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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육포 건조장

이 정령사는 영혼이 두 개 입니다. : 레메게돈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드래곤육포
작품등록일 :
2020.07.05 17:34
최근연재일 :
2020.08.24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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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20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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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Cahpt 17 – 꽃을 피우는 데, 많은 것이 필요하다. – 1

DUMMY

* * * * * * * * *


[크핫! 책장 맛있어 보여! 태운다!!]


“이제는 그만 할 때도 되지 않았니?”


여인이 무심하게, 붉은 도마뱀을 향해 물을 뿌렸다.


[으앗! 밉다! 물 맞을 뻔 했잖아! 나쁜 여자!]


“시끄러!

애랑 놀라고 불렀더니 괴롭히기나 하고!


구석에서, 반쯤 그을려 곱슬머리가 되어버린 아이가

원망이 가득한 표정으로 도마뱀을 쳐다보고 있었다.


[밉다! 여자 밉다! 나만 괴롭힌다!]

[여기 재미 없다! 태울 게 없다!]

[낙타 똥! 낙타 똥은 어디 있나!]


“시끄러! 꺼져버려!”


화악!

[으앗! 너무해!]


여인이 정확히, 도마뱀의 몸에 물을 맞혔다.

자욱한 수증기만 남긴 채, 작은 도마뱀이 그대로 도망쳤다.


“후아···.. <응?> 만 다녀가면 정신이 없어요.”


“동감이야. 게다가 자꾸 뭘 태우려 든단 말이지.”


오늘 녀석은 책장을 통째로 태우려고 했다.

여인이 녀석에게 냅다 물을 뿌리지 않았더라면,

분명 그대로 태워 먹었을 것이다.


“정령들이 그렇게 수다스러운 줄은 몰랐어요.”


네제르가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부끄러움을 타던 운다인, 나아라를 제외하면 모두가 그랬다.


[히힛! 머리카락을 간질어도 되나요?]

[푸하하! 머리 모양이 이상해 졌어요!]

[그래도 귀여워!]


네페쉬는 쉴 새 없이 간지러운 바람을 네제르의 귓가에 재잘대었다.

중급 바람의 정령, 슈리엘인 프네오는 쾌활한 아가씨 같았다.

같은 중급이지만 물의 정령, 나이아스인 잇샤는 자꾸만 네제르를 챙겼다.


네제르에게 불만이 가득한 노움, 아다마는 또 달랐다.

그는 소년에게 별 말을 하지는 않았다.


뚱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는 시선이 심하게 부담스러웠다.


소년이 몇 번 아다마에게 말을 붙여 보았는데,

말끝을 붙잡고 비수를 찔러대는 통에

바로 정령의 세계로 돌려보내 버렸던 것이다.


“하급이나 중급의 정령이,

이곳에서 말을 할 수 있는 것이 신기한 거야.”


“어라? 다 말할 수 있는 것 아니에요?”


“하? 엘프들도 그렇게는 못해!

그들은 그저 정령의 의지를 어렴풋이 이해할 뿐이지”


소년의 말에 여인이 호들갑을 떨며 말했다.


- 허허, 이게 다 내 덕이 아니겠는가?

- 처음 기운이 단단하게 뭉쳐진 덕 일거야.


“흥! 당신은 조용해요.

그것 때문에 우리가 아직도 여기 있잖아요!

덕분에 아이의 기운을 키우는 것이 얼마나 힘든데!”


울림이 자신의 덕을 주장하자, 여인이 바로 핀잔을 주었다.


- 흥! 내가 말을 말아야지.

- 지니아.


울림이 붉은 여인의 타박을 피해, 다른 처녀의 이름을 불렀다.

울림의 소리에 상큼한 향기의 바람이 불어와 소년을 휘감았다.


“지니아, 안녕하세요?”


- 안녕, 지니아? 오늘은 레몬 향이구나.


[ 항상 불러주셔서 감사해요. 이제......, 가볼게요.]


싱그러운 바람의 처녀가, 아쉬운 표정을 남기고는 점차 흐릿해져 갔다.

본래 아무 것도 없었다는 듯, 공동이 다시 텅 비었다.


