장감을 싣고, 칼이 지나간다.

칼이 지나가는 곳에, 붉은 고기가 떨어져 나왔다.

소년의 손에 들린 꼬리를 따라서는 붉은 가죽이 이어졌다.


스륵.


가벼운 또 한 번의 칼질에, 살과 껍데기가 완전히 분리 되었다.


삶의 기운을 가득 품었던 덩어리가,

그렇게 두 덩어리의 고기와, 두 장의 거죽, 그리고 하얀 뼈로 나뉘었다.


“윽! 냄새! 싫어요!”


비릿한 냄새가 국물에서 진동했다.

고기는 어떻게든 먹어보겠지만, 국물은 도저히 먹을 수 없을 것만 같았다.


“기운은 전부 국물에 녹아 있는데 이를 어쩐담?”


아이의 어미의 고민스러운 말에도, 소년은 고집스럽게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 때론 진실은 가려버리면 그만이지.


“진실을 가려요?”


- 왜 있지 않은가! 귀한 이들이 고기와 함께 먹는.......


“아! 그러고 보니 후추!”


- 더 있을 것 같은데? 맵고 화한 것들. 그리고 시큼한 것들.

- 비린 향은 더 강한 향으로 덮으면 그만인 게야.


여인이 울림의 말에, 책장 옆에 가 향신료를 보관한 상자를 꺼냈다.

그리곤 그 중 몇 가지를 그녀의 손등에 뿌려 보더니,

네 가지 가루를 레비아탄의 고기를 끓이던 냄비에 뿌려 대었다.


처음에는 풍기는 것은 이제는 익숙한 후추의 냄새였다.

강하고 자극적인 향기가 매콤하게 지나갔다.


이어서 시큼한 향기가,

그리고는 더러운 발 냄새를 닮은 것이 소년의 코를 간질였다.


마지막으로 뿌린 가루는 꿈에서 맡은 화한 라파 냄새를 닮아 있었다.


“흐헹취! 크읍! 그것들은 대체 뭐에요?”


정신없이 날려 오는 가루에, 네제르가 재채기를 하였다.

고약스러운 냄새들이 다 섞일 때까지, 소년의 인상은 펴지질 않았다.


그러던 소년의 표정이 바뀐 것은 잠시 후였다.


“히야! 아까랑은 전혀 달라요! 맛있는 냄새가 나요!”


분명히 독하고 역한 것들이 뿌려졌는데,

어느새 그것들이 한 데 어울려 맛있는 냄새를 풍겼다.


- 솨케드 씨앗을 갈아 넣어라, 라파 잎도 있었으면 좋으련만.


“라파 잎은 무슨! 그냥, 후추랑 박하 잎으로 만족해요.”


국자로 잘 우러난 박하 잎과,

아직 비린 맛이 남아 있는 거품들을 걷어내며 여인이 울림에게 말했다.


“이제 먹어도 되나요?”


끓고 있는 국이 담긴 통에 코를 박을 기세로,

아이가 다가와 앉아 물었다.

건져낼 것은 얼추 건져낸 것 같았다.

하지만 아직 건져낼 것이 한참 남은 듯이

어미는 국자를 계속 휘 저으며 딴청을 부렸다.


“아이 참! 먹어도 되는 거죠?”


“깔깔깔! 그래! 그래 졌다! 이제 먹어도 돼!”


참다못한 아이가 제 어미의 옆구리에 파고들며 물었다.

그런 아이의 행동에 어미가 기뻐서 자지러지듯 웃었다.


커다란 통에 든 뜨거운 국을, 작은 그릇에 옮겨 담아

아이가 그것을 먹기 시작했다.


한참을 웃던 어미가 아련한 모습으로 아이를 바라 보았다.

몇 번이고 손을 뻗어, 아이를 만지려다가 말고.

그저 하염없이 제 아이를 바라 보았다.


“맛있니?”


“움움! 네! 맛있어요!”


“그래, 그러면 되었다.”


어미와 달리, 아이는 고개조차 들지 않은 채.

먹던 모습 그대로, 어미의 말을 받았다.


이제 아이에게 뻗던 어미의 두 손이 그녀의 무릎을 감싸 안았다.

어미 더는 손을 뻗으려 않고, 그저 고깃국을 먹는 아이만 바라 보았다.


