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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육포 건조장

이 정령사는 영혼이 두 개 입니다. : 레메게돈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드래곤육포
작품등록일 :
2020.07.05 17:34
최근연재일 :
2020.08.24 07:40
연재수 :
4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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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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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5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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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Cahpt 14 – 목동의 지팡이 II - 3

DUMMY

붉은 실처럼,

두 사람을 이어주던 음률이 별안간 멈추었다.



“어?”


솔롬이 맥이 풀린 표정으로,

아이와 아이의 붉은 수금을 번갈아 보았다.


“자! 오늘은 여기까지.

심심하실 때 한 번씩 연습하시면 금방 익히실 거예요.

이젠......, 왕자님의 노랠 들려주세요!”


아이의 말에 소년의 얼굴이 붉어질 새도 없이.

그리움을 담은 가락이 바람을 불렀다.


갑작스레 시작된 가락이었지만,

아이에 대한 엄청난 집중력으로

왕자는 바로 목을 가다듬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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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동이 양을 찾아 헤맨다.

♬♪양 네가 나를 찾듯

♬♪나 목자도 너를 찾아다닌다.

♬♪밤사이 헤어졌던 이슬도

♬♪새벽이면 꽃을 찾아와 안부를 묻는데,

♬♪이제는 너와 만나야 할 때.

♬♪나 이제 너를 부른다.

♬♪여기 내 양, 너를 기다린다.

[][][][][][][][][][][][][][][][][][][][]


수금의 현이 일으키는 바람에 목소리가 실려 날아갔다.


메에, 메에에.


노래가 실린 방향에서, 양의 소리가 화답처럼 돌아왔다.

흩어 있던 양들이 수금의 선율을 타고,

아이들이 앉은 모닥불 주변으로 몰려왔다.


우물가에서 소년이 물을 긷고 있다.

다른 작은 아이가 소년의 등 뒤에 앉아, 붉은 수금을 퉁기고 있다.


촤아악!


소년이 마지막으로, 구유에 물을 부었다.

이미 구유 통에 물이 가득 차,

소년이 부은 물의 반절 이상이 넘쳐흘렀다.


메에......, 메에.


진작부터 구유 통에는 관심이 없다는 듯,

양들이 저마다의 행동을 하고 있었다.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들리지도 않을

얕은 수금소리에 집중하느라

물을 긷는 소년만 몰랐을 뿐이다.


“수고 하셨어요.”

다갈색 피부를 가진 작은 아이가 소년을 향해 웃었다.

소년이 보고 바보처럼 따라 웃었다.


“한 번, 연주해 보시겠어요?

물을 긷는 내내 집중해서 들으셨잖아요.”


“그. 그야 들을 수 있는 소리가!

양 울음소리 말곤 수금 소리뿐 이었잖아······”


작은 아이를 따라, 얼굴이 붉어진 소년이 말을 흐렸다.


소년의 기분이야 어쨌든지

작은 아이가 품에 안고 있던 붉은 수금을 소년에게 내밀었다.


아이의 온기가 식을세라, 소년이 그것을 건네받아 품에 가두었다.

아직 온기가 남아 반질대는 나무가 소년의 볼에 닿았다.

나무의 온기가 소년의 볼을 더욱 데워 주었다.


햇살이 창을 던져 소년을 계속 맞추었지만,

그것과는 별개의 이 온기를 잃을까 소년이 그것을 더욱 끌어안았다.


“아··· 너무 어깨와 팔에 힘이 들어가셨어요.”


작은 갈색의 팔이, 소년의 팔을 간질인다.

간질임에 긴장이 되는지, 이제는 몸 전체에 힘이 들어간다.


“아니, 아뇨. 아이 참! 힘을 빼셔야 한다니까요.”


나무에 밴 겉과 같은, 그 보다 더 진한.

대추야자의 향이 소년의 볼을 간질였다.

조금씩, 아주 조금씩 아이가 소년의 몸을 얽은 힘을 빼었다.


소년의 품에 안긴 붉은 것이, 소년의 손을 통해 노래하기 시작했다.


