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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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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로웰크란
작품등록일 :
2014.05.26 20:26
최근연재일 :
2014.07.04 22:42
연재수 :
13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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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0,4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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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6.29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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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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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13)

DUMMY

“좋았어! 어떻게든 막아내자!”

“아자! 이번만 막으면 되는 거야!”

8회 말에 이인의 극적인 솔로 홈런으로 1점을 앞서가게 되자 동인고는 분위기가 한껏 고양되었다. 그들은 후속타자인 최강수가 풀카운트 승부 끝에 아쉽게 삼진으로 아웃됨에 따라 9회의 수비를 나서게 되자 있는 힘껏 기합을 내지르며 각자의 수비위치로 향했다.

물론 그 안에는 이인도 포함되어있었다. 앞선 8회에서 부상을 입은 그는 상태가 좋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약간의 편안함을 느끼고 있었다. 그것은 순전히 자신의 후속타자로 타석에 나간 최강수 덕분이었다.

‘정말로 땡큐다, 강수야. 네가 시간을 벌어준 덕분에 어떻게든 막아낼 수 있을 것 같아.’

이인은 홈런을 치고 더그아웃으로 돌아올 때 부담이 덜어져서 그런지 한결 편안한 표정을 짓고 있는 최강수를 향해 한 가지를 부탁했다. 그 부탁은 타석에서 최대한 시간을 끌어달라는 것이었다.

최강수는 그러한 부탁을 듣게 되자 그 어느 때보다 집중력을 발휘해 볼은 최대한 골라보고 애매한 공이 오면 철저한 다운스윙을 통해 커트해냈다.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으나 안타를 쳐야한다는 부담이 사라져서 그런지 최강수는 거기에서 상대 투수가 공을 10구나 던지게 하는 기염을 토했다. 풀카운트까지 가자 더그아웃에 있는 모두는 볼넷으로 인한 출루도 내심 기대해봤으나 아쉽게 헛스윙삼진으로 물러나게 되었다.

그러나 그런 모습들이 결코 쓸모가 없는 것은 아니었기에 더그아웃에 있는 모두는 박수로 그를 격려한 뒤 마지막 수비를 위해 마운드에 올랐다. 그 안에는 투수인 이인도 포함되어있었는데, 그는 최강수에게 시간을 끌어달라고 한 뒤 트레이너로부터 진통제를 맞고서 안경연을 앉혀두고 연습투구를 했다. 연습투구를 한 결과, 진통제를 맞은 만큼 상태는 다행스럽게도 한결 나아진 걸 확인할 수 있었다.

‘거기서 봐줘라, 송민희. 내가 이기는 모습을…….’

채비를 갖추고 마운드에 오른 이인은 8회 때부터 보이기 시작한 관중석의 ‘왔어

‘ 팻말이 여전히 자리하고 있는 걸 확인하게 되자 천천히 심호흡을 하고는 가벼운 제자리 뛰기를 통해 투수판을 다졌다. 그리고는 이제 마지막 공격을 하게 될 유존고의 타자들을 살폈는데, 곧 그는 눈빛을 다르게 해야만 했다.

‘우타자인가……. 예상을 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역시 나한테 그랬듯 대타를 기용하는군.’

왜냐하면 이제 나름 눈에 익은 인상이 아닌 초면인 타자가 나타나더니 왼쪽이 아닌 오른쪽에 섰기 때문이었다.

이인은 그 모습에 유존고가 대타를 기용했음을 확신할 수 있었다. 더불어 그는 생각했다.

‘이번에 삼자범퇴를 못하면 힘들어진다…….’

그것은 삼자범퇴에 관련된 것이었다. 이번 타자는 1번 타자의 대타로 나온 것이었다. 즉, 최소한 3번까지는 타순이 돌아간다는 것인데 여기에서 한 명이라도 출루를 허용할 경우 4번까지 타순이 이어져 류광호의 타석이 올 가능성이 있었다. 오른손으로 바꾼 뒤 약점인 언더핸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힘겹게 잡은 그를 왼손으로 맞닥뜨리게 되면 그건 또 어찌 될지 몰랐다.

