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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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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로웰크란
작품등록일 :
2014.05.26 20:26
최근연재일 :
2014.07.04 22:42
연재수 :
13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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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2,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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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98
글자수 :
630,487

작성
14.06.27 14:06
조회
1,127
추천
12
글자
9쪽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11)

DUMMY

동인고등학교가 8회에 맞닥뜨리게 된 1사 만루의 위기는 놀랍게도 공 여섯 개로 끝이 났다. 영락없이 중단될 줄로만 알았던 경기가 속행되자 유존고의 타자들이 자신만만한 모습으로 타석에 들어섰지만 투수 이인이 각각 공 세 개씩을 나누어 던져 삼구삼진을 이끌어낸 것이다. 그 중 한 명은 우타자였음에도 불구하고 부상으로 인해 왼손으로 승부를 봤거늘 결과는 수비수들을 수고스럽게 하지 않는 삼진이었다. 이른바, 유존고는 천재일우의 기회를 그냥 놓친 셈이라고 할 수 있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관중석에 있던 동인고의 학생들은 연신 환호를 질렀으며, 유존고의 학생들은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1사 만루라는 절호의 기회에서 희생플라이는커녕 아예 타격조차도 해내지 못한 것이니 당연한 것이다. 더군다나 상대 투수는 앞선 무사 만루의 상황에서 오른팔에 타구를 맞는 큰 부상을 입었건만 그런 상대에게서 안타 하나를 못 쳤으니 기가 막힐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여태까지 안타 하나를 못 쳤다고 해도 말이다.

이렇게 8회 말을 맞이하게 되자 승기는 동인고에게 기우는가 싶었는데, 마냥 그렇지도 않았다.

퍼억

-스트라이크 아웃!

따악

-아웃!

8회 말의 동인고의 공격에서 타석에 들어선 타자들이 연달아서 아웃이 되고 만 것이다. 한 명은 앞선 8회 초의 유존고의 타자들처럼 아깝게 삼진을 당했으며, 후속타자는 신중하게 공을 골라낸 끝에 2-2의 카운트에서 타격을 감행했으나 2루 쪽 땅볼이 되어 힘없이 물러나고 말았다. 아직 2사이므로 기회가 완전히 날아간 것은 아니라지만 냉정하게 보면 날아갔다고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거 참, 설마 2사에서 내가 나서게 될 줄이야…….’

왜냐하면 다음 타자가 지명타자가 없어 어쩔 수 없이 등록한 8번 타자인 투수 이인이었기 때문이었다. 앞선 타석에서 좌익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를 치기도 했으므로 타격감은 나쁘지 않은 편이라 원래라면 기대를 해볼 법도 하겠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그것이 힘들었다. 그의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었으니 당연한 것이다.

“미안하다, 인아. 어떻게든 쳐보려고 했는데…….”

“일부러 그러신 게 아니잖아요. 괜찮아요.”

보호 장비를 착용한 뒤 타석에 들어설 준비를 하던 이인은 땅볼을 치고 돌아온 선배가 면목이 없다는 듯 고개를 수그린 채 하는 말에 고개를 조용히 좌우로 저으며 대답했다. 그리고는 그의 뒤를 이어 세 번째 타자로써 타석에 향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상대 투수가 우완이라는 건가……. 아무리 왼손으로 타격을 한다고 해도 팔이 이래서야 어렵겠지만, 최대한 힘을 내봐야겠지.’

피멍이 든 오른팔에는 조금만 힘을 주어도 통증이 느껴졌다. 아무래도 그렇다 보니 이인은 오른팔을 거의 못 쓰는 상태라 왼손만으로 모든 걸 해결해야만 했는데, 다행히 상대 투수인 마학선은 오른손 투수였다. 장타는 무리겠지만 그래도 할 수 있는 모든 걸 해야만 하는 때인 터라 이인은 막 타석에 들어서려고 했다.

헌데 그가 그러려는 순간이었다.

‘어잉?’

그나마 멀쩡한 왼손에 힘을 주는 타격을 몇 번 연습하며 타석에 들어가려던 이인은 깜짝 놀라야만 했다. 유존고의 투수코치가 손에 공을 들고 직접 마운드에 올라갔기 때문이었다.

