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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육포 건조장

이 정령사는 영혼이 두 개 입니다. : 레메게돈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드래곤육포
작품등록일 :
2020.07.05 17:34
최근연재일 :
2020.08.24 07:40
연재수 :
4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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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93,296

작성
20.07.14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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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쪽

Cahpt 13 – 기운의 사용법.

DUMMY

- 대단······하군!


“꺄악! 범상치 않은 원숭이가 지키고 있더라니!”


두 사람의 대화에 소년이 천천히, 아주 천천히 감았던 눈을 떴다.

찰나의 순간 붉은 황금의 빛이 아이의 눈에 서렸다가 사라졌다.


앉은 자세 그대로 아이가 자기 배를 문지르며 이야기 했다.


“배에 뭐가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그것이 불편하지 않고 오히려 기분이 좋아요.”


“아가, 수고했어.”


- 기운이 갑자기 커져서 그럴 게다.


소년의 말에 울림이 답했다.

어미는 기꺼운 표정으로 아이가 손으로 문질러대는 부분을 보고 있다.


콩알만 하던 것이, 잉어의 구슬을 먹고는 대추만 하더니.

이제는 달걀 하나쯤 되는 크기로 변했다.

머리에도 가슴에도, 비슷한 크기의 기운이 가득하다.


기운에 황금색이 도는 모습이 그녀와 조금 다르지만,

뭐 어떠랴! 아이는 그녀의 아이인 것을.


- 이제는 슬슬 그 기운들을 쓸 수 있겠구나.


“기운을 써요?”


“아가, 공동을 한 바퀴 달려보겠니?”


울림의 말에 아이가 물었다.

질문에 대답하는 대신 여인이 아이에게 말했다.


아이가 엉거주춤 일어나더니, 어미의 말을 따라 공동을 달렸다.


타다닷!


아이가 달리는 소리가 공동을 채웠다.

이윽고 한 바퀴를 다 돈 아이가 어미의 앞으로 돌아 왔다.


“별로, 달라진 것이 없는데요? 숨이 차지 않은 것 빼고는 뭐······”


“아가, 빨리 달리고 싶지 않니? 토끼처럼 달린다고 생각해봐!

자 다시 한 번!”


“어엇?!”


어미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하더니 아이의 등을 떠밀었다.


아이가 다시 한 번 공동을 돌았다. 처음과 별반 다르지 않은 모습.

달리는 아이는 그저 동네에서 볼 수 있는 발 빠른 아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토끼! 토끼를 생각해!”


움찔.


어미의 외침에 아이가 순간, 달리던 다리를 멈춰 세우려 했다.


“멈추지 말고! 생각만!”


어미가 다시금 외쳤다.

멈추었던 다리가 다시 힘을 받아 앞으로 나가려 할 때였다.


생명의 그릇 안에 숨어있던 아이의 기운이 동했다.

흙을 파고들며 뻗는 나무의 뿌리처럼

기운이 그릇을 비져나와, 아이의 허벅다리에 어렸다.


“우왓!”


앞으로 거꾸러지듯 아이의 몸이 땅을 박차고 쏟아졌다.

아이가 중심을 잡지 못하고, 그대로 넘어졌다.


- 성공했군!


넘어져 당황한 아이의 속에서 울림이 소리쳤다.


“바, 방금 뭐죠?”


아이가 넘어진 채, 여인을 돌아보았다.


“뭐긴, 토끼지. 쿡!”


여인이 아이에게 웃으며 답하였다.


- 그 토끼좀!


“우, 우와아!! 굉장해요”


울림의 불평 따위 무시한 채, 아이가 달리기 시작했다.

허벅다리에서 강한 힘이 나와, 달리는 몸을 떠 받쳐주는 기분이 들었다.

몸이 가벼워져, 천천히 달리려야 달릴 수 없을 기분이었다.


- 말이나, 사자를 생각해 보거라


달리고 있는 소년을 향해, 울림이 참견을 했다.


