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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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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로웰크란
작품등록일 :
2014.05.26 20:26
최근연재일 :
2014.07.04 22:42
연재수 :
13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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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98
글자수 :
630,487

작성
14.06.13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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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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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글자
9쪽

가을축제에 (1)

DUMMY

“어휴, 어쩌다가 이런 사달이 난 건지······.”

최강수는 나지막한 한숨을 내쉬었다. 현재 그는 같은 반의 송민희가 무려 전학을 가게 되었다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을 듣게 된 방과 후에 학교의 뒤뜰 쪽에 힘없이 주저앉아있었다.

그곳에는 두 명의 사람이 더 있었다.

퍼억

한 명은 이인이었다. 송민희의 전학소식에 어지간히도 충격을 받은 것인지 그는 뒤뜰에 오고 나서 단 한 마디의 말도 없이 벽을 상대로 투구에 열중하고 있었다. 글러브는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었고 공은 아무리 인원수가 적다고 해도 부실에 조금은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는데, 꽤나 충격이었던 듯했다. 이인은 방과 후가 되자마자 말도 없이 불쑥 교실을 나가서 부실에 가 야구공을 조달한 뒤 멋대로 뒤뜰에 와서 투구를 시작한 터라 최강수는 그런 그를 걱정하여 따라와서 또 한 명의 인물을 핸드폰으로 부른 상태였다.

“그러게, 설마 민희가 전학을 갈 줄이야······.”

그 또 한 명의 인물은 야구부의 부장인 이시영이었다. 이시영은 다른 반인지라 송민희의 전학소식을 전혀 모르고 부실에 혼자 가만히 있었다. 그러다가 무표정한 얼굴의 이인이 불쑥 안으로 들어와 아무런 말도 없이 야구공을 가지고 나가자 당혹감을 느꼈는데, 그 다음에 핸드폰을 통해 최강수로부터 자초지종을 들어 그녀 역시 부실을 나와 뒤뜰에 함께 있는 상태였다. 같이 있는 최강수와 마찬가지로 현재의 사태가 사태인지라 표정은 좋을 수가 없었다. 더욱이 오늘만큼은 오랜만에 넷이 부실에 모일 수 있겠다고 살짝 고대하고 있었던 게 바로 그녀였다.

“어쩌지? 그래도 가는 건 축제가 끝난 직후라잖아. 우리가······ 한번 가보는 게 좋지 않을까?”

퍼억

지금 상황에서는 말을 꺼내는 게 쉽지 않았으나 그렇다고 해서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었기에 최강수는 어렵사리 송민희에게 가볼 것을 제안했으나, 그 대상자인 이인은 묵묵부답이었다. 마치 말을 하는 걸 잊은 사람처럼 그는 오로지 공을 던지는 게 전부였다. 마치 타자를 상대하듯 벽을 지그시 노려보다가 키킹을 하며 힘차게 던진 공이 벽을 맞고 튕겨져 돌아오면 다시 그것을 주워서 던지는, 그런 행동을 반복하는 게 전부였다.

“야, 이인. 지금 그러고 있을 때가······.”

심정은 충분히 이해가 되지만 계속 지금처럼 있는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기에 최강수는 답답함을 느끼고 있다가도 이내 이인을 향해 쓴소리를 내려고 했으나,

스윽

그 말은 곁에 있는 이시영에 의해 도중에 멈춰지고 말았다. 그런 그녀는 말은 하지 않았으나 조용히 고개를 가로저어, ‘지금은 말을 걸지 않는 게 좋다.’는 말을 행동으로 대신 해주었다.

최강수 역시 이러한 부분을 뒤늦게 깨달은 듯했다.

“······난 먼저 갈게. 지금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야 될 것 같으니까.”

그는 잠시 먼 곳을 바라보고 있다가 먼저 귀가를 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이내 책가방을 챙겨 뒤뜰을 떠났다. 그 행동에 망설임이 조금도 없는 것으로 보아 지금은 무슨 말을 해도 먹히지 않는다는 걸 뒤늦게 파악한 모양이었다.

