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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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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로웰크란
작품등록일 :
2014.05.26 20:26
최근연재일 :
2014.07.04 22:42
연재수 :
138 회
조회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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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98
글자수 :
630,487

작성
14.05.26 20:28
조회
5,224
추천
51
글자
10쪽

Prologue

DUMMY

‘어쩌다가 일이 이렇게 된 거지…….’

소년은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1회부터 등판하여 지금의 9회 말 투아웃에 앞 타석의 타자를 아쉽게 볼넷으로 출루시킬 때까지 연투를 해서 그런지 온몸이 비를 맞은 듯 땀투성이라 머리에 쓰고 있는 모자의 챙 끝으로 땀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으나, 지금은 그런 걸 신경 쓸 때가 아니었다. 지금껏 예비전력으로 분류되어 더그아웃에 있는 게 전부였건만 뜻밖에도 오늘의 경기에 출전하게 된 탓이었다. 참으로 공교롭게도 오늘 투구가 예정되어있던 선발투수가, 지금 그를 더그아웃에서 공허한 눈빛으로 지켜보고 있는 투수가 경기장으로 올 때 서두르다가 부상을 입어 일어난 일이었다.

웬만하면 그냥 평소처럼 주목을 피하기 위해 대충하겠으나 오늘의 결승전에는 팀원 모두의 성적이 걸려있어 그것이 불가능했다. 죽일 듯이, 진심으로 투구를 하지 않으면 자신은 물론이고 팀원 모두의 장래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될 수도 있었다. 오늘의 투구내용이 피안타가 좀 있기는 했으나 무실점으로 아무리 좋았다고 한들, 어차피 한 번이었으므로 우연이라고 둘러대면 그만일 뿐이다.

그렇다고 해도 지금의 상황은 결코 좋지가 않았다.

‘여태껏 우리 팀이 얻어낸 점수는 단 한 점…… 지금 볼넷으로 출루를 시켰으니 이기려면 반드시 저 녀석을 여기에서 잡아내야만 해.’

왼쪽에 위치하고 있는 1루에 위치하고 있는 타자를 힐끔거리며 소년은 생각했다.

현재 점수는 1점 차. 9회말 2사 1루였으므로 큰 거 한 방을 맞으면 그대로 동점이 될 수도, 운이 없어 홈런을 맞으면 역전패를 당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공교롭게도 현재 타석에 있는 타자는 상대 팀의 4번 타자여서 가장 위험하다고 할 수 있었으나 그렇다고 해서 고의사구로 거르는 것도 불가능했다. 그렇게 될 경우 2루에 주자를 보내는 게 되는데, 그것은 더욱 위험했기 때문이었다. 그 상황까지 가서 다음 타자에게 안타를 허용한다면 동점은 기본일 터이고 연장전까지 들어가면 이쪽은 상대 팀과 달리 투수에 예비전력이 전혀 없었으므로 필패(必敗)를 당하게 될 게 자명한 일이었다.

‘어떻게든…… 어떻게든 지금 상황에서 끝을 봐야만 한다.’

따라서 이렇게 속으로 생각을 마친 소년은, 오른손을 이용하여 등 뒤쪽에 쥐고 있던 야구공을 왼손에 끼고 있는 글러브에 넣고는 그것을 서서히 가슴 높이로 들어올렸다.

그것은 본격적인 투구를 위한 동작이었다. 지금은 주자가 있었으므로 어느 정도는 주자를 경계하며 투구를 하는 게 좋겠으나, 잡으면 이기고 맞으면 질 게 극명하게 갈리는 지금의 상황에서는 오로지 타자와의 승부에만 집중하는 게 좋았다. 때문에 소년은 조금 전에 포수의 사인을 보며 어느 정도 의견을 교환하다가 이윽고 변화구를 통한 헛스윙을 끌어내는 것으로 합의를 본 걸 상기하고는 가장 자신이 있는 변화구를 던지기 위해 공의 그립을 다르게 하여 쥐었다. 그리고 전력투구를 위해 천천히 호흡을 가다듬었는데, 소년은 그러다가도 문득 볼 수 있었다.

‘제발 부탁이다……. 그런 눈으로 보지 마라…….’

그것은 오늘 선발로 예정되어있던 같은 팀원인 투수의 모습이었다. 절친한 친구이기도 하며 오늘의 경기에 모든 걸 쏟아 부으려고 했던 그는, 안타깝게도 경기장에 올 때 불의의 사고를 당하여 주축이 되는 오른팔을 쓸 수가 없었다.

