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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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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로웰크란
작품등록일 :
2014.05.26 20:26
최근연재일 :
2014.07.04 22:42
연재수 :
13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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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30,487

작성
14.06.11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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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글자
10쪽

암운이 드리워지다 (4)

DUMMY

“전달사항은 이게 다다. 곧 축제라고 너무 들뜨지 말고, 학생의 본업은 어디까지나 공부이므로 초심을 잃지 않도록 해라.”

개학식을 하고 나서 어연 한 주가 흐른 시점이었다. 처음에는 아무래도 방학이 막 끝난 시점이라 교실이 다소 소란스러웠지만, 역시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는 것인지 그것도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점점 줄어들었고 주말이 한번 지나자 언제 그랬냐는 듯 반 분위기는 평범해졌다.

아니, 사실 그 분위기라는 것도 객관적으로 보면 약간은 들뜬 상태였다. 지금 종례를 하고 있는 담임이 말하는 것처럼 고등학교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축제가 이제 머지않았기 때문이었다.

‘축제라…….’

다소 멍한 표정으로 턱을 괸 채 창밖을 응시하고 있던 이인은 담임의 축제를 언급하는 말에 속으로 조용히 그 말을 되뇌었다. 지금까지는 별 달리 생각이 없었지만 막상 듣고 보니 거기에 연상되는 요소가 상당히 많았던 탓이었다.

축제는 중학교 때도 겪어보아 잘 알고 있었다. 야구부를 탈퇴하고 쥐죽은 듯 조용히 있던 3학년 때는 아무래도 그러한 걸 즐길 여유가 없었지만 그 전에는 야구부원들이 다 같이 모여 실컷 즐기지 않았던가. 모든 문제가 해결된 지금 그들의 얼굴도 다시 보고 싶었지만, 그들과는 달리 그 누구보다 가까이 하고 싶었던 사람은 이제…… 곁에 없었다.

“……아, 그리고 송민희 말인데.”

이인이 혼자 사색에 잠겨있을 무렵, 반을 나가려고 서류를 정리하던 3반의 담임은 뒤늦게 생각났다는 듯 말했다.

그가 말을 이었다.

“독감이 생각보다 심한 것 같더구나. 아직까지 상태가 호전되지 않고 있다고 한다. 너희들도 날씨 덥다고 너무 에어컨만 쐬지 말고 조심해라. 여름감기가 더 골치 아픈 거야.”

-네~!

‘감기……인가.’

담임의 감기를 조심하라는 말에 모두가 입을 모아 대답하는 광경을 보며 이인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담임이 지금 말한 것처럼, 송민희는 개학을 한 직후부터 독감에 걸려 학교에 나오지 않고 있었다. 어찌나 심한지 한 주라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학교에 얼굴을 비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인은 알고 있었다. 송민희가 정말로 독감에 걸려서 학교에 나오지 못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그녀가 나오지 못하는 건…… 개학식날 밤에 자신이 보낸, ‘그 문자’가 원인인 게 분명했다. 그렇지 않다면 학교에 나오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정말로 독감에 걸렸을 수도 있겠으나, 그렇게 해석하기에는 타이밍이 너무 절묘했다.

“후우…….”

그렇기에 창밖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던 이인은 이내 한숨을 푸욱 내쉬었다. 그것은 지금이라는 현실에 너무나도 갑갑함을 느낀 나머지 자연스럽게 나온 행동이었다.

“……그럼 이상! 반장!”

“차렷, 경례!”

-감사합니다, 선생님!

“아무래도 송민희 상태가 너무 심각한 것 같다, 인아. 우리가 문병이라도 가는 게 좋지 않겠어?”

“아서라. 괜히 찾아갔다가 옮으면 어쩌려고. 그 녀석 성격상 그런 데에 더 신경 쓸 거라는 건 너도 잘 알잖아.”

모든 전달사항을 듣게 됨에 따라 마침내 종례를 하게 되자 앞자리에 있던 최강수는 고개를 돌려다가 뒤에 있는 이인을 향해 병문안을 제안했는데, 이인은 그의 제안에 심드렁한 표정으로 고개를 살짝 가로저으며 말했다. 송민희가 정말로 독감에 걸린 게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고, 만약 자신이 그녀를 찾아가게 된다면 어떤 일이 초래할 것인지는 안 봐도 알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지금은 그냥 혼자 두는 게 좋아……. 지금처럼 내가 나쁜 놈으로 각인이 된 상태에서 시간이 지나가는 거야. 그러면 점점 익숙해지겠지. 그리고 서서히 잊히는 거다……. 그러면 될 일이야.’

이인은 송민희에 대한 걸 떠올리게 되자 자연히 자신이 한 악행까지도 같이 생각이 나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생각을 계속 한다고 해서 좋을 게 없었기에, 이인은 그냥 스스로를 독려하는 것으로 끝냈다.

“그런가? 아쉽네. 그럼 내일 보자.”

“오냐, 내 자리까지 깨끗하게 부탁한다.”

최강수는 개학식에 지각을 하고 나서 그쪽 방면으로 각성을 한 것인지 요즘 계속 지각을 피하지 못하고 있었다. 부활동은 학교 지침 상 방학이 끝난 직후라 적응을 위해 아직까지는 모든 부가 쉬고 있었다. 따라서 야구부 또한 휴식을 갖게 된 터라 이인은 현재 야구에 복귀했음에도 불구하고 오후에는 비교적 한가하다고 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그는 병문안에 대한 자신의 말을 듣고 고개를 갸웃거리던 최강수가 손을 들어다가 인사를 하자 거기에 가볍게 응수하고는 이내 자리에서 일어나 교실을 나서 건물을 나왔다.