두렵고 떨리는 손이 처음으로,

붉은 수금을 건드려 사랑과 설렘을 노래해 대었다.


처음의 긴장을 담은 소년의 손이

가끔 엉뚱한 음을 뚱겨 내었지만,

그것은 그것대로 또 다른 떨림과 설렘을 이야기 하였다.


작은 아이의 다갈색 피부가 붉게, 붉게 물들어 갔다.


메에, 메에.


아이와 아이의 사정을 모르는 양들만이,

애먼 소리를 내어 풋풋한 감정을 가려 주었다.


해가 어느새 하늘의 천정을 넘어 땅을 만나러 내려오기 시작하였다.

데워진 땅이 어른거리는 사이로, 멀리 아이들의 막사가 보인다.


수금이 아쉬운 소리를 띄엄띄엄 내었다.

이제 감정은 체면에 가려, 연주를 멈춰야 할 시간이다.


모닥불의 앞에,

두 명의 소년과 키 큰 이가 서 있는 것이 보였다.


“지팡이를 들고 따라 오거라.

그리고 너희 둘은 돌아 온 양들을 챙기고.”


도착과 동시에 모닥불 가에 서 있던 남자가 말했다.


아이들이 데려온 양 무리를 두 소년에게 맡기고,

남자와 왕자는 공터로 걸어갔다.


두 소년에게서 멀찍이 떨어져,

왕자와 남자 작은 아이 외에는 아무도 없는 곳까지.

걷고 또 걸었다.


양떼의 울음소리도, 소년들의 모습도 더는 없는 곳.

태양의 창을 피할 곳 없는 붉은 땅 위에서, 남자가 말했다.


“오늘부터는 보호구 없이 저를 상대하십시오.

지팡이를 사용해서 제 공격을 막으시던지,

아니면 저를 공격하세요.”


“무리에요. 제가 어떻게!”


“30합, 딱 30합만 버티면 됩니다.

그렇지만......, 역시 아직은 무리겠네요.

샬로쉬, 가만있지 말고, 너는 돌팔매로 나를 공격해라.”


말을 마친 하나크는 생목 지팡이를 들고, 소년과 마주 섰다.

움직이지 않는 남자가, 소년은 거대한 바위처럼 느껴졌다.


틱!


탐색을 위해 가져다 댄 막대가, 한 번의 흘림에 멀찍이 미끄러졌다.

소년의 몸이 넘어지며 무방비 상태가 되었다.


부우웅!


땅 바닥에 주저앉아 훤하게 열린 소년의 가슴 앞으로,

막대가 강하게 짓쳐들어왔다. 두려움이 소년의 눈을 가리려 하였다.


쒜엑! 딱!


그보다 먼저, 강렬한 소리가 소년과 남자의 사이를 지나 남자의 지팡이를 밀쳐냈다.


“눈을 감으면!”


남자가 소리쳤다.


쉬익!


바람을 가르고, 지팡이가 주저앉은 소년의 가랑이 사이를 찔러 왔다.

소년이 놀라, 진흙 벌을 발견한 나귀 새끼처럼 바닥을 뒹굴었다.


“맞지 않아도 될 공격도 맞습니다.”


소년이 네 발을 땅에 딛고, 짐승 같이 굴욕적인 모습을 취하였다.

귀한 아이의 등으로 매질보다 아픈 말이 쏟아졌다.


짐이 가득 실린 낙타의 무릎처럼,

소년이 바닥에서 좀처럼 일어나지 못했다.


“마음이 상하신 것 같군요. 오늘은 여기까......”


“다시.”


하나크의 그것을 끊고, 가라앉은 소년의 목소리가 공간을 차지했다.

비척대며, 소년이 일어났다.


귀한 아이의 허벅다리, 그리고 무릎에,

돌 조각이 박혀 붉은 피와 함께 엉겨 있었다.


“다시!”


조금 더 힘 있게, 자신을 찔러왔던 막대를 노려보며 소년이 말했다.


