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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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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로웰크란
작품등록일 :
2014.05.26 20:26
최근연재일 :
2014.07.04 22:42
연재수 :
13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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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98
글자수 :
630,487

작성
14.06.13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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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가을축제에 (2)

DUMMY

“후우…….”

최강수가 떠나고 이시영까지 자리를 떠나게 됨에 따라 뒤뜰에는 이인 혼자만이 남게 되었다. 시간이 저녁때가 다 되어가는 터라 노을이 지게 됨에 따라 날이 서서히 어두워지고 있었기에, 이인도 더 이상의 투구는 하지 않고 있었다. 그는 그냥 뒤뜰에 주저앉아 조금 전의 연속투구로 인해 거칠어진 숨을 편안하게 하고 있는 게 전부였다.

헌데 이인은 그러다가도 곧 눈을 부라렸다.

“저기…….”

왜냐하면 자신이 있는 뒤뜰 쪽에 두 번 다시 얼굴을 보는 일이 없으리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양인서가, 멀리서 모습을 드러낸 탓이었다.

이에 대한 이인의 반응은 지극히 냉혹했다.

퍼억

“다른 사람도 아니고 양호 선생님이 어찌 저한테 말을 붙일 수가 있죠? ……더 다가오시면 직접 맞출 겁니다. 그냥 가세요.”

이인은 양인서의 얼굴을 확인하게 되자 앉은 자세 그대로 근처에 있는 야구공을 집어다가 냅다 던졌다. 그 공은 그녀의 옆을 아슬아슬하게 스쳐서 지나갔는데, 키킹을 하지 않는, 앉은 채로 던졌다고는 하나 기본적으로 했던 게 있어서인지 구속이 상당했다. 일종의 위협구라고 할 수 있었다. 일반인인 양인서라면 거기에 충분히 겁을 먹고 사라지리라고 판단하여 던진 것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이인의 예상은 틀리게 되었다.

“부탁이야, 인아. 욕을 해도 좋아. 지금처럼 공을 또 던져도 상관없단다. 그러니 부디…… 선생님하고 한 번만이라도 좋으니 이야기를 좀 해주렴.”

공이 옆을 스쳐서 지나가는 게 느껴졌을 테니 필시 지레 겁먹고 물러설 줄 알았던 양인서가 그 자리를 그대로 고수한 채 호소력이 짙은 목소리로 선처를 바란다는 뜻이 담긴 말을 꺼낸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이인은 그냥 묵묵부답의 자세를 고수했다. 대답은 하지 않았다. 단지, 천천히 다가오는 그녀를 지극히 무표정한 얼굴로 응시하고 있는 게 전부였다. 그러나 글러브를 끼고 있는 오른손과 달리 비어있는 왼손으로 여분의 야구공을 붙잡고 있는 것으로 보아 여차하면 진짜로 그걸 던질 생각인 듯했다. 서로의 거리가 그리 멀지 않았으므로 양인서의 눈에도 그것이 충분히 보이고 있을 터였는데 그녀는 거기에 굴하지 않고 꿋꿋하게 그를 향해 다가갔다. 그 행동에 망설이는 기색이 느껴지지 않는 것이나 표정에 일종의 결의가 느껴지는 게, 이런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그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것 같았다.

마침내 두 사람의 거리는 가까워졌고,

“인아…… 미안해. 정말 미안해.”

거기에서 먼저 말을 꺼내는 이는 양인서 쪽이었다. 그녀는 무심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이인의 앞에 자리하게 되자 고개를 숙여다가 그를 향해 용서를 빌었다.

이인은 거기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것을 예상하기라도 한 듯 양인서로부터의 말이 계속 이어졌다.

“어른으로써 이번에 네게 도움을 주지 못해 무어라고 할 말이 없어……. 지금의 사태가 되고 나서야 내가 얼마나 큰 잘못을 저지른 것인지 뒤늦게 깨달을 수 있었어. 이런 사과가 네 마음을 풀어줄 수는 없겠지만, 나를 용서해주었으면 해…….”

