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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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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로웰크란
작품등록일 :
2014.05.26 20:26
최근연재일 :
2014.07.04 22:42
연재수 :
13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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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30,4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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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6.14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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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가을축제에 (3)

DUMMY

어느 덧 시간이 지나고 지나 9월이 되었다. 9월이 된 동인고등학교는 한창 바쁜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여타 고등학교들도 다 그렇지만, 9월에는 축제라는 특수한 일정이 존재하고 있었던 탓이었다.

동인고에서는 조금 이른 감이 없지 않지만 9월 중순에 축제가 시작될 예정이었다. 목요일에 시작하여 토요일까지 예정하고 있는 다소 독특한 일정이었는데, 이는 마지막 날에 학생들이 보다 편안하게 놀 수 있도록 학교 측에서 배려하여 짠 것이었다.

아무튼 그로 인해 막 9월에 접어든 동인고는 부산스럽기가 그지없었다. 일정이 다소 빡빡한 탓에 학생들은 오전에는 시간표대로 수업을 하되 오후에는 축제를 위해 반이나 학교를 꾸미고 방과 후가 되면 각자 소속된 부활동에 가서 준비하는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바쁜 것은 선생들도 마찬가지였다. 각 반을 담당하는 담임들은 교실을 꾸미는 데에 신경을 써야했으며 담임 직이 아닌 선생들도 결재를 맡을 서류를 준비하여 올리거나 부활동의 고문으로 있으면 거기에도 신경을 써야 해서 학생들 이상으로 바빴다.

그리고 그 안에는 야구부의 고문인 양호실의 양인서도 포함되어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일전에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이인에게 약속한, 야구장의 대여를 위해 꼬박 며칠 동안 밤을 지새워서 결재서류를 준비하여 교장실로 향하는 중이었다.

야구를 전혀 모르는 초짜이지만 시설을 빌리는 것은 인터넷의 힘을 이용하여 어찌어찌 알아볼 수 있었다. 부장인 이시영으로부터 의견을 듣기도 했고 말이다.

그렇게 여러 의견을 종합하여 빌리는 곳으로 정한 야구장은 서울 쪽에 있는 학교와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있는 목동구장이었다. 목동구장은 프로구단인 NX 팀에서 운영하는 곳인지라 평소라면 꿈도 꾸지 못할 장소이겠으나, 운이 좋게도 NX 팀은 동인고의 축제가 있는 주의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휴식이 예정되어있었다. 휴식이라고는 해도 구단과의 협상이 가장 중요한 법인지라 설명을 들은 양인서는 침착하게 NX 팀에 전화를 하여 문의했다. 그 결과 놀랍게도 흔쾌히 수락을 받을 수 있었다. 프런트에서 근무하는 사람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 웬 선수가 전화를 대신 받았는데, 그는 양인서로부터 동인고등학교라는 이름을 듣자 살짝 놀라는 반응을 보이더니 이내 재학생 중에 이인이 있냐는 질문을 던졌다. 딱히 그의 이름을 숨길 이유는 없었고 만약 그것으로 빌릴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던 터라 양인서는 솔직하게 말했다.

그러자 전화는 그것으로 끝났다. 일개 선수에 불과한 주제에 꼭 빌릴 수 있게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겠다는 말을 하더니 그대로 전화를 끊은 것이다. 양인서는 이러한 전화에 다소 반신반의했으나, 그 다음날에 NX 팀의 구단주로부터 전화를 받을 수 있었다. 그 전화로 듣게 된 말은 전날에 상담에 응해준 선수가 말했던 것처럼 구장의 대여를 허락한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꽤나 저렴한 가격이었다. 프로 팀이 운영하는 구장이었는데 양인서가 처음에 인터넷을 통해 찾아본 사설 야구장의 절반밖에 하지 않는 돈이었으니 저렴하다고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인에게는 호언장담을 했다지만 내심 난항을 겪을 줄 알았던 야구장의 대여가 이토록 협상이 순조롭게 되자 양인서는 주먹을 불끈 쥐고는 그 자리에서 곧장 결재서류를 작성하여, 지금 교장실로 오게 되었다.

‘가격은 저렴하다지만 또 몰라. 교장 선생님은 인이를 눈엣가시로 생각하실 테니까. 부활동에 필요한 돈이므로 출처를 숨길 수는 없겠지만, 결재만 받으면 되는 거니까 어떻게든 도장을 받아낼 수 있도록 힘내보자…….’

똑똑

결연한 표정으로 결재서류를 품에 안은 채 발걸음을 옮기던 양인서는 이윽고 목적지인 교장실의 앞에 도착하자 차분하게 생각을 정리한 뒤 문을 두드렸다.

