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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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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로웰크란
작품등록일 :
2014.05.26 20:26
최근연재일 :
2014.07.04 22:42
연재수 :
138 회
조회수 :
183,008
추천수 :
3,198
글자수 :
630,487

작성
14.07.02 15:33
조회
1,088
추천
14
글자
8쪽

끝이 난 뒤에 (1)

DUMMY

‘우쒸,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거야.’

10구가 넘는 치열한 승부 끝에 마지막 타자인 류광호를 헛스윙 삼진으로 잡고 극적의 노히트노런을 달성하며 승리를 쟁취한 이인은, 같은 팀원들과 승리의 기쁨을 나누고 돌연 찾아온 중계진의 인터뷰에도 응답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낸 뒤 현재 목동구장의 경기장 내부를 수색하고 있었다. 모든 게 끝이 나고 시간에 여유가 생기자 류광호를 삼진으로 돌려세운 마지막 공을 최강수에게 달라고 했더니 그가 경기가 끝나자 그냥 던져버렸다(……)는 다소 황당한 답변을 듣게 된 탓이었다.

그것은 기념구라고 하는 개념을 잘 이해하지 못하여 생겨난 실수였는데, 이인은 이로 인해 졸지에 경기장 내부에 있는 담장의 여기저기를 쏘다니게 되었다. 그가 공을 던진 곳이 담장 쪽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어디를 보아도 공이 도통 보이지 않아 그 수색작업은 다소 길어지고 있었다. 원래라면 다른 이들과 함께 뒷정리를 해야겠지만, 기념구가 무얼 의미하는지를 다들 너무 잘 알고 있었기에 이인은 거기에서 제외를 해주었다. 여담으로 기념구에 대해 뒤늦게 알게 된 최강수는 이인에게 어쩔 줄을 몰라 했다. 그는 손이 발이 되도록 빌며 미안하다는 뜻을 보여, 이인은 그냥 피곤한 표정으로 대충 응대한 뒤 수색에 집중하고 있었다. 부상을 입었기 때문에 무리를 해서 좋을 게 없었지만 경기가 끝나고 나서 인터뷰를 할 때 트레이너가 아이싱을 비롯하여 응급처치를 해준 덕분에 큰 문제는 없었다. 그래도 부상이 다 나은 것은 아니라 오늘 내로는 꼭 병원에 가야만 했다.

그래도 꾸준히 수색을 계속한 집중력이 결실을 맺게 된 것일까?

‘어…… 있다!’

최강수가 던졌다고 하는 좌측 담장을 꾸준히 찾은 결과 이인은 구석에서 공 하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다른 공일 수도 있겠지만 오늘 경기는 자신들의 경기 외에는 달리 없었으므로 그럴 가능성은 없다고 해도 될 법했다. 목적이었던 기념구의 회수에 성공하자 이인은 즉각 다음 행동에 나섰다.

뚜루루

기념구를 주머니에 챙긴 이인이 이어서 보인 행동은 핸드폰으로 전화를 거는 것이었다. 곧 신호음이 몇 번 가더니,

-네에, 여보세요.

이인의 전화는 금방 연결되었다. 그가 전화를 건 사람은 이시영이었다.

“여보세요가 아니지. 송민희 같이 있지? 경기장은 나간 것 같은데, 지금 어디에 있어?”

이시영 특유의 발랄한 목소리가 들려오자 이인은 즉각 용건부터 말했다.

사실 그는 다소 초조함을 느끼던 참이었다. 경기가 끝나고 나서 사람들이 빠져나가는 관중석 쪽을 보니 오늘 경기를 하는 내내 자신에게 일종의 이정표가 되어주었던 팻말이 사라진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그 곁에는 이시영이 있었으므로 잘 붙잡아주었으리라고 믿고 인터뷰도 최대한 간결하게 단답식으로 끝냈었다. 그런데 이놈의 기념구에서 일이 생기는 바람에 부랴부랴 뒤늦게 찾기 시작해 찾았으니 위치를 묻는 것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기념구 따위는 별로 관심이 없었지만, 오늘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것을 수행해내려면 필요한 존재가 되었다. 기념구는 진심을 표현하기 위한 방도로 쓸 수 있을 터이니 말이다.

-음? 그걸 왜 나한테 물어?

이러한 이인의 심정을 아는 것인지 모르는 것인지 이시영으로부터 들려온 대답은 그가 원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녀의 대답에 이인이 얼굴을 일그러뜨리는 것은 당연했다.

“이…… 줄곧 같이 있었던 네가 아는 게 당연하니까 묻는 거지. 지금은 장난을 쳐도 좋을 때가 아니야. 그 정도에서 멈춰. 도대체 어디야……. 설마 보낸 건 아니겠지?”

이 정도의 난관은 이시영의 성격으로 볼 때 충분히 예상이 가능한 것이었다. 따라서 이인은 스스로의 감정을 다스리며 송민희의 행방에 대해 묻다가도 불현 듯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물었다. 어쩌면 경기가 끝남에 따라 돌아가려고 하는 송민희를 붙잡는 데에 실패하여 이시영이 그것을 얼버무리려고 이러는 것일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글쎄, 그보다 너한테 물을게, 인아. 너는 내가 그걸 대답해줄 거라고 생각하니?

그러나 꼭 그런 것은 아닌 듯했다. 만약 그런 것이라면 쉬이 대답을 하지 못할 것인데, 의외로 이시영의 말은 시원스레 나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별명이 불여우인 것처럼 그 꿍꿍이는 도무지 알 수가 없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래도 지금은 그런 것을 고려할 때가 아니었다.