이러한 말을 하는 양인서의 목소리는 다소 떨리고 있었다. 그것으로 보아 아무래도 진심을 말하는 것처럼 보였다. 비록 선생이라는 입장으로 인해 서수근의 측근이었다고는 하나 그렇다고 해서 그 동안 함께 있었던 것이 거짓이 되는 건 아니었다. 그녀 자신의 입장이라는 것이 있어 어쩔 수 없이 협력을 했다지만, 뒤늦게 자신의 행동이 옳은 게 아니라는 걸 깨닫고 그것을 사과하기 위해 직접 이인을 찾아온 듯했다.

“사과라……. 선생님이 사과를 하실 필요가 있을까요. 따지고 보면 저는 선생님께 화를 내거나 용서를 받을 자격도 없어요. 모든 건 제가 안일해서 그랬던 거니까요. 그냥 그 녀석에게 모든 걸 설명했으면 되었을 텐데…….”

양인서가 좋은 행동을 한 것은 아니지만 비단 그녀에게만 잘못이 있다고는 할 수가 없었다. 오히려 뒤늦게라도 잘못을 사과하러 왔다. 그 행동은 비난을 받을 수가 없었기에 이인은 그냥 자학하듯 말끝을 흐렸다. 그런 그의 목소리에는 적잖은 아쉬움이 녹아있기도 했다. 지금 한 말처럼 자신의 우유부단한 행동이 결국 한 명의 친구를 또 다시 떠나게 한 것이니, 그 사실에 많은 아쉬움을 느낀 듯했다.

절대로 마주치게 될 일이 없었던 두 사람이었던 터라 대화는 적당하게 이 정도에서 끊기는가했는데,

“인아, 괜찮다면 조금 전에 시영이의 이야기…… 내가 도와도 되겠니?”

놀랍게도 거기에는 양인서의 이어지는 말이 존재했다. 그것은 가을축제에 대한 걸 말하는 것 같았다.

이인은 그게 무슨 뜻인지를 몰라 그냥 멀뚱멀뚱 있었다. 양인서가 계속 말을 이었다.

“민희는 나로 인해 전학을 가게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야……. 그러니 하다못해 그 추억 만들기에 동참해서 가을축제에 야구장을 빌리는 데에 도움을 주고 싶어. 내가 고문으로써 교장선생님께 건의를 해서 결재를 받아보도록 할게.”

양인서는 무려 조금 전에 이시영이 말한, 가을축제의 추억 만들기에 필요한 야구장을 빌리는 데에 협력을 하겠다는 말을 하고 있었다. 이러한 양인서의 말은 다소 뜻밖이라고 할 수 있었던 터라 이인은 쉬이 대답을 하지 못했다.

비록 하루라고는 해도 야구장을 빌리는 데에는 제법 상당한 돈이 들어간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런 걸 겨우 최소인원수가 모여 있는 야구부가 요청한다면 기각당할 게 당연하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런데 가장 난해하다면 난해하다고 할 수 있는 문제에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겠다고 하니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건 어려운 것이다.

‘가만…… 이거 혹시 또 교장이 수작 부리는 거 아니야?’

급기야 이인은 양인서로부터 불신감을 느꼈다. 먼저 사과를 하여 다가왔다고는 하나 만약 그것이 교장의 지시에 따른 것이고, 이제 송민희를 전학시켜 다른 학교에 보내는 데에 성공했으니 그녀에 관한 사실을 유일하게 알고 있는 자신을 보다 확실하게 파멸시키기 위해 접근을 꾀했다고 볼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인은 곧 이 생각을 그만두었다.

‘아니, 이건 내가 너무 생각이 지나친 것 같네. 양호 선생님은 다른 걸 몰라도 심성은 착하잖아. 믿어보자. 적어도 우유부단의 극치인 나보다야 훨씬 나을 테니까.’

눈앞에 있는 양인서의 눈을 보니 믿지 않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입장이라는 것이 있어 서수근의 편에 서 있었다지만 그녀 역시 오랫동안 죄책감에 시달려 고민하고 또 고민한 끝에 자신에게로 온 것이리라. 그리고 모든 걸 원래대로 되돌릴 수는 없겠지만 하다못해 축제를 통한 추억 만들기에 성공하여 유종의 미라도 거둘 수 있게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인 것이다.