퍼억

이인은 그가 떠나도 여전히 애꿎은 벽을 상대로 투구를 시도했다. 어찌나 공을 세게 던진 것인지, 그가 공을 던진 벽은 그 부분이 살짝 패인 상태였다.

“답답하니? 지금이라는 상황이······.”

팔짱을 낀 채 점점 멀어지는 최강수를 고개를 돌려 살짝 응시하고 있던 이시영은 이내 이인을 향해 말을 걸었다.

모든 사정을 알고 있는 그녀가 말을 걸어도 이인은 어떠한 대답도 하지 않았다. 단지, 거기에 변화가 하나 존재한다면 그것은 줄곧 계속하고 있던 투구를 멈췄다는 것이었다. 투구를 멈춘 그는 줄곧 상대가 되어주던 벽을 향해 시선을 응시하고 있었다.

‘제구가 전혀 되질 않네. 어지간히도 동요했었나봐······.’

잠시 분위기가 소강상태가 되자 이시영은 슬쩍 그가 공을 던진 벽을 살폈는데, 거기에서 그녀는 씁쓸함을 느꼈다. 공을 던진 곳이 제각각이었던 탓이었다. 기계가 아닌 이상 완전 똑같은 부분만을 노릴 수는 없다지만 이인 정도라면 능히 투구가 한 부분에 집중도록 던질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을 터인데 그것이 전혀 되지 않은 것으로 보아 심적 동요가 꽤나 컸던 듯했다.

뭐, 솔직하게 말해서 동요를 하지 않았다면 그것은 더 역설되는 일이었을 것이다. 지금쯤 이인은 얼른 용기를 내지 못한 그 자신을 탓하고, 증오하고, 혐오하고 있을 테니까.

만약 그가 행동을 주저하지 않았다면, 이러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지금쯤 넷이 부실에서 함께 자리하여 가벼운 농담을 하며 1학기 때와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을지도 몰랐다.

그러나······ 이미 엎질러진 물인 이상, 마냥 후회를 해도 어쩔 수가 없었다. 최소한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게 좋으리라.

“저기, 인아. 최소한 민희가 떠나기 전에······ 좋은 추억거리라도 만들어주는 게 어떨까?”

“······추억거리?”

최강수가 떠난 이상 보나마나 이시영으로부터 질타가 이어질 줄 알았건만 의외로 그녀가 조용한 목소리로 의외의 말을 꺼내자 이인은 지금 듣게 된 추억거리라는 단어를 되물었다.

이인의 이러한 물음에는 이시영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을 이었다.

“그래. 민희가 떠나게 된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야. 그렇다면 하다못해 마지막으로 잊을 수 없는 좋은 추억거리라도 만들어주자는 거지. 다른 학교로 간다고 해서 영원히 만날 수 없는 건 아니잖아.”

“좋은 추억거리라······. 어떤 식으로?”

이인은 아무래도 이시영의 말에 흥미가 없는 건 아닌 모양이었다. 여전히 고개는 돌리지 않고 있었지만, 대화를 거절하지 않고 방도에 대해서 묻는 걸 보면 말이다.

“으음,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역시 야구겠지? 가을축제 때 야구장을 빌려서 다른 학교와 경기를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건 어떨까? 우선 내가 생각한 건 대충 그런 건데.”

“뭐? 야구장을 빌려? 경기를 해? 야야, 그게 말이나 되냐. 그러려면 비용이 장난 아닌데 교장 선생님한테 밉보이고 있는 내가 속한 야구부에게 그런 걸 허락해줄 리가 없잖아. 게다가 허락을 받는다고 해도 어떻게 경기를 하는데? 실전에서 바로 뛸 수 있는 건 나 하나고 강수는 아직 초보자라고. 최소한 인원수라도 맞추지 않으면······.”

“왜 늘 할 수 없다고, 그렇게 단정을 짓는 거니?”

