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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육포 건조장

이 정령사는 영혼이 두 개 입니다. : 레메게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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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육포
작품등록일 :
2020.07.05 17:34
최근연재일 :
2020.08.24 07:40
연재수 :
4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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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글자수 :
293,296

작성
20.07.10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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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Cahpt 11 – 기운을 차리는데 몸보신만한 것이 없다.

DUMMY

놋 항아리 속에, 황금빛 잉어가 헤엄치고 있다.

잉어 한 마리 들어 있을 뿐인데,

광택을 잃었던 놋 항아리는 다시, 기이한 붉은 빛을 내고 있었다.


“에엑! 이걸 생으로 먹으라고요?”


“응!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줄게.”


기겁하는 소년의 모습과 달리, 여인의 표정은 태연하기만 했다.


“무, 물고기를 어떻게 생으로 먹어요?

보기만 해도 비리단 말이에요!”


“그치만 불을 대면, 생명의 기운이 많이 상한단 말이야.

하루라도 일찍 여길 벗어나려면 생으로 먹는 것이 좋아.”


“하아! 아무리 그래도······. 그럼 잘라는 주세요.”


이내 소년이 모든 것을 포기한 듯 여인에게 이야기 할 때였다.


- 베르케이스, 이젠 아이도 괴롭히려나?


“네? 솔롬 그게 무슨······”


- 너도 슬슬 의식적으로 기운을 느껴라. 이제는 가능하지 않나?


울림이 갑갑한 듯 소년을 채근하였다.

울림의 말에 소년이 다시 잉어를 바라 보았다.


“어? 어엇!? 잉어 뱃속에 구슬 같은 것이 있어요!”


“쿡! 아 좀 내버려 두지 그랬어요!

아이 반응이 귀여워서 잠깐만 놀리려고 했더니.”


진심으로, 진심으로 여인이 아쉬워하며 이야기 했다.


- 그 구슬 속에 생의 기운이 대부분 들어 있다.


“응. 식사를 마치고 구슬만 생으로 삼켜.

하지만 무는 통째로 생으로 먹어야 해.

봐봐 이건 기운이 골고루 퍼져 있지?”


울림의 말과, 여인의 말이 이어졌다.


확실히 그랬다. 소년이 다시 보니, 확실히 그런 것이 느껴졌다.


맑고 푸른 향기가 고기의 뱃속에 있었다.

왜 향기가 구슬처럼 ‘보이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소년에게 그것은 분명 향기로 존재하고, 구슬처럼 ‘보였다’.



소년이 여인의 손에 들린 무를 바라보았을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잉어의 뱃속 구슬같이 진한 향기는 아니지만,

무는 전체적으로 시원한 향기가 풍겼다.

향기가 무의 모양 그대로. 그 모습대로 풍겨왔다.


“히야! 비린 느낌은 기분 탓인가 봐요.

시원한 냄새만 올라오는데요?”


어느새 소년은 항아리에 완전히 코를 박고 킁킁거리기 시작했다


“배고파요! 당장!! 먹을래요.”


소년의 말에, 여인이 항아리에 손을 집어넣어 생선을 꺼내었다.


퍼득! 퍼드득!


여인의 팔뚝만한 잉어가, 여인의 손에 매달려 몸부림을 친다.

사방으로 시원한 향내를 품은 물방울이 튀었다.


사막이 갑작스러운 소낙비를 맞이하듯

소년이 퍼득거리는 잉어가 튀어 내는 물방울을 그대로 맞았다.

푸욱!


여인은 푸르고 짙은 못으로 가,

고기의 아가미 사이에 칼을 쑤셔 넣었다.


예의 노래와 함께.

붉고 맑은 잉어의 피가. 못을 따라 흘렀다.

생을 가득 채웠던 피가, 생이 가득한 못 속으로 그렇게 돌아갔다.


잉어의 비늘을 벗기고, 배를 가르자.

화한 숲 냄새가 공동을 가득 채웠다.


“와! 와아! 색이 너무 예뻐요!”


소년이 뱃속의 구슬을 보고 연신 감탄을 해 대었다.

금빛 잉어와 어울리는 금빛 구슬이었다.


뻐끔. 뻐끔. 버르륵 버륵!


아직 삶을 놓지 않은 잉어가 여인의 손에 쥐어진 채 몸을 떨었다.

여인은 무심한 손길로 고기의 뱃속에서 구슬을 끄집어내었다.



구슬을 따라 숲의 향내가 공동에 더욱 짙게 퍼져 나왔다.


“에구, 아까운 기운이 다 빠져 나가네.”


텡! 데구르르.


