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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육포 건조장

이 정령사는 영혼이 두 개 입니다. : 레메게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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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육포
작품등록일 :
2020.07.05 17:34
최근연재일 :
2020.08.24 07:40
연재수 :
4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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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글자수 :
293,296

작성
20.07.21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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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Chapt 17 – 꽃을 피우는 데, 많은 것이 필요하다. – 2

DUMMY

“어디서 친한 척이야! 얼른 내려오지 못해?”


소년을 지켜보던, 아이 중 하나가 그에게 소리쳤다.


[어머? 쟤들은 언제 봐도 기분 나빠]

[내버려 둬, 그래도 왕자님의 처남들인데]

[움직이는 장작이다! 태운다!]


각자의 방식으로,

소년의 주변을 따라오던 바람과 불도마뱀이 떠들어 댔다.


“기다리게 하지 말고 뛰어와! 멍청이들아!”


아이들이 가까이 다가가자, 눈 옆에 점이 난 아이가 말했다.


[흥! 멍청이라니!]


“윽, 따가워!”


갑자기 돌개바람이 불어와,

사내의 옆에 서 있는 두 아이의 눈에 흙 먼지를 뿌려댔다.


“샬로쉬, 양들을 보고 있거라.

나머지 녀석들은 날 따라 오고.”


그렇게 하나크가 세 아이와 작은 아이를 떼어 놓았다.

하나크의 뒤를 얼굴이 굳은 한 아이와 서로를 바라보며, 비릿하게 웃는 두 아이가 따랐다.


이제는 익숙해진, 공터의 앞에서 하나크의 걸음이 멈추었다.

공터에는 양털로 양 끝을 감싼 생목(生木) 지팡이 여러 자루가 놓여 있었다.


“서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알고 있겠지?”


하나크가 아이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마음껏 때리라고 하셨죠. 흐흐!”


눈가에 점이 난 아이가, 사내를 보며 말했다.


“이번에도 30 합을 겨루는 건가요?”


“아니, 태양이 땅에 내려와 입을 맞출 때까지.

아니면 누군가 라파 잎으로도 하루에 낫지 않는 상처를 입을 때까지.”


귀한 아이의 물음에, 사내가 짧게 대답했다.


“일찍 끝내고 쉬자고, 우린 다치지 말고. 크큭!”


“당연한 것을!

흐흐. 형이 앞에 서지?”


두 아이가 서로를 바라보며 말했다.

눈에 점이 난 아이가 제 형의 말에 대답을 하며,

형 보다는 조금 짧은 지팡이를 한 손에 쥐었다.


[저 지팡이가 제일 단단해요.]


볼품없이 가느다란 지팡이를, 바람이 알려 주었다.

소년이 바람의 말을 따라,

두 아이의 지팡이보다 조금 가느다란 지팡이를 들었다.


“음......!”


뒤에서 아이들을 지켜보던 사내가 작은 탄성을 뱉었지만,

소년들이 그것을 듣지는 못했다.


“자, 시작하지.”


사내의 말에 눈에 점이 난 아이가,

제 형의 뒤로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그리곤 허리춤에서,

가죽으로 된 슬링을 꺼내어 왼 손에 들었다.


“흐흐! 한 달을 기다렸다.

반쪽짜리랑 시시덕대며 붙어 다니는 꼴을 보고도 참았어.”


“크큭! 형, 배고프다.

빨리 끝내고 떡에 물고기 구이나 싸 먹자고.”


기다란 지팡이를 겨누며, 에하드가 말했다.

곱실한 붉은 머리 사이로 경멸을 담은 눈이 보였다.

둘째는 벌써, 주먹만한 돌을 슬링에 재어 빙빙 돌리고 있었다.


왕자가 먼저, 에하드에게로 짓쳐 들어갔다.


탁!


나무와 나무가 부딪히는 소리가 가볍게 울렸다.


“어딜!”


왕자가 한 발자국 물러나, 붉은 머리 소년에게서 떨어지려 하였다.

이번에는 붉은 머리의 에하드가, 물러서는 소년을 향해 덤벼들었다.


터억!


위에서 덤벼오는 지팡이를, 왕자가 지팡이를 가로로 들어 막았다.


쒜엑!


귓가에 돌 날아오는 소리가 들려 온 것은 그 때였다.


[어머! 위험해요!]