소년의 머릿속에, 꿈에 보았던 늙은 수사자가 떠올랐다,

머리 위로 덮쳐오던 그 녀석의 모습이 머리를 가득 메웠다.


파앗!


순간, 달리던 소년의 발에 바닥이 움푹 파였다.

자신을 덮치던 사자의 몸뚱이처럼,

부웅! 하더니, 소년이 공중에 떠올랐다.


- 크하하! 토끼 보다 이 쪽이 더 어울리지 않느냐!


맺혀 있던 멍울이 풀리는 듯. 왕이 소리쳤다.


그렇게 소년이 한참을 달리다 제 어미에게 돌아왔다.


“굉장해요!!”


건장한 기사들마저 토악질을 해 댈 정도로,

달리고 달렸지만, 소년에게는 놀라운 감정만 있을 뿐.

지친 기색을 찾기는 어려웠다.


“내 아들이니까, 당연한 거야!”


말과는 달리 심하게 기꺼운 표정으로, 어미가 아이를 끌어 안았다.


- 하지만 당분간은 기운을 끌어다 쓰지 말거라.


“네? 이렇게 좋은 것을요?”


- 헤엄을 칠 때나, 지팡이를 휘두를 때.

- 의식적으로 기운을 쓰지 말아야 해.


“그게 무슨 심술이에요?”


울림의 소리에 여인이 골이 난 표정으로 말했다.


- 근육을 키워야 하거든.


“근육이요?”


- 그래, 몸을 움직일 수 있는. 지팡이를 잘 휘두를 수 있는 근육.

- 네 몸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어.

- 근육이 자리 잡은 몸으로 기운을 쓰면 또 다를 게다.


“그것도 그러네.”


울림의 이야기에 여인이 그제야 수긍했다.


“그럼, 무얼 하면 되는데요?”


아이가 울림에게 물었다.


- 이미 알고 있지 않나! 헤엄치는 것.

- 그리고 지팡이를 휘두르는 것.


당연한 것을 묻는다는 듯. 울림이 소년에게 이야기 했다.


“당장! 당장 할래요.”


풍덩!


말과 함께 아이가 짙고 푸른 못 속으로 뛰어 들었다.

생명이 가득한 물이 두 그루의 솨케드 나무로 튀었다.


- 당신도 할 일이 있지 않아?


“나?”


물장구치는 아이를 흐뭇하게 바라보던 여인이 되물었다.


- 그럼. 꼭 해야만 하는 것이 있지.


“뭐! 다 했잖아!

나무도 심고, 또 뭘 해!

원숭이랑 술래잡기해서 피곤하단 말야!”


- 어쩌겠누. 제 자식을 위한 것인데.


“······. 뭐?······ 해야 하는데?”


울림의 말에 어느새 꼼짝 못하게 된 여인이 물었다.


- 허수아비. 허수아비를 만들어주게.


“엥? 밭에 세워두는 거? 농사라도 짓게?”


- 아니, 지팡이로 내리칠 것.

- 단단한 나무로, 가죽을 덧대어 주었으면 좋겠군.


“아!! 기사님들의 수련장에서 본 것 같아요!

기사님들을 모시는 종자들이 훈련하는데 썼어요.

저도 기사님들처럼 검술 훈련 하는 거예요?”


신난 아이가 못 속에서 소리쳤다.


- 검이 아니라 지팡이다.


“그럼! 아가, 너도 기사들처럼 허수아비인지 뭔지 때리는 거야.

지팡이든 뭐든 왜 딴지를 놔요? 애가 좋다는데!”


못마땅한 어미가 울림에게 핀잔을 주었다.


- 기운을 견디려면 꽤 튼튼한 나무를 구해야 할거야.


“알았다고요!”


짜증 섞인 대답을 뒤로하고, 여인은 붉은 못으로 뛰어 들었다.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

달걀만큼 커진 아이의 기운이 거의 소진될 때까지.

여인은 돌아오지 않았다.


“오래 걸리시네요?”


아이가 빈 허공에 대고 말했다.