따라서 이인은 타석을 발로 다지고 있는 선두타자를 보며 긴장의 끈을 늦추지 못했는데, 동시에 그는 생각했다.

‘차라리 그냥 오른손으로 던질까……?’

이인은 순간 망설이지 않을 수가 없었다. 투수나 타자가 방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게 얼마나 큰 것인지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확실히 오른손은 부상을 입었다지만 조금 전에 트레이너를 통해 진통제를 맞은 결과 통증은 별로 느껴지지 않고 있었다. 투구를 해도 괜찮게 생각될 정도로 말이다.

그러나 속으로 이런 생각을 하던 이인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괜한 도박은 하지 말자. 그러다가 도지면 정말로 일 나는 거야. 한 명이라도 출루를 허용하면 위험하다……. 어차피 나는 왼손만 쓸 생각이었잖아. 그럼 그 생각대로 해야지.’

일순간 오른손의 유혹이 느껴지자 갈등이 되긴 했지만 만약 투구를 하는 도중에 오른팔이 악화가 되면 그야말로 골치가 아파져서 그런 것이었다. 규칙상 한 타자를 상대할 때 던지는 손은 끝이 날 때까지 처음에 던진 손으로 봐야만 했다. 도중에 자유자재로 변경이 불가능하다면 오른손은 자제하는 게 좋았다. 그러다가 정말로 악화가 될 경우에는 거의 출루를 허용하는 거라 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그렇기에 이인은 그냥 고개를 좌우로 젓고는 글러브의 위치는 변경하지 않고 인터벌에 들어갔다. 우타자를 왼손으로 상대하는 것이므로 기존에 비하면 피안타를 당하게 될 확률은 다소 높겠으나, 그래도 불완전한 상태의 오른손보다는 나을 것 같았다.

‘뭐니뭐니해도…… 초구 스트라이크가 제일 중요하지!’

퍼억

-스트라이크!

최강수에게 사인을 교환한 이인은 타자의 몸 쪽으로 던졌다. 타자는 위협구라고 생각했는지 움찔하며 뒤로 물러났는데, 그것은 절묘하게 스트라이크존에 걸쳐 들어가 구심으로부터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았다. 그 공을 보고 혀를 내두르는 것으로 보아 설마 몸 쪽으로 승부를 걸 줄은 몰랐던 듯했다. 하기야, 제구를 하지 못해서 사구 하나만 잘못 던져도 출루를 허용하게 될 경우 류광호와 맞닥뜨리게 될 가능성이 생겨나는 셈이니 그쪽으로는 생각을 하지 않았으리라.

이인은 오른팔이 부상이라고는 하나 멀쩡한 왼손으로 던지는 만큼 제구에는 충분히 자신이 있어 나선 승부였다. 물론 그 승부구는 훌륭하게 몸 쪽으로 먹혀들어갔다. 곧 타자는 몇 번의 연습스윙을 한 뒤 다시 타석에서 자세를 잡았고, 이인 역시 최강수로부터 공을 돌려받고 인터벌을 가져갔다.

그의 두 번째 공은 또 다시 타자의 몸 쪽으로 향했는데, 구종은 다른 것이었다.

부웅

이인이 두 번째로 던진 공은 땅으로 뚝 떨어지는 커브였다. 지금은 주자도 없었으니 최강수가 포구에 실패하더라도 상관이 없어 고른 공이었는데, 그 판단은 정확했다. 타자가 힘차게 휘두르는 방망이를 피해서 공이 땅으로 낙하한 것이다. 게다가 그 공은 최강수가 잘 포구까지 해주었다.

그것은 0-2의 이인이 유리한 카운트가 되는 순간이었다. 카운트를 유리하게 가져가게 되자 천천히 숨을 고르던 이인은 이윽고 세 번째 공을 던졌다.

세 번째 공은 바깥쪽으로 떨어지는 체인지업이었다. 걸리면 좋고 걸리지 않아도 아직 0-2였으므로 유인구 겸해서 던진 것이었는데, 여기에는 다소 다른 광경이 연출되었다.