“좋은 눈이 되셨습니다.”


막대를 사이에 두고, 소년을 마주본 남자가 싱그럽게 웃으며 말했다.


틱!

부우웅! 쒜엑!


틱!

부웅! 쒜엑!


동일한 몸짓들이 잘 짜인 춤사위처럼, 한동안 반복되었다.


소년의 다리에 엉긴 모래가 피에 버글거렸다.

반복되는 동작에 남자의 눈빛이 흐려졌다. 그 때였다.


틱! 타앗!


일순 둘의 춤사위가 바뀌었다.

막대를 타고 미끄러지던 다른 막대가, 막대에 한 번 더 닿았다.

남자의 어깨가 돌아가, 옆구리가 열렸다.


쿵!


소년이 그곳에 자신의 어깨를 밀어 넣었다.

그러자 드디어 남자의 커다란 엉덩이가 바닥에 부딪혔다.


“······”


“다시.”


다시는, 다시는 그런 눈빛을 용서하지 않겠다는 듯.

소년이 남자를 내리깔며 조용히 읊조렸다.


“크하! 그러셔야죠!”


그 날 소년은 딱 스무 합을 버텨내었다.

마지막 공격은 팔꿈치였다.

목 뒤로, 남자의 팔꿈치가 닿았고, 소년의 하루가 끝났다.


이전의 날처럼, 남자가 소년을 안아 막사로 향했다.

작은 아이가 남자의 졸졸 따라 막사로 향했다.



* * * * * * * * *




······. 주변이 어둡다.

······.


[][][][][][][][][][][][][][][][][][][][]

♬♪채움도, 비움도 주인의 권리

♬♪아이야 모든 것이 네 것일 필요는 없다.

······

♬♪취하는지 않으면 흘러 없어질 것들

······.

♬♪채우는 것도, 비우는 것도 모두 다

♬♪네게 주어진 권리 주인이 정할 권리.

[][][][][][][][][][][][][][][][][][][][]


들은 적이 없는데 어딘가 익숙한 노래가 멀리서 들린다.


익숙한 소리, 안타까움을 담은 어미의 울음.

붉은 머리를 한 아이.

네제르가 다시 눈을 떴다.


눈을 뜬 아이가 말없이, 제 어미를 바라보았다.

이윽고 어미의 노래가 끝나자,

아이가 제 어미를 보고 웃었다.


“잘 잤니?”


어미가 아이에게 물었다.


“네, 꿈에서 하나크의 지팡이를 받아 냈어요.”


“그래? 대단하구나.”


“스무 합! 스무 합을 받아냈어요!

하나크는 굉장했어요!”


어미의 맞장구에 신이 난 아이가 제 어미의 주변을 뛰어다니며 말했다.


- 정확히는 내가 받아 낸 거지.

- 너는 너의 경험을 쌓아야 한다.


늙은 울림이 둘 사이에 끼어, 소년의 기분에 초를 쳐댔다.


“저도 할 거에요! 피하고 때리기! 연습 하고 싶어요!”


“연습? 하면 되지?”


아이답게, 네제르가 제 어미에게 이야기 했다.

어미는 어미대로, 아이의 기분을 받아 주었다.

하지만 잠시 후, 한참을 들떠 있던 아이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하지만 어머니를 상대로 칼을 들 수는 없어요.”


“응? 나?”


“여기에 있는 건, 저랑 어머니 둘 뿐이잖아요.”


“응? 호호홋! 나도, 너에게 칼을 들 수 없겠는 걸?


아이의 표정이 자못 심각했다.

그런 아이가 또 사랑스러워, 어미도 어쩔 줄을 몰라 했다.

하지만 어미의 웃음에도, 아이의 표정은 풀어질 줄을 몰랐다.


“호홋! 저기, 저 목상이 있잖아?”


“······저는 움직이는 상대와 겨루기를 하고 싶어요.

목상은......, 가만히 있잖아요.”


어미가 움직이지 않는 목상을 가리키자, 아이의 표정이 시무룩해 졌다.