- 이제 그만 나가지.


아이의 물음과는 상관없는 대답이 아이의 안에서 울려 왔다 .


“네? 벌써요?”


- 네 기운이 늘어나서 그렇지 ‘벌써’가 아니다.

- 기운을 쓴 만큼 다시 채우는 것도 중요해.


울림의 이야기에 아이가 짐짓 아쉽다는 듯, 물 밖으로 나왔다.


- 몸이 뻐근한가?


“팔 다리가 좀 풀리고 허리 어림도 쑤셔요.”


아이가 대답했다.


- 다시 호흡을 해서 기운을 채워라.

- 단 네가 말한 부위들을 어루만진다는 생각으로.


“네. 알겠어요. 그런데 솔론, 하나 물어봐도 되나요?”


- 무엇이지?


“기운을 사용하는 것. 솔홈은 굉장히 잘 아네요?”


- 당연하지, 평생을 사용해 왔으니까.


“아! 솔롬도 기사님들처럼 막!!!

검, 아니 지팡이 휘두르고 그래서?”


아이가 눈을 빛내며 울림에게 물었다.


- 아니, 나는 머리와 가슴에 기운을 모았어.

- 지금 네가 쓰고 있는 방식과는 조금 다르다.

- 다르지만, 또 같기도 하지.


“아! 그러고 보니 저도 기운이 세 군데에 있네요?

저도 솔론처럼 머리와 가슴의 기운을 사용할 수 있을까요?”


- 가능은 하겠다만, 두 가지 기운을 동시에 쓰는 것은 자칫 위험할 수 있어.


“솔론은 썼으면서!”


울림의 부정적인 대답에 아이가 소리쳤다.


- 내가 굉장한 거지. 넌 안 된다!


“흥! 알겠어요.”


울림이 단호하게 다시한번 아이에게 말할 때였다.


“왜! 또 우리 애 기를 죽이고 그래요!

당신이 할 수 있으면 이 아이도 할 수 있어!”


소년의 앞에 붉은 머리를 한 여인이 나타나 울림을 향해 말했다.


“오셨어요! 어디 다녀오시는 거에요?”


“갈리안 산맥! 산꼭대기에 튼튼한 나무들이 있거든!”


언제 화를 냈냐는 듯, 그녀가 아이를 보며 맑게 웃었다.

팔과 허리 사이에 끼운 굵고 검은 나무줄기를

다른 한 손으로 툭! 치며, 그녀가 아이에게 말했다.


“튼튼한 나무요?”


“응. 산꼭대기는 추워. 게다가 토양도 척박하지.

생의 기운을 다 한 나뭇잎이 다시 나무에 흡수되기 전에 바람과 비가 쓸어 가 버리거든.”


“척박한 곳에서 좋은 나무가 자라요?”


이해가 가지 않은 아이가 물었다.

생의 기운이 생명에게 중요한 줄 알았는데, 좋은 나무를 척박한 땅에서 구해 왔다니!


“나무가 자라기에 훌륭한 조건은 아니지.

이렇게 큰 나무도 일 년에 겨우 손톱 반 개 만큼 두꺼워 지거든!

대신 나무가 치밀하고 단단하게 속을 채운단다.”


소년의 물음에 여인이 답해 주었다.


- 우선 호흡부터 시키지. 몸이 쑤셔 와 죽겠군.


“얹혀사는 주제에! 이것저것 시키지 마요!”


어미가 울림에게 역정을 내었다.


“저도 몸이 개운한 것이 좋으니까, 호흡 해야겠어요.”


아이가 어미를 말리며 말했다.

아이의 웃는 모습에 어미의 표정이 금세 풀어지고 말았다.

그런 어미를 아이가 와락 끌어안고는, 두 그루의 솨케드 나무 아래에 가 앉았다.


잠시 후 아이가 눈을 감더니, 호흡하는 것에 집중했다.


