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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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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로웰크란
작품등록일 :
2014.05.26 20:26
최근연재일 :
2014.07.04 22:42
연재수 :
13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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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30,487

작성
14.06.12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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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글자
13쪽

암운이 드리워지다 (5)

DUMMY

“아이고, 무슨 다 큰 여자애가 날라차기를 날리고 난리야……. 뜨아아! 내 가방! 이거 고등학생 된다고 부모님한테 겨우 허락 받고 산 건데!”

이시영의 화려한 날라차기로 인해 주변의 이목이 단숨에 집중되자 이인은 우선 이시영을 데리고 학교를 벗어나 한적한 곳인 뒷골목 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러나 워낙 강하게, 그것도 등을 제대로 차인 터라 아픔이 전혀 없던 건 아니어서 어깨나 허리 등을 주무르며 끙끙거리다가도 그는 우는 소리를 내야만 했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생이 된다고 특별히 부모님으로부터 허락을 받아서 산 새 가방 중앙에 이시영의 발자국이 떡하니 찍혀있는 걸 목격하게 된 탓이었다.

이인은 새 물건을 사게 되면 최대한 아껴서 쓰는 성격이었다. 그래서 사고 나서 꼬박 반년이 지난 지금도 가방은 거의 새 것 같은 모습이었거늘, 조금 전 이시영의 날라차기로 인해 순식간에 헌 것이 되어버렸다.

“이……! 이게 무슨 짓이야, 진짜! 본인이 사람이 아닌 불여우라는 걸 굳이 인증할 필요는 없잖아!”

아무래도 그런 걸 목격하게 되자 이인은 우는 시늉을 하다가도 이시영을 향해 금방 눈을 부라렸는데, 고개를 돌린 그는 곧 시선을 피하게 되었다.

“……이런 이야기를 듣게 되었는데, 그 정도로 끝난 게 오히려 다행이지 않을까?”

왜냐하면 고개를 돌린 방향에 있는 이시영이 스스로의 핸드폰을 꺼내어 보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단순하게 핸드폰을 보인 것이라면 시선을 회피할 이유는 없겠으나, 그녀의 핸드폰화면에는 정확하게 한 주 전에 자신이 송민희에게 보낸 ‘결별’을 의미하는 내용의 문자가 떠 있었던 터라 이인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되고 말았다. 그것은 날라차기뿐만이 아니라 연이어서 구타를 당해도 할 말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민희가 독감에 걸린 게 걱정되어서 전화를 했는데 받지를 않더라고. 그래서 어제 직접 찾아갔었어. 그런데 안에 들여보내주질 않아서 진짜 억지로 들어갔는데…… 민희 표정이 좋지 않더라고. 꼬치꼬치 캐물어서 겨우 들을 수 있었던 거야. 민희한테 고백했다며? 그런데 남자애가 어떻게 그렇게 손바닥 뒤집듯 태도를 바꾸고 그러니? 반론할 수 있어?”

“……없어. 네가 더 때려도 솔직히 할 말이 없다.”

“그래? 그럼 사양 않고…….”

“잠깐만! 말이 그렇다는 거지, 뭘 또 진짜로 때리려고 그러냐!”

이시영으로부터 계속되는 말을 처연한 표정으로 듣고만 있던 이인은 그녀가 소매를 걷어붙이며 다가오자 펄쩍 뛰었다. 본인이 말을 했다지만 조금 전에 날라차기의 충격이 워낙 컸던 터라 정말로 더 맞으면 응급실에 실려 갈 것 같은 느낌이 들어 그런 것이었다.

“어머나, 아픈 건 싫은가보네? 남의 가슴에는 대못을 박아놓은 주제에…….”

“알았어, 설명해줄게. 어차피 강수 녀석은 몰라도 너한테는 그냥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으…….”

퍼억

“아야야! 나 농담하는 거 아니야! 진짜로 아파! 때리지 좀 말라니까!”

“그냥 맞으면서 말해. 할 말 없다면서.”

사람을 깔보는 것 같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말하는 이시영의 모습에 손을 들어다가 제지하는 동작을 취하면서 말을 하려던 이인은 그녀가 냅다 또 꿀밤을 먹이자 비명을 지르며 몸을 웅크렸고, 이시영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그를 계속 때렸다. 그 광경은 웬만한 학교폭력보다도 더욱 처참하게 보이는 광경이었다.


*


“그랬구나. 그런 일이…….”

“이제 알겠어? 나도 진짜 어쩔 수가 없는…….”

퍼억

“…….”

이시영에게 구타를 당하며 자초지종을 설명하는 데에 겨우 성공한 이인은 턱을 짚은 채 사려 깊은 표정으로 중얼거리는 그녀를 향해 말을 하다가도 멈춰야만 했다. 이시영이 또 다시 손을 뻗어다가 자신을 때렸기 때문인데, 앞서 맞을 때와는 달리 그냥 침묵만을 유지할 뿐 비명은 지르지 않았다. 앞서 너무 많이 맞아갖고 통각이 미미해진 탓이었다.

“어머나, 웬일로 조용하네?”

“너무 아