여인이 서둘러, 놋 항아리의 물을 비우고, 그 안에 구슬을 담았다.

어느새 여인의 손에 들려 있는 잉어의 눈이 부옇게 변하였다.


놋 항아리에 새겨진 황소와 목동의 눈이 붉게 빛났다.

황금의 기운이 돌고 돌아, 놋 항아리 안을 가득 채웠다.

기운은 항아리 안에서만 맴돌 뿐, 항아리를 벗어나 나오지는 않았다.

공동을 채우던 숲의 향기도 점차 옅어졌다.


“어떻게 해서 먹을까?”


어느새 포를 뜬 살이 여인의 손에 들려 있었다.

여인은 물고기의 살을 이리저리 흔들어대며 소년에게 물었다.


“킁! 킁킁! 달콤한 냄새가 나는데

왠지 그냥 먹어도 될 것 같지만......, 그래도 생선이니 익혀 주세요.”


“그럼.. 살짝 끓는 물을 끼얹어 줄까?

사실 싱싱한 생선은 야채와 시큼한 과일을 곁들여 먹기는 해.”


- 그건 또 별미지.


“어머? 사막의 왕께서 별 것을 다 알아요?”


- 내 나라 밖에서 먹었던 음식일세.


“하긴, 신부를 맞으러 이 나라 저 나라. 잘도 돌아다니셨죠?

덕분에, 소녀는 외롭고 긴 긴 밤을....... 크흡!”


- 이, 이봐. 베르게이스!!

- 크흠! 그, 그게 중요한 것은 아니지 않나!


“알겠다고요!

그럼 시부스(Cibus)로 먹기로 해요.”


말을 마친 여인이 포를 뜬 물고기 살을 놋 항아리에 넣었다.

그리곤 소년을 향해 싱긋 미소 짓더니, 붉은 못으로 향했다.


“엄마 다녀올게? 금방 다녀올 거야!”


할 말만을 마친 그녀가 연못 속으로 사라졌다.

오 분도 되지 않아, 큼직한 오렌지와 토마토,

알 수 없는 푸른 풀들과,

작은 기름병을 든 채 그녀가 돌아왔다.


그녀는 익숙한 손길로 포 뜬 고기 살을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내었다.


풀과 토마토를 다지고, 오렌지를 썰어 내었다.

마지막으로 무 뿌리와 닮은 약초를 썰어낸 후,

잘라낸 재료들을 그대로 물고기 위에 부었다.


그리곤 그 위에 기름을 따르더니 손으로 버무려 내었다.


그녀의 손길을 따라서, 씁쓸한 풀 냄새와,

시원한 과일의 향기, 그리고 기름 냄새가 소년에게 다가왔다.


“끝! 자 먹어!”


“엇! 고기를 데쳐 주신 댔잖아요!”


“그냥 먹어!

오렌지랑 이런 저런 향신 풀 때문에 그냥 먹어도 괜찮을 거야”


여인이 내미는 그릇을 소년이 받았다.

불에 익히지 않은 고기라니,

날고기가 처음인 소년의 표정은 그리 좋지 않았다.


킁. 킁킁!


향기로운 과일 냄새와 기름 냄새.

거기에 알 수 없는 풀들이 내는 화하고 신선한 향기들.

그녀의 손길에 따라 순차적으로 퍼지던 냄새가,

이제는 한데 어우러져 말 할 수 없는 황홀한 무엇이 되어 있었다.


우선 냄새는 합격이다.


“그럼······.”


소년은 가장 작은 고기 조각을 포크로 살짝 드러내어

혀끝으로 가져다 대었다.

과일의 달콤한 맛. 그 뒤로 화한 향이 혀 끝을 통해 전해진다.


입 안으로, 들고 있던 고기 조각을 밀어 넣었다.

고기를 씹었는데, 고기가 이빨을 밀어낸다.

달콤하고 시원한 향이 고기가 뿜어낸 즙액과 섞여 입 안을 채운다.


딱 한 번. 비슷한 식감을 느낀 적이 있었다.

‘젤리’ 라고 했던가? 그것의 식감이 딱 이랬다.


주방의 글리나시 누나가 딱 한 번.

귀한 분의 티타임에 나갈 간식이라며 몰래 집어다 주었었다.


젤리도 달고 맛있었지만.

젤리가 인위적으로 품었던 시고 단 맛과는 달랐다.

이것은 그 이상이다.


“와아! 맛있어요! 이 세상의 맛이 아닌 것 같아요!”


소년이 그릇에 코를 박고, 포크를 이용해 음식을 쓸어 내었다.


