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ㅎ_ㅎ

두 아이들의 이야기

웹소설 > 작가연재 > 스포츠, 일반소설

완결

로웰크란
작품등록일 :
2014.05.26 20:26
최근연재일 :
2014.07.04 22:42
연재수 :
138 회
조회수 :
182,990
추천수 :
3,198
글자수 :
630,487

작성
14.06.21 20:41
조회
960
추천
11
글자
8쪽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3)

DUMMY

-와아아아~!

‘세 개로 아웃 카운트 하나인가. 쏠쏠하군.’

한편, 2시가 됨에 따라 마침내 유존고와의 경기를 시작하게 된 이인은 첫 타자부터 깔끔하게 삼구삼진을 잡아낼 수 있었다. 그는 첫 타자를 삼진으로 돌려세우자마자 관중석에 있는 학생들로부터 일제히 쏟아져 나오는 함성에 미소를 지은 채 생각했다. 이인은 그러면서 최강수로부터 공을 돌려받았는데,

‘곽도원. 앞서 나온 1번과 똑같은 좌타자. 테이블세터답게 발이 빨라. 타격은 주로 당겨서 치는 편…….’

곧 그는 두 번째로 나온 호리호리하게 생긴 타자를 보며 재빨리 이시영이 앞서 알려주었던 타자에 대한 정보를 상기하고는 야수들에게 오른쪽을 중심으로 수비를 하라는 사인을 보냈다. 좌타자가 미는 게 아니라 당겨서 친다면 거의 그쪽으로 향할 테니 그것을 대비하기 위함이었다.

그런 다음 이인은 투구에 집중했다. 그는 어느 정도의 인터벌을 가져가다가 이윽고 투구에 나섰다.

부웅

‘좋아!’

이인의 초구는 상대의 타이밍을 빼앗는 체인지업이었다. 전 타자가 허무하게 죽었으므로 어떻게든 나가려고 보다 적극적인 스윙을 하리라고 예상하여 던진 것이었는데, 다행히 아주 잘 떨어졌다. 공은 타자의 매섭게 돌아가는 스윙을 아슬아슬하게 피하여 땅에 위치하고 있는 최강수의 글러브 속으로 빨려들어갔다.

‘다음은 어떻게 할까……. 다시 한 번 체인지업으로 가자. 당겨서 치는 게 특기라면 바깥쪽으로 공략하는 게 좋을 테니까.’

잠시 두 번째 공을 생각하던 이인은 최강수에게 직접 사인을 내어 체인지업을 던지겠다는 뜻을 보였다.

원래 사인은 타석에 있는 타자에게 읽힐 우려가 있으므로 투수보다는 포수가 내는 게 정석이지만 실전이 처음인 최강수에게 그런 걸 기대하는 건 무리수라고 할 수 있었다. 따라서 이인은 나름 사인이 읽히지 않도록 최대한 신중하게 짰었다. 그리고 지금은 그 사인을 통해 최강수에게 다시 한 번 체인지업이라는 뜻을 전달했고, 이윽고 신중하게 호흡을 하다가 와인드업을 통해 공을 던졌다.

헌데 이번 공은 앞선 공과는 다른 결과를 낳았다.

티익

무려 타자가 자세가 거의 무너지는 식의 스윙을 하여 공을 쳐낸 것이다. 그러나 그 타구는 영락없는 땅볼이었다. 맞춘 것까지는 확실히 대단했으나 이번에 이인이 다시 던진 체인지업은 역시 앞의 것과 마찬가지로 잘 떨어져, 그 타구는 2루수를 보고 있는 안경연 쪽으로 굴러갔다. 속도가 꽤 있긴 했으나 엄연히 땅볼이었기에 이인은 보나마나 아웃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경연이가 저런 실수를…….’

-세이프!

아직 경기 초반이라 긴장을 하고 있었던 것인지 안경연은 그 타구를 처리하다가 그만 손에서 놓치고 말았다. 땅볼을 치고 죽어라고 뛰던 타자는 좌타자에 발이 빨라 그 사이에 무난하게 1루에서 세이프가 될 수 있었다. 명백한 실수였기에, 전광판에는 안타가 아닌 에러로 기록이 되었다.

‘괜찮아. 홈에만 안 보내면 되는 거니까.’

졸지에 2사가 될 상황이 1사 1루가 되자 이인은 쓴웃음을 보이다가도 안경연이 고개를 숙이며 미안함을 표시하자 괜찮다는 제스쳐를 취해보였다.

그는 본래 포수였다. 2루 수비는 만일을 대비하여 기본만 배웠으니 2루수로 완벽한 모습을 바라는 건 아무래도 무리가 있었던 터라 이인은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상대 팀에서 주자가 나가는 건 이미 각오한 바였다. 중요한 건 그 주자가 홈에 들어오지 않게 하는 것이었다.

‘또 다시 좌타자인가. 3번까지는 전부 좌타일색이네. 박종훈…… 불여우의 정보에 따르면 전형적인 클러치 히터. 타격은 주로 밀어치는 편. 타율은 낮지만 득점권 타율이 거의 두 배 수준이지. 주자를 2루까지 보내면 성가시다. 하지만 강수에게 도루저지를 바라는 건 무리야. 송구가 빠지면 3루까지 보낸다고 봐야하니까. 그렇다면 여기에서는…….’

