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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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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로웰크란
작품등록일 :
2014.05.26 20:26
최근연재일 :
2014.07.04 22:42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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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6.22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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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4)

DUMMY

-어…… 뭐랄까요, 아직 초반이긴 합니다만 제법 걸출한 투수가 나타난 것 같네요.

-첫 타자 삼구삼진도 인상적이었는데 실책으로 나간 두 번째 타자도 결국 스스로 잡더군요. 좌완이라서 견제하기가 좋다는 이점도 있었습니다만 그 견제는 정말 엄청났어요. 저는 순간 WS 팀의 박상진 선수가 떠올랐습니다.

-아~ 저만 그렇게 생각했던 게 아니었군요. 정보에 따르면 오늘 동인고의 포수로 출전한 최강수 학생은 오늘이 첫 실전이라고 합니다. 아무래도 그렇다면 도루를 허용할 가능성이 높을 터라 직접 잡은 것 같네요. 그래도 견제가 정말 빨랐어요. 저도 박 캐스터님의 말씀처럼 박상진 선수가 떠올랐는데요, 이인 학생은 박상진 선수를 모델로 삼아 견제를 연습한 것이 아닐까 싶네요.

-박상진 선수로부터 직접 지도를 받은 적은 없었을 테고…… 순수재능만으로 그런 거라면 미래가 확실히 기대되는 선수입니다.

‘정말 대단한 견제였어…….’

1회 초를 이인이 깔끔하게 막아내고 나서 공수를 교대하는 사이에 두 해설자들이 나누는 이야기를 듣던 송민희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땅볼을 유도했으므로 보나마나 잡았다싶었던 두 번째 타자가 에러로 나갈 때는 저절로 탄식을 하게 되었다. 주자가 누상에 나가면 공도 셋업으로만 던져야하고 도루의 가능성도 있어 투수에게 좋을 게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안타나 볼넷으로 나가도 힘든데 팀의 에러로 인해 나가면 더 힘든 것이다.

헌데 이인은 초반부터 주자의 출루를 에러로 허용하면 충분히 흔들릴 법도 한데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굴더니 견제를 통해 스스로 그 주자를 잡아냈다. 그의 견제는 지금 해설자들이 언급한 견제 하나만큼은 KBO에서 최정상급에 속한 WS 팀의 박상진이 연상될 정도로 빨랐다. 오죽하면 주자가 귀루를 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못했겠는가. 뭐, 워낙 도루를 노리다 보니 리드폭이 너무 커서 못한 것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말이다. 그렇게 주자를 처리한 이인은 타석에 있는 타자마저도 깔끔하게 공 네 개로 삼진을 잡아 이닝을 종료시켰다.

그것은 만점을 주고도 남을 법한 피칭이었다…….

-이제 동인고의 공격으로 이어집니다. 라인업 소개해드리죠. 1번 타자 1루수 임준호, 2번 타자 2루수 안경연, 3번 타자 3루수 김병도, 4번 타자 우익수 최형민, 5번 타자 유격수 마평진, 6번 타자 좌익수 강상혁, 7번 타자 중견수 김성한, 8번 타자는 투수 이인, 9번 타자는 포수 최강수입니다. 어허, 동인고는 투수가 그냥 타석에 들어서네요.

-백업이 전혀 없다고 할 때부터 생각했습니다만 동인고는 아예 지명타자를 없이 가네요. 아니면 이인 학생은 타격에도 자신이 있다는 걸까요?

-거기에 없는 게 또 있습니다. 1루와 3루 쪽에 주루코치가 없어요. 아니, 주루코치뿐만이 아니라 코치가 아예 없습니다. 감독은 양인서라는 분이 계신데…… 학교에서는 양호선생님이신 것으로 보아 그냥 자리만 지키고 계신 것으로 생각되네요. 역시 임시로 설립된 팀이니만큼 여러모로 부족한 게 많은 듯합니다. 우선 이런 부분을 보면 여러모로 유존고가 유리하게 보이는데요…….

‘해설자들의 말이 맞아. 어디를 보아도 우리 쪽이 훨씬 불리해. 인이는 도대체 왜 이런 경기를 한 걸까……. 그것도 상대 쪽에 그렇게 꺼려하는 류광호가 있는데?’

동인고의 타선을 말해주던 해설자들이 ‘알아서 할 수 있어요.’라는 자막이 있는 화면을 통해 동인고의 휑한 더그아웃이나 1루, 3루 베이스 쪽에 유존고의 수비수들만이 서 있는 걸 보여주며 우려가 섞인 목소리를 내자 송민희는 거기에 의아함을 느꼈다.