-들어오세요.

양인서는 조금 기다리자 안에 있는 교장인 서수근으로부터 허락을 받을 수 있었다. 그의 말에 양인서는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안녕하세요, 교장 선생님. 다름이 아니라 부탁드리고 싶은 게 있어서 왔습니다.”

“예, 무엇이지요?”

“이번 축제에 관련된 결재서류인데요, 이걸 좀 봐주셨으면 합니다.”

의자에 앉아서 그 사람이 좋아 보이는 특유의 나긋나긋한 미소를 짓고 있는 서수근을 향해 꾸벅 고개를 숙인 양인서는 그의 물음에 대답하며 품에 간직하고 있던 결재서류를 넘겨주었다.

서수근은 말없이 그것을 받아서 읽기 시작했다.

“흐음, 야구부라……. 이인 학생이 소속된 부로군요. 부라고는 해도 최소인원수만 겨우 채우고 있는 곳이라 이런 요청을 받게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그곳의 부장을 맡고 있는 이시영이라는 아이가 꽤나 당찬 성격이라서요. 부원은 적지만 이번 축제를 계기로 좀 더 많은 부원을 모으고 싶다고 합니다. 그…… 예기치 못하게 부원 한 명이 빠지게 되었으니까요.”

양인서는 서류를 꾸밀 때 결재를 통해 받는 자금의 구체적인 사용처는 써두지 않았다. 우선 허락만 받으면 되는 문제여서 그런 것이었다. 그러나 결재서류를 받아든 서수근이 예리한 지적을 하자 침착하게 대답했다. 순순히 허락을 받지 못할 것은 예상했던 바였고, 물론 그것을 대비하여 훌륭한 핑계거리도 마련해두었다.

부원이 적으므로 많은 학생들이 오가는 축제에도 기꺼이 나서서 일종의 홍보를 해보겠다. 그 누가 들어도 의심하지 않을 최상의 이유였다.

여기에 슬쩍 뒷말을 추가해두는 것도 잊지 않았다. 구체적으로 이름은 언급하지 않았지만 서수근이라면 누굴 말하는 것인지 능히 알아채리라고 판단하여 내뱉은 말이었다.

이러한 양인서의 노림수는 정확하게 먹혀들었다.

“…….”

꾸욱

‘됐다!’

잠시 미간을 좁힌 채 결재서류를 응시하고 있던 서수근이 더 이상은 묻지 않고 시원스레 책상에서 도장을 꺼내어 결재를 해준 것이다.

나중에 지원받은 돈으로 야구장을 빌리네 뭐네 이런 소식을 듣는다면 가만히 있을 것 같지는 않았지만 우선 제일 중요한 결재는 받아냈으니 한숨은 돌린 셈이었다. 나중 일은 나중에 생각해도 되었다.

이렇기에 양인서는 손쉽게 원하는 바를 이루게 되자 적당히 마무리인사를 하고 교장실을 나오려고 했는데,

“야구부는 이인 학생이 있는 곳이니 이 정도는 기꺼이 해주어야겠지요……. 그 학생 덕분에 어렵지 않게 송민희 학생을 보낼 수 있었으니까.”

‘……응?’

곧 양인서는 그 행동을 멈추게 되었다. 눈앞에 있는 서수근으로부터 심상치 않은 말을 듣게 된 탓이었다.

“교장 선생님, 그 말씀은……?”

“말한 그대로입니다. 이인 학생은 이번에 송민희 학생을 특수고등학교에 보낼 수 있게 가장 큰 도움을 주었으니 말이지요. 이 정도의 보답은 해주는 게 마땅하겠지요. 뭐, 본인은 지금쯤 그럴 기분이 아니겠습니다만…….”

“설마 인이에게 개학식에 그런 말씀을 해서 민희와 억지로 거리를 두게 한 건……?”