- 환상을 말하는 게로군.


“맞아요. 환상.”


어미와 아이의 대화에 울림이 끼었다.

울림의 참견에 어미는 별다른 말없이 바로 수긍했다.


“환상이요?”


- 꿈이랑 비슷한 거다. 잠을 자면 꿈.

- 멀쩡하게 깨어서 그것들을 보면 환상.


“사람이나, 몬스터와 싸울 수 있게 해 줄게.”


다양한 존재와 연습을 할 수 있다는 말에, 아이의 표정이 전에 없이 밝아졌다.


“대신, 지팡이가 아니라 날붙이를 들고 있거나.......

꿈보다는 더 위험할거야.”


밝은 아이의 표정을 살필 사이도 없이, 그녀가 말했다.

평소와는 아주 다른 모습이었다.


“어차피 꿈이잖아요?”


“꿈이 아니라 환상. 게다가 꿈에서 다치는 것은 솔롬이지.

하지만 환상에서 다치는 것은 너야.

육체는 다치지 않지만 정신은......, 다칠 수 있어.”


“정신이 다쳐요? 뭐, 실제로 다치는 것은 아니니 괜찮겠죠.

엄마가 절 다치게 두지 않을 거란 것도 알아요.”


여인이 다시 한 번, 꿈과 환상을 구분하였다.

꿈에서 본 양 무리처럼, 아이가 어미에게 신뢰의 눈빛을 보냈다.


“지금 바로 해봐도 돼요?”


“그럼, 목상 앞에 서렴.”


아이의 눈빛에, 어미가 진심으로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아이를 안고 목상의 앞으로 걸어간 어미가,

그제야 아이를 바닥에 내려 주었다.


아이는 목상 옆에 놓인 붉은 지팡이를 가져와 목상 앞에서 자세를 잡았다.


“일루젼(illusion).”


꿈처럼 붉은 기운이 잠시 아이의 눈앞을 가렸다.




* * * * * * * * *



잠시 후, 붉은 연무가 검게 물들어, 소년의 앞에 축축한 동굴을 만들었다.


공동보다 어둡고 습한 공기가, 소년의 폐부에 들이 찼다.

무기를 회수 할 때에나 맡아보았던 역한 냄새가 옅지만 확실하게 소년을 감쌌다.


케르륵! 케륵!


쇠를 가는 듯, 기분 나쁜 음성이,

멀리서 동굴 벽에 부딪혀 튕겨 왔다.


지팡이를 잡은 소년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케륵!”


짐승의 소리가 가까워진다.

어둠 속에서, 네제르보다 조금 작은 인영이 눈에 들어왔다.


‘맙소사, 고블린이야.’


작은 인영, 기분 나쁜 소리. 확신 할 수 있었다.


고블린!

고블린의 울음소리였다.


녹색이 분명한 피부는 어둠 때문인지 암갈색으로 보였지만,

자글자글한 주름을 가진 얼굴,

그것은 분명히 고블린 이었다.


오른 손에 이가 나간 낡은 단도를,

그리고 왼 손에는 나무 방패를 들고 있었다.


관리가 되지 않은 듯 보였지만,

조악한 것으로도 사람을 다치게 할 수 있었고,

방패도 한 두 번의 공격쯤은 막아낼 것 같았다.


“크롸?”


- 의문을 갖는 군.

- 네가 갑자기 나타나서 녀석도 놀란 모양이야.


다섯 발자국 정도를 사이에 두고, 아이와 고블린이 서로를 노려보았다 .


“키릭! 케릭!”


고블린이 동굴의 안쪽으로 괴성을 질렀다.

순간 소년이 한 달음에 쏘아져 나갔다.


뻐억! 턱!


지팡이가 고블린의 몸통을 강하게 후려쳤다.

작은 몸집이 그대로 날아가 동굴 벽에 박혔다.


- 동료를 불렀다. 곧 도착할거야.


울림이 나지막이 경고하였다.


“키! 키릭! 케륵!”


