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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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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로웰크란
작품등록일 :
2014.05.26 20:26
최근연재일 :
2014.07.04 22:42
연재수 :
13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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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30,487

작성
14.06.16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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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준비 (1)

DUMMY

야구장도 구했고, 같은 학교의 학생은 아니라지만 함께 뛸 선수들도 모였다. 그런 만큼 이인은 본격적으로 훈련에 돌입했다.

아무리 예전에 같은 팀이었다고는 하나 당시의 그는 백업으로 뒤에만 있는 일이 잦았던 터라 실질적으로 함께 경기를 뛴 것은 마지막 경기였던 추계야구대회의 준결승전이 전부였다. 야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선수들 간의 호흡이라고 할 수 있었기에 이인은 곧장 인근의 공터에서 훈련에 매진했다. 다행히 이번에 함께 뛸 예정인 선수들은 아직도 인천에 있는 안경연을 제외하면 고등학교를 비교적 서울에서 그리 멀지 않은 데에 다니고 있어 모이는 데에는 큰 지장이 없었다. 더군다나 지금은 대부분의 학교가 축제 준비를 위해 단축수업을 하고 있어, 거의 오후가 되면 모두가 훈련장으로 정한 공터에 모일 수가 있었다. 물론 그러려면 축제에 대한 스스로의 할당량은 미리 끝내야만 했기에 다소 버겁다고 할 수 있었으나 거기에는 어느 누구도 불평을 토로하지 않았다. 그만큼 남은 시간이 촉박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이번에 하게 될 경기가 정말로 마지막이라는 걸 숙지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퍼억

“좋은 공이에요, 인이 형!”

당연한 것이지만 1주 뒤의 토요일에 목동구장에서 하게 될 경기에서 이인은 그 자신의 포지션에 따라 투수로 등판이 예정되어있었다. 따라서 그는 당시 포수를 봐주었던 안경연을 앉혀두고 이리저리 공을 시험해보고 있었다.

“투수가 나쁜 공을 던질 리가 있겠냐. 좀 더 좋은 칭찬을 해봐. 성의가 없는 것 같다고.”

가볍게 투구를 한 이인은 공을 받은 안경연이 다시 공을 던져주자 글러브로 그것을 받고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어······ 그럼 혼이 담긴 공이었다고 하는 건 어때요?”

이인의 말에는 안경연이 머리를 긁적이며 물었다. 그의 말에 이인이 황당한 표정을 짓는 건 당연했다.

“네가 무슨 무당이냐? 혼은 무슨······ 됐으니까 그냥 받기나 해. 이어서 커브 한번 가볼 테니까.”

포수장비를 걸치고 앉아있는 안경연을 향해 이렇게 말한 이인은 그대로 와인드업 자세를 취하더니 공을 던졌다. 그의 손을 벗어난 공은 처음에는 손에서 빠진 것처럼 크게 떠오르다가도 순식간에 뚝 떨어져 앞을 향해 내밀고 있는 안경연의 글러브에 정확하게 꽂혔다. 12시에서 6시로 뚝 떨어지는, 명품이라고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는 폭포수 커브였다.

“우와, 그때도 느낀 거지만 형 진짜 공 좋네요. 전 변화구가 이렇게 잘 떨어지는 거 처음 봤어요.”

이인의 커브는 그야말로 수준급이었던 터라 안경연은 극찬을 마다하지 않았는데, 곧 그는 깜짝 놀라야만 했다.

“어? 형, 왜 글러브를 반대로?”

왜냐하면 처음에 직구, 이어서 커브를 던진 이인이 기존에 투구를 하던 오른손에 글러브를 바꿔서 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행동은 즉 왼손으로 투구를 한다는 것이라 안경연은 이인을 향해 이유를 물었으나 그 행동으로 그가 듣게 된 대답은 그냥 공이나 다시 던지라는 행동이었기에, 더는 묻지 않고 던져주었다. 여기에서 더 말을 해봤자 좋은 소리는 못 들을 거라고 판단하여 그런 것이었다. 이인도 나름 생각이 있어서 그런 것이라는 결론이 나오기도 했고 말이다.

어쩌다가 상황이 이렇게 되자 안경연은 이인이 설마 묘기를 부린답시고 글러브로 투구를 하는 게 아닌가하는 웃긴 생각을 했었는데,

‘어······.’

퍼억

곧 그는 다시 한 번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가······ 눈앞에 있는 이인이, 전혀 생각지도 못한 행동을 보여준 까닭이었다.

“혀, 형. 왼손으로도 투구할 수 있었어요?”

“난 원래 왼손잡이였거든. 중학교 때 들어가서 던지는 손을 바꿨었어. 그런데 이번에는 오로지 나 혼자서만 던질 테니 양손으로 던져볼 생각이야. 그럼 최소한 지더라도 9회까지는 완투할 수 있겠지. 조금 더 상대하는 게 편할 거고.”

포수 마스크를 벗으며 허겁지겁 묻는 안경연의 물음에 이인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

“양손투구가 가능하셨다니······. 그런데 왜 중학교 와서는 던지는 손을 바꾸셨는데요?”

