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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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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로웰크란
작품등록일 :
2014.05.26 20:26
최근연재일 :
2014.07.04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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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4.06.28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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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12)

DUMMY

“제발…… 제발……!”

한편, 관중석에서 꾸준히 경기를 지켜보고 있던 이시영은 8회 말 2사의 0-2라는 불리한 상황에서 이인이 하늘에 큰 타구를 쏘아 올리자 그것을 보며 끊임없이 중얼거렸다. 현재 빠르게 날아가고 있는 담장을 넘어가기를 기원하는 것이었는데, 곧 그녀는 환호성을 내지르게 되었다.

“어……!”

-우와아아아~!!

“넘어갔다! 진짜로 넘어갔어!”

타구가 약간 깎여 맞은 것처럼 보이기도 하여 조마조마했었건만 정말로 우측 담장을 아슬아슬하게 넘어간 것이다. 그 광경에 동인고의 학생들은 현재 홈런을 치고 베이스를 돌고 있는 이인을 향해 일제히 함성을 질러주었다.

이인은 그들의 함성에 조용히 왼손을 번쩍 든 채 베이스를 한 바퀴 돌아, 같은 팀 선수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으며 더그아웃으로 돌아갔다.

-야, 저거 참…….

-아이고…….

하필이면 맞아도 안타가 아닌 홈런을, 그것도 지명타자로 내세울 백업선수가 없어서 땜빵으로 타석에 선 투수에게, 결정적으로 전회에 오른팔에 부상을 입어 제대로 힘을 싣는 게 어려울 터인 선수에게 맞게 되자 유존고는 거의 초상집을 치른 분위기가 되었다. 왼손밖에 쓰지 못하는 이인을 상대하기 위해 원 포인트로 마운드에 오른 두 번째 투수가 베이스를 도는 그를 보다가 탄식하는 건 당연했다. 아직 8회이므로 끝내기는 아니라지만 지금의 홈런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를 당사자이니만큼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야, 저 타구가 넘어가네요. 지금 오른팔이 온전치 못해가지고 당겨서 쳤다지만 순전히 왼손만으로 때렸거든요? 그런 만큼 아무리 잘 맞아도 뜬공으로 그칠 줄 알았는데, 이게 또 넘어갔어요. 이인 학생 정말 대단하네요. 저 투혼에는 박수를 보내주고 싶습니다.

-오늘 워낙 보인 게 많아 많은 시청자분들께 얻게 된 별명이 바로 만화주인공인데요, 그 별명이 전혀 무색하지가 않습니다. 노히트노런을 유지 중인 것도 대단한데 타석에서는 홈런까지 쏘아 0:0의 균형을 깨는 데에 일조까지…… 이 학생의 미래가 너무 기대될 따름……

“아이 참, 중계만 듣지 말고!”

동인고의 관중석이 정말로 축제에 어울리는 분위기가 되자 들뜨는 것을 느끼던 이시영은 옆에서 중계소리가 들리자 자신의 옆에 있는 ‘그녀’에게 핀잔을 주며 핸드폰을 뺏었다.

“딱히 할 말이 없어서…….”

그녀…… 송민희는, 이시영이 대뜸 핸드폰을 뺏어가자 말을 우물거렸다.

송민희는 방금 전에 목동구장에 도착한 상태였다. 8회 무사 만루의 위기에서 이인이 부상을 입었을 때 집을 나선 것에 비하면 매우 빠른 행보였는데, 집을 나오자마자 택시를 타고 온 덕분이었다.

그렇게 그녀가 목동구장에 도착했을 때는 겨우 몸을 추스르고 자리에서 일어난 이인이 연습투구를 하고 있었다. 택시를 타고 올 때 문자를 통해 이시영에게 어디에 있는지를 들은 터라 그녀를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그리고 송민희는 거기에서 마침내 들을 수 있었다. 이인이 왜 개학과 동시에 자신에게 거부의 뜻을 보인 것인지, 그 모든 것에 대해서 말이다. 그 말을 듣게 되자 송민희는 그제야 그가 자신을 거부한 것은 사실 자신을 아꼈기 때문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아무래도 민희 너는 인이가 무조건 널 싫어했을 거라고만 생각했었구나.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강수가 이번 경기에서 사이클링히트를 기록하는 것보다 낮을 정도야. 그 애가 널 어찌 대하는지는 줄곧 봤었고…… 앞서 들었으면 알겠지만 내 이야기가 거짓일 이유는 없어. 그리고…… 앞서 또 봤잖니. 네가 온 걸 확인하자마자 보여준 모습들을 말이야.”