서수근으로부터 우연히 듣게 된 말은 실로 놀라운 내용을 포함하고 있었다. 따라서 양인서는 말을 주저하며 서수근을 향해 자초지종을 물었는데, 거기에는 서수근이 도리어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당연한 게 아닙니까. 송민희 학생은 교육부가 몇 년을 주시해왔습니다. 중학교를 졸업한 그녀가 교육부가 관리하는 특수고로의 입학 제안을 거절하고 단순하게 집이 가깝다는 이유로 우리 학교로 왔다지만 그 시선은 결코 떠나지 못했지요. 급기야 올해 초에 시행된 전국고교수학시험에서는 당당하게 2등에 안착했습니다. ……관리를 전혀 받지 않은 일개 학생이 첫 참가에서 2등을 한 것입니다. 1등인 학생은 당연히 교육부에서 집중적으로 관리를 한 학생이었고, 그 외에도 시험에 참가한 수많은 학생들이 교육부의 관리를 받고 있었는데도 말이죠. 그때부터 생각했습니다. 어떻게든 송민희 학생을 그 학교로 보내야겠다고…… 그래서 호시탐탐 기회를 노린 끝에 마침내 성공한 것입니다……. 뭐, 호시탐탐이라고는 해도 그리 어렵지는 않았어요. 양인서 선생님을 야구부의 고문으로 보내는 대신에 방학을 이용해 적성검사도 받을 수 있게 했고, 결정적으로 그 누구보다 송민희 학생에게 큰 기둥이 되어주었던 이인 학생이 내 말을 듣고 서로를 위한 것이랍시고 냅다 등을 돌려주었으니까요. 덕분에 교육부로부터 좋은 말이 있었습니다.”

“…….”

“아, 물론 양인서 선생님의 몫도 챙겨드릴 테니 걱정 마세요. 여름방학에 틈틈이 송민희 학생의 곁에서 보다 원활하게 적성검사를 받을 수 있게 도움을 주셨는데 내가 그걸 잊을 수 있겠습니까. 그에 관한 수당은 이번 축제가 끝나거든 챙겨드릴 테니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그럼…… 이만 나가보세요.”

달칵

서수근으로부터 전혀 생각지도 못한, 개학식 당일에 이인을 교장실에 불러다가 일방적으로 몰아붙인 것이 사실은 전부 계획적이었다는 말을 듣게 된 양인서는 어떠한 대답도 하지 못했다. 그녀는 그냥 그로부터 들려오는 말에 경악하는 게 전부였다. 지나치게 놀라는 반응을 보이면 의심을 살 수가 있었기에 애써 표정관리를 하면서 말이다.

그리고 겨우 교장실을 나오게 되었는데, 양인서는 그제야 비로소 마음을 먹을 수 있었다.

‘내가 참으로 어리석었구나……. 정말 어리석었어……. 민희야, 부디 이 못난 선생님을 용서하렴……. 그래도 걱정하지 마. 내가 너는 지키지 못했지만 인이만큼은, 그 아이만큼은 어떻게든 지킬 테니까…….’

스윽

도장을 받는 데에 성공한 결재서류를 품에 간직한 채 잠시 스스로를 자책하던 양인서는 처음에 교장실에 들어갈 때처럼 결연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그녀는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어 무언가를 꺼냈다.

그것은 바로 녹음기였다. 언뜻 보면 볼펜처럼 보이는 것이기도 했으나 볼펜의 심을 나오게 하는 부분에 빨간 버튼이 있는 그것은, 틀림없는 녹음기였다.


작가의말

이번 화가 일전에 운화 님께서 코멘트로 남겨주셨던 ‘송민희는 과연 관리를 해줄 정도로 천재인가?’ 라는 의문에 대답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송민희는 전혀 다듬어지지 않은 실력으로 2등이라는 빼어난 성적을 낸 것이거든요. 교육부 입장에서 이런 학생을 집중적으로 관리하기를 바라는 건 당연하리라고 생각하여 써본 내용이었습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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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14) +1 14.06.30 1,146 20 22쪽
133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13) 14.06.29 879 11 12쪽
132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12) +2 14.06.28 975 13 9쪽
131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11) +2 14.06.27 1,128 12 9쪽
130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10) +2 14.06.26 1,111 9 9쪽
129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9) 14.06.25 936 8 9쪽
128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8) 14.06.25 943 10 15쪽
127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7) 14.06.24 980 10 6쪽
126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6) +4 14.06.23 984 8 11쪽
125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5) 14.06.23 937 7 11쪽
124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4) +4 14.06.22 948 9 10쪽
123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3) 14.06.21 961 11 8쪽
122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2) +2 14.06.20 965 10 14쪽
121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1) 14.06.19 1,007 8 14쪽
120 준비 (3) 14.06.18 870 9 9쪽
119 준비 (2) +2 14.06.17 962 7 13쪽
118 준비 (1) 14.06.16 933 10 12쪽
117 가을축제에 (4) +2 14.06.15 934 10 15쪽
» 가을축제에 (3) 14.06.14 1,091 9 10쪽
115 가을축제에 (2) 14.06.13 978 11 9쪽
114 가을축제에 (1) +3 14.06.13 1,088 1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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