“후아! 배 불러요! 굉장한 맛이었어!”


- 흠! 개운한데, 고소한 오묘한 맛이었다.


배를 두드리는 아이의 손이 고기에서 나온 기름에 번들거렸다.


“잘 먹었다니 다행이구나.”


그제야, 어미는 손을 내밀었다.

아이의 입가에 그득히 묻은, 고기의 살 조각들을 떼어내기 위해.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하나씩, 하나씩.

조심스럽게 아이의 볼에 묻어 있는 것들을 떼어 놓았다.


그리곤, 마치 귀한 것을 닦아내듯


스윽, 스으윽.


손등으로,

기름을 잔뜩 묻힌 아이의 볼을 밖아 내었다.


“어머니, 무슨 일 있어요?”


소년이 그제야, 제 어미의 낌새를 눈치 채었는지, 어미에게 물었다.


“아니! 별 일 없단다!

그것보다 어서 기운을 흡수해야지?”


북은 머리의 여인이, 붉은 소와 목동이 그려진 놋 항아리에서

두 손에 가득 들어차는 붉은 덩어리를 꺼냈다.


“음, 이게 한 입에 들어갈까요?”


- 지금 네 눈에 보이는 것은 기운이지, 실제가 아니야.

- 기운을 보는 법과, 기운 속의 실제를 보는 법.

- 무엇 하나 아직 익숙해지지 않아서 그렇다.


울림의 말을 듣고 보니, 어느새 여인의 손에 놓인 덩어리가

솨케드 씨앗보다 조금 더 크게 보였다.

아이가 조금 무리를 하면 삼킬 수 있을만한 크기였다.


“노래를 불러줄까? 마지막으로······”


“노래요? 좋아요! 어머니의 노래는 참 좋아요.”


노래라는 말에,

아이가 제 어미의 말을 끝까지 듣지도 않고 반색하였다.


벌써 저 멀리, 솨케드 나무 아래로.

소년은 달려가더니, 제 어미를 손짓으로 불렀다.


어미는 피같이 붉은, 솨케드 씨앗만한 그것을

아이의 입에 밀어 넣고, 그를 자기 허벅다리 위에 눕혔다.


그 사이 많이도 커다래진 덩치가 이제 익숙한 듯.

뱃속의 아이처럼 웅크러져, 제 어미의 다리를 배고 누웠다.


스륵, 스르륵.


아쉬운 마음을 담은 두 번의 손길이,

다 큰 녀석의 이마를 쓸고 지나간다.


기대에 찬 아이의 눈을 감기며, 여인은 예의 노래를 시작했다.


[][][][][][][][][][][][][][][][][][][][]

♬♪하늘의 별에도

♬♪작은 바람에 굴리는 모래에도

♬♪생을 위한 기운이 차 있네.

♬♪나비의 작은 날개 짓을 위해

♬♪태양은 생을 다 하도록, 꽃을 피우네.

♬♪나비의 날개 속에는 커단 태양이 있지.

♬♪작은 고기의 몸부림을 위해

♬♪물살은 돌고 돌아 바다를 휘젓네.

♬♪고기의 헤엄 속에도 큰 바다가 담겨 있지.


♬♪나비의 날개 속에는 커단 태양이 있지.

♬♪고기의 헤엄 속에도 큰 바다가 담겨 있지


♬♪아가, 잊지 말거라.

♬♪나비의 날개 짓도, 고기의 헤엄도

♬♪그냥 얻어지는 것은 아무 것도 없음을


♬♪태양이 보이지 않는 곳의 나비도

♬♪결코 태양을 떠난 것이 아님을,

♬♪바다를 떠나 강으로 옮긴 고기에게도

♬♪바다의 향기가 남아 있음을

♬♪아가, 너는 결코 잊지 말거라.

[][][][][][][][][][][][][][][][][][][][]


- 노랫말이 조금 달라졌군?


“마지막으로 불러주는 노래가 될 테니까요.”


어미와 울림의 대화와는 상관없이,

소년의 배로 들어간 붉은 기운이 혈맥을 타고 돌았다.


그곳이 원래부터 제 집이라는 듯, 아주 자연스럽게.

붉은 기운이 붉은 혈맥을 지나, 소년의 몸 곳곳을 누볐다.