세 번째로 나온 타자를 보며 신중하게 생각을 정리하던 이인은 이윽고 결론을 내리고는 상대의 밀어치는 타격에 대비하여 조금 전과는 반대로 수비가 왼쪽에 집중될 수 있게 사인을 보냈다. 그리고는 1루에서 점점 리드를 넓히고 있는 주자와 타자를 번갈아보다가,


기습적으로 1루 쪽으로 송구를 시도했다. 사전에 사인을 통해 견제를 하겠다는 뜻을 전달해둔 상태라 공이 빠져나가는 일은 없었다. 그러나 주자가 재빠르게 귀루를 하는 데에 성공하여 잡아내지는 못했다. 그래도 실로 간발의 차이였던 터라 잘만 하면 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저쪽도 분명 강수가 오늘이 첫 실전이라는 것을 알고 있을 거야. 그렇다면 십중팔구 도루를 하겠지……. 내가 무조건 잡아내야만 한다.’

이인은 주자가 간신히 귀루를 하고 유니폼에 묻은 흙을 턴 다음 또 다시 슬금슬금 리드를 시작하자 그걸 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그리고는 고개를 살짝 돌려 현재 타석에서 자신을 향해 두 눈을 부릅뜬 채 집중하고 있는 타자를 바라보았다. 어느 정도 그렇게 인터벌을 가져가던 이인은 마침내 투구를 하려는 것처럼 오른발을 살짝 홈 쪽으로 틀다가도 귀신같이 몸을 확 틀어냄과 동시에 재빨리 마주보고 있는 1루 쪽으로 공을 던졌다. 그것은 목동구장에 있는 모든 이들의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빠른 견제였다.

‘그렇지! 걸렸어!’

물론 거기에는 2루수 안경연의 에러로 살아나간 1루 주자 역시 포함되어있었다. 이인의 귀신같은 견제를 그냥 눈을 뜨고 보고 있다가 미처 귀루를 하지 못한 것이다. 졸지에 런다운에 걸린 그는 어떻게든 빠져나가보려고 발버둥을 쳤으나 공을 가지고 서서히 다가오는 내야수들에게 태그를 당해 결국 아웃되고 말았다.

그 아웃은 초반부터의 에러로 인해 의기소침하고 있는 안경연에게 큰 힘이 되는 것이었다. 직접 1루수로부터 받은 공을 가지고 직접 1루 주자를 태그한 안경연은 이인을 향해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여다가 고마움을 표했고, 이인은 가볍게 손짓을 드는 것으로 대답했다.

타석에 있는 타자는 주자가 죽자 일순간 허탈한 표정을 지었는데, 그것으로 보아 아무래도 유존고는 이인이 예상했던 것처럼 모처럼 산 주자였고 상대의 포수가 초보이니만큼 2루까지 도루를 한 뒤 타격을 통해 선취점을 뽑아내는 작전을 세웠던 듯했다.

하지만 그러기도 전에 주자가 죽었으니 의욕이 감소하는 건 어쩔 수가 없으리라. 자기 손으로 주자를 깔끔하게 처리한 이인이 그런 상대에게 고전을 하는 건 말이 되지 않았다.

퍼억

-스트라이크!

이인은 총 네 개의 공을 던져 낮게 떨어지는 공으로 헛스윙을 유도해내 세 번째 타자에게 아웃을 잡아낼 수 있었다. 그런 다음 그는 내야수들과 함께 하이파이브를 하며 마운드를 내려가다가도 문득 한 곳을 바라보았다.

‘아직…… 안 왔구나.’

이인이 바라본 곳은 제법 꽉 찬 관중석 중에도 비교적 한가한 구석진 곳이었다. 그러나 그곳에는 자신이 원하는 것이 보이지 않고 있었기에 이인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그가 바라본 곳에는 멀리서도 충분히 알아볼 수 있을 법한 커다란 크기의 팻말로 ‘아직’이라는 말이 적혀있었다.


작가의말

+_+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두 아이들의 이야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많이 미숙합니다. 14.05.26 1,700 0 -
138 Epilogue +12 14.07.04 2,088 17 12쪽
137 끝이 난 뒤에 (2) +3 14.07.03 1,361 17 13쪽
136 끝이 난 뒤에 (1) 14.07.02 1,088 14 8쪽
135 그들의 이야기 +1 14.07.01 1,201 13 14쪽
134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14) +1 14.06.30 1,145 20 22쪽
133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13) 14.06.29 879 11 12쪽
132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12) +2 14.06.28 975 13 9쪽
131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11) +2 14.06.27 1,128 12 9쪽
130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10) +2 14.06.26 1,110 9 9쪽
129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9) 14.06.25 935 8 9쪽
128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8) 14.06.25 943 10 15쪽
127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7) 14.06.24 979 10 6쪽
126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6) +4 14.06.23 983 8 11쪽
125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5) 14.06.23 937 7 11쪽
124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4) +4 14.06.22 948 9 10쪽
»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3) 14.06.21 961 11 8쪽
122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2) +2 14.06.20 965 10 14쪽
121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1) 14.06.19 1,007 8 14쪽
120 준비 (3) 14.06.18 870 9 9쪽
119 준비 (2) +2 14.06.17 962 7 13쪽
118 준비 (1) 14.06.16 933 10 12쪽
117 가을축제에 (4) +2 14.06.15 933 10 15쪽
116 가을축제에 (3) 14.06.14 1,090 9 10쪽
115 가을축제에 (2) 14.06.13 977 11 9쪽
114 가을축제에 (1) +3 14.06.13 1,087 12 9쪽
113 암운이 드리워지다 (6) +2 14.06.12 1,020 10 8쪽
112 암운이 드리워지다 (5) 14.06.12 1,007 14 13쪽
111 암운이 드리워지다 (4) 14.06.11 1,104 9 10쪽
110 암운이 드리워지다 (3) 14.06.11 1,122 8 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