이러한 이인의 대답에 안경연이 황당함을 느끼는 것은 당연했다. 당시를 떠올려보면 이인은 왼손에 큰 부상을 입은 것도 아니었는데 중학교에 올라와서 투구하는 손을 바꿨다고 하니 그런 것이다.

이인이 말했다.

“딱히 주목받고 싶지가 않았거든. 자랑 같지만 초등학생 때 주변에서 말이 많아서······ 주목을 덜 받으려고 일부러 손을 바꾼 거야. 그 계획이 훌륭하게 먹혀서 난 거의 백업이었잖아. 그래도 이 감독님의 눈을 속이지는 못해서 마지막에 결국 눈도장 좀 받았었다만.”

“고작 그런 이유로······.”

이인으로부터 들려온 말은 비범함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었던 터라 안경연은 연신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러다가도 그는 들뜬 어조로 말했다.

“이번 경기 진짜 기대되네요~. 양손으로 던질 수 있는 투수······ 그것도 인이 형의 공이라니, 얼른 경기가 시작했으면 좋겠어요.”

이것은 안경연 본인의 소망을 뜻하는 말이기도 했다. 표정에서 기쁨이 느껴지는 것으로 보아 이인과 다시 한 번 예전처럼 배터리를 이루어서 호흡을 맞추는 걸 고대하고 있는 듯했다.

그러나 이인은 이런 안경연을 향해 다음과 같은 말을 꺼냈다.

“실망시키는 것 같아서 조금 미안하지만 경연이 너는 이번에 2루수를 봐줘야해.”

“어······ 왜요?”

“어제 대충 라인업을 짜봤거든? 보면 알 수 있을 거야.”

이인은 안경연이 스스로의 메인포지션인 포수가 아닌 서브포지션인 2루수를 봐달라는 자신의 말에 눈에 띄게 의기소침해진 얼굴로 이유를 묻자 주머니에서 어제 책상에서 한참을 고심한 끝에 짠 라인업이 적힌 종이를 꺼내어 보여주었다.

동인고등학교의 라인업은 다음과 같았다.


좌익수: 강상혁

중견수: 김성한

우익수: 최형민

1루수: 임준호

2루수: 안경연

3루수: 김병도

우격수: 마평진

투수: 이인

포수: 최강수


타선

1번 임준호

2번 안경연

3번 김병도

4번 최형민

5번 마평진

6번 강상혁

7번 김성한

8번 이인

9번 최강수


“그렇군요······. 확실히 전 2루를 볼 수밖에 없겠어요. 예비전력이 없다 보니 지명타자도 자동으로 소멸이라 인이 형도 타격을 해야 하고, 포수는 저 형한테 맡길 수밖에 없겠네요.”

이인이 보여준 라인업을 살피던 안경연은 고개를 옆으로 돌리며 말했다. 거기에는 최근에 합류한 다른 선수들과 함께 훈련을 하고 있는 최강수가 자리하고 있었다.

이인이 말했다.

“전에 말했던 것처럼 저 녀석은 내가 고등학교에 올라와서 만났다보니 너하고는 달리 포수 외에는 전혀 볼 줄을 몰라서 말이야. 형들은 죄다 포지션이 비슷해서 짜기가 쉬웠지만 저 녀석만은 어쩔 수가 없었어.”

“하지만 우리가 정말로 이길 수 있을까요······. 우리는 주루코치도 없고, 백업 선수가 없어서 인이 형이 타석에 서야하는 상황이고······ 말하고 보니 조금 걱정이네요. 상대는 그 류광호가 있는 유존고등학교인데······.”

이인의 말에 안경연은 살짝 불안하다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그렇다. 지금 안경연이 한 말처럼 이인이 있는 동인고등학교가 축제 때 목동구장에서 맞설 상대는 바로 일전에 그가 송석영의 도움을 받아 승부를 본 적이 있기도 한 유존고등학교였다.

이인은 이시영에게 이미 상대를 정했다는 말을 한 그 날에 바로 유존고에 찾아가서 선전포고를 했다. 그 대상자라고 할 수 있는 류광호는 이인이 자신을 찾아오자 그 사실에 그답지 않게 조금 놀란 표정을 지었으나 사전에 누군가로부터 이러한 일이 벌어질 것을 듣기라도 했는지 금방 승낙했다.

문제는 유존고 그 자체였는데, 예전에 왔을 때와 다르게 이번에는 감독이 있었다. 그러나 그는 매우 정직한 인물이었다. 그는 일전에 자신이 자리를 비운 사이에 서일호 투수코치가 심판을 매수하여 부당한 승부를 했던 것에 적잖게 사과를 하고는 당시의 이야기는 들었다며 흔쾌히 제안을 수락했다. 공교롭게도 유존고와 동인고는 축제가 진행되는 기간이 같아 문제가 될 건 없었다.