그로 인해 본래 예정에도 없던 자신이 등판하여 지금껏 마운드를 지키고 있지 않았던가. 어쩔 수 없다는 상황만 아니었다면 지금처럼 주목을 받게 될 투구를 하지는 않았을 터인데, 9회 말에 내어준 볼넷을 제외한다면 상대타선을 꽁꽁 묶는 퍼펙트게임을 보였으니 당연히 야속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 스스로가 투구를 했을 때 이만한 투구내용을 보일 자신은 없었을 터이니 말이다.

그러나…… 지금의 시선은 견디기가 어려웠다.

‘그런 표정 짓지 마…….’

소년은 이윽고 본격적인 투구를 위해 그립을 다르게 쥔 공을 왼손의 글러브에 넣으며 천천히 들어올렸다. 그는 얼굴은 앞으로 향하고 있었으나 시선은 여전히 그 자신을 향해 공허한 눈빛을 보이고 있는 같은 팀원의 절친한 친구에 고정되어있었다. 문득 억울함을 토로하는 듯한 그의 눈빛을 보게 되자 심적인 부담이 생기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나도 어쩔 수가 없어……! 제발 그러지 마라……!’


소년은 속으로 이렇게 절규하고는 마침내 손에 거의 부술 듯 움켜쥐고 있던 공을 던졌다.

하지만 그것은 실투라고 부를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공이었다. 전력으로 투구를 한 것인지 구속은 상당했으나 완전히 가운데로 몰려, 실력 있는 타자라면 절대로 놓치지 않을 그런 공이었다.

아무리 중학생이라고는 해도 역시 4번 타자라는 것일까?

까앙

소년이 거의 이를 악물고 던진 공은 그 속에 담긴 울분을 폭발시키기라도 하듯 타석에 있던 타자가 맹렬하게 휘두른 방망이에 경쾌한 타격음을 내며 하늘로 크게 떠올랐다.

그리고 그것은 마치 날개를 펴고 힘차게 날아가는 새와도 같이 끝없이 날아가더니, 이내 누구도 그 형체를 알아볼 수가 없게 되었다.


*


-1루 견제! 아~! 완전히 걸렸어요! 저 투수는 투구동작과 견제구를 던지는 동작의 구별이 어렵죠! 아웃! 이로써 이닝이 완전히 마무리되며 공수가 전환됩니다! 이거 정말 1회부터 경기가 아주 뜨겁네요!

서울의 강남구에 위치하고 있는 동인고등학교. 그곳에는 점심시간에 한 학생이 홀로 운동장 쪽에 나와서 귀에 이어폰을 꽂은 채 스마트폰을 통해 무언가를 열심히 보고 있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그것은 야구경기였다. 아무래도 그 학생은 지금 생방송으로 중계가 되는 야구경기를 점심시간이라는, 비교적 자유로운 시간을 이용하여 보고 있는 듯싶었다.

“1회부터 볼넷에 도루에 안타에 견제사까지…… 역시 라이벌이라는 건가? 시작부터 장난 아니네.”

스마트폰을 통해 조금 전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던 야구경기 1회를 흥미진진한 시선으로 보고 있던 소년은, 잠시 양쪽 팀이 공수전환을 하는 사이에 화면이 광고로 넘어가자 그 틈에 얼른 먹고 있던 도시락을 먹어치우며 중얼거렸다.

소년은 올해에 고등학교에 입학한 1학년 새내기였다. 갓 입학을 해서 그런지 고등학생치고는 약간 앳되어 보이는 외모도 외모였으나 동인고등학교 특유의 각 학년마다 명찰에 색상의 차이를 두는 방식으로 쉽게 판별이 가능했다. 소년은 동인고등학교의 1학년인 이인이라는 이름의 학생이었다. 이인은 외모는 살짝 어린 티가 났지만 체격은 의외로 상당했다. 아직 3월이라 동복을 입고 있었으나 키가 무척 컸으며, 거기에 걸맞게 어깨도 넓어 옛날부터 꾸준히 운동을 한 사람인 것처럼 보였다. 더군다나 외모도 상당한 호남형이어서 학생답게 염색 따위는 전혀 없고 짧은 머리카락을 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제법 볼만했다. 입고 있는 건 여타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교복이었지만, 외모가 상당하여 다른 이의 이목을 끄는 데에 부족함은 조금도 없었다.

지금도 그런 효과가 나타난 것일까?

-자, 이제 2회 초의 경기가 시작됩…….