[흥! 어딜!]


무엇이 날아오는 소리에 바람들이 소리쳤다.

한 아이는 위험을 알렸고, 한 녀석은 콧방귀를 뀌었다.


틱!


주륵.


돌풍에 방향이 바뀐 돌멩이가 소년의 다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소년의 다리를 타고 긁힌 상처의 붉은 핏방울이 흘렀다.


“크큭! 배고프다더니 그 따위로밖에 못 던지나?”


“히힛! 아니, 아니! 너무 빨리 끝나도 재미없잖아?”


제 형의 타박에 동생이 허세 가득한 변명을 하였다.


[조심해요. 방향을 바꾸는 것도 버거우니까.]


‘알아. 고마워.’


바람들의 걱정에, 소년이 답하였다.


“하핫! 바람에 방향이 바뀐 것은 아니고?

내일부터는 슈나임 네가 물을 길어야 할 것 같은데?”


“이런 미친! 너 뭐라고 시부렸어?

이젠 봐주지 않을 거니까 각오해!”


언제 봐도 단순한 아이들이다.

단 한 번의 도발에 눈에 점이 난 아이가 흥분했다.


쒜엑!


제 기분이 내키는 대로,

그렇게 슈나임의 돌이 왕자에게 날아 왔다.


“하핫! 고마워! 역시 멍청하네.”


“무, 뭐?”


돌멩이가 출발하는 소리와 함께, 왕자가 에하드를 덮쳤다.


따악!


소년의 지팡이와, 맏이의 것이 부딪혔다.

예상하지 못했던 탓인지,

에하드의 지팡이가 허공을 갈라 바닥으로 떨어졌다.


소년이 자신의 몸을 그대로 한 바퀴 돌려,

지팡이의 다른 끝으로, 에하드를 후려 쳤다.


뻐억!


북을 때리는 듯한 소리가 소년의 배에서 울렸다.


“컥! 쿨럭!”


“혀, 형!”


“거기까지.”


붉은 핏물이 에하드의 입에서 흘렀다.

어느새 다가온 사내의 지팡이가, 두 아이의 사이를 갈랐다.


“에하드는 이쯤에서 쉬게 해야겠군.

둘은 계속 진행하지.”


사내가 맏이를 들쳐 업더니, 다시 뒤로 물러났다.


“이익! 진짜로 가만두지 않을 거야.”


슈나임이 슬링을 내려놓더니,

기다란 지팡이를 들고 다시 소년의 앞에 섰다.


“시작하지”


소리와 함께, 흥분한 아이가 소년을 향해 달려들었다.

아이는 잔뜩 힘이 들어간 손으로 왕자의 머리를 향해 지팡이를 휘둘렀다.


틱!


지팡이가 지팡이를 흘렸다.

하나크에게 매번 당했던 것처럼,

소년이 소년의 몸을 감고 등 뒤에 섰다.


탓!


가볍게, 조금은 무겁게.

왕자의 가느다란 지팡이가 슈나임의 뒷목을 내리쳤다.


“······ 휘유! 일찍 끝났군요.

실력이 많이 좋아지셨습니다!?”


고통에 기절한 맏이를 들쳐 입은 사내가, 왕자에게 말했다.


“둘 다 잠이 드니, 존대를 하시는군요?”


“아우! 그러믄요! 귀하신 분께 항상 실례가 많습니다.”


하나크가 왕자의 말에 넉살을 부렸다.


“하핫, 그런데 왕자님. 저 좀 도와주십시오.”


“응?”


“얘들 무거워요. 하나만 들어 주세요.”


“푸핫! 그래, 나도 목동인데!

양 한 마리 정도는 들어야 목동이지.”


넉살은 어디에 갔는지, 그 사이에 사내의 표정에 진심이 가득했다.

이번에는 사내를 따라 왕자가 넉살을 부렸다.


큰 덩치의 사내와, 조금 작은 덩치의 사내가,

그렇게 아이 둘을 업고 막사로 돌아갔다.


막사 앞 모닥불 가에 가니,

작은 아이가 소년과 사내를 기다리고 서 있었다.


“어서 오세요!”


아이는 생채기 없이 두 발로 걸어 온 소년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지금 ’어서 오세요’ 가 아니다.

네 오라비들을 누일 자리를 만들어라.”


“어? 네, 네엣!”