굳이 울림의 경고가 아니더라도,

멀리서 아까와 비슷한 소리가 가까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소년이, 동굴 벽 사이 움푹 들어간 틈바구니에 조용히 몸을 숨겼다.


“케륵?”

“케르륵! 키륵!”


두 마리의 고블린이 동굴 벽에 부딪혀 쓰러진 고블린을 보고 달려 들어왔지만,

동굴 벽 사이 틈바구니에 숨어있는 소년을 보진 못했다.


조용히, 하지만 민첩하게.

소년이 작은 돌을 바닥에서 주워, 자신이 숨은 곳 맞은 편 동굴 벽으로 던졌다.


딱! 따르륵!


돌과 돌이 부딪히는 경쾌한 소리가, 동굴에 울렸다.


“케륵?”


갑자기 들린 소리에, 두 마리 고블린이 소리가 난 벽을 쳐다보았다.

조금 큰 덩치의 고블린이 작은 덩치 고블린에게

고갯짓으로 소리가 난 벽을 가리키며, 그르렁거렸다.


작은 고블린이 창머리에 녹이 슨 단창을 꼬나들고, 소리 난 쪽으로 다가왔다.


딱 두 걸음 앞에, 고블린의 뒤통수가 보였다.

작은 고블린의 머리를 노리고, 네제르가 지팡이를 내리쳤다.


후우웅!


“키륵?”


퍽!


뒤에서 불어오는 풍압 때문이었을까?

작은 고블린이 무언가를 느낀 듯, 몸을 움직여 지팡이를 피하려 하였지만

지팡이에 놈의 목이 부러져, 즉사하고 말았다.


“키렉!”


이 때, 네제르를 발견한 큰 고블린이, 조악한 단검을 양 손에 쥐고 달려들었다.

귀청을 찢는 강한 괴성이, 동굴을 타고 번져 나갔다.


소년은 우선 지팡이의 끝으로 달려오는 놈의 손목을 후려 갈겼다.


챙강!


단검 하나가 바닥에 떨어졌다.


숨 돌릴 새 없이, 놈의 명치를 향해 네제르가 지팡이를 찔렀다.


푸슉!


뾰족하게 갈린 지팡이 끝이,

살을 파고 들어가는 느낌이 손끝을 통해 전달되었다.


“케르르!...... 켈······”


우둘투둘한 고블린의 얼굴 주름처럼,

녀석이 몸을 부르르 떨더니, 이내 ‘풀썩!’ 하고 쓰러졌다.


- 허! 신기한 괴물이군. 고블린이라고?


“고블린을 몰라요? 아깐 고블린의 말을 알아들으셨잖아요?”


- 내 세계엔 저런 부정한 놈들은 없다.

- 말은······, 그냥 자연스럽게 알아듣는 거야. 어떤 언어든.

- 그보다 저 녀석들을 자세히 보고 싶군.


“뭐 징그럽지만, 저도 이렇게 가까이서 보는 것은 처음이니 그렇게 할게요.”


울림의 말에, 소년이 방금 쓰러트린 큰 놈의 몸을 뒤집었다.


소년이 지팡이를 뽑자, 놈의 명치끝에서 붉고 진득한 피가 부글거리며 나왔다.


키만 보면 어린아이 같았지만,

적절히 발달한 근육과 조금 나온 아랫배가 아이 같지 않았다.

만지면 피부병이 옮을 것 같은 녹색의 우둘투둘한 피부.

고블린은 사람이 입기에 조금 작은 갑옷을 걸치고 있었다.

다만 그것들이 원래 한 세트의 갑옷은 아닌 듯, 모양은 제각각 이었다.


고블린의 갑옷과 무기는 오랫동안 관리가 되어 있지 않았는지

여기저기 깨지고 금이 가 있었다.

모양과 상태를 보아 그들이 직접 무기를 만들 것 같지는 않아 보였다.


“음......, 어쩐지 기분이 별로......, 앗! 따가워!”


스윽!


소년이 울림을 향해 이야기 하려 할 때,

소년의 종아리를 섬뜩한 기운이 스치고 지나갔다.


