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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들의 이야기

웹소설 > 작가연재 > 스포츠, 일반소설

완결

로웰크란
작품등록일 :
2014.05.26 20:26
최근연재일 :
2014.07.04 22:42
연재수 :
13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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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30,487

작성
14.06.23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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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글자
11쪽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6)

DUMMY

-지금 제 심정은 뭐라고 할까요……. 딱 그거네요. 흔히들 말하는 만화책에서 주인공이 튀어나온 느낌입니다.

-이건 정말…… 오늘 스타가 한 명 발굴되었다고 할 수 있겠는데요.

한편, 이인과 류광호의 첫 대결을 중계하던 해설자들은 쉬이 말을 하지 못했다. 그만큼 명승부를 보게 된 탓이었다.

우선 이인의 투구가 하나같이 날카로웠다. 아무리 스위치피처라고는 해도 도중에 던지는 손을 바꿨으므로 영점을 잡는 데에 조금 애를 먹을 수도 있을 터이거늘 첫 번째 볼 이후로는 실투가 되는 공이 거의 없었다. 마지막 풀카운트 때의 공은 손에서 거의 빠진 것이지만 류광호가 고의로 그런 것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커트를 하여 파울이 되었다.

그리고 거기에서 나왔다. 줄곧 오버핸드로 힘차게 공을 던지던 이인이 돌연 팔의 각도를 아래로 대폭 낮추는, 언더핸드의 투구폼으로 투구를 한 것이다.

그 전의 축이 되는 왼발을 높이 드는 와인드업까지는 오버핸드와 완전히 동일했던 터라 해설자들은 이인이 어떤 공을 던질 지만을 논의했건만 거기에서 자신들의 예상을 깨고 대뜸 지면을 타고 깔려서 날아가는 공이 등장하자 너무 놀란 나머지 말을 잇지 못했다. 변칙투구를 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놀라운데 언더핸드로 던진 공이 정확하게 스트라이크존의 바깥쪽을 낮게 걸치고 들어가 까다로운 타자로 이름이 자자한 류광호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는 것도 함께 목격하게 되었으니 오죽하겠는가.

물론 여기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이는 한 명이 더 있었다.

‘대단해……. 인이가 야구를 그만뒀더라면 끔찍했을 거야.’

그 인물은 당연히 송민희였다. 류광호와의 승부가 풀카운트까지 가면서 길어지자 손에 땀을 쥐고 경기를 관전하던 그녀는 그가 놀랍게도 변칙투구를 통해 삼진을 뺏어내자 저도 모르게 박수를 쳤다. 그것은 그 경기를 보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그럴 법한 광경이기도 했다.

-아마 야구를 처음 보시는 분들은 이게 왜 대단한 것인지를 모르실 겁니다. 간단히 말씀을 드리자면, 투수가 공을 던지는 건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근육을 억지로 비틀어서 최대한의 속력을 내어 던지는 것이 투구이니 말이죠. 이 과정에서 제구를 잡으려면 투수는 그 자신이 가장 익숙한 폼을 개발하는 게 급선무입니다. 그렇게 하지 못하면 부상을 입는 일이 허다하거든요. 그런 탓에 많은 투수들의 폼이 제각각 다르기도 하죠. 이래서 어렵다는 겁니다. 하나의 폼만으로도 제대로 던지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 저렇게 변칙투구를 해내니 얼마나 대단한 일이겠습니까. 스위치피처인 것도 놀라운데 말이죠……. 저는 오늘 제가 여기에 앉게 된 것을 행운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변화구도 엄청 잘 던지네요. 저 나이의 변화구는 몸에 부담이 커서 배우기가 쉽지 않은데 너무 잘 던져요. 정말로 고등학생이 맞는 것인지 의심스러울 정도입니다.

-그렇다면 이인 학생은 왜 처음부터 언더핸드로 승부를 보지 않은 것일까요? 마지막에 언더핸드로 던져서 삼진을 잡은 걸 보면 류광호 학생이 언더핸드에 약하다는 건 알고 있었던 것 같은데 말이죠.

-글쎄요. 거기에는 많은 이유가 있겠죠. 우선…… 류광호 학생이 언더핸드에 약하다는 걸 처음에는 몰랐다거나, 아니면 힘겹게 승부를 보다가 결정구로 써먹기 위함일 수도 있겠죠. 류광호 학생이 언더핸드에게만 유독 2할을 치는 걸 보면 눈에 익더라도 치기가 어려울 터인데 갑자기 공이 그렇게 온 셈이니 말입니다. 아무튼 결과적으로는 이인 학생이 이겼어요. 그뿐만이 아니라 후속타자들도 깔끔하게 범타로 처리했습니다. 유존고가 오늘 경기를 이기는 건 쉽지가 않을 것 같습니다……. 이야, 이쯤 되니 타격도 궁금하네요. 이런 걸 보니 지명타자를 쓰지 않고 나온 게 선수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타격에 자신이 있어서 그런 게 아닐까싶습니다. 이번 동인고의 공격은 4번부터 시작이니…… 8번에 있는 이인 학생의 타격을 보려면 조금 기다릴 필요가 있겠군요.