“그럼! 이 세상의 맛은 아니지.

천천히 먹어!”


“네?”


“이 세상의 맛은 아냐. 고기도 풀도, 저 쪽. 저 세상 맛이지.”


- 응? 소년의 세상에는 없는 음식이라는 말인가?

- 흠! 미개한 세상인가 보군.


그녀의 대답을 울림이 알아채고 한 마디 보태었다.


“미개하다니요!

어떤 부분은 당신의 세상보다 발전 되었어요.

당신의 지식 따위는······. 아니에요. 직접 겪어 보세요.”


울림의 이야기에 여인이 묘한 소리를 하였지만,

소년도 울림도 말을 이해하지는 못했다.


“다 먹었어요!”


소년이 배를 두드리며, 빈 접시를 여인에게 흔들어 보였다.


“아니, 다 먹지 않았구나.”


“네? 분명 접시는 다 비웠어요!”


여인의 말에 소년이 재차. 빈 접시를 흔들었다.


“여기, 제일 중요한 것이 남아 있어.”


여인이 붉게 빛나고 있는 놋쇠 항아리를 들어 소년의 앞에 들이 밀었다.


항아리 안에는 황금빛 기운이,

포도 알 하나만한 금빛 구슬을 감싸고 있었다.


“목에 걸리면 어떡해요?”


- 물을 마시면 되지. 짙은 생의 기운이 가득한 물을.


여인을 대신하여, 울림이 대답하였다.

여인이 말없이, 종기에 담긴 물을 소년에게 주었다.


“잘 먹겠습니다!”


내미는 물과 구슬을 소년이 받아들였다.


꿀꺽!


단숨에. 단숨에 소년이 물과 구슬을 삼켰다.


“음......, 별 맛은 없는데. 속이 시원해요.

그리고 졸려요.......”


소년이 말과 함께 스르르. 바닥에 누웠다.


- 시작 되었군.


“네. 처음 겪는 상황인데, 잘 되겠지요?”


- 글쎄? 지켜봐야지.


누워있는 소년을 보며, 여인과 울림이 대화하였다.


여기 평안히, 소년이 잠들어 있다.


소년의 식도를 타고, 황금빛 기운이 뱃속에 모였다.

밥 주머니를 벗어나 스멀스멀.

기운이 소년의 몸으로 나왔다.


난생 처음 벗겨낸 때처럼, 붉고 검은 땀이 소년의 몸에 배어 나왔다.

파리 떼가 있었다면 당장에 달려들 냄새가,

소년의 몸을 타고 공동을 가득 채웠다.


여인은 재빨리, 놋 항아리를 들고

예의 짙고 푸른 물을 떠다 소년의 몸을 닦아 주었다.


소년의 몸을 채운 황금 기운이 일부 몸 밖으로 빠져 나왔다.


“안돼! 아깝게 버릴 수는 없지!”


말과 함께 여인이 사라졌다.

대신에,

붉고 진득한 기운이 소년의 옆에 놓였다.


스르륵.


붉은 기운이 움직여, 소년의 몸 위에 올라탔다.


스으, 스으으.


소년의 배 위에 놓인 붉은 연기가 소년의 몸을 타고 내려간다.

마침내 붉은 연기가 소년의 몸을 완전히 감쌌다.


연기에 감싸인 탓인지.

황금색의 기운이 더 이상, 소년의 몸을 빠져 나오지 못했다.


- 붙잡아요!


연기에서 날카로운 여인의 소리가 울렸다.


- 흡수한다! 흡수한다!


소년의 안에서 늙은 왕의 간절한 울림이 울렸다.


어린 아이의 피부를 타고,

그렇게 금빛의 기운과 붉은 연기가 대치하기 시작했다.


- 들어와! 들어오라고!


왕의 울림이 재차 반복되었다.

금빛의 기운이 붉은 연기에 눌렸는지, 피부 안 소년의 혈맥으로 도망쳤다.


폭도 같은 금빛 기운이 소년의 생명 그릇에 도달했다.

그릇 속에 콩알만 한 붉은 기운이

금빛의 기운에 잡아 먹혔다.


금빛의 기운은 그대로 만족하지 못한 채 심장으로 향했다.

심장의 콩알만 한 기운이 금빛에 먹혔다.


기운은 아직 만족하지 못한 듯 보였다.

기운이 마지막으로 소년의 머리로 향했다.

커다란 기운을 감내하지 못한 채, 머리에 놓인 마지막 기운도 황금빛에 먹혔다.


마침내 기운은 만족한 듯,

몸 구석구석을 혈맥을 타고 돌았다.