이인에 이어서 타석에 등장한 최강수가 투수와 2-0의 다소 유리한 카운트에서 승부를 벌이고 있는 마운드를 착잡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는 송민희를 힐끔거리던 이시영은 곁에 놓아둔 팻말 중 하나인 ‘왔어’를 매만지며 중얼거렸다.

이시영은 오늘 목동구장에 오기 전에 두 개의 팻말을 가지고 왔었다. 하나는 아직이라는 글씨가 대문짝만하게 적힌 것이었고, 또 하나는 8회 말부터 들게 된 왔어라는 글씨가 적힌 것이었다.

당연히 이 두 개는 송민희의 존재를 마운드에 있는 이인에게 전달하기 위한 것이었다. 송민희가 목동구장에 도착했음을 알리는 왔어라는 팻말이 관중석에 등장하자 이인은 놀라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1사 만루의 위기에서 오른팔에 부상을 입어 왼손으로밖에 던질 수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상성에서 불리한 우타자들을 상대로 무려 삼구삼진만을 두 개나 뽑아내며 도중에 위험한 순간이 있었다지만 결과적으로는 무사 만루의 위기를 무실점으로 넘겼고, 이어진 공격에서는 그냥 루킹 삼진을 당하나 싶다가도 다시 한 번 관중석에 시선을 향하더니 0-2의 불리한 카운트에서 솔로포를 쏘아 올렸다. 그것도 거의 왼팔만을 쓰는 타법으로 기묘한 말이다. 이러한 이인의 타격을 본 중계진의 해설자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였으니 그 기술은 매우 탁월한 것이라고 단정을 짓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이 모든 게 가능했던 건 이인의 투타를 겸비한 무서울 정도의 재능도 있었겠지만, 그 어느 때보다 동기부여가 강하게 된 덕분이기도 했던 게 분명했다. 바로, 그러한 멋진 모습들을 보여주고픈 사람이 직접 경기장에 온 소식을 접하게 된 덕분이리라.

“……사실은 이 팻말들도 인이가 나한테 따로 부탁한 거였어. 만약에 민희 네가 경기장에 온다면 실시간으로 알고 싶다고 했었거든.”

이시영은 본래 야구부의 매니저이기도 했고 감독이라고 할 수 있는 양인서는 아는 게 전무한, 말 그대로 허수아비 감독이었기에 같이 더그아웃에 내려가서 최대한 도우려고 했으나 그 행동은 사전에 이인의 관중석에 있어달라는 부탁에 의해 중단되고 말았다. 덕분에 그녀는 그 누구하고도 어울리지 않고 구석진 자리에 위치하게 되었다. 뭐, 그 목적을 달성하게 된 참이라 다행이었지만 말이다.

“인이는 나를…… 정말로 미워하지 않았던 걸까?”

“아이고~! 아직도 믿을 수가 없는 거니? 나를 통해서 듣게 되었으니 반신반의하는 건 이해가 되지만, 기왕 여기까지 온 거 조금만 더 기다려봐. 경기가 끝나거든 본인이 직접 말하고 싶다고 했었으니까. 어차피 지금 돌아갈 생각도 없었겠지만 말이야.”

“……? 시영이 너는 어디에……?”