따악

‘이런!’

바깥으로 떨어지던 공이 타자의 방망이 끝부분에 걸린 것이다. 그것은 1루 쪽으로 향하는 강습타구였다.

워낙 공이 빨랐던 터라 이인은 페어라면 영락없이 안타일 터라 부디 라인을 벗어나 파울이 되기를 빌었는데, 곧 그는 활짝 웃게 되었다.

-와아아아아~!

‘우와, 저걸 잡아주네!’

무려 1루수가 다이빙을 하여 그 타구를 놓치지 않고 정확하게 잡아준 것이다. 다이빙을 통해 타구를 잡은 1루수가 재빠르게 일어나서 1루 베이스를 밟음으로 인해 아웃이 잡히자 이인은 관중들의 환호와 함께 박수를 치는 것으로 감사를 표했다. 무사 1루가 될 뻔한 걸 호수비로 1사가 된 것이니 박수를 치는 게 응당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경기가 끝난 건 아니었으므로 이인은 곧 다음 타자에 집중했다.

‘또 우타자군…….’

두 번째 타자 역시 초면이었는데, 그 또한 선두타자와 마찬가지로 오른쪽 타석에 섰다. 선두타자를 잘 처리했다고 해도 아직 방심을 해서는 안 될 단계였던 터라 이인은 신중한 사인교환 끝에 초구를 던졌다. 초구는 반응을 떠보기 위해 일부러 머리높이로 던지는 볼이었다.

그런데 여기에는 뜻밖의 행운이 찾아왔다.

따악

‘나이스! 떴다!’

초구부터 강공으로 갈 생각을 한 것인지 타자가 힘차게 스윙을 했는데, 던져진 공이 방망이의 윗부분에 깎여 맞아 크게 뜨고 만 것이다. 심지어 그 공은 외야로 뻗지도 않는, 내야 뜬공이었다.

“제가! 제가 잡을게요!”

이인은 미약하게 부는 바람에 넘실대던 공이 마침 자기가 있는 쪽으로 떴다가 서서히 추락을 시작하자 내야로 모여든 야수들을 향해 콜을 보낸 뒤 자신이 직접 잡으려고 했는데,

‘윽……! 어, 어깨가……!’

곧 그는 얼굴을 일그러뜨려야만 했다. 포구를 위해 오른손에 끼고 있는 글러브를 위로 들려고 하자 오른쪽 어깨에 통증이 느껴진 탓이었다. 투구를 할 때는 괜찮았는데 손을 머리높이로 들어 올려서 영향이 생긴 것 같았다.

이로 인해 이인은 저도 모르게 행동을 주춤거렸는데, 그런 그를 향해 들려오는 목소리가 존재했다.

“그냥 옆으로 비켜, 인아! 비켜!”

근처에 있는 야수들 모두가 이인의 예상치 못한 흔들리는 모습에 허둥지둥하고 있었는데, 그쪽으로 누군가가 맹렬하게 달려가며 이인에게 비킬 것을 외쳤다. 이인은 그 목소리에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났고, 그가 있던 자리에는 다른 이가 들어갔다.

투욱

-우와아아아~!

그 사람은 최강수였다. 포수마스크를 벗고 있는 그는 다행히 이인 대신 뜬공을 받아냈다. 그 행동에 망설임이 없는 것이나 잡기 직전에 이인에게 비키라고 외친 것으로 보아 그가 부상으로 인해 움직임에 이상을 보일 것을 미리 예측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

결과적으로 그 행동은 아주 탁월한 선택이었다. 누상에 주자가 없었기에 인필드플라이아웃이 선언될 수가 없어 만약 놓쳤다면 다시 승부를 해야만 했을 터인데 잘 잡아내어 이제 아웃카운트를 하나만 남게 한 것이니 말이다.

“나이스 플레이!”

“최강수 멋지다!”

하마터면 놓칠 것처럼 보인 걸 대신 잡아낸 최강수에게는 당연히 찬사가 쏟아졌다. 엄지를 치켜세우던 야수들은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위해 다시 자신들의 수비위치로 귀환했다.