아이의 눈에 그제야 제 오라비들이 보였다.

입가에 피를 묻힌 아이와 목 뒤가 부어있는 아이.


아이가 놀라 막사의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오늘 저녁은 양을 좀 돌봐 주시겠습니까?

저는 이 녀석들을 돌봐야 할 것 같군요.”


“아니. 싫어.”


하나크의 말에 왕자가 대답했다.


“그렇다면 별 수 없지요.”


하나크가 이내 포기한 듯 말했다.

왕자를 보는 그의 눈빛이 조금 가라앉았다.


“나로 인해서 다친 아이들이야.

내가 돌보게 해줘.”


“하핫! 내가 무슨 생각을.......

알겠습니다. 왕의 흔한 양떼는 대신 제가 돌봐야지요.

왕자님께선 한 마리 양도 귀히 여기세요.”


태양은 하늘의 천장에서 내려오고 있었다.

유독 많은 태양의 빛살이, 귀한 소년의 어깨 위로 쏟아졌다.


“천막 안으로 들어가지. 그 뒤엔 무엇을 해야 하지?”


“일단 들어가서 아이들을 눕히시죠.”


사내의 말을 따라, 왕자가 자신의 무거운 양을 업고 천막에 들어갔다.


천막에는 작은 손으로 제 오라비들의 자리를 마련하는 아이가 있었다.


“미안, 오빠들을 다치게 했네?”


소년이 아이에게 말했다.


“아뇨, 다치지 않으셔서 무엇보다 다행이에요.”


아이가 진심을 다해 말했다.


“자, 그런 이야기들은 오늘 하실 시간이 많습니다!

우선 아이들을 눕혀야 해요.”


사내가, 에하드를 자리에 눕히며 말했다.


“샬로쉬, 라파 잎을 탄 물을!

하나는 매우 옅게 타고, 다른 것은 걸쭉하게“


“네!”


사내의 말에,

아이가 바로 준비하고 있던 라파 잎을 으깨더니 물에 개어내었다.


“슈나엘 녀석을 때리실 때,

손속에 사정을 두시지 않으시면 어쩌나 걱정했습니다.

두 녀석 다 이리 되었으면 오늘 많이 힘들 뻔 했어요.”


“이제 무엇을 해야 하나?”


하나크의 이야기에, 왕자가 해야 할 일들을 물었다.


“우선, 우물 있는 곳으로 가 주세요.

우물 가 땅이 젖은 곳에 보면 잡초들이 자랐을 겁니다.


“응? 잡초?”


“네, 잡초요. 물가에서만 자라는 녀석들이에요.

그 녀석들을 가져 오셔야 합니다.

줄기 부분을 사용할 테니 대충 긴 것을 뜯어 오세요”


“그리 하지.”


사내의 말에 소년이 바로, 우물로 달려갔다.

그의 말대로,

우물의 땅이 젖은 곳에 다른 곳과는 다른 잡초가 자라 있었다.


한 웅큼의 풀을 뜯어, 소년이 다시 천막에로 달렸다.

다른 준비는 모두 끝마쳤는지 사내와 작은 아이가 앉아 있다가,

들어오는 소년을 반겼다.


“빨리 오셨네요. 수고하셨습니다.”


“하아, 하아···. 이만큼이면 되는가?”


인사를 받는 둥 마는 둥, 소년이 가쁜 숨을 몰아 쉬며 사내에게 물었다.


“이런! 하나만 있어도 되었는데,

하핫! 이거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사내가 머리를 긁으며, 소년에게 말했다.


“우선, 그 놈의 줄기에 붙은 잎을 모두 떼어내세요.

그리고 줄기를 살짝 비틀어 주세요.

그러면 속에 심지가 빠져서 대롱 같은 것이 만들어 질 겁니다.”


“이렇게 말인가?”


“네 잘하셨어요.

저기 제가 마시는 독한 술을 대롱에 부어 닦아주세요.”


소년이 사내의 말을 따라 대롱을 독한 술로 닦아 내었다.


“이제부턴 제가 할게요. 좀 쉬셔야죠.”


[크핫! 너 때문에 몸이 뜨겁게 달아올라서 잘 수 없을 걸?]


“시끄러.”


참고 참아 왔었는데 결국 터지고 말았다.