“허억! 허억!”


- 드디어! 드디어 대화를 나눴구나!


상급의 정령과 딱 한마디 대화를 나눴을 뿐이다.

무언가 엄청난 힘을 빌려 온 것도 아니었는데,

아이는 격한 운동을 막 마친 듯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지랄하고......, 자빠졌네.

애 힘들어 하잖아! 작작 좀 해요”


‘별 한심한 녀석을 다 본다’ 는 표정이었다.

아이 안의 울림을 바라보는 붉은 머리 여인의 표정이 딱 그랬다.


- 힘은 쓸수록 는다고 하지 않나?


“그것도 정도껏 이지! 쌓이자마자 불러내고.

토끼처럼 금방 끝날 것을! 아주 신혼이야 신혼!”


- 또! 또! 그, 그! 토끼!


결굴 한동안 들을 수 없었던

귀여운 동물에 관한 이야기가 여인의 입에서 쏟아져 나왔다.

토끼 소리에 맺힌 듯한 것이 많은, 울림의 절규가 바로 이어졌다.


“헉, 헉! 말릴 기운도 없는데 싸우지들 마요.”


다 죽어가는 소리로, 소년이 깔딱거린다.

이제는 아주 대(大)자로 드러누워 천장을 바라보고 있다.

어찌나 힘들었는지, 소년의 눈 초점이 정확하게 맞지를 않았다.


“흥! 뭐라도 먹여야겠네.

어미가 뭐든 챙겨 올 테니, 쉬고 있으렴.”


편을 들어주지 않는 아이에게 인지, 아니면 바람이 좋은 울림에게 인지.

아무튼 누군가에게 토라진 듯한 여인이

말을 남기고는 붉은 빛이 도는 못으로 뛰어들었다.


“으아아.”


이제는 아주 죽은 듯 눈을 감고 누웠다.

이따금 들썩이는 소년의 배가 소년이 살아있음을 이야기 했다.


공동에 남은 레몬 향기가 허허로운 울림의 기분을 달래어 주었다.


“한 3주쯤......, 되었지요?”


- 3주 하고 3일이다. 꿈에서 총 네 번의 안식일을 보냈지 않았느냐.


소년이 정령들의 세상을 다녀 온지도 3주나 되었다.

소년들이 지니아를 불러 낼 수 있게 된 것은 딱 1주일이 되었다.

그리고 비로서야 오늘, 온전히 말 한마디를 나눌 수 있게 된 것이다.


“아이고! 아주 다 죽어가네.”


어느새 돌아왔는지, 여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헤헤, 오셨어요?”


“아니, 누워 있어.

손 하나 까딱할 힘이 없는 거 잘 알고 있으니까.”


일어나려는 아이를 여인이 급하게 말렸다.

지니아를 불러냈던 첫 날,

소년이 혼절해서 종일을 깨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에그··· 입 벌려. 먹여줄게.”


여인이 소년의 곁에 앉았다.

여인의 손에는 붉은 산딸기나무가 가지 째 들려 있었다.

달큰한 향기가 레몬의 상큼한 향을 그렇게 밀어 내었다.


“어깨가 꽤 넓어졌네.

이제는......, 마냥 아이 취급하면 안 되겠구나?”


“헤헤, 그래도 어머니한테는 애잖아요?”


“풋! 그런 말은 본인이 하는 게 아니야.”


아이의 말에 어미가 웃어 버렸다.

그리곤 붉은 산딸기를 가지에서 하나씩 떼어, 아이의 입에 넣어 주었다.


제 어미의 말대로 객관적으로는,

더 이상 아이라고 부르면 안될 것 같은 모습이다.


스르륵.


머리를 쓸어내리는 어미의 손이 좋은지,

네제르의 표정이 한결 풀어졌다.


“매일 운동만하고, 많이 힘들지?”


어미가 당연한 것을 물어 왔지만,

소년은 대답 없이, 그저 어미를 보고 빙긋 웃었다.


단단한 어깨, 팔과 다리에 붙어 있는 적절한 근육들.

그러고 보면, 그 동안 키도 조금 자란 것 같았다.