“자, 그럼 만들어 볼까? 그 허수아비라는 것”


한참 아이의 모습을 지켜보던 여인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녀는 우선 공동 구석, 책장이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허수아비를 만드는데 필요한 공구를 챙길 심산이었다.


공구를 챙기다,

책장 옆에 말리고 있던 솨케드 줄기에 눈이 갔다.


“어라? 지팡이에 싹이 돋아났네?”


- 멀찍이 떨어져 있었는데도, 노래의 영향을 받았나 보군


세워둔 지팡이의 한쪽 끝. 공동의 천장 방향으로.

지팡이 끝에 작은 싹 눈이 움 돋아 있었다.

생기를 간직한 채, 지팡이가 말라가고 있다.


“뭐.. 내버려 두어도 별 일 없겠지.”


대수롭지 않은 듯, 여인이 마저 공구를 챙겨 공동의 중앙으로 이동했다.


공동에는 앉아 자는 것 같은 아이와,

“에잇! 잘 안 깎이네?”를 반복하며,

허수아비를 만들기 시작한 여인만이 있다.



* * * * * * * * *



붉은 꽃잎이 떨어진다.

어디서 바람이 불어오는 것도 아닌데,

꽃잎은 바람을 타는 듯, 팔랑대며 흐른다.


한 뼘.

소년의 어깨 위 딱 한 뼘 거리에서,

떨어지던 꽃잎이 잠시 머물렀다.


사라락.


어깨 위에 분명한 무엇인가를 타고, 미끄러지듯.


꽃잎은 다시 흘러 내렸다.


소년이 앉은 곳 주변으로 제법 많은 꽃 잎이 쌓여 있었다.


피하려는 듯,

수 시간째 가만히 앉아있는 소년의 위에는 꽃잎이 내려앉지 않았다.


“흐음, 흐으응~.

다 끝난 것 같은데? 이번에는 꽤나 오래 호흡했구나?”


소년의 정면에서 바닥에 엎드려져

턱을 괸 채, 소년을 바라보는 여인이 있었다.


“호흡을 하면 할수록, 개운해져서 좋아요.”


소년이 눈을 떠,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여인에게 말했다.


- 호흡이 많이 좋아졌어. 깊게 들이쉬고 깊게 내 뱉더군.


앉아 있던 수 시간 동안, 소년은 열세 번의 호흡을 다시 열세 번 반복 하였다.


“몸은 어떠니?”


여인의 말에 소년이 일어나 팔 다리를 휘둘러 보았다.


“상쾌해요! 어딘가 결리거나 불편한 부분이 없어요!”


- 말했지 않은가. 기운을 돌리면 금방 나아진다고.

- 게다가, 기운이 흐르는 줄기도 더 튼튼해지지.


소년의 대답에 울림이 말했다.


“흐응? 가슴과 머리만 쓰던 양반이 정말 자세히 알고 있네?”


- 알면서 왜 그러나. 가슴을 쓰는 자들도, 손으로 기운을 다루지 않나.


여인과 울림이 한참 동안의 대화를 이어갔다.


둘의 대화에는 관심이 없던 소년이 공동의 맞은편,

여인이 세워 둔 허수아비에 눈을 돌렸다.


“와! 저게 허수아비에요? 정말 튼튼해 보여요.”


단숨에, 아주 단숨에.

소년이 허수아비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달려가는 소년의 등을 바라보는 어미의 표정에 뿌듯함이 들어찼다.


어떻게 박아 세워둔 것인지,

아이의 허벅다리 만한 통나무가 그대로 바닥에 박혀 있었다.


소년의 어깨와 머리 사이 높이에는 열 십자(十)의 모양으로,

박혀 있는 통나무 보다 조금 가느다랗고 짧은 통나무가 팔처럼 뻗어 있었다.


두 개의 통 나무를 어떻게 연결했는지,

마치 한 나무의 가지같이, 두 나무는 하나로 합쳐 있었다.

팔과 연결된 허수아비의 가슴 어림에는

붉은 보석이 박혀 있었다.


피같이 붉은 아이의 주먹보다 조금 작은 보석.