1-2의 불리한 카운트에서 악착같이 파울을 치며 버티고 있는 최강수가 있는 마운드를 응시하던 송민희는 저도 모르게 혼잣말을 중얼거렸는데, 곧 그녀는 곁에 있는 이시영으로부터 갑갑함이 녹아있는 질타를 듣게 되었다. 그러다가도 송민희는 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팻말을 힘차게 들어보이던 그녀가 어디론가로 이동을 하려는 듯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인이 홈런 친 공 주워 오려고. 여기 목동구장은 외야석이 없잖니. 저쪽에는 사람이 없을 테니 분명 어딘가에 떨어져있겠지……. 다른 건 몰라도 저건 평생 간직하고 싶을 거 아니야. 그치?”

“그, 그런 거라면 내가 직접…….”

“괜찮으니 기다리고 있어. 인이가 민희 네가 여기에 없는 걸 알게 되면 아픈 거 억지로 참고 있는데 그대로 주저앉을 수도 있으니까…… 자, 이 팻말 확실하게 들고. 그럼 다녀올게.”

송민희는 이시영이 자신이 무의식중에 했던 생각을 정확하게 찌르는 말을 하자 대답을 더듬거렸는데, 이시영은 그러한 그녀의 모습에 피식 웃으며 말하고는 조금 전까지만 해도 자신이 들고 있던 팻말을 대신 손에 들고 있을 것을 부탁한 뒤 그대로 관중석을 빠져나가 담장 쪽으로 향했다.

담장 쪽은 평소라면 구단 측에서 접근을 막아두는 곳이었지만 휴일에 학교가 통째로 빌려서 경기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라 들어가는 데에는 무리가 없었다. 워낙 지금 진행되고 있는 경기가 박빙이라 그런지 공을 주우려고 하는 학생들도 없어 회수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을 듯했다.

“인이는 나를…… 싫어하지 않았던 거구나…….”

놀라울 정도로 파울을 쳐내어 악착같이 물고 늘어져 풀카운트까지 간 10구가 넘는 승부 끝에 아쉽게 헛스윙 삼진이 되어 물러나는 최강수의 모습을 보며, 공수교대가 되고 운명의 9회가 시작되려고 하는 목동구장의 마운드를 보며 송민희는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그런 그녀의 시선은 마지막 수비를 위해 멀찍이서 힘차게 마운드에 오르고 있는 이인을 향해 고정되어있었다.


작가의말

+ㅁ+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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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99 마법소년4
    작성일
    14.06.29 00:40
    No. 1

    인희같은 히로인 너무 답답합니다 으엌ㅋㅋ 진지하게 시영이가 훨씬 좋은데 아쉽네요. 잘 보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8 로웰크란
    작성일
    14.06.29 15:10
    No. 2

    조금 지나치게 소극적인 감이 없지는 않는 것 같네요 ㅎㅎ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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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3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13) 14.06.29 880 11 12쪽
»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12) +2 14.06.28 976 13 9쪽
131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11) +2 14.06.27 1,128 12 9쪽
130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10) +2 14.06.26 1,111 9 9쪽
129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9) 14.06.25 936 8 9쪽
128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8) 14.06.25 943 10 15쪽
127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7) 14.06.24 980 10 6쪽
126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6) +4 14.06.23 984 8 11쪽
125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5) 14.06.23 937 7 11쪽
124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4) +4 14.06.22 948 9 10쪽
123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3) 14.06.21 961 11 8쪽
122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2) +2 14.06.20 965 10 14쪽
121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1) 14.06.19 1,007 8 14쪽
120 준비 (3) 14.06.18 870 9 9쪽
119 준비 (2) +2 14.06.17 962 7 13쪽
118 준비 (1) 14.06.16 934 10 12쪽
117 가을축제에 (4) +2 14.06.15 934 10 15쪽
116 가을축제에 (3) 14.06.14 1,091 9 10쪽
115 가을축제에 (2) 14.06.13 978 11 9쪽
114 가을축제에 (1) +3 14.06.13 1,088 12 9쪽
113 암운이 드리워지다 (6) +2 14.06.12 1,021 10 8쪽
112 암운이 드리워지다 (5) 14.06.12 1,007 14 13쪽
111 암운이 드리워지다 (4) 14.06.11 1,105 9 10쪽
110 암운이 드리워지다 (3) 14.06.11 1,122 8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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