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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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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로웰크란
작품등록일 :
2014.05.26 20:26
최근연재일 :
2014.07.04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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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0,4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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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6.25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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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9)

DUMMY

-결국 이인 학생이 세 번째 타자에게 볼넷을 허용하면서 무사 만루의 위기를 맞게 됩니다. 아직 안타를 맞은 건 아니기에 노히트노런은 계속 유지되고 있습니다만, 이건…… 솔직히 조금 힘들 것 같네요. 안타를 맞지 않아도 밀어내기 볼넷 등으로 득점을 허용하면 노히트노런은 깨지게 되는 법이니 말이죠.

-포수 실책으로 낫아웃이 두 번이나 일어난 게 안타까울 따름이죠. 하지만 무사 만루라고 해서 꼭 점수를 낼 수 있는 것도 아니에요. 야구는 끝까지 가봐야 안다는 말이 있잖아요. 모르는 거예요.

-어허, 그건 앞선 이인 학생의 역량으로 봤을 때 충분히 막아낼 수 있을 것 같다는 말씀이신가요?

-글쎄요. 장담은 드리지 못하겠어요. 하지만 본인이 정말로 하려고만 한다면 못할 것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여태까지 멋진 모습을 많이 보여줬었으니까요.

‘무사…… 만루…….’

송민희는 8회 초 무사 1,3루의 위기에서 이인이 3-1의 카운트에서 아쉽게 볼넷을 허용하며 무사 만루가 되자 초조함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해설자들의 말대로 노히트노런이 깨진 건 아니지만 절체절명의 위기였기 때문이었다.

유존고는 외야 쪽으로 공을 하나만 보내도 되었으며 병살타를 쳐도 되었다. 즉, 타석에서 삼진만 당하지 않으면 된다고 할 수 있었다. 좌우지간 1점은 거의 확보했다고 할 수 있었다.

이러니 수비를 하는 입장인 동인고에서는 위기인 것이다. 0:0의 팽팽한 균형이 8회에서 깨지면 그것은 흐름을 빼앗기는 결과로 이어져 패배로 직결될 가능성도 있었다. 앞으로 두 번의 공격이 남았다고 해도 말이다.

역시 당사자들이니만큼 위기를 느낀 것인지 이인이 있는 마운드에는 포수인 최강수가 올라가 둘이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지금 상황에서 무슨 대화를 할까요?

-저는 이렇게 생각해요. 지금 심적으로 압박감을 느끼고 있는 것은 투수가 아닌 포수 쪽이라고 말이죠. 포구를 제대로 하지 못하여 발생한 두 번의 낫아웃이 지금의 상황을 만든 셈이니 어쩔 수가 없습니다. 지금 이인 학생이 미소를 보이는 걸 보면 오히려 포수를 격려하는 것 같네요. 안타를 하나도 허용하지 않았는데 무사 만루가 되면 화가 날 법도 한데 전혀 그렇지가 않은 모습이에요.

-일설에 의하면 야구는 멘탈 스포츠라는 말이 있는데, 그런 부분에서 보면 이인 학생은 멘탈이 꽤 강하다고 볼 수 있겠는데요?

-음…… 적어도 지금 모습을 보면 그런 것처럼 보입니다.

‘인이의 웃는 얼굴…….’

TV 화면을 통해 최강수와 이야기를 하고 있는 이인이 미소를 짓는 모습이 보이자 송민희는 거기에 자기도 모르게 시선을 빼앗겼다. 실로 오랜만에 보는 그의 밝은 미소였기 때문이었다.

분명히 여름방학 때까지만 해도 보려고만 하면 얼마든지 볼 수 있는 미소였거늘, 개학을 하고 나서는 거짓말처럼 볼 수가 없게 되었다……. 그를 좋아하는 자신의 마음은 변함이 없지만, 그것은 본인에게 허락되지 않은 감정이기도 했다…….

‘아니야……. 나는 이렇게 멀리서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해…….’