마침내, 생의 그릇에 도달한 기운이,

그 안에 감추어진 붉고 찬란한 것을 집어 삼켰다.


정해진 수순처럼, 가슴의 기운도, 머리의 기운도.

붉은 기운은 익숙한 듯, 그것들을 집어 삼켰다.

찬란한 기운들은 붉은 것에 완전히 삼켜져,

이제는 약간의 현묘한 빛을 간간히 드러낼 뿐이다.


한데에 얽힌 기운들이 다시 혈맥을 타고, 춤추듯 돌았다.


한데 뭉친 기운이,

배꼽 아래 생의 그릇을 앞에 두고는 한 번을 감싸 돌았다.

가슴팍의 심장 앞에서도 두 번을 감싸 돌았다.

마지막으로 아이의 머리로 올라간 기운이 세 번, 천천히.

머릿속을 헤집고 수영하듯 돌았다.


기운이 돌고 돌아,

세 덩어리로 나뉘더니, 머리와 가슴, 배꼽아래.

각자의 쉼터에 자리 잡았다.


생의 그릇을 온전히, 붉고 현묘한 기운이 감싸 안았다.

아이의 심장 주위를 붉고 현묘한 기운이 지키게 되었다.

가장 큰 기운의 덩어리는 머리에 남아, 그 곳에 자리 잡았다.


“당신도, 이제는 당신 친구들을 마지막으로 보러 가야죠?”


아이의 기운이 완전히 자리 잡는 것을 지켜보던 여인이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곧 어딘지 아쉬운 표정을 하더니, 여인이 울림에게 말했다.


- 으음, 또 보기 싫은 장면인데.


“피할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잃는 것 대신 얻은 것도 있으면서.”


- 그것도 그렇군.


잠든 아이를 사이에 두고, 알 수 없는 대화가 울림과 여인 사이에 오갔다.


잠시 후, 여인은 온데간데없이,

여인의 모양을 한 붉은 연기가 소년의 옆에 생겼다.

연기가 흘러 천천히 옅어져 갔다.

흩어지는 연기가 한 모금씩, 소년의 코를 통해 소년의 몸으로 이동했다.



붉은 공간이, 소년의 눈앞을 가득 채운다.

붉은 안개가 서서히 걷히더니,

그 자리를 깜깜한 암흑이 다시 채운다.



* * * * * * * * *



[쿠쿡! 어떻게 하시나 지켜보자고.]

[다가오는 발걸음이 꽤나 대범해 졌어요! 크크큭!]

[쉬잇! 그런 말을 하면 왕자님이 눈치 챈단 말이야]

[크핫! 다가온다, 다가온다! 놀래라 꼬마 왕자!]


깜깜한 암흑 속에서, 익숙한 재잘거림이 밀려온다.

꽤나 건방진 마지막 외침에 건조하고 뜨거운 숨결이 담겨 있다.

눈을 떠, 그들을 보지 않아도 바람의 아이들과 도마뱀 녀석임을 알 것 같았다.


[핫! 바로 앞까지 왔어!]

[손을 뻗는다, 뻗는다!]


“와악! 샬로쉬! 잘 잤어?”


“으아악! 망할!”


작은 아이를 대신해,

소년과 체구가 비슷한 소년이 침상 옆에 넘어져 있었다.

놀란 소년과 소년의 눈이 허공에 얽혔다.


[크하핰! 멍청이!!! ‘샬로쉬’랜다! 크큭!!!]

[까르륵! ‘그리운 님’이 아니라 처남인데 어쩌나!!!]

[크하핫! 그러게 제가 대범한 걸음이라고 말 해 줬잖아요!!]


바람들이 잔뜩 신이 나서 떠들어댔다.


“아니! 왕자님!

이런 건 왕자님이 좋아하는 셋째에게나 하란 말입니다!”


“크흠! 말로만 왕자지 무례하구나.”


눈가에 점이 난 소년이 버럭! 짜증을 내었다.

기대했던 아이의 볼 만큼이나, 왕자의 볼이 붉게 달아올랐다.


붉어진 볼을 달래어 주겠다며,

도마뱀 녀석이 다가와, 뜨거운 입김을 자꾸만 뿜어 대었다.


“크큭! 저는 좋은데요?

아니면 친구를 하지 마요! 친구 하자면서요? 아무튼 일어나세요!