친선경기를 제안한 이시영은 이인이 코웃음을 치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자 그의 말을 도중에 자르며 말했다. 그렇게 말하는 그녀는 한없이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

시선을 여전히 돌리고 있는 터라 표정을 직접 본 것은 아니지만 목소리에서 그런 느낌을 받은 것인지 이인은 그냥 대답은 하지 않고 침묵으로 일관했다.

이시영이 말을 이었다.

“왜 해보지도 않고 안 될 거라고 생각을 하는 건지 난 이해가 되지 않아, 인아. 시도라도 해봐야지. 민희를 이렇게 보내게 되었으면, 하다못해 마지막이라도 좋게 보내주겠다는 생각을 왜 하지 못하는 건지 난 이해가 안 돼. 야구장을 빌리는 거? 말이라도 해봐야지. 혹시 알아? 해주실 지도 모르잖아. 함께 경기를 할 인원? 그건 나한테 따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으니까 문제가 되지 않아. 정말 중요한 건 인이 네가 하느냐, 하지 않느냐 그거라고.”

“하느냐, 하지 않느냐······.”

이시영의 따끔한 질타를 묵묵히 듣고만 있던 이인은 그녀의 마지막 말을 조용히 읊조렸다. 헌데 그 목소리가 다소 밝은 느낌이 드는 것이, 그제야 정신을 차린 듯했다.

“네 말이 맞아, 이시영. 백번 맞아······. 내가 우유부단해서 보내게 된 이상, 그 녀석에게 추억거리를 만들어주는 건 당연한 거겠지······. 그래도 워낙 스케일이 큰 이야기라 잠시 생각을 해볼 필요는 있을 것 같아. 반드시 긍정적인 대답을 할 테니, 날 믿고 기다려주면 좋겠다.”

“그래, 지금은 그 대답만을 듣게 된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이야. 그럼 나도 이만 갈게. 아무래도 인이 너는 조금 더 혼자 있고 싶을 거 같으니까.”

여전히 시선을 마주하고 있는 건 아니었으나 막역지우의 사이였던 터라 그 말의 내용에서 상대의 진심을 읽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이시영은 이인의 시간을 달라는 말에 굳이 토를 달지는 않고 그녀 자신도 뒤뜰을 떠났다.

그렇게 이제 뒤뜰에는, 이인 혼자만이 남게 되었다.


작가의말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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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 Epilogue +12 14.07.04 2,088 17 12쪽
137 끝이 난 뒤에 (2) +3 14.07.03 1,361 17 13쪽
136 끝이 난 뒤에 (1) 14.07.02 1,088 14 8쪽
135 그들의 이야기 +1 14.07.01 1,201 13 14쪽
134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14) +1 14.06.30 1,145 20 22쪽
133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13) 14.06.29 879 11 12쪽
132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12) +2 14.06.28 975 13 9쪽
131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11) +2 14.06.27 1,128 12 9쪽
130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10) +2 14.06.26 1,110 9 9쪽
129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9) 14.06.25 935 8 9쪽
128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8) 14.06.25 943 10 15쪽
127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7) 14.06.24 979 10 6쪽
126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6) +4 14.06.23 983 8 11쪽
125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5) 14.06.23 937 7 11쪽
124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4) +4 14.06.22 948 9 10쪽
123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3) 14.06.21 961 11 8쪽
122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2) +2 14.06.20 965 10 14쪽
121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1) 14.06.19 1,007 8 14쪽
120 준비 (3) 14.06.18 870 9 9쪽
119 준비 (2) +2 14.06.17 962 7 13쪽
118 준비 (1) 14.06.16 933 10 12쪽
117 가을축제에 (4) +2 14.06.15 933 10 15쪽
116 가을축제에 (3) 14.06.14 1,090 9 10쪽
115 가을축제에 (2) 14.06.13 977 11 9쪽
» 가을축제에 (1) +3 14.06.13 1,088 12 9쪽
113 암운이 드리워지다 (6) +2 14.06.12 1,020 1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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