-타격까지 잘한다면 정말로 만화주인공이라는 별명을 받기에 손색이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럼 이제 동인고의 2회 말 공격이 시작됩니다. 선두타자는 우익수 최형민 학생입니다.

‘제발 이길 수 있기를…….’

자기도 모르게 TV의 해설자들의 말에 열중하고 있던 송민희는 어느 덧 동인고의 공격이 시작되자 속으로 기도를 했다. 그런 그녀는 현재 호투를 펼치고 있는 이인의 승리를 기원하고 있었다.


*


‘저 자식도 만만치 않네. 좋은 공을 던지고 있어.’

2회 말의 동인고의 공격은 2사 1, 2루의 상황이었다. 우선 선두타자인 최형민이 중학교 시절부터 칭찬을 많이 들었던 선구안을 최대한 살려 풀카운트까지 가는 치열한 승부를 벌인 끝에 우전 안타를 치고 1루에 나갔고, 다음 타자가 보다 확실한 득점을 위해 번트를 대었는데 번트에 실패하는 바람에 1사 1루가 되었다. 그리고 다음 타자들은 한 명은 볼넷을 얻고, 한 명은 우익수 플라이를 치는 바람에 상황은 2사 1,2루가 되었다.

이제 8번 타자인 이인이 타석에 들어설 차례가 되었다. 그의 다음으로는 방망이를 든 채 긴장감이 역력한 표정으로 서 있는 9번 타자 최강수가 있었으므로 선취점을 위해서는 이번에 타석에 나가는 이인이 어떻게든 적시타를 쳐내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타이밍을 나름 맞춰봤지만 도통 쉽지가 않단 말이지…….’

“최대한 승부를 끌어볼 테니 여기에서 타이밍을 맞춰봐, 강수야. 넌 제대로만 맞추면 충분히 담장 넘길 수 있어.”

대기타석에서 연습을 해봤으나 상대 선발의 공은 구속이 140km가 넘게 찍히고 있었다. 일전에 여름방학 때 쳐본 광유의 공하고는 차이가 컸다. 그만큼 제구력은 광유가 더 위였지만, 그래도 구속이라는 건 무시할 게 못 되었다. 제구가 나쁘지만 그 대신에 공이 빠른 파워피처가 각광을 받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인은 뒤에서 입을 다문 채 스윙을 연습하고 있는 최강수에게 승부를 끌어보겠다는 말을 남기고는 타석에 들어섰다.

상대 선발인 마학선은 전형적인 우완정통파인지라 이인은 왼쪽타석에 섰다. 그것은 양손잡이인 그라서 가능한 행동이었다.

‘내가 타격까지는 잘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넋 놓고 있다가 들어가지는 말아야겠지. 최대한 괴롭혀보자.’

타석을 발로 꾹꾹 다지며 최상의 상태로 만든 이인은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준비가 끝났다는 신호를 보내고는 방망이를 들었다. 머리의 뒤쪽으로 방망이를 세우고 있는, 이렇다 할 특징이 없는 폼이었다. 실전경기에서의 타격은 이것이 처음이니 어쩔 수가 없는 것이다. 타격폼이 독특하다고 해서 이점이 있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그러나 이인은 아무래도 앞서 투수로써 너무 많은 걸 보여줘서 그런지 상대에게 경계를 당하고 있는 듯했다.

퍼억

‘초구부터 볼…… 설마 날 거르는 건 아니겠지?’

이인은 초구부터 매우 멀리 느껴지는 공이 들어옴과 동시에 구심의 콜이 울리지 않자 홈과 투수를 번갈아보며 입술을 핥았다.

타격을 유인하기 위한 공이라고 보기에는 거리가 너무 멀었다. 그 공을 보니 자신을 거르면 만루가 된다고는 해도 오늘 경기가 처음이자 생초보인 최강수를 상대하려는 것처럼 보였다.

이런 이인의 예상은 조금 이른 감이 없지는 않았는데, 그 예상은 점점 현실화가 되었다.

퍼억

‘……진짜로 거르나?’

연이어서 또 다시 볼이 날아온 것이다. 그것도 이번에는 머리 쪽으로 날아오는 높은 공이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이인은 세 번째 공이 날아오기 직전에 확신을 위해 방망이를 내리고 있는 것으로 자신이 타석에서 칠 의사가 없음을 나타내보았다.

퍼억

‘크아, 이건 거르는 거군.’

그리고 세 번째 공마저 또 다시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나는 공이 들어오자 이인은 상대가 자신을 거르려고 한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앞선 투구를 보았을 때 제구력이 나쁜 것처럼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런 투수가 연달아서 세 개의 공을 볼로 던지는 것은 포수가 앉아만 있을 뿐이지 고의사구로 해석하는 게 타당할 듯싶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한들 마냥 볼넷을 얻어서 나갈 수는 없었다. 최강수를 믿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만루가 되면 가뜩이나 부담감을 느끼고 있을 그에게 더욱 부담을 주는 꼴이었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이인은 이내 하나의 결심을 내렸고, 이윽고 투수로부터 네 번째의 공이 던져졌다. 그 공은 누가 봐도 볼인 공이었는데, 이인은 거기에서 의외의 행동을 연출했다.