“야, 거기 너! 준비종 아까 쳤잖아! 얼른 교실로 돌아가!”

길었던 광고가 끝나며 흥미진진하게 진행되고 있는 야구에 다시 정신을 집중하려던 이인을 향해 돌연 들려오는 목소리가 존재했다. 깐깐하게 생긴 인상이나 행동으로 보아 가르치는 학생들의 복장 등을 주로 검사하는 학생주임인 듯싶었다.

‘이런, 선생님이…….’

“예! 얼른 들어가겠습니다!”

귀에 이어폰을 꽂고 있었으나 다행히 경기가 시작되려는 찰나였기에 이인은 어렵지 않게 자신에게 교실로 돌아가라는 선생의 말을 들을 수 있었다.

그러나 교실에 돌아가게 되더라도 그 사이에는 계속 보고 싶은 것인지 자리에서 일어나 도시락을 정리하며 교실로 돌아갈 채비를 갖추면서도 그의 시선은 계속 스마트폰에 고정되어있었다. 그 때문인지 몰라도 이인의 행동은 무척 굼떴다. 어찌나 굼뜨던지 방금 교실에 돌아갈 것을 명령한 선생을 대놓고 기만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할 정도였다.

“이 자식이! 빨리 안 가!”

이인의 행동은 역시 도발하는 데에 부족함이 전혀 없던 것인지 그가 움직이는 걸 멀리 교정에 서서 지켜보고 있던 선생…… 학생주임은, 자신의 외침을 들은 이인이 도통 움직이려고 하지 않자 버럭 화를 내더니 냅다 그쪽으로 성큼성큼 다가갔다.

“아, 아니! 지금 갈게요! 갈 겁니다!”

학생주임의 그 행동은 역시 평소에 자주 해오던 것이라 그런지 무척이나 빨라 당사자인 이인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그는 무섭기로 유명한 학생주임이 화가 난 상태로 자신에게 온다는 사실에 적잖게 공포심을 느낀 것인지 연신 당황하면서도 주변에 꺼내놓았던 빈 도시락을 정리하며 행동을 서둘렀는데, 아무래도 그것은 마음이 너무 앞섰던 것 같았다.

쿠웅

“으아악!”

“이, 이 녀석아!”

이인이 허겁지겁 도시락을 정리하다가 그대로 요란한 소리를 내며 땅에 넘어진 것이다.

빈 도시락이 이리저리 흩어진 것이나 넘어질 때의 소리가 상당했던 것, 비명소리 또한 그에 못지않게 컸던 것이나 성큼성큼 다가오던 학생주임이 크게 놀란 것으로 보아 꽤 심각하게 다친 모양이었다.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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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 Epilogue +12 14.07.04 2,089 17 12쪽
137 끝이 난 뒤에 (2) +3 14.07.03 1,362 17 13쪽
136 끝이 난 뒤에 (1) 14.07.02 1,088 14 8쪽
135 그들의 이야기 +1 14.07.01 1,202 13 14쪽
134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14) +1 14.06.30 1,146 20 22쪽
133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13) 14.06.29 879 11 12쪽
132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12) +2 14.06.28 975 13 9쪽
131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11) +2 14.06.27 1,128 12 9쪽
130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10) +2 14.06.26 1,110 9 9쪽
129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9) 14.06.25 936 8 9쪽
128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8) 14.06.25 943 10 15쪽
127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7) 14.06.24 979 10 6쪽
126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6) +4 14.06.23 984 8 11쪽
125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5) 14.06.23 937 7 11쪽
124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4) +4 14.06.22 948 9 10쪽
123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3) 14.06.21 961 11 8쪽
122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2) +2 14.06.20 965 10 14쪽
121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1) 14.06.19 1,007 8 14쪽
120 준비 (3) 14.06.18 870 9 9쪽
119 준비 (2) +2 14.06.17 962 7 13쪽
118 준비 (1) 14.06.16 933 10 12쪽
117 가을축제에 (4) +2 14.06.15 934 10 15쪽
116 가을축제에 (3) 14.06.14 1,090 9 10쪽
115 가을축제에 (2) 14.06.13 977 11 9쪽
114 가을축제에 (1) +3 14.06.13 1,088 12 9쪽
113 암운이 드리워지다 (6) +2 14.06.12 1,020 10 8쪽
112 암운이 드리워지다 (5) 14.06.12 1,007 14 13쪽
111 암운이 드리워지다 (4) 14.06.11 1,104 9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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