도마뱀 녀석이 지껄여 대는 끈적한 놀림에

머릿속에서 무언가 ‘뚝’ 하고 끊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그만, 생각이 소년의 입을 타고 밖으로 나와 버린 것이다.


“네?”


“아니 그게......, 미안.”


“괜찮아요. 피곤하셔서 그런가 봐요.”


소년의 싸늘한 반응에, 당황한 어린 것의 몸이 굳어 있다.

소년도 그런 아이를 보고 당황해, 사과의 말을 건넸다.


지치지도 않는지 쉬지도 않고

녀석들이 밤새 떠들어대는 통에, 소년의 골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다.


시작은 바람의 아이들 이었다.

분명히, 분명히.

천막 내부는 갑갑하다며, 잘 들어오지 않던 아이들이었다.


무슨 바람이 분 것일까?

한 녀석이 살금살금 기어들어 오더니,

그 뒤로 바람들 몇몇과, 불의 훈기가 따라 들어왔다.


사라락, 사락


[······?]


처음에 녀석들은 가만히 소년의 눈치만 보았다.

이따금 소년과 아이의 머리와 소매 깃을 흩어 놓는 정도가 전부였다.


아이들의 말문이 터진 것은 그 후로 한참이 지나,

소년과 소녀의 손이 스치듯 닿았을 때부터였다.


소년은 한 손으로 에하드의 입에 꼽힌 대롱을 잡고,

다른 손으로 한 방울씩 라파즙을 떨구고 있었다.

꽤나 오랜 시간을 같은 자세로 소년이 아픈 아이를 돌보고 있었다.


“으음······”


잠시 팔이 저려와,

소년이 대롱을 잡던 손으로 스푼을 든 팔을 주물렀다.


“제가! 제가 도와드릴게요!”


작은 아이가 다가와

소년의 손에 들린 스푼을 빼앗아 들었다.

톡!


순간 작은 손과, 큰 손이 닿았다.

뜨거운 것에 데인 듯, 소년의 손이 화들짝 놀라 움츠려 들었다.


턱!


나무를 깎아 만든 스푼이 소년의 발등에 떨어졌다.


[앗 닿았다! 닿았어!]

[어때요? 찌르르 한 기분이 들어요?]

[아냐, 지니아님이 ‘몰캉몰캉’ 이랬어!]


둘의 얼굴이 붉어질 해도 없이,

참았던 바람들의 수다가 터져 나온 것은 그 때였다.


지니아는 어느 세상의 말을 주워다가 왔는지,

그새 아이들에게 알아들을 수 없는 말들을 가르쳐 놓았다.


“에잇! 꽁냥꽁냥 거리는 통에 아프지도 못하겠네!

바람은 왜 자꾸 들어오는 거야? 천막에 구멍이라도 뚫렸나?”

분위기를 감당 못한 다른 소년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엇? 일어났어요?

“좀 더 누워 있어야 해요.”


귀한 아이가, 일어난 아이에게 말했다.

아이의 말을 따라, 작은 아이가 그의 말을 이었다.


“낯 간지러워서 더는 못 있겠더구나.

이것으로 네 혼례식은 본 것으로 쳐도 되겠어.”


“그게 무슨!”


오라비의 빈정거림에 소년과 아이의 볼이 붉게 물들었다.

아이가 더듬거리며, 제 오라비를 걱정하는 말을 이었다.


“그, 그래도 좀 누워서 쉬세요.”


“됐어. 충분히 누워 있었어.

자존심 상하게 저 녀석이 한방에 기절시켜줘서.

별로 다치지도 않았거든.”


제 누이의 말을 자르며,

붉은 곱슬머리를 가진 아이가 일어났다.


“목 뒤가 좀 얼얼하지만 이 정도면.......

그리고 하나크님도 쉬어야 할 것 아냐?

형은 잘 부탁한다. 그리고......, 고마워.”


슈나엘이 누구에게 하는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하였다.


일부러 들리지 않도록, 작고 부정확하게 말을 했지만,

그 소리를 바람의 아이들이

들어야 할 자에게 정확하게 전달했다.


슈나엘이 나가자 두 사람 사이에,

잠시 묻혀있던 어색한 침묵이 찾아왔다.


“이제는 좀 주무세요. 돌봐야 할 사람은 한 명으로 족하답니다.

저는 낮에 좀 자면 되요.”


“그, 그럴까?”



작은 아이가 거듭 권했다.