그리곤 처음에 찾아갔던 생명의 그릇으로 가 들어찼다.


- 아!


소년의 몸을 감싸던 붉은 기운이 안도의 울림을 내었다.


그 때였다.


부르르, 부르르!


금빛 기운이 요동친다.

금빛의 기운이 생명의 그릇을 벗어나, 그 입구에서 다시 뭉쳤다.


금빛이 점점 붉은 빛이 돋았다.

블러디-골드(bloody-gold)!


금빛은 금빛인데, 기운에서 붉은 빛이 강하게 돌았다.


붉게 빛나는 황금이 세 덩이로 갈라졌다.

한 덩이는 심장으로, 한 덩이는 머리로.

마지막 한 덩이는 생명의 그릇으로.


더는 미련이 없다는 듯.

그들은 그렇게 헤어져, 각자의 공간을 찾아 갔다.


- 끝났군.


소년의 몸을 관조하던 노왕(老王)의 울림이 일었다.


- 시끄러워요.


소년을 덮고 있던, 연기도 울었다.


- 그래도......, 꽤나 커졌어. 잘 보시게.


“이대로. 깨우지 말고 꿈을 꾸게 해야겠어요.”


어느 사이 소년의 옆에 여인이 돌아와 울림에게 말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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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령사는 영혼이 두 개 입니다. : 레메게돈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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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Chapt 18 - 별의 조각 - 4 +1 20.08.24 19 1 11쪽
44 Chapt 18 - 별의 조각 - 3 +1 20.08.12 14 1 13쪽
43 Chapt 18 - 별의 조각 - 2 +1 20.08.10 15 1 11쪽
42 Chapt 18 - 별의 조각 - 1 +2 20.08.07 21 2 12쪽
41 Chapt 17 - 괴팍한 난장이 - 4 +2 20.08.05 22 2 13쪽
40 Chapt 17 - 괴팍한 난장이 - 3 +2 20.08.03 20 2 13쪽
39 Chapt 17 - 괴팍한 난장이 - 2 +3 20.07.31 20 2 12쪽
38 Chapt 18. 괴팍한 난장이 -1 +1 20.07.29 21 2 13쪽
37 Chapt 17 – 꽃을 피우는 데, 많은 것이 필요하다. – 6 +1 20.07.27 21 1 17쪽
36 Chapt 17 – 꽃을 피우는 데, 많은 것이 필요하다. – 5 +1 20.07.24 25 1 16쪽
35 Chapt 16 – 꽃을 피우는 데, 많은 것이 필요하다. – 4 +1 20.07.23 25 1 17쪽
34 Chapt 17 – 꽃을 피우는 데, 많은 것이 필요하다. – 3 +2 20.07.22 27 2 17쪽
33 Chapt 17 – 꽃을 피우는 데, 많은 것이 필요하다. – 2 20.07.21 35 0 18쪽
32 Cahpt 17 – 꽃을 피우는 데, 많은 것이 필요하다. – 1 20.07.20 25 0 17쪽
31 Cahpt 16 – 정령들의 세상 - 2 +1 20.07.17 28 1 13쪽
30 Cahpt 16 – 정령들의 세상 - 1 20.07.17 25 0 13쪽
29 Cahpt 14 – 기운의 사용법II. - 2 20.07.16 26 1 13쪽
28 Cahpt 14 – 기운의 사용법II. - 1 +2 20.07.16 31 2 15쪽
27 Cahpt 14 – 목동의 지팡이 II - 3 20.07.15 27 1 17쪽
26 Cahpt 14 – 목동의 지팡이 II - 2 20.07.15 28 1 15쪽
25 Cahpt 13 – 목동의 지팡이 II - 1 20.07.14 28 1 17쪽
24 Cahpt 13 – 기운의 사용법. 20.07.14 29 1 20쪽
23 Cahpt 12 – 목동의 지팡이. -2 +1 20.07.13 32 2 16쪽
22 Cahpt 12 – 목동의 지팡이. -1 +2 20.07.13 35 3 16쪽
» Cahpt 11 – 기운을 차리는데 몸보신만한 것이 없다. +2 20.07.10 34 2 12쪽
20 Cahpt 10 - 지가 가르친다더니 남만 부려먹는다. - 3 20.07.10 33 1 11쪽
19 Cahpt 10 - 지가 가르친다더니 남만 부려먹는다. - 2 +1 20.07.10 41 2 16쪽
18 Cahpt 10 - 지가 가르친다더니 남만 부려먹는다. - 1 20.07.10 41 1 14쪽
17 Chapt09 - 왕께서 구박을 감내하신다. 20.07.09 42 1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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