크기로 보아, 돌팔매를 연습할 때 처음 챙겨 온 보석 중 하나였다.


“보석의 색이······ 달라 졌네요?


“그야 내 기운을 불어 넣었으니까?

웬만해서는 부숴지진 않을 거야.

부숴져도 바로 고쳐질 테지만.”


아이가 손을 뻗어,

허수아비의 머리 부분은 소의 머리 모양이 조각되어 있었다.

반지에서 보았던 익숙한 소 머리.

투박하게 새겨 놓았지만 알 수 있었다.


날카롭고 강한 인상의 뿔, 그것과는 어울리지 않는 부드러운 눈매.

따로 떼어 놓고 바라보면 이상한 이 조합이,

어쩐지 어우러진 신묘한 우두(牛頭).

아이의 어미, 어미소의 조각이었다.


“지금 바로. 때려 볼래?”


어미가 다가와 소년을 뒤에서 끌어안으며 물었다.


“네. 지팡이 휘둘러 볼래요.”


아이가 고개를 들어, 제 어미를 바라보며 말했다.


“잠시만. 아주 잠시만.”


어미가 아이를 달래더니, 돌돌 말린 가죽을 들고 와, 허수아비의 얄 팔에 둘렀다.

털을 제하지 않은 가죽.

모양과 크기를 보아 어린 사슴의 가죽이었다.


“자, 이제 되었단다.”


어미가 아이를 한 번 더 끌어 안았다.

아이가 어미 품을 벗어나,

허수아비 옆에 놓인 붉은 지팡이를 들었다.


기분 좋은 올리브의 향이 아이의 손에 묻어났다.


아이가 지팡이를 들고, 허수아비 앞에 섰다.

분명 부드러운 얼굴을 하고 있었는데,

막상 지팡이를 잡고 서니,

알 수 없는 위압감이 허수아비에게서 쏘아져 나왔다.


“후웁.”


진정시키려는 듯, 아이가 크게 호흡을 하였다.


타앙!


이윽고 강한 발 구름과 함께,

아이의 지팡이가 거대한 소의 팔을 내리쳤다.


후웅, 후우웅.

터엉!


보드라운 가죽을 두른 통나무였건만

지팡이에는 강한 울음이 전해졌다.

처음 겪어보는 울림에, 아이의 손에서 지팡이가 벗어났다.


- 처음 잡아 보는 것이 아니다. 기억해라.


부어 오른 손을 바라보는 아이에게, 노왕(老王)의 울림이 참견을 하였다.


“알아요. 그냥, 그대로 느껴보고 싶었어요.”


아이가 허리를 굽혀 바닥에 널브러진 채 아직 울고 있는 녀석을 집어 들었다.


지팡이를 든 아이의 표정이 변했다.

좀 더 짧게, 그리고 단단하게,

표정과 함께 지팡이를 든 손의 위치, 모양이 변했다.


“후웁”


다시금 긴 숨을 들이킨 아이가 한 번에, 거대한 그것을 내리쳤다.


타앗!


아이에게도, 울림에게도 만족스러운 소리가 났다.


붉은 지팡이를 한 번 내려본 아이가

연속해서 거대한 소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타앗! 탁 타닥! 퉁! 타닥!

타다닥! 타닷!


한 번씩.

지팡이를 쥐고 있는 손 모양이 바뀌었다.


손 모양을 따라서 통나무는 다양한 울음을 토했다.

악사의 북소리처럼 한참을 나무 두드리는 소리가 공간을 채웠다.


틱! 툿!


마침내, 나무가 나무에 빗맞는 소리가 울렸다.

어린 가죽이 더는 버티질 못하고 큰 소를 떠났다.


터엉!


나무와 나무가 부딪혔다.

큰 나무에서 강한 울림이 일어, 공동을 가득 채웠다.

붉은 막대가 큰 나무를 따라 울었지만,

소년의 손아귀가 그 울음을 달랬다.