왕자님이 찾는 사람은 밖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시원시원한 소년의 웃음이 아이의 눈가에 난 점을 숨겨 버렸다.


“하핫! 정말로 다시 생각 해 봐야겠어!

내게 향한 그 무례는 다녀와서 따질 거야.”


“어이쿠! 또 지팡이로 흠씬 두들겨 패시려고요?

아쉽지만 오늘은 대련이 없다고 하나크가 그랬어요!”


농인지 진담인지 모를 말을, 귀한 아이가 뱉어 내는데도.

눈가에 점을 가진 아이는 태연하게 농담을 받았다.


뒤에서 들려오는 말들을 뒤로 한 채,

왕자는 뒤로 손을 흔들어 대며,

그리는 아이가 기다리는 천막 밖으로 뛰쳐나갔다.


천막 안에서의 대화가 들렸는지,

아니면 너무 세게 피어오르는 모닥불 탓인지.

붉은 볼이 더욱 붉어진 아이가, 소년을 기다리고 있었다.


“왕자님, 안녕히 주무셨어요?”


붉어진 볼을 숨기려는 듯.

아이가 기계적인 인사를 뱉으며,

품에 안았던 악기를 소년에게 들이 밀었다.


소년이 재빨리, 아이의 손에서 수금을 건네어 받았다.

그리고는 볼에 악기를 댄 채,

소년은 진지한 표정으로 현의 음을 조율하는 척을 했다.


볼을 통해서, 작은 아이가 데워둔 체온이 느껴진다.

달콤한 대추 야자의 향기가 나무에서 배어 나왔다.


[크홧! 낙타 똥을 왕자의 얼굴에!]

[얼굴이 타오른다!!!]

[어맛! 향기는 제가 더 전해 드릴게요.]

[소심하게 악기 말고 소녀의 몸에서 실어다 드릴까요?]


작은 도마뱀 녀석이 왕자의 얼굴에 숨결을 뿜어 대었다.

도마뱀 녀석에게 물든 몇몇 바람이 재잘거리며,

소녀와 소년의 머리를 흩어 대었다.


“으흠! 크흠!”


달려드는 날파리를 쫓아내듯 소년이 몇 차례

허공에 대고 팔을 크게 휘휘 젓더니, 이내 헛기침을 해 댄다.


그리고는, 애초에 조율이 필요 없었던 현을 튕겨 그리움을 꺼내었다.

그리움을 실은 바람의 아이들이,

양떼를 몰고 소년에게로 돌아올 때까지.


다갈색 피부를 한 소녀가 턱을 괴고,

그 자세 그대로 소년을 지켜보았다.


메에! 메에에!


어느새 소년들에게로 다가온 양이,

넋 놓고 서로를 바라보는 두 남녀의 사이에

제 얼굴을 불쑥 내밀었다.


어느사이 한 녀석은 구석에 들러 붙어,

왕자의 치마를 잘근잘근 씹고 있었다.


“응? 꺄앗!”

“우왓! 가! 가지!”


[캬아! 아쉽다. 딱 기회였는데!]

[왕자님! 너무 시간을 끌었어요!]

[그냥 냅다 쮸와압! 오케이?]

[크홧! 그게 되면 멍청이 왕자가 아니지!]


놀랜 왕자의 외침과, 아쉬운 아이들의 재잘거림.

붉다 못해서 까맣게 변해버린 소녀의 볼까지.

왕의 목장을 지키는 목동들의 마지막은,

그렇게 다른 날과 같이 시작 되었다


* * * * * * * * *


“앞으로도......, 나랑 함께 해주겠니?

널 궁에 들이고 싶어.”


[어맛! 뜬금없어요!]

[그게 뭐야! 다시! 다시! 이런 건 인정할 수 없어! 멋없어! 멋없다고!]

[시끄러워! 그래도 아이에게는 먹혀들었나봐.]

[꺄! 귀여워! 목덜미까지 빨개!]


소녀의 볼에 강하게 내리 꽂아대는

지금의 햇살만큼이나 직설적이었다.


정작 대답을 해야 하는 소녀는 어찌할 줄을 몰라 하고,

애먼 바람의 아이들이 소녀를 대신해 떠들어 댔다.


“아니, 이건 그러니까!”


[크학! 멍청해! 둘 다 뜨겁게 달아오른다!]