TV에 확대된 이인의 모습을 보는 순간 말로 형언할 수가 없는 복잡한 감정이 느껴지자 송민희는 처연한 표정을 짓다가도 이내 고개를 좌우로 살짝 저었다. 그것은 지금 자신이 속으로 느끼고 있는 좋지 않은 것들을 애써 털어내기 위한 행동이었다. 그리고는 그냥 계속 중계에 집중했다.

이인과 최강수의 마운드에서의 대화는 금방 끝이 났고, 이제 무사 만루의 상황에서 네 번째 타자가 타석에 들어섰다.

-이것이 노히트노런을 향한 마지막 고비라고 생각합니다. 역시 우타자라서 오른손으로 던지네요. 과연 어떻게 될 것인지…… 초구를 밀어 칩니다! 그런데 투수 정……! 아앗! 투수한테 맞고 굴절! 그 사이에 3루 주자는 홈으로! 동시에 이인 학생이 글러브로 직접 토스! 어디, 판정은……! 아웃! 아웃이에요! 첫 번째 아웃 카운트를 이인 학생이 직접 잡아냅니다! 어…… 그런데……

-으음…… 너무 순간적으로 지나갔었는데요, 아무래도 타구에 제대로 맞은 것 같네요. 아예 일어나지를 못하고 있어요. 큰 부상이 아니면 좋을 텐데요…….

‘도,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지……?’

그것은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이인이 사인을 보내어 최강수와 호흡을 맞춘 다음 초구를 던진 것을 타자가 정확하게 쳐냈는데, 그 타구는 투수를 향해 뻗어가는 강습타구였다. 이인은 본능적으로 타구를 향해 글러브를 뻗었는데, 그 타구는 그에게 막혀 힘을 잃고 앞쪽에 떨어졌다. 동시에 이인 본인도 그 자리에 고꾸라졌다. 그리고 그 사이에 3루 주자가 홈으로 파고들자 땅에 엎어졌던 그는 재빨리 글러브로 공을 집어 포수에게 토스, 겨우 아웃을 만들었다.

이 과정만 보면 투수가 가히 천재적인 반사 신경으로 아웃을 잡아낸 것처럼 보였으나, 그 뒤의 모습이 결코 좋지 못했다. 글러브로 공을 토스한 이인이 마운드에 웅크린 채 일어나지를 못하고 있는 것이다. 곧 그를 향해서는 사전에 부상을 대비하여 대기 중이던 트레이너와 동인고의 학생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그러나 이인은 그 와중에도 일어나지를 못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부상이 꽤나 심각했던 듯했다. 해설자들도 그러한 이인의 모습에 심각한 목소리로 걱정을 금치 못했는데, 곧 그들은 볼 수 있었다.

-담당 PD 님께서 느린 화면으로 틀어주고 계십니다. 이 타구가…… 어우, 글러브에 맞고 굴절된 게 아니었네요. 글러브를 절묘하게 통과해서 이인 학생의 오른팔에 맞고 튕겨졌습니다. 강하게 던진 공이 방망이에 탄력을 받으면 더 강해졌을 텐데 그걸 팔에…… 어우, 이렇게 보는 것만으로도 끔찍하네요.

-다행히 뼈가 아닌 부위에 맞긴 했습니다만…… 이건 잘 모르겠네요. 동인고는 백업 선수가 없기 때문에 이대로 이인 학생이 경기속행이 불가능하다는 판정을 받게 될 경우 선수가 부족하여 어쩔 수 없이 몰수패를 당하게 됩니다. 8회가 시작될 때만 해도 노히트노런에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만을 생각했었는데 설마 이런 일이 될 줄은……

곧 TV에는 느린 화면으로 타구가 날아가는 부분이 재생되었다. 이인이 타구를 향해 본능적으로 글러브를 내밀었으나 타구는 그보다 더 빨리 글러브를 아슬아슬하게 통과하여 무방비 상태의 이인의 오른팔을 제대로 강타했다. 그것은 느리게 보면 유니폼을 입고 있는 그의 오른팔이 패인 것처럼 보일 정도로 심각했다.

‘팔에…… 공이…….’