울음이 잠잠해질 즈음, 아이가 지팡이를 바닥에 내려 두었다.


허수아비에 다가가 바닥에 떨어진 가죽을 집으려 할 때,


“리페어 (repair)”


뒤에서 여인의 무심한 목소리가 들렸다.

목소리에 반응해, 붉은 기운이 가죽을 감쌌다.


새 살이 돋아나듯, 짓이겨 벗겨진 거죽이 살아났다.

잠시 뒤엔 가죽 위에 있던, 얼룩덜룩한 털들마저 다시 돋아 났다.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보송한 새 가죽 그대로였다.


붉은 기운에 이끌리어 가죽이 허공을 갈라,

거대한 것의 팔을 다시 둘렀다.


- 호오? 대단하군. 마법인가?


“당신의 세계와는 조금 다르지요?”


울림의 관심에 여인이 대답하였다.


“어엇! 뭐, 뭐에요? 저도 저런 것 할 수 있나요?”


둘의 대화에 끼어들어 아이가 물었다.


“그럼, 공부만 한다면 너도 할 수 있단다!”


- 굉장히 머리가 아프겠지만? 후후······


아이의 물음에 여인의 대답하였고, 울림이 거기 끼었다.


“그럼, 그냥 안 배울래요.”


잠시간을 고민하던 아이가 명쾌한 답을 내었다.


“하지만 리페? 그건 저도 쓸 수 있나요?”


“여기 목상에 걸려 있는 주문어는, 누구든 쓸 수 있지.

저기 보석에서 힘을 끌어 오는 것이거든.

단 주문의 발음이 정확해야 해. 리.페.어. 야.”


여인이 아이의 말에 대답했다.

여인이 한자 한자 또박또박, 발음을 끊어서.

다시금 주문을 뱉었다.


붉은 기운이 목상을 덮더니 사라졌다.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데요?”


- 부수어지지 않았으니까.”


아이의 물음에 울림이 대답하였다.


찌익! 찌이익!

버억!

버억!


울림의 대답에 이어서 여인이 칼을 들어 목상의 가죽을 찢고,

나무 여기저기에 상처를 내었다.


“자, 네가 한 번 고쳐보련.”


여인이 목상에서 비켜 서, 아이를 바라보았다.


“리. 리페이어(repaier).”


“다시, 발음이 부정확하구나.”


“리페어 (repair).”


단 두 번 만에 여인의 때와 같이, 목상에 붉은 기운이 돌았다.

그리곤 아무런 일 없다는 듯. 목상이 이전과 같은 상태로 돌아왔다.


“와! 대단해요!”


아이가 놀라 탄성을 질렀다.


그리곤 다시, 아이가 지팡이를 집어 목상 앞에 서려 하였다.


- 오늘은 여기까지. 손이 상했구나. 기운을 두르면 금방 낫겠지만.

- 어차피 다른 것들도 익혀야 하잖니?


“다른 것이요?”


울림의 말에 아이가 물었다.


“착한 아이는 이제 잘 시간이란다.”

여인이 웃으며 아이를 보듬었다.


“그리고, 자고 일어나면, 아까의 맛있는 과일도 먹을 수 있게 해줄게.”


- 솨케드! 솨케드도!!


여인이 아이를 달래는데, 늙은 자가 거기 끼어들었다.


“주책 맞게 왜 그래요?”


여인이 울림을 타박했다.


“아뇨! 저도 궁금해요. 자고 일어나면 먹어볼래요. 솨케드!”


소년이 여인과 울림의 대화를 가로막았다.


- 하핫! 분명 네 입맛에도 맞을게다!


의기양양한 울림의 목소리와,

어딘지 심술이 돋아있는 여인의 표정에, 소년이 조금은 곤란한 표정으로 웃었다.


“어찌되었든 잘 시간이구나.”


아이를 안아 든 여인이, 두 그루 나무 아래로 가 아이를 눕혔다.


여인의 허벅다리를 베개 삼아 아이가 누웠다.


스륵. 스르륵.