소년 보다는 청년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생각을 해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근 한 달간을 먹고 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아이가 한 것이라곤,

헤엄과 돌 던지기, 그리고 환상 속에서 목상을 때리는 것이 전부였다.


“곧 자야 하는데, 재우고 싶지는 않구나.”


진심을 담아 어미가 아이에게 말했다.

꿈에서 조차, 아이는 매일 몸이 혹사당했다.


꿈에서,

아이는 오전 내내 양을 먹일 물을 길었다.

그리곤 종일을 짐승처럼, 하나크 그 작자에게 얻어 터졌다.


“아뇨! 얼른 꿈을 꾸고 싶어요.

오늘부터는 쌍둥이와 대련하거든요!”


말을 하는 네제르의 눈에 생기가 돌았다.


그래, 좋을 만도 하다.

그녀가 보기에도 하나크에 보다,

쌍둥이를 상대하는 것이 더 나아 보였다.


아이가 샬로쉬의 도움을 받아 하나크의 공격을 30합 받는데 딱 5일이 걸렸다.


이 때만 해도, 네제르는 하나크를 상대할 만 하다고 생각했다.


어제까지, 네제르는 꿈에서 자신의 의지로 잠든 적이 없었다.

확실한 것은 요즘 네제르가 가장 싫어하는 말은 ‘일어나십시오’ 였고,

제일 끔찍해 하는 말은 ‘다시’ 였다.


어제는 처음으로, 하나크와 온전한 30합을 주고받았다.


[이만하면 되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하나크의 입에서 떨어진 말에

꿈에서조차,

꿈에서조차 그 말이 달콤하고 행복해 깨어난 뒤에도,

네제르는 한참을 섧게 울었다.


그런 그가,

오늘 신이 나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솔롬! 오늘 쌍둥이들은 쉽게 이기겠지요?”


- 이기기야 이기지.


울림의 반응이 어딘가 떨떠름하게 느껴졌다.

무언가 이상한 기분이 들었지만,

네제르는 더 이상 그에 관해 묻지 않았다.


“저 잘래요. 노래 불러주세요.”


익숙해진 소년이, 어미의 손을 잡고 솨케드 나무 아래로 걸어갔다.


- 호오, 곧 솨케드를 맛 볼 수 있겠군.


시큼한 향을 풍기던 열매가, 나무에 달린 채 뭉그러져 있었다.

열매의 안으로 조금 단단해 보이는 솨케드의 종자가 보였다.


“꿈의 마지막 날쯤?”


-.......


여인이 울림의 말에 맞장구를 쳐 주었지만, 울림이 다시 대답하지는 않았다.


“자 여기 누우렴.”


어미가 익숙하게 아이를 눕혔다.

이제는 다 자란 아이가, 어미의 허벅지를 배고 누웠다.

뱃속의 아이처럼, 이제는 익숙해진 웅크림을 하였다.


스륵.


희고 긴 여인의 손이 네제르의 붉은 머리카락을 쓸어 갔다.

꿈결 같은 여인이 꿈결 같이 속삭이며,

익숙한 노래를 불러갔다.


[][][][][][][][][][][][][][][][][][][][]

♬♪아이의 눈을 가리네

♬♪어미가 아이의 눈을 가리네.

♬♪너에게 좋은 것만 보여 주고파

♬♪어미는 손으로 아이의 눈을 덮어 가린다네.

♬♪아이는 세상을 보네.

♬♪저기 어미의 손 가락 틈바구니에,

♬♪세상이 숨어 있어, 아이는 세상을 바라 본다네.

♬♪가린다고 가려지지 않는 손 사이로

♬♪아이는 세상을 배운다네.

♬♪몰래 훔쳐본 세상은 재미가 있어.

♬♪아이는 세상을 간절히 배우게 된다네.

[][][][][][][][][][][][][][][][][][][][]


드르렁.


피곤해서인지,

노래가 채 끝나기도 전에 네제르가 코를 골기 시작했다.


언제나처럼, 노래의 끝에 여인이 붉은 안개로 화하였다.


- 가요. 당신의 첫 친구들을 보러.

- 처음이자 마지막인 친구들.