“고맙다, 강수야. 진짜 네 덕분에 살았어.”

물론 이인 역시 고마움을 표했다. 자신의 실수를 대신 커버해준 것인데 고마움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최강수는 이러한 이인의 말에 그냥 어깨를 으쓱했을 뿐이었다. 그 행동은, 기쁨의 해후를 나누는 것은 경기가 끝난 뒤로 미루자는 것이었다.

‘후우…….’

이인은 그러한 그의 모습에 미소를 짓다가도 이내 결연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기 위해 스스로를 독려하는 것이었다.

세 번째로 나온 타자 역시 오른손잡이였다. 앞서 1~3번 타순이 좌타일색이었다면 이번에는 오로지 대타만을 기용하여 우타일색을 선보이는 유존고였다.

그러나 그것들은 이미 예상한 바였다.

‘여기까지 온 이상 질 수는 없어……. 반드시 이긴다!’

그렇기에 이인은 로진백을 매만지며 숨을 고르고는 신중하게 사인을 점검했다. 승리까지 단 하나 남은 아웃카운트를 챙기기 위해서 말이다.

그런 뒤에 그는 이윽고 초구를 정한 뒤 힘찬 와인드업으로 공을 던졌다.

허나……


‘이, 이런…….’

이인은 곧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앞서 보였던 것처럼 공격적인 피칭을 위해 몸 쪽으로 승부를 건 것까지는 좋았는데, 하필이면 그 공이 너무 붙어서 타자의 유니폼을 스쳤기 때문이었다.

신체에 맞지 않았다고 해도 유니폼에 스치면 사구로 인정되었다. 즉, 삼자범퇴를 눈앞에 두고서 주자를 한 명 출루시키게 된 것이다.

‘제기랄……. 결국 저걸 또 보게 되는구나.’

동시에 이인은 볼 수 있었다. 그 뒤에서 타순을 기다리고 있던 4번 타자인 류광호가 자신을 향해서 보내는 시선을 말이다.

대기타석에서 다분히 도전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던 그는 앞서 나와 있던 타자가 사구를 맞고 1루로 나가자 천천히 타석에 들어섰다.


작가의말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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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들의 이야기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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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 Epilogue +12 14.07.04 2,089 17 12쪽
137 끝이 난 뒤에 (2) +3 14.07.03 1,362 17 13쪽
136 끝이 난 뒤에 (1) 14.07.02 1,088 14 8쪽
135 그들의 이야기 +1 14.07.01 1,202 13 14쪽
134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14) +1 14.06.30 1,146 20 22쪽
»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13) 14.06.29 880 11 12쪽
132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12) +2 14.06.28 975 13 9쪽
131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11) +2 14.06.27 1,128 12 9쪽
130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10) +2 14.06.26 1,111 9 9쪽
129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9) 14.06.25 936 8 9쪽
128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8) 14.06.25 943 10 15쪽
127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7) 14.06.24 980 10 6쪽
126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6) +4 14.06.23 984 8 11쪽
125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5) 14.06.23 937 7 11쪽
124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4) +4 14.06.22 948 9 10쪽
123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3) 14.06.21 961 11 8쪽
122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2) +2 14.06.20 965 10 14쪽
121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1) 14.06.19 1,007 8 14쪽
120 준비 (3) 14.06.18 870 9 9쪽
119 준비 (2) +2 14.06.17 962 7 13쪽
118 준비 (1) 14.06.16 933 10 12쪽
117 가을축제에 (4) +2 14.06.15 934 10 15쪽
116 가을축제에 (3) 14.06.14 1,091 9 10쪽
115 가을축제에 (2) 14.06.13 978 11 9쪽
114 가을축제에 (1) +3 14.06.13 1,088 12 9쪽
113 암운이 드리워지다 (6) +2 14.06.12 1,021 10 8쪽
112 암운이 드리워지다 (5) 14.06.12 1,007 14 13쪽
111 암운이 드리워지다 (4) 14.06.11 1,105 9 10쪽
110 암운이 드리워지다 (3) 14.06.11 1,122 8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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