희고 긴 손이 소년의 붉은 머리를 어루만졌다.

꿈결 같은 여인이 꿈결 같이 속삭이며 예의 그 노래를 불렀다.


[][][][][][][][][][][][][][][][][][][][]

♬♪아이의 눈을 가리네.

♬♪어미가 아이의 눈을 가리네.

♬♪너에게 좋은 것만 보여 주고파

♬♪어미는 손으로 아이의 눈을 덮어 가린다네.

♬♪아이는 세상을 보네.

♬♪저기 어미의 손가락 틈바구니에,

♬♪세상이 숨어 있어, 아이는 세상을 바라본다네.

♬♪가린다고 가려지지 않는 손 사이로

♬♪아이는 세상을 배운다네.

♬♪몰래 훔쳐본 세상은 재미가 있어.

♬♪아이는 세상을 간절히 배우게 된다네.

[][][][][][][][][][][][][][][][][][][][]


노래가 채 끝나기도 전에

어미의 허벅다리를 벤 아이가 잠들었다.


- 굳이 노래의 힘을 빌리지 않아도 될 터인데?


“내 아이에요. 좋은 것으로 챙겨주고 싶은.

아름답고, 귀한. 내 아이니까요.”


- 그렇군.


잠든 아이 속에서 울림이 물었다.

여인의 대답 이후로는 울림도 여인도,

더 이상 대화를 이어나가지 않았다.



울림과 여인이 떠난 공동에는,

공동에는 소년만이 홀로 누워 잠들어 있다.


* * * *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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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Chapt 17 – 꽃을 피우는 데, 많은 것이 필요하다. – 6 +1 20.07.27 20 1 17쪽
36 Chapt 17 – 꽃을 피우는 데, 많은 것이 필요하다. – 5 +1 20.07.24 24 1 16쪽
35 Chapt 16 – 꽃을 피우는 데, 많은 것이 필요하다. – 4 +1 20.07.23 25 1 17쪽
34 Chapt 17 – 꽃을 피우는 데, 많은 것이 필요하다. – 3 +2 20.07.22 27 2 17쪽
33 Chapt 17 – 꽃을 피우는 데, 많은 것이 필요하다. – 2 20.07.21 35 0 18쪽
32 Cahpt 17 – 꽃을 피우는 데, 많은 것이 필요하다. – 1 20.07.20 25 0 17쪽
31 Cahpt 16 – 정령들의 세상 - 2 +1 20.07.17 27 1 13쪽
30 Cahpt 16 – 정령들의 세상 - 1 20.07.17 25 0 13쪽
29 Cahpt 14 – 기운의 사용법II. - 2 20.07.16 25 1 13쪽
28 Cahpt 14 – 기운의 사용법II. - 1 +2 20.07.16 30 2 15쪽
27 Cahpt 14 – 목동의 지팡이 II - 3 20.07.15 26 1 17쪽
26 Cahpt 14 – 목동의 지팡이 II - 2 20.07.15 27 1 15쪽
25 Cahpt 13 – 목동의 지팡이 II - 1 20.07.14 27 1 17쪽
» Cahpt 13 – 기운의 사용법. 20.07.14 29 1 20쪽
23 Cahpt 12 – 목동의 지팡이. -2 +1 20.07.13 32 2 16쪽
22 Cahpt 12 – 목동의 지팡이. -1 +2 20.07.13 34 3 16쪽
21 Cahpt 11 – 기운을 차리는데 몸보신만한 것이 없다. +2 20.07.10 33 2 12쪽
20 Cahpt 10 - 지가 가르친다더니 남만 부려먹는다. - 3 20.07.10 32 1 11쪽
19 Cahpt 10 - 지가 가르친다더니 남만 부려먹는다. - 2 +1 20.07.10 41 2 16쪽
18 Cahpt 10 - 지가 가르친다더니 남만 부려먹는다. - 1 20.07.10 41 1 14쪽
17 Chapt09 - 왕께서 구박을 감내하신다. 20.07.09 42 1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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