야구에서 손에 공을 쥔 투수코치의 마운드 방문은 투수교체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곧 마학선은 투수코치로부터 격려를 받으며 마운드를 내려갔고, 그의 뒤에는 다른 투수가 등장했다. 물론 그 투수는 강제로 왼쪽 타석에 서야만 하는 이인에게 상성이 불리하다고 할 수 있는 좌완이었다.

‘이…… 진짜 치사하게 나오네. 저쪽에서는 저러는 게 당연한 거겠지만…….’

퍼억

마학선의 뒤를 이어서 나온 투수가 연습투구를 하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던 이인은 기가 차는 걸 느꼈으나 이내 납득했다. 이번 친선경기에 앞서 유존고의 감독이 자신에게 했던 말이 뒤늦게 떠오른 것이다.

어떤 상황에서건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 그 말마따나 그는 지금까지의 경기에서 야수의 수비위치 변경도 숱하게 했으며 선수 역시 제법 많이 교체를 해왔다. 자신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전술을 총동원해서 경기에 임하는 감독을 나쁘게 생각하는 건 어폐가 있는 것이리라.

그렇기에 이인은 이내 연습투구가 끝나자 의연한 표정으로 타석에 들어섰다.

‘아으으, 조금만 힘을 줘도 욱신거리네. 왼손 하나만으로 타격을 한다고 생각을 하고서…….’

타석에 들어서서 방망이를 양손으로 쥔 이인은 오른팔에서 강렬한 통증이 느껴지자 인상을 찡그렸다. 그리고는 몇 번의 시도를 통해 타격 폼에 변화를 주었다. 곧 타격박스에 들어선 이인은 머리 뒤쪽에 거의 일직선으로 방망이를 세우고 있는 식의 폼을 취해보였다. 그 폼은 양손을 방망이에 대고 있기는 했으나, 오른손은 그냥 말 그대로 대고만 있을 뿐이지 방망이에서 거의 떨어져있었다. 그것은 오로지 왼손 하나만으로 타격을 하는 셈이라 제대로 된 타격은 어려울 듯했다.

유존고의 배터리도 이러한 부분을 인지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퍼억

-스트라이크!

‘왼손이라 시야가 가려져서 잘 안 보여……. 그나저나 한가운데라, 빠르게 승부를 보려는 심산인가?’

초구는 완전 한복판으로 들어오는 직구였다. 이인은 빠른 공이 윽박지르듯 가운데로 날아오자 거기에 혀를 내두르다가도 이내 타석에서 물러나 연습스윙을 하며 생각에 잠겼다. 비록 자신의 상태가 좋지 않다고 해도 상대가 투수교체라는 강수를 두면서까지 임하는 이상 호락호락 당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곧 이인은 다시 타석에 들어섰고, 두 번째 공이 날아왔다.

퍼억

-스트라이크!

‘역시 곧장 승부를 볼 심산인 것 같군…….’

두 번째 공 또한 한복판에 들어오는 공이었다. 인터벌이 짧은 것도 그렇고, 오로지 직구만을 던지는 것으로 보아 유존고는 지금 속전속결로 끝을 보고 1번 타순부터 돌아가는 9회에 모든 걸 걸어보려는 생각인 것 같았다. 이러한 부분을 예상하던 이인은 이내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우선 지금의 내가 장타를 치는 건 무리야. 볼넷으로 골라서 나가는 건 무리일 것 같으니 어떻게든 안타를 노려보고 강수를 믿어보는 수밖에 없겠다.’

오른손에 전혀 힘을 줄 수가 없는 지금 장타는 무리라고 판단한 이인은 이내 가벼운 연습스윙을 다시 한 번 했다. 그는 그러다가도 지금도 시끄럽게 응원가가 울리고 있는 관중석을 힐끔 보았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녀’가 있는 쪽을 바라보게 되자,

‘장타를 치는 건 무리……. 과연 정말로 그럴까?’

문득 스스로에게 의문을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는 계속 생각에 잠겼다.