부웅

무려, 타격을 행한 것이다. 당연히 그의 방망이는 허공을 가를 뿐이었다. 그리고 다섯 번째의 공에도 이인은 영혼이 없는 스윙을 하여 풀카운트를 만들었다. 그 행동은 고의로 한 것이었다.

‘헤헹, 이렇게 되면 승부를 보고 싶을 거야. 그치? 다음 타자인 강수가 초보긴 해도 순수하게 하드웨어만 놓고 보면 장타력은 충분히 있거든. 빨리 이닝 끝내고 더그아웃으로 들어가고 싶을 거 아니야……. 겸사겸사 승부 피했다고 욕도 먹기 싫을 거고…… 그럼 스트라이크존으로 하나만 던져봐! 나하고 승부 좀 보자!’

그것은 어디까지나 상대투수에게 승부를 보고 싶은 유혹을 주기 위함이었다. 고의사구가 풀카운트까지 갔다는 건 명백하게 타자가 투수에게 승부를 건다는 것인데, 이걸 피한다면 그 투수는 두고두고 욕을 먹을 가능성이 농후했다. 다름 아닌 정면승부를 피한 셈이니 말이다.

상대측 벤치에서 어떤 사인을 낼지는 모르겠으나 이인은 현재 그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걸 했다고 할 수 있었다. 투수인 마학선 역시 생각이 복잡한 것인지 풀카운트가 되자 조금 전과는 달리 인터벌이 길어지고 있었다. 물론 이인은 거기에서 행여 공을 놓칠세라 두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 이윽고 여섯 번째 공이 던져졌는데, 이인은 거기에서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한가운데! 승부다!’

따악

-우와아아아아~!

벤치에서 승부를 보라는 사인이 나온 것인지 앞서 던진 공들과 달리 한가운데를 정확하게 파고드는 직구가 던져진 것이다. 앞서 그 누구보다 집중력을 발휘하고 있던 이인은 그걸 놓치기 않고 정확하게 타격을 시도했고, 곧 그의 타구는 관중들의 함성과 함께 포물선을 그리며 하늘로 높이 솟았다. 타구가 우측으로 제법 멀리 뻗어나가자 규모가 작은 목동구장의 특성상 이인은 그라운드를 달리면서도 내심 홈런을 기대해보았으나,

‘으…… 투구와 달리 타격은 쉬운 게 아니구나.’

애석하게도 그의 타구는 담장 근처에서 급격하게 힘을 잃고 떨어져 우익수에게 잡히고 말았다. 아무래도 타격을 할 때 제대로 친 게 아닌 듯했다.

이인은 그 광경에 고개를 푹 숙였고, 쓰리아웃이 됨으로써 공수교대를 할 때가 되자 얼른 더그아웃으로 향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못내 아쉬운 듯 고개를 숙인 채 주저주저하는 발걸음을 보였다.


작가의말

리퀘스트에 응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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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 끝이 난 뒤에 (2) +3 14.07.03 1,362 17 13쪽
136 끝이 난 뒤에 (1) 14.07.02 1,088 14 8쪽
135 그들의 이야기 +1 14.07.01 1,201 13 14쪽
134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14) +1 14.06.30 1,145 20 22쪽
133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13) 14.06.29 879 11 12쪽
132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12) +2 14.06.28 975 13 9쪽
131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11) +2 14.06.27 1,128 12 9쪽
130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10) +2 14.06.26 1,110 9 9쪽
129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9) 14.06.25 936 8 9쪽
128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8) 14.06.25 943 10 15쪽
127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7) 14.06.24 979 10 6쪽
»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6) +4 14.06.23 984 8 11쪽
125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5) 14.06.23 937 7 11쪽
124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4) +4 14.06.22 948 9 10쪽
123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3) 14.06.21 961 11 8쪽
122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2) +2 14.06.20 965 10 14쪽
121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1) 14.06.19 1,007 8 14쪽
120 준비 (3) 14.06.18 870 9 9쪽
119 준비 (2) +2 14.06.17 962 7 13쪽
118 준비 (1) 14.06.16 933 10 12쪽
117 가을축제에 (4) +2 14.06.15 933 10 15쪽
116 가을축제에 (3) 14.06.14 1,090 9 10쪽
115 가을축제에 (2) 14.06.13 977 11 9쪽
114 가을축제에 (1) +3 14.06.13 1,088 12 9쪽
113 암운이 드리워지다 (6) +2 14.06.12 1,020 10 8쪽
112 암운이 드리워지다 (5) 14.06.12 1,007 14 13쪽
111 암운이 드리워지다 (4) 14.06.11 1,104 9 10쪽
110 암운이 드리워지다 (3) 14.06.11 1,122 8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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