알 수 없는 여인의 울림이 공동을 채웠다.


붉고 컴컴한, 왕자의 시야에 밝은 것들이 어른거렸다.


[일어나요. 당신의 여자친구가 오고 있어요]

[크하핫! 안 일어나면 태운다!]

[놀래키려고 몸을 움츠리고 있어요!! 오옷! 연애는 구경하는 맛!]


- 이런 걸 매일 들었다고요?


- 이 정도는 아니었어. 나는 네가 듣는 만큼은 듣지 못했었다.


머리를 울리는 다양한 소리에, 네제르와 왕이 대화하였다.

눈을 감았지만, 곁에 다가온 작은 웅크림이 귀한 왕자에게 느껴졌다.


속아줄까? 아니면 오히려 놀라게 해줄까?


사냥감을 앞에 둔, 작은 고양이 같은 소녀의 긴장감이 느껴졌다.


“으와..”

“나 일어났어!”

“꺄악!”


소녀가 소년을 놀라게 하려는 순간, 왕자가 벌떡 일어나 말했다.

놀란 소녀가 소리를 지르며 넘어졌다.


얼마나 놀랐는지, 그녀의 눈에 그렁그렁 맺힌 눈물이

다갈색의 피부를 타고 흘러 내렸다.


“아......, 미안. 다치진 않았어?”


“네, 아이 참 어떻게 안거에요?”


[크헤헤! 내가 가르쳐 줬지. 깼으니까 안태운다.]

[어머, 어머! 울렸어! 왕자님 손으로 눈물을 닦아줘요!]

[어서요 어지럽단 말이에요!!!]


작은 아이에게는 들리지 않을 훈수에, 귀한 아이가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었다.


왕의 목장에 나와 양을 돌 본지 근 한달.

언제부터인지 자연의 것들이 소년에게 말을 걸어 왔다.


“괜찮으세요? 또······ 머리가 아프신가요?”


작은 아이가, 소년의 상태를 걱정할 만큼, 격렬하게 머리를 흔들었나 보다.


사실, 자연의 소리는 소년에게 많은 것을 알려 주었다.

하나크의 공격을 얼추 막아낸 것도 이들 덕분이었으니까.


작은 아이가 여자 아이라는 것을 알려 준 것도,

아이를 아이가 좋아한다는 것도, 전부 이들이 알려줬다.

너무 시끄러운 것만 제외하면, 참 괜찮은 녀석들이다.


“응! 아니야. 물 길으러 가자”


“엇? 네···”


소년이 소녀의 손을 잡고, 그녀를 끌었다.

소녀의 다갈색 피부가, 붉고 붉게 물들어 갔다.


[어머! 손 잡았어! 자연스러웠어!]

[크악! 나는 없어! 태운다 태운다! 둘 다 태울꺼야!]


- 시끄러워.


역시 시끄럽다.

도움 따위 필요 없으니 이제는 그냥 입 좀 다물어 줬으면······


[그래, 조용해! 이제 노래 부를거야.]

[맞아 맞아, 왕자님 보는 샬로쉬 표정이 또 압권이란 말야!]


말리는 소녀들의 목소리가 소년의 얼굴을 소녀와 같이 붉고 붉게 만들었다.

뻔히 들리는 수다들을 못 들은 척,

소년이 어색하게 그의 붉은 수금을 들어 연주했다.


[][][][][][][][][][][][][][][][][][][][]

♬♪목동이 양을 찾아 헤맨다.

♬♪양 네가 나를 찾듯

♬♪나 목자도 너를 찾아 다닌다.

♬♪밤사이 헤어졌던 이슬도

♬♪새벽이면 꽃을 찾아와 안부를 묻는데,

♬♪이제는 너와 만나야 할 때.

♬♪나 이제 너를 부른다.

♬♪여기 내 양, 너를 기다린다.

[][][][][][][][][][][][][][][][][][][][]


소년이 뜯는 수금의 현,

그 앞에서 싱그러운 바람의 아이가 나왔다.

바람의 아이가 소년의 볼을 간질이고는 목소리를 가져다 날아간다.


메에...... 메에에.