‘어차피 지금은 2사 상태…… 게다가 상대는 부상을 입은 나를 깔보고 있어. 내가 안타를 치고 나간다고 한들 초보자인 강수에게 해결을 바라는 건 아무래도 무리가 있다. 그렇다면 아예…… 내가 해결사가 되어보는 게 낫지 않을까?’

속으로 여러 생각들을 끊임없이 이어가던 이인은 고개를 힐끔 돌리자 대기타석에서 방망이를 품에 안은 채 목석이 되어있는 최강수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의 그런 모습을 보게 되자 이인은 이내 결심을 내릴 수 있었다. 바로, 뒷사람에게 쓸데없이 부담주지 말고 자신이 여기에서 모든 걸 끝내버리자고 말이다.

그렇게 이인은 다시 한 번 타석에 들어섰다. 유존고의 두 번째 투수는 포수와 사전에 사인을 맞췄는지 그가 타석에 들어서자 역동적인 와인드업자세를 통해 공을 던졌다. 그 공은 이인의 예상대로 속전속결을 위한 또 다시 한가운데로 오는 직구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다른 결과가 초래했다.

따악

무려, 앞선 타석에서는 그냥 공이 오는 것을 보고만 있던 이인이 오른발을 살짝 들었다가 힘차게 내딛으며 오로지 왼손 하나만으로 어퍼스윙을 시도, 한복판으로 들어온 직구를 제대로 쳐낸 것이다. 수평으로 방망이를 휘두르는 레벨스윙이나 아래쪽으로 찍듯이 쳐내는 다운스윙이 아닌 장타의 생성이 용이한 위쪽으로의 타격인 어퍼스윙을 한 덕분인지 왼손 하나만으로 쳤음에도 불구하고 이인의 타구는 오른쪽으로 크게 뻗어갔다. 장타가 나올 확률이 희박하여 작전에 따라 전진수비를 하고 있었던 유존고의 우익수가 타구의 위치를 확인하고 급하게 그 타구가 날아가는 방향을 향해 뛰어갔지만 그 타구는 오른쪽 담장을 아슬아슬하게 넘어가 그의 손이 결코 미칠 수가 없는 곳에 떨어졌다.

그것은, 길고 길었던 0:0의 균형이 드디어 깨지는 순간이었다.


작가의말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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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99 마법소년4
    작성일
    14.06.27 14:48
    No. 1

    헐 한 손으로 홈런이 나와요?! 인이 대단하네요 역시 주인공인가!! 전 배팅이 정말 어렵더라고요 ㅠㅠㅋ 잘 보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8 로웰크란
    작성일
    14.06.27 14:58
    No. 2

    주인공 보정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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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12) +2 14.06.28 975 13 9쪽
»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11) +2 14.06.27 1,128 12 9쪽
130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10) +2 14.06.26 1,110 9 9쪽
129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9) 14.06.25 935 8 9쪽
128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8) 14.06.25 943 10 15쪽
127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7) 14.06.24 979 10 6쪽
126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6) +4 14.06.23 983 8 11쪽
125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5) 14.06.23 937 7 11쪽
124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4) +4 14.06.22 948 9 10쪽
123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3) 14.06.21 960 11 8쪽
122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2) +2 14.06.20 965 10 14쪽
121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1) 14.06.19 1,007 8 14쪽
120 준비 (3) 14.06.18 870 9 9쪽
119 준비 (2) +2 14.06.17 962 7 13쪽
118 준비 (1) 14.06.16 933 10 12쪽
117 가을축제에 (4) +2 14.06.15 933 10 15쪽
116 가을축제에 (3) 14.06.14 1,090 9 10쪽
115 가을축제에 (2) 14.06.13 977 11 9쪽
114 가을축제에 (1) +3 14.06.13 1,087 12 9쪽
113 암운이 드리워지다 (6) +2 14.06.12 1,020 10 8쪽
112 암운이 드리워지다 (5) 14.06.12 1,007 14 13쪽
111 암운이 드리워지다 (4) 14.06.11 1,104 9 10쪽
110 암운이 드리워지다 (3) 14.06.11 1,122 8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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