“당연하지. 그래서 묻는 거야. 얼른 말해. 송민희 지금 어디에 있어. 말투를 보아하니 집에 보낸 것 같지는 않은데.”

따라서 이인은 오래 고민하지 않고 송민희의 행방을 다시 한 번 물었다. 그런데 이번 말에 대해서는 좀처럼 이시영으로부터 들려오는 말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것이 어느 정도냐면 이인이 순간 전화가 끊어진 게 아닌가하는 착각이 들어 핸드폰의 화면을 확인했을 정도였다. 그가 초조해지는 심정을 억지로 참으며 한참을 기다리자, 마침내 이시영으로부터의 대답이 존재했다.

-……인아, 한 가지만 물을게. 너는 날 어찌 생각해?

“어찌 생각하기는. 그거야…….”

-진지하게, 그리고 솔직하게…… 그러면 말해줄게. 민희가 어디에 있는지.

‘이거 왜 이래? 뭐 잘못 먹었나?’

대화가 조금 길어지자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기념구를 매만지던 이인은 이시영이 대뜸 뜻밖의 질문을 던지자 시시한 농담이라고 판단하여 대충 대답하려고 했으나 그녀가 이어서 드물게도 진지한 목소리로 덧붙이는 말에 의아함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요구대로 따르지 않으면 송민희를 만날 수는 없는 것처럼 보여, 이인은 잠시 뜸을 들이다가 대답했다.

“흠, 네가 원하는 대답이 될지는 모르겠는데 우리 사이가 친구 외에 달리 정의할 수 있는 게 있나싶은데. 아, 물론 당한 게 많은 나는 널 지칭하는 데에 불여우라고 할 수는 있겠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농담이고…… 그냥 좋은 친구지. 됐냐? 이런 걸 묻는 걸 보니 대충 알 것 같네. 내가 오늘 역투를 하는 걸 보니 괜히 가슴이 벅차오른 거지? 크크크, 류광호 그거한테 복수도 제대로 했잖아. 설마 노히트노런을 할 줄은 몰랐지만. 아, 나 TV 인터뷰도 했으니까 나중에 TV 꼭 봐라. 불여우 너 이야기도 좀 했다. 물론 좋은 쪽으로. 아무리 나라도 사석이 아니어서 그런지 험담은 못하겠더라고.”

이렇게 말하는 이인의 표정에는 그 목소리만큼이나 일종의 편안함 같은 게 느껴지고 있었다. 그 모습으로 보아 지금 한 말은 어디까지나 진심인 게 분명했다.

이시영 또한 이인의 대답에서 이러한 걸 느낀 듯했다.

-역시…… 인이 너라면 그렇게 말해줄 것 같았어.

그녀는 예상했었다는 듯한 어조로 말했다. 그리고는 말을 이었다.

-민희는 내가 일부러 밖에서 기다리게 했어. 야구장 4번 출입구 쪽이야. 늦기 전에 얼른 가봐. 너 인터뷰 끝나고 나서 보냈으니 계속 기다리고 있을 거야.

“엑? 인터뷰 끝나고 나서 보냈다고? 우씨, 빨리 좀 말해주지 그랬냐. 아무튼 땡큐! 나중에 보자!”

마침내 이시영으로부터 송민희의 행방에 대해 알게 되자 이인은 투덜거리면서도 얼른 등을 돌려다가 뛰어갔다. 인터뷰는 끝난 지 꽤 되었는데 그때 보냈다고 하니 우는 소리를 내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이인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자신의 그러한 모습을 이시영이 관중석에서 멀리서 홀로 지켜보고 있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거리가 너무 가까웠던 게…… 오히려 안 좋았던 걸까.”

몸도 성치 않은 주제에 부리나케 경기장을 뛰어가는 이인을 보며 이시영은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그런 그녀의 표정은 너무나도 공허하여, 거기에서는 일종의 슬픔이 느껴지고 있는 듯했다.


작가의말

+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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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 끝이 난 뒤에 (2) +3 14.07.03 1,362 17 13쪽
» 끝이 난 뒤에 (1) 14.07.02 1,089 14 8쪽
135 그들의 이야기 +1 14.07.01 1,202 13 14쪽
134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14) +1 14.06.30 1,146 20 22쪽
133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13) 14.06.29 880 11 12쪽
132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12) +2 14.06.28 975 13 9쪽
131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11) +2 14.06.27 1,128 12 9쪽
130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10) +2 14.06.26 1,111 9 9쪽
129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9) 14.06.25 936 8 9쪽
128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8) 14.06.25 943 10 15쪽
127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7) 14.06.24 980 10 6쪽
126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6) +4 14.06.23 984 8 11쪽
125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5) 14.06.23 937 7 11쪽
124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4) +4 14.06.22 948 9 10쪽
123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3) 14.06.21 961 11 8쪽
122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2) +2 14.06.20 965 10 14쪽
121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1) 14.06.19 1,007 8 14쪽
120 준비 (3) 14.06.18 870 9 9쪽
119 준비 (2) +2 14.06.17 962 7 13쪽
118 준비 (1) 14.06.16 934 10 12쪽
117 가을축제에 (4) +2 14.06.15 934 10 15쪽
116 가을축제에 (3) 14.06.14 1,091 9 10쪽
115 가을축제에 (2) 14.06.13 978 11 9쪽
114 가을축제에 (1) +3 14.06.13 1,088 12 9쪽
113 암운이 드리워지다 (6) +2 14.06.12 1,021 1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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