대관절 알 수가 없었다. 애초에 꾸준히 호흡을 맞췄던 선수들끼리 해도 간혹 에러가 나오는 것이 야구이거늘 임시로 팀을 꾸렸고, 거기에 지금 해설자들이 지적한 것처럼 주루플레이를 도와줄 코치를 포함하여 아무도 없었다. 화면에 나오는 자막처럼 정말로 알아서 해야만 하는 것인데, 이는 극히 어렵다고 할 수 있었다. 다른 이들은 몰라도 당장에 최강수부터가 초보자이니 말이다. 그뿐만이 아니라 상대도 그만큼 약한 학교면 모를까 하필이면 골라도 류광호라는 괴물이 있는 학교를 골랐다.

무언가 이유가 있어서 두 학교가 경기를 하게 된 것이겠지만, 그 이유라는 것이 도통 알 수가 없었다…….

-유존고의 선발투수는 마학선 학생입니다. 2학년생, 황금 사자기에서는 91이닝을 던져 7승 1패 2.56의 평균자책점…… 완투를 세 번 했었습니다. 와, 자책점이 무려 2점대입니다. 피홈런이 조금 많다는 것이 흠이지만 바꿔서 말하면 홈런 외에는 그다지 점수를 주지 않는다고 해석해도 되겠는데요?

-일종의 이벤트로 열린 경기라지만 유존고도 오늘 단단히 결심을 한 모양입니다. 저는 설마 마학선 학생을 선발로 낼 줄은 몰랐어요. 성적에 부담이 없는 만큼 다른 선수들에게 기회를 줄 줄 알았는데…….

-어떤 경기라도 가볍게 생각하지는 않겠다는 것이겠죠. 뭐, 모든 건 감독만이 아는 것이겠지만요.

본격적인 등판에 앞서 연습피칭을 하고 있는 마학선을 보여주며 해설을 하던 해설자들은 화면이 바뀌어서 선글라스를 쓴 채 마운드를 응시하고 있는 감독을 비추자 말을 삼갔다. 선글라스를 쓰고 있어 알 수는 없었으나 마운드를 바라보고 있는 그의 얼굴이 편하게는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 모습은 오늘 경기가 쉽지만은 않겠다고 표정으로 대신 말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1번 타자 임준호 학생이 나옵니다. 알려진 것이 거의 없습니다. 지금 다니는 학교는 학수고인데, 여기에서는 제법 준수한 플레이를 했었군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이인 학생하고는 중학교 때 같은 야구부에 있었습니다.

-전형적인 호타준족입니다. 다들 그렇지만 이런 유형의 타자는 내보내면 골치 아파요.

해설자들은 비장한 표정으로 타석에 들어서는 선두타자를 보며 각자의 견해를 말했으나 그는 공 다섯 개 만에 2루수 땅볼로 물러났다. 그리고 이어서 후속타자들도 줄줄이 범타로 물러나, 동인고는 대부분이 예상한 것처럼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동인고등학교의 공격은 5분 만에 삼자범퇴로 끝이 났습니다. 그리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했네요. 이러한 부분을 보면 투수인 이인 학생의 역할이 중요할 것 같은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찌 생각하십니까?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유존고의 타선은 막강하다고 할 수 있어요. 학생들도 제법 잘하는데 거기에 류광호 학생까지 있으니 말이죠. 그런 만큼 다소 힘들겠지만 좌완이라는 이점을 살려서 좋은 피칭을 이어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우선 기본적으로 이기려면 최소한 완투를 할 필요가 있으므로 공격적인 피칭을 하는 게 좋을 것 같고요.

-자, 이제부터 또 재미난 대결이 기다리고 있는데요. 선두타자가 류광호 학생입니다. 이인 학생이 류광호 학생을 상대로는 어떤 피칭을 해줄지가 궁금하네요.

-투수 유형별 타율이…… 류광호 학생이 좌완을 상대로는 거의 4할을 쳐내고 있습니다. 역시 우타자라서 그런 것 같은데요, 반면에 우완을 상대로도 3할은 거뜬히 쳐내고, 언더핸드 유형에는…… 이건 형은 닮았는지 2할로 조금 약하네요. 낮게 깔려오는 공에는 아직 대처가 어려운 듯합니다.

-좌완을 상대로 4할이면 이인 학생이 많이 불리하다는 것인데,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가 기대되네요……. 어라? 뭔가 이상한데요. 이인 학생이 글러브를 왼손에 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직 투구를 할 준비가 되지 않은 걸까요?

-글쎄요…….