수습이 되지 않는지, 말을 꺼낸 왕자도 어찌할 줄을 몰랐다.

이번에는 작은 불도마뱀이 소년과 소녀의 사이를 오가며 떠들어 대었다.


“아! 못 봐주겠네! 그걸 고백이라고 하십니까?”


“크큭! 형, 내버려 둬.

진심만 잘 전하면 되는 것 아니겠소?”


“흐흐! 이미 죽고 못 사는 것을 뻔히 아시니,

그럼 데려가지 않을 생각이셨단 말입니까?”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가 둘이나 더 있었다.


서로를 꼭 닮은 두 소년이

근처의 바위 뒤에서 튀어나와 왕자를 놀려대었다.


“크흠! 어, 어쩐 일이야?”


멋 적은 듯,

왕자가 헛기침을 한 차례 한 후 아이들에게 물었다.


“어쩐 일은요? 하나크가 왕자님을 모셔 오랬습니다.”

“슬슬 돌아갈 채비를 해야 한다고 했어요.”


“응? 해가 땅에 다다르려면 한참이 남았는데?”


“크큭! 저희가 뭘 알겠습니까?

사랑을 속삭일 시간이 줄어 아쉽겠습니다만 얼른 모셔 오랬단 말입니다.”


“아니, 그게 아니래도!”


“아무튼 말을 전했으니, 저희는 먼저 가보겠습니다.

둘은 천천히 오세요. 샬로쉬, 오면서 대답은 확실히 하거라?”


소년들의 놀림에, 여아의 볼이 더욱 붉게 달아올랐다.


놀림의 말과 함께,

소년들이 저만치 앞장을 서서 목동의 천막으로 향했다.

소년들의 걸음은 앞으로 향했지만,

아이들의 얼굴에 붙어있는 귀는 이따금씩 뒤를 돌아 보았다.


그런 소년들의 마음을 아는 것인지,

바람의 아이들이 분주하게,

소년들의 귓가와 여아의 입 사이를 오갔다.


“평생, 당신을 모실게요.”


작지만 분명한 승낙의 소리가 나왔다.

앞서 가던 두 아이가 서로를 바라보며 크게 웃어 대었다.

정작 대답을 기다리던 소년은 고개를 푹 숙여, 붉어진 볼을 감추어야 했다.


“무언가 좋은 일이 있었던 것이냐?”


크게 웃어 대는 소년들을 향해, 멀리서 하나크가 소리쳤다.

두 아이가 신이 난 듯, 하나크에게 달려가 무어라, 무어라 재잘거렸다.


“아직 해가 다 내려오려면 한참이나 남았는데,

벌써 채비를 하란 말인가요?”


“교대 해 줄 목동들을 일찍 불렀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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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Chapt 17 - 괴팍한 난장이 - 3 +2 20.08.03 20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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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Chapt 18. 괴팍한 난장이 -1 +1 20.07.29 21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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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Chapt 17 – 꽃을 피우는 데, 많은 것이 필요하다. – 5 +1 20.07.24 25 1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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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Chapt 17 – 꽃을 피우는 데, 많은 것이 필요하다. – 3 +2 20.07.22 27 2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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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Cahpt 17 – 꽃을 피우는 데, 많은 것이 필요하다. – 1 20.07.20 25 0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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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Cahpt 16 – 정령들의 세상 - 1 20.07.17 25 0 13쪽
29 Cahpt 14 – 기운의 사용법II. - 2 20.07.16 26 1 13쪽
28 Cahpt 14 – 기운의 사용법II. - 1 +2 20.07.16 31 2 15쪽
27 Cahpt 14 – 목동의 지팡이 II - 3 20.07.15 27 1 17쪽
26 Cahpt 14 – 목동의 지팡이 II - 2 20.07.15 28 1 15쪽
25 Cahpt 13 – 목동의 지팡이 II - 1 20.07.14 28 1 17쪽
24 Cahpt 13 – 기운의 사용법. 20.07.14 29 1 20쪽
23 Cahpt 12 – 목동의 지팡이. -2 +1 20.07.13 32 2 16쪽
22 Cahpt 12 – 목동의 지팡이. -1 +2 20.07.13 35 3 16쪽
21 Cahpt 11 – 기운을 차리는데 몸보신만한 것이 없다. +2 20.07.10 34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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