여담이지만 안경연을 비롯한 옛 선배들은 이인으로부터 이러한 소식을 듣게 되자 다들 거의 경악했었다. 설마 또 류광호가 있는 학교와 승부를 보게 될 줄은 몰랐기 때문이었다. 그러다가도 그때는 졌으니 이번에는 이기자는 식으로 분위기가 달아올라 다들 한창 훈련에 열중하고 있었다.

좌우지간 포지션도 정했고 문제가 없다면 다행이겠으나, 안타깝게도 남은 문제는 존재했다.

-어어······ 우왓!

“역시······ 안경연이 네가 좀 가봐라.”

“아, 네.”

조용히 정해진 엔트리를 응시하고 있던 이인은 곧 예상했던 소리가 들려오자 곁에 있던 안경연을 보냈다. 그 목소리는 바로 최강수의 것이었다. 비명을 지른 것이나 훈련이 잠시 멈춘 것으로 보아 포수의 기본인 블로킹훈련을 하던 도중에 공에 맞은 듯했다.

남은 문제라는 것은 바로 이것이었다.

‘경기에 출전하는 9명의 선수들 중 가장 중요한 포지션은 포수다. 투수를 리드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사인도 직접 내야만 하니까. 그만큼 포수의 역할이 막중한데 거기에 강수를 넣으려면 최소한 그에 준하는 실력을 갖춰줘야만 하는데······ 이거, 제대로 할 수 있을지 모르겠군.’

다가온 안경연의 부축을 받는 최강수의 모습을 보며 이인은 속으로 생각했다.

그가 가장 문제라 생각하는 것은 바로 최강수였다. 아무래도 지원군으로 딱 7명이 왔다 보니 최강수도 자연히 참가가 되었다. 아니, 예비전력이 있다고 해도 그는 꼭 참가해야만 했다. 명색이 야구부원인데 뒤에서 보고 있으면 또 어떤 소리를 듣게 될지 몰랐으니 말이다.

그런데 그의 포지션인 포수가 문제였다. 경험이 풍부한 포수들도 난항을 겪는 일이 잦은데 야구에 있어서는 막 걸음마를 떼었다고 할 수 있는 그에게 실전에서 좋은 플레이를 기대하는 건 어려운 것이다. 하다못해 그 사이에 훈련이라도 꾸준히 받았으면 모르겠으나 둘이 해본 건 끽해야 일전에 이시영과 사이가 틀어졌을 때 관심을 사기 위해 했던 블로킹훈련이나 펑고 정도가 전부였다.

그러나 해야만 했다. 이제 와서 해본 적이 전혀 없는 야수를 시킨다고 한들 제대로 해낼 수 있을 리가 만무했으니까. 더군다나 그냥 둘 거라면 차라리 포수가 나았다. 내야나 외야에 구멍이 존재하면 거기를 집중적으로 공략당해 대량실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한 탓이었다.

우선 최강수는 덩치가 있었으므로 투수가 던지는 공을 제대로 포구하는 것만 가능하면 최소한 반은 되었다고 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해도 앞서 초정예로 덤비겠다고 공언한 유존고를 수월하게 이기는 것은 힘들겠지만 말이다.

‘경연이에게 지도를 부탁한다고 한들 저 녀석도 그렇게 실력이 특출 난 게 아니고 하물며 이제 남은 기간은 고작 1주야······. 좋은 방법이 없을까?’

포수가 초보자면 그건 또 그거대로 문제가 되었다. 따라서 이인은 고민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물론 그 고민은 경기까지 남은 1주 동안, 초보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는 최강수가 한 사람 몫의 역할을 해줄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것이었다.


작가의말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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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14) +1 14.06.30 1,146 20 22쪽
133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13) 14.06.29 880 11 12쪽
132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12) +2 14.06.28 975 13 9쪽
131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11) +2 14.06.27 1,128 12 9쪽
130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10) +2 14.06.26 1,111 9 9쪽
129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9) 14.06.25 936 8 9쪽
128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8) 14.06.25 943 10 15쪽
127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7) 14.06.24 980 10 6쪽
126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6) +4 14.06.23 984 8 11쪽
125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5) 14.06.23 937 7 11쪽
124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4) +4 14.06.22 948 9 10쪽
123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3) 14.06.21 961 11 8쪽
122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2) +2 14.06.20 965 10 14쪽
121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1) 14.06.19 1,007 8 14쪽
120 준비 (3) 14.06.18 870 9 9쪽
119 준비 (2) +2 14.06.17 962 7 13쪽
» 준비 (1) 14.06.16 934 10 12쪽
117 가을축제에 (4) +2 14.06.15 934 10 15쪽
116 가을축제에 (3) 14.06.14 1,091 9 10쪽
115 가을축제에 (2) 14.06.13 978 11 9쪽
114 가을축제에 (1) +3 14.06.13 1,088 12 9쪽
113 암운이 드리워지다 (6) +2 14.06.12 1,021 10 8쪽
112 암운이 드리워지다 (5) 14.06.12 1,007 14 13쪽
111 암운이 드리워지다 (4) 14.06.11 1,105 9 10쪽
110 암운이 드리워지다 (3) 14.06.11 1,122 8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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