아이에게도, 작은 아이에게도, 그것은 속마음을 숨길 좋은 기회였다.

소년이 제안을 못 이기는 척, 슈나엘이 누웠던 자리에 얼른 가 누웠다.


[크큭! 나는 이 결혼 찬성!]

[나도 참석할래!]

[크하핫! 볼이 익었다! 장작을 가져와라! 다 태워라!]


슈나엘이 나가기 전 말했던 ‘혼례’ 이야기에 붉어진 볼을

눈치 채지 못했던 것은, 두 아이뿐.

자연의 아이들은 저마다의 소리로 소년을 놀려 대었다.


‘잘 거야. 잘 거야. 잘 거야.’


거룩한 주문을 외우듯.

소년이 두 눈을 질끈 감고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렸다.

곧 어미의 복중(腹中) 아이 같은 자세로 소년이 잠들었다.


[.......핫! 진짜 자ㄴ···]

[···끄러우니까 도망 가느······]


바람의 소리도, 불의 온기도 점점 멀어져 갔다.

익숙하고 깊은 어둠이 소년을 덮었다.

소년의 의식이 텅 비어졌다.



* * * * * * * * *



“······”

- .......


“정령들......, 시끄럽네요.”


막 자다 깬 아이가, 아무도 없는 공동에서 말했다.

분명히 아무도 없는데, 그 말을 어디선가 울림이 나와 받았다.


- 그게......, 아무래도 네 탓 같구나.


“네? 제 탓이요?”


- 내가 어릴 때는 그들의 소리가 그렇게 선명하게 들리진 않았어.

- 아마도, 네가 듣는 소리를 내가 듣게 된 것 같아.


“당신이 아이의 기운을 쪼개면서,

기운이 쓸데없이 뭉쳐서 그래요.”


어느새, 두 사람의 대화에 붉은 머리의 여인이 끼어들었다.


윤기가 흐르는 붉은 머리, 가무잡잡한 손까지.

소년이 보기에 여인은 꿈에서 본,

샬로쉬와 어딘지 모르게 닮아 있는 것 같았다.


“작지만 밀도가 높은 기운 때문이에요.

이쪽으로 불려온 아이들이,

온전히 의지를 말할 수 있는 것을 보면.”


- 하긴, 내가 알고 있는 하급의 정령들이 아니야.


“원래의 정령들과 달라요?”


“응 달라. 많이 다르지.”


아이의 물음에 어미가 대답하였다.


“전에도 이야기 했지만, 하급이나 중급의 정령은

정령계가 아닌 곳에서는 말을 할 수 없어.

엘프들도 기껏해야 그들의 기분을 느끼는 수준이지.”


- 너의 하급 정령들은 너무 선명해.

- 원래라면 그저 옅은 기운처럼 보여야 하는데···

- 마치 정령의 세계에서 직접 그들을 보는 것 같구나.


“사람들이 정확한 정령의 모습을 모르는 이유는 그 때문이죠.”


울림의 말을 어미가 이어 받았다.


- 그래서인지 기운을 많이 가져다 쓰는 것 같아.


아이는 하급의 정령들을 한 시간 동안 불러 낼 수 있었다.

중급의 정령인 나이아스-잇샤나, 슈리엘-프네오의 경우는 10분이 고작이었다.


힘을 빌려다 사용하는 것이 아닌, 그저 불러서 대화하는 데에만,

솔롬의 경험상 이것은 말이 되지 않는 경우였다.


“으음, 그래요? 네페쉬!”


아이가 자신의 가장 작은 바람 아이를 불렀다.


[네제르! 그런데 나만 불렀네?]

[오늘은 오래도록 놀 수 있겠다!]


“응! 그래. 오늘은 오래도록 놀자.


그런데 네페쉬!”


[응? 왜 그래요? 뭐 하고 놀려고요?]


“혹시 기운을 조금만 적게 가져갈 수 있을까?

그래야 너와 조금 더 오래도록 놀 수 있을 것 같아.

사실, 너희를 오래 부르고 나면 힘들거든.”


[흐음......, 알았어요!]


아이의 말에 바람의 정령이 잠시 고민하더니 수긍하였다.


파앗!

스슥, 스윽.


순간 정령의 몸에서 밝은 빛이 터져 나왔다.

조금씩, 조금씩, 정령의 몸이 투명하게 변해 갔다.