카메라를 통해 타석에 들어선 류광호가 땅을 발로 꾹꾹 다진 뒤 이윽고 거기에 자리를 잡고 그 특유의 타격 폼을 유지한 채 타석에서 눈을 빛내고 있는 모습을 보며 그의 투수유형에 관한 타율을 설명하던 해설자들은 류광호를 맞이하여 마운드에 서 있는 이인이 글러브를 왼손에 끼고 있는 모습이 포착되자 거기에 의문을 나타냈다.

그것은 당연한 반응이었다. 좌완투수가 글러브를 왼손에 끼고 있으면 말이 되지 않았으니 말이다.

그런데 그들은 곧 깜짝 놀라야만 했다.

-어…….

-아니…….

퍼억

-이럴 수가. 설마 했는데 이인 학생은……

-완투를 염두에 뒀다고 했을 때부터 혹시 했는데 스위치피처였던 거군요. 오른손으로도 투구가 가능할 줄이야. 게다가 초구는 볼이 되긴 했습니다만 방금 전광판에 찍힌 공은 구속이 140km을 넘었어요. 이 정도면 단순하게 던질 줄만 아는 것 같지는 않네요.

그렇지 않을 수가 없는 게, 무려 이인이 오른손으로 공을 던지는 걸 목격하게 된 탓이었다.

그의 공은 타석에 있는 류광호의 바깥쪽으로 멀리 던져져 볼이 되긴 했으나 그 구속은 143km가 찍혔다. 그러나 그 사실은 현재 해설을 하고 있는 두 해설자들을 놀라게 하는 데에 부족함이 없었다. 본래 투수는 한 팔만으로도 제대로 던지기가 힘든 법인데 고등학생이 양손으로 던질 줄 아는 것이니 당연한 것이다. 게다가 구속도 왼손에 못지않게 빨랐다.

오른손 투구는 이제 한 번 본 것이지만, 보는 이에게 기대감을 느끼게 하는 데에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허허, 제가 설마 여기에서 스위치피처를 보게 될 줄은 몰랐는데 말이죠…….

-어쩐지 타순에 류광호 학생을 제외해도 좌타자뿐만이 아니라 우타자들이 고루 배치가 되어서 이상하다 싶었는데 이유가 있었네요. 유존고의 감독은 사전에 그 부분을 알고 있었던 것 같아요. 이거…… 아주 재미난 경기가 될 것처럼 보이네요.

해설자들은 이제 이인을 새롭게 본 듯했다. 두 사람은 일종의 감탄이 어린 목소리로 초구 이후에 포수와 신중하게 사인을 맞추고 있는 그를 보며 말했다.

‘힘내, 인아…….’

집에서 그 방송을 보고 있던 송민희는 속으로 이인을 응원했다. 그런 그녀의 두 손은 기도를 하듯 꼭 모아져있었다.


작가의말

+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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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 Epilogue +12 14.07.04 2,088 17 12쪽
137 끝이 난 뒤에 (2) +3 14.07.03 1,361 17 13쪽
136 끝이 난 뒤에 (1) 14.07.02 1,088 14 8쪽
135 그들의 이야기 +1 14.07.01 1,201 13 14쪽
134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14) +1 14.06.30 1,145 20 22쪽
133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13) 14.06.29 879 11 12쪽
132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12) +2 14.06.28 975 13 9쪽
131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11) +2 14.06.27 1,127 12 9쪽
130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10) +2 14.06.26 1,110 9 9쪽
129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9) 14.06.25 935 8 9쪽
128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8) 14.06.25 943 10 15쪽
127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7) 14.06.24 979 10 6쪽
126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6) +4 14.06.23 983 8 11쪽
125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5) 14.06.23 936 7 11쪽
»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4) +4 14.06.22 948 9 10쪽
123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3) 14.06.21 960 11 8쪽
122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2) +2 14.06.20 964 10 14쪽
121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1) 14.06.19 1,007 8 14쪽
120 준비 (3) 14.06.18 870 9 9쪽
119 준비 (2) +2 14.06.17 962 7 13쪽
118 준비 (1) 14.06.16 933 10 12쪽
117 가을축제에 (4) +2 14.06.15 933 10 15쪽
116 가을축제에 (3) 14.06.14 1,089 9 10쪽
115 가을축제에 (2) 14.06.13 977 11 9쪽
114 가을축제에 (1) +3 14.06.13 1,087 12 9쪽
113 암운이 드리워지다 (6) +2 14.06.12 1,020 10 8쪽
112 암운이 드리워지다 (5) 14.06.12 1,007 14 13쪽
111 암운이 드리워지다 (4) 14.06.11 1,104 9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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