제법 늦은 시각이었으나 아직 계절이 여름이어서 어두워지지는 않았다. 하늘에 붉은 노을이 아름답게 드리워진 게, 꽤나 운치가 느껴지는 광경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인은 최근 상태가 상태인지라 그런 데에 별 감흥을 느낄 수가 없었다. 건물을 나온 그는 곧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다가 귀에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틀었다.

본래 음악 같은 것은 원체 관심이 없어서 가수도 잘 몰랐으나 최근 이인은 음악을 자주 듣고 있었다. 귓가에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맨 정신으로는 지금이라는 현실을 버텨낼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너는 모르지. 너만 모르지.

‘으음, 역시 발라드가 최고야.’

음악을 막 듣기 시작한 초보라고는 해도 좋아하는 장르는 존재했다. 이인은 시끄러운 헤비메탈 같은 것보다는 잔잔한 분위기가 흐르는 발라드를 선호했다. 최근에 최고의 가수를 뽑는 자리에 나와 모든 경쟁자들을 이기고 가수왕에 오른 남자가수의 노래가 귓가에 울리자 이인은 만족감을 느끼며 교문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잠깐 기다려줄래. 지금 데리러갈게.

‘데리러 간다라…….’

이인이 현재 듣는 노래는 애절함을 호소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노래였다. 묵묵하게 노래를 들으며 발걸음을 옮기던 이인은 가사가 입에 달라붙는 게 느껴지자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 왜인지 노래가 지금 자신의 처지와 조금 닮은 구석이 있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왜 자꾸 울기만 하니. 가자, 가자, 어디에 있니.

‘눈물이 아주 없지는 않은 성격인데…… 설마 울지는 않겠지.’

가사를 들으니 문득 학기 초에 불량배들과의 시비에서 피를 목격한 송민희가 눈물을 터트린 게 떠올랐다. 그것을 떠올리게 되자 이인은 울적함을 느꼈다. 자신 때문에 벌써 한 주째 등교를 거부하고 있는 그녀가 눈물까지 보인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아파온 탓이었다.

-너는 모르지. 너만 모르고 있지. 너를 사랑하는 내 마음을.

‘사랑이라……. 그렇게 거창한 건 아닌 것 같은데, 후우…….’

문득 노래가 절정부분까지 나오자 이인은 막 귓가에 들린 사랑이라는 단어를 되뇌다가도 교실에서처럼 또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울적함을 잊으려고 듣기 시작한 노래였건만 어째 지금 노래를 들으면 들을수록 더 힘들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아 그런 것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혼자 궁상을 떨던 이인은 곧 의아한 표정을 지어야만 했다.

‘잉? 뭐지? 다들 표정이 왜 저래?’

노래에 심취해서 주변이 눈에 들어오지 않고 있었는데 뒤늦게 마찬가지로 하교를 하고 있는 주변의 학생들을 보니 저마다 자신을 손으로 가리키며 놀라는 표정을 짓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개중에는 거의 경악하는 표정으로 입가를 가리고 있는 학생들도 더러 존재했던 터라 이인은 도저히 영문을 알 수가 없어 멀뚱멀뚱 그 자리에 그냥 가만히 있었는데, 곧 그 정체가 밝혀졌다.

“……이인~! 이 쏘왜끼야~!!!!”

퍼억

“끄아아아악-!”

이인은 순간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이어폰을 꽂고 있어 잘 들리지 않는 귓가를 통해서도 똑똑히 들리는, 거의 괴성에 가까운 목소리를 듣게 됨과 동시에 뒤쪽으로부터 어마어마하게 큰 충격을 받게 된 탓이었다. 등에 책가방을 매고 있었던 터라 그 충격을 고스란히 받은 건 아니었으나 워낙 갑작스레 당한 거라 대처가 불가능했다.

무방비 상태에서 등 쪽을 가격당한 것이다. 그로 인해 이인은 처절하게 길바닥을 굴렀다. 다행히 길바닥이 돌이나 자갈이 넘치는 비포장도로는 아니어서 큰 상처는 없었다.

“이런 미친……! 어떤 새끼야!”

세상을 살다보면 여러 가지의 기이한 일을 겪는다지만 설마 하교 도중에 지금 같은 기습을 당하게 될 줄은 몰랐던 터라 이인은 전신을 통해 느껴지는 고통에 얼굴을 찡그리다가도 씩씩거리며 금방 자리에서 일어났다. 최근까지는 쉬었다지만 초등학생 때부터 꾸준히 야구를 해두어서 체력은 꽤나 좋은 그여서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자리에서 일어나 기습을 시도한 이의 얼굴을 본 이인은 곧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짓게 되었다.

“나다, 왜. 떫냐?”

그 방향에는 이시영이 홀로 팔짱을 낀 채 한껏 도도한 표정을 짓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지금의 행동으로 보아 조금 전의 기습은 아무래도 그녀가 시도한 게 맞는 듯했기에 이인은 그냥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그냥 가만히 서 있는 게 전부였다. 지금 같은 전개는, 개학식 이후로 송민희가 학교에 나오지 않게 된 날부터 어느 정도는 익히 예상했던 바여서 그런 것이었다.


작가의말

이 쏘왜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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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12) +2 14.06.28 975 13 9쪽
131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11) +2 14.06.27 1,128 12 9쪽
130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10) +2 14.06.26 1,110 9 9쪽
129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9) 14.06.25 936 8 9쪽
128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8) 14.06.25 943 10 15쪽
127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7) 14.06.24 980 10 6쪽
126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6) +4 14.06.23 984 8 11쪽
125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5) 14.06.23 937 7 11쪽
124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4) +4 14.06.22 948 9 10쪽
123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3) 14.06.21 961 11 8쪽
122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2) +2 14.06.20 965 10 14쪽
121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1) 14.06.19 1,007 8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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