그 크기도 조금씩 줄어, 나중에는 아이의 주먹만한 크기가 되었다.


[이 정도면 어때요?]

[이 이상 기운을 빼면 말을 할 수 없어요]


- 호오! 조절이 가능한 것이었군?


“응! 훨씬 편해졌어!

다른 아이들도 기운을 조금만 사용할 수 있겠지?”


[그럼요!]

[네제르, 원한다면 제게 보내는 기운을 강제로 줄일 수 있어요.]


“응? 그랬어?”


[네! 기운을 끊는 상상을 하···]


- 호오? 아직 익숙하지 않을 테니, 내가 해보지.


네페쉬의 설명대로,

울림이 기운을 조절하여, 정령에게로 가는 기운을 줄여갔다.


네페쉬의 몸이 점점 뭉그러지더니, 녹색의 반투명한 공처럼 변했다.


- 오오! 이거야! 이것이 내가 아는 정령이야.


[······]


솔롬은 멈추지 않고,

조금씩 정령에게로 향하는 기운을 줄여갔다.


팟!


결국에는 바람에 촛불이 꺼지듯, 정령이 허공에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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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Chapt 18 - 별의 조각 - 3 +1 20.08.12 13 1 13쪽
43 Chapt 18 - 별의 조각 - 2 +1 20.08.10 15 1 11쪽
42 Chapt 18 - 별의 조각 - 1 +2 20.08.07 20 2 12쪽
41 Chapt 17 - 괴팍한 난장이 - 4 +2 20.08.05 21 2 13쪽
40 Chapt 17 - 괴팍한 난장이 - 3 +2 20.08.03 19 2 13쪽
39 Chapt 17 - 괴팍한 난장이 - 2 +3 20.07.31 19 2 12쪽
38 Chapt 18. 괴팍한 난장이 -1 +1 20.07.29 20 2 13쪽
37 Chapt 17 – 꽃을 피우는 데, 많은 것이 필요하다. – 6 +1 20.07.27 20 1 17쪽
36 Chapt 17 – 꽃을 피우는 데, 많은 것이 필요하다. – 5 +1 20.07.24 24 1 16쪽
35 Chapt 16 – 꽃을 피우는 데, 많은 것이 필요하다. – 4 +1 20.07.23 25 1 17쪽
34 Chapt 17 – 꽃을 피우는 데, 많은 것이 필요하다. – 3 +2 20.07.22 27 2 17쪽
» Chapt 17 – 꽃을 피우는 데, 많은 것이 필요하다. – 2 20.07.21 35 0 18쪽
32 Cahpt 17 – 꽃을 피우는 데, 많은 것이 필요하다. – 1 20.07.20 25 0 17쪽
31 Cahpt 16 – 정령들의 세상 - 2 +1 20.07.17 27 1 13쪽
30 Cahpt 16 – 정령들의 세상 - 1 20.07.17 25 0 13쪽
29 Cahpt 14 – 기운의 사용법II. - 2 20.07.16 25 1 13쪽
28 Cahpt 14 – 기운의 사용법II. - 1 +2 20.07.16 30 2 15쪽
27 Cahpt 14 – 목동의 지팡이 II - 3 20.07.15 26 1 17쪽
26 Cahpt 14 – 목동의 지팡이 II - 2 20.07.15 27 1 15쪽
25 Cahpt 13 – 목동의 지팡이 II - 1 20.07.14 27 1 17쪽
24 Cahpt 13 – 기운의 사용법. 20.07.14 28 1 20쪽
23 Cahpt 12 – 목동의 지팡이. -2 +1 20.07.13 32 2 16쪽
22 Cahpt 12 – 목동의 지팡이. -1 +2 20.07.13 34 3 16쪽
21 Cahpt 11 – 기운을 차리는데 몸보신만한 것이 없다. +2 20.07.10 33 2 12쪽
20 Cahpt 10 - 지가 가르친다더니 남만 부려먹는다. - 3 20.07.10 32 1 11쪽
19 Cahpt 10 - 지가 가르친다더니 남만 부려먹는다. - 2 +1 20.07.10 41 2 16쪽
18 Cahpt 10 - 지가 가르친다더니 남만 부려먹는다. - 1 20.07.10 41 1 14쪽
17 Chapt09 - 왕께서 구박을 감내하신다. 20.07.09 42 1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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