초조한 표정으로 TV를 응시하고 있던 송민희의 표정은 그 광경을 보게 되는 순간 창백해졌다. 맞고 난 직후의 이인의 반응을 봤을 때부터 가벼운 부상은 아닐 거라고 짐작했었지만, 글러브에 들어간 충격으로 손목이 꺾인 정도까지만 예상했었지 설마 이런 식으로 직접 맞았을 줄은 상상도 못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이렇게 맞았으면 엄청 아팠을 텐데 그 와중에 아웃카운트를 잡았네요.

-경기를 끝까지 생각했었다는 것의 반증이겠죠. 그런 만큼 일어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관중들도 이인 학생의 이름을 외치고 있는 게 들리네요. 역시…… 동인고의 학생들은 하나같이 아연실색한 표정이에요. 그 기묘한 피켓을 들고 있던 여학생도 보이고 있고요.

느린 화면의 이인이 공에 맞은 직후 쓰러졌다가도 얼른 몸을 일으켜 글러브로 포수에게 공을 토스한 뒤 그대로 고꾸라지는 광경을 계속 재생시킨 중계측은 이인의 이름이 사방에서 울려퍼지고 있는 목동구장의 생생한 광경을 보여주다가도 경기 도중에 포착되었던 이시영을 보여주었다. 조금 전까지 혼자 피켓을 들고 있던 그녀는 핸드폰을 손에 쥔 채 다소 황당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 모습으로 보아 TV 중계를 통해 이인이 부상을 당하는 광경을 본 듯했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이었다.

우우웅

‘핸드폰이……?’

곁에 놓아둔 송민희의 핸드폰이 진동이 울린 것이다. 이인의 문자를 확인한 직후 그냥 두었는데, 아무래도 그 사이에 누군가로부터 문자가 온 듯했다. 지금도 쓰러진 채 통 일어나지를 못하고 있는 이인이 중계되고 있는 TV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던 송민희는 더듬거리며 핸드폰을 잡아다가 진동의 정체를 확인했다.

핸드폰에는 문자가 한 통 온 상태였다. 송민희는 거의 무의식적으로 그것의 내용을 확인했고, 곧 얼이 빠지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발신자: 이시영

내용: 부탁이야, 민희야……. 제발 와줘. 네가 목동구장으로 와야만 해. 인이는 오로지 널 위해 뛰고 있는 거란 말이야.

왜냐하면 문자에서 이와 같은 내용을 확인하게 된 탓이었다.

이 문자를 받은 송민희의 이어지는 행동은 늘 소극적이던 그녀답지 않게 매우 신속했다.

덜컹

-우선 아이싱을 하고 있습니다. 언뜻 보면 괜찮은 것처럼 보이기도 한……

이시영의 문자를 확인한 송민희는 겉에다가 가벼운 웃옷 하나만을 걸친 채 그대로 집을 나섰다. 어찌나 급했는지, 그녀는 거실의 TV를 그대로 켜놓은 상태로 집을 비우고 말았다.


작가의말

+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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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14) +1 14.06.30 1,145 20 22쪽
133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13) 14.06.29 879 11 12쪽
132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12) +2 14.06.28 975 13 9쪽
131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11) +2 14.06.27 1,128 12 9쪽
130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10) +2 14.06.26 1,110 9 9쪽
»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9) 14.06.25 936 8 9쪽
128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8) 14.06.25 943 10 15쪽
127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7) 14.06.24 979 10 6쪽
126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6) +4 14.06.23 983 8 11쪽
125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5) 14.06.23 937 7 11쪽
124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4) +4 14.06.22 948 9 10쪽
123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3) 14.06.21 961 11 8쪽
122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2) +2 14.06.20 965 10 14쪽
121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1) 14.06.19 1,007 8 14쪽
120 준비 (3) 14.06.18 870 9 9쪽
119 준비 (2) +2 14.06.17 962 7 13쪽
118 준비 (1) 14.06.16 933 10 12쪽
117 가을축제에 (4) +2 14.06.15 933 10 15쪽
116 가을축제에 (3) 14.06.14 1,090 9 10쪽
115 가을축제에 (2) 14.06.13 977 11 9쪽
114 가을축제에 (1) +3 14.06.13 1,088 1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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