또 다른 바람의 아이는 양의 소리를 실어다 모닥불에 날랐다.

흩어 있던 양들이 수금의 선율을 타고, 모닥불로 몰려왔다.


빨려 들어갈 듯, 빨려 들어갈 듯.

다갈색 피부의 소녀도, 어느새 소년의 옆에 바짝 붙어 앉았다.



수금의 소리를 안고 갔던 바람의 요정이,

다시 양떼와 함께 돌아올 때까지.


작은 여아는 무엇에 홀린 듯.

풀린 눈으로 소년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제는 익숙해져,

현을 보지 않아도 될 법하지만.

여전히 소년의 고개는 수금에 폭 묻혀 있었다.


[어머! 또 보셨어. 흐뭇하다 흐뭇해!]


이따금 소녀의 붉어진 볼을 힐끔거리며 훔쳐 볼 때면,

어떻게 알았는지, 주변의 바람들이 다가와 재잘거리는 통에

악기에 파묻힌 소년의 고개는 더더욱 들려지질 못했다.


모닥불의 열기 때문일까, 아이들의 풋풋한 얼굴이 자꾸만 익어갔다.


양을 데리러 갔던 바람이 어느새 돌아와,

소년의 머리를 간질거렸다.


“으아! 덥네, 얼굴이 익어 버리겠어!”


정신을 차린 소년이 악기를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말과는 다른 행동이, 소년의 마음을

바닥의 마른 낙타 똥을 몇 개 집어 모닥불에 던져 넣었다.


[크하핫! 낙타 똥이다! 뜨겁게 불타올라라!]

[아들의 얼굴을 더 벌겋게 익혀주지!]

[절대 사랑이 아니야. 더워서 그래 그렇지?]


덩치를 한껏 불린 붉은 도마뱀 녀석이

허리를 퉁겨 대며 소년을 놀리는 춤을 추었다.

녀석의 적나라한 춤사위에 맞추어 심란한 소년의 마음이 더욱 흔들렸다.


“물! 물을 길러야지! 양이 다 모였으니!”


[풋! 귀여워, 왕자님 방금 그거 진짜 어색한 거 알아요?]

[키킥! 그게 또 저 분의 매력이잖아!]


바람들이 신이 난 듯 재잘거렸다.


한 손에는 수금을, 다른 손에는 작은 아이의 손을.

소년이 모닥불 가에서 그렇게 벗어났다.


둘의 볼을 데우던 모닥불이 점점 멀어져 갔다.


[크하핫! 어딜 가? 낙타 똥을 더 넣으란 말이다!]


열기가 그렇게 도망가는 소년을 좇아 왔다.

양의 무리가 열기를 따라, 소년을 좇았다.


[왕자님! 들어봐요!]

[작은 아이의 수금 소리가 점점 떨려요!]

[팔뚝에 힘줄 팍! 지켜보고 있다고요!]


물을 긷는 동안, 집중해야 들리던 그 아이의 수금 소리를

바람들이 소년의 귓가에, 계속 실어 날랐다.


재잘 거리는 바람의 소리가,

소녀의 수금소리와 잘 어울렸다.


[크화핫! 받아라, 내 공격을!]


날아오는 태양의 창을 도마뱀이 붙잡더니,

소년의 등을 강하게 찌르기 시작했다.

불볕의 공격에, 벌겋게 성이 난 소년의 등 근육이 더욱 도드라졌다.


“다 끝나셨네요! 점점 물 긷는 속도가 빨라져요.”


소년만을 바라보고 있던, 아이가 재빨리 말을 꺼냈다.


“응, 이제 내려가자.

그, 그럼! 가 볼까?”


소년이 아이를 돌아보며 말했다.

어색한 소년의 행동과 말에, 또 다시, 바람들이 재잘대었다.


구릉을 내려가려는 소년을 작은 아이가 뒤에서 끌어안았다.


“오늘부터 오빠들을 상대 하지요?

오빠들을, 오빠들을 조심하세요.”


“걱정하지 마, 하나크 보다는 그래도 나을 것 아냐.”


소년의 손이 허리를 감싸는 다갈색의 작은 손을 살포시 쥐었다.