“케헬! 케르륵!”


죽은 줄 알았던 고블린이 눈을 반쯤 뜬 채.

고통스럽고 비열한 표정으로 소년을 비웃고 있었다.


소년이 지팡이를 짓 쳐들어, 놈의 입안에 욱여넣었다.


푸욱! 턱!


지팡이가 고기를 뚫고 바닥에 닿는 감촉이 손에 느껴졌다.


핏!


동시에 악취를 풍기는 붉은 핏방울이 소년의 얼굴에 튀었다.


“크으! 쓰려.......”


동굴 벽이 연기처럼 허물어지고, 어두운 사위가, 붉은 안개로 변했다.


* * * * * * * * *




공동에, 종아리를 부여잡은 소년과, 아이를 바라보는 어미가 있다.


애초에 고블린은 존재하지 않았다는 듯.

아이와 어미와, 반쯤 부서진 목상이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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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Chapt 18 - 별의 조각 - 2 +1 20.08.10 15 1 11쪽
42 Chapt 18 - 별의 조각 - 1 +2 20.08.07 20 2 12쪽
41 Chapt 17 - 괴팍한 난장이 - 4 +2 20.08.05 21 2 13쪽
40 Chapt 17 - 괴팍한 난장이 - 3 +2 20.08.03 19 2 13쪽
39 Chapt 17 - 괴팍한 난장이 - 2 +3 20.07.31 19 2 12쪽
38 Chapt 18. 괴팍한 난장이 -1 +1 20.07.29 20 2 13쪽
37 Chapt 17 – 꽃을 피우는 데, 많은 것이 필요하다. – 6 +1 20.07.27 20 1 17쪽
36 Chapt 17 – 꽃을 피우는 데, 많은 것이 필요하다. – 5 +1 20.07.24 24 1 16쪽
35 Chapt 16 – 꽃을 피우는 데, 많은 것이 필요하다. – 4 +1 20.07.23 25 1 17쪽
34 Chapt 17 – 꽃을 피우는 데, 많은 것이 필요하다. – 3 +2 20.07.22 27 2 17쪽
33 Chapt 17 – 꽃을 피우는 데, 많은 것이 필요하다. – 2 20.07.21 35 0 18쪽
32 Cahpt 17 – 꽃을 피우는 데, 많은 것이 필요하다. – 1 20.07.20 25 0 17쪽
31 Cahpt 16 – 정령들의 세상 - 2 +1 20.07.17 27 1 13쪽
30 Cahpt 16 – 정령들의 세상 - 1 20.07.17 25 0 13쪽
29 Cahpt 14 – 기운의 사용법II. - 2 20.07.16 25 1 13쪽
28 Cahpt 14 – 기운의 사용법II. - 1 +2 20.07.16 30 2 15쪽
» Cahpt 14 – 목동의 지팡이 II - 3 20.07.15 27 1 17쪽
26 Cahpt 14 – 목동의 지팡이 II - 2 20.07.15 27 1 15쪽
25 Cahpt 13 – 목동의 지팡이 II - 1 20.07.14 27 1 17쪽
24 Cahpt 13 – 기운의 사용법. 20.07.14 29 1 20쪽
23 Cahpt 12 – 목동의 지팡이. -2 +1 20.07.13 32 2 16쪽
22 Cahpt 12 – 목동의 지팡이. -1 +2 20.07.13 34 3 16쪽
21 Cahpt 11 – 기운을 차리는데 몸보신만한 것이 없다. +2 20.07.10 33 2 12쪽
20 Cahpt 10 - 지가 가르친다더니 남만 부려먹는다. - 3 20.07.10 32 1 11쪽
19 Cahpt 10 - 지가 가르친다더니 남만 부려먹는다. - 2 +1 20.07.10 41 2 16쪽
18 Cahpt 10 - 지가 가르친다더니 남만 부려먹는다. - 1 20.07.10 41 1 14쪽
17 Chapt09 - 왕께서 구박을 감내하신다. 20.07.09 42 1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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