그렇다면 믿을 수 있었다. 믿어도 나쁘지는 않을 터였다. 양인서는 백치미가 조금 있긴 했으나 나쁜 사람은 아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 상황에서 의지할 수 있다면 의지해서 굳이 나쁠 것도 없었다…….

“솔직하게 말씀드리자면 제 입장에서 지금 양호 선생님을 순순히 믿을 수 없다는 건 선생님 본인이 더 잘 아실 거예요. 알아듣긴 어려우시겠지만 야구로 치자면 선발로 나가서 열심히 호투한 끝에 승리요건을 채우고 내려왔더니 마무리를 위해 올라온 투수가 불을 질러 고대하고 있던 승리가 날아간 심정이랄까요.”

야구부의 고문이라지만 야구를 제대로 모르는 양인서가 이러한 말들을 알아들을 리가 없었으나, 현재 심정을 표현하고 싶었던 터라 이인은 그냥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이인의 이러한 말에 양인서는 그의 예상대로 알아듣지를 못하고 멀뚱멀뚱 있었는데, 이인은 그런 양인서를 보다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양호 선생님 한번 믿어볼랍니다. 늦게나마 믿을 수 있는 어른을 만나게 되어서 기쁘네요. 야구장 부분은 잘 부탁드릴게요.”

“날 믿어줘서…… 정말 고마워, 인아.”

이미 한번 배신을 당했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이인의 입장이었으므로 신뢰를 받는 건 어렵겠으나 이대로 있을 수만은 없다고 판단하여 오랜 고민 끝에 그를 찾은 양인서였다. 이미 저지른 게 있으므로 욕을 먹어도 할 말이 없었지만 그래도 도움을 주고 싶었던 것은 사실이라 그 부분을 밝혔는데, 그가 욕은커녕 무려 믿겠다는 말을 하자 다소 상기된 표정으로 고마움을 표했다.

그렇게 이인을 바라보는 양인서는 다소 눈시울이 붉어져있었다. 그만큼 그에게서 신뢰를 받게 된 게 어지간히도 기쁘게 느껴졌던 듯했다.


작가의말

최근 주인공인 이인이 이번 에피소드에서 너무 우유부단한 태도를 보여  독자 여러분의 눈에 좋게 보이지 않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설명을 조금 드리자면, 이인은 중학교 때의 사건으로 인해(이 화를 처음 보시는 분은 미리니름이 될 것 같아 구체적으로는 적지 않겠습니다) 자신의 신중하지 못한 행동 하나가 화를 초래하는 걸 그 무엇보다 경계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송민희의 전학 부분도 그러한 데에서 망설이다 보니 나왔다고 볼 수 있는데요, 작가인 제가 미숙하여 이러한 심정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다음 부분부터는 좀 더 차분한 마음으로 글을 쓸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이인이 연애에 둔한 건 아닙니다. 위에 친누나가 하나 있어 웬만한 건 다 알고 있고, 본인의 감정표현 역시 제법 솔직한 편이거든요. 이러한 건 롯데월드에 둘이 놀라가는 에피소드에서 조금 표현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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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3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13) 14.06.29 879 11 12쪽
132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12) +2 14.06.28 975 13 9쪽
131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11) +2 14.06.27 1,128 12 9쪽
130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10) +2 14.06.26 1,111 9 9쪽
129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9) 14.06.25 936 8 9쪽
128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8) 14.06.25 943 10 15쪽
127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7) 14.06.24 980 10 6쪽
126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6) +4 14.06.23 984 8 11쪽
125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5) 14.06.23 937 7 11쪽
124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4) +4 14.06.22 948 9 10쪽
123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3) 14.06.21 961 11 8쪽
122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2) +2 14.06.20 965 10 14쪽
121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1) 14.06.19 1,007 8 14쪽
120 준비 (3) 14.06.18 870 9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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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 가을축제에 (4) +2 14.06.15 934 10 15쪽
116 가을축제에 (3) 14.06.14 1,090 9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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