“하나크 보다는 못하지만

그들은 서로 이어진 자들이에요.

때론 하나보다 못한 둘이 더 무섭습니다.”


자신을 향하는 진심에,

소년이 뒤를 돌아 작은 아이를 바라보았다.


“알겠어. 조심하도록 할게.”


그대로 작은 아이를 끌어안은 채,

고개를 숙인 소년은 아이의 귀에 속삭였다.


[크핫! 내가 나설 차례다!]


오래지 않아 붉은 도마뱀이 태양의 창을 들고,

아이들의 볼을 찔러 왔다.


몸이 더워진 아이들이 곧 서로를 밀쳐내곤,

말없이 구릉을 내려 왔다.


소년이 튕기는 수금의 소리만이,

바람의 아이들의 재잘거림에 맞추어, 설렘과 그리움을 노래하였다.


멀리, 소년이 피워둔 모닥불이 보였다.


[하나크, 그리고 쌍둥이 들이군요]


비교적 조용한 바람이 소년의 귓가에 속삭였다.

소년이 손을 들어, 세 사람에게 흔들었다.


“어디서 친한 척이야! 얼른 내려오지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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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Chapt 18 - 별의 조각 - 2 +1 20.08.10 16 1 11쪽
42 Chapt 18 - 별의 조각 - 1 +2 20.08.07 21 2 12쪽
41 Chapt 17 - 괴팍한 난장이 - 4 +2 20.08.05 22 2 13쪽
40 Chapt 17 - 괴팍한 난장이 - 3 +2 20.08.03 20 2 13쪽
39 Chapt 17 - 괴팍한 난장이 - 2 +3 20.07.31 20 2 12쪽
38 Chapt 18. 괴팍한 난장이 -1 +1 20.07.29 21 2 13쪽
37 Chapt 17 – 꽃을 피우는 데, 많은 것이 필요하다. – 6 +1 20.07.27 21 1 17쪽
36 Chapt 17 – 꽃을 피우는 데, 많은 것이 필요하다. – 5 +1 20.07.24 25 1 16쪽
35 Chapt 16 – 꽃을 피우는 데, 많은 것이 필요하다. – 4 +1 20.07.23 26 1 17쪽
34 Chapt 17 – 꽃을 피우는 데, 많은 것이 필요하다. – 3 +2 20.07.22 28 2 17쪽
33 Chapt 17 – 꽃을 피우는 데, 많은 것이 필요하다. – 2 20.07.21 35 0 18쪽
» Cahpt 17 – 꽃을 피우는 데, 많은 것이 필요하다. – 1 20.07.20 25 0 17쪽
31 Cahpt 16 – 정령들의 세상 - 2 +1 20.07.17 28 1 13쪽
30 Cahpt 16 – 정령들의 세상 - 1 20.07.17 25 0 13쪽
29 Cahpt 14 – 기운의 사용법II. - 2 20.07.16 26 1 13쪽
28 Cahpt 14 – 기운의 사용법II. - 1 +2 20.07.16 31 2 15쪽
27 Cahpt 14 – 목동의 지팡이 II - 3 20.07.15 27 1 17쪽
26 Cahpt 14 – 목동의 지팡이 II - 2 20.07.15 28 1 15쪽
25 Cahpt 13 – 목동의 지팡이 II - 1 20.07.14 28 1 17쪽
24 Cahpt 13 – 기운의 사용법. 20.07.14 29 1 20쪽
23 Cahpt 12 – 목동의 지팡이. -2 +1 20.07.13 32 2 16쪽
22 Cahpt 12 – 목동의 지팡이. -1 +2 20.07.13 35 3 16쪽
21 Cahpt 11 – 기운을 차리는데 몸보신만한 것이 없다. +2 20.07.10 34 2 12쪽
20 Cahpt 10 - 지가 가르친다더니 남만 부려먹는다. - 3 20.07.10 33 1 11쪽
19 Cahpt 10 - 지가 가르친다더니 남만 부려먹는다. - 2 +1 20.07.10 41 2 16쪽
18 Cahpt 10 - 지가 가르친다더니 남만 부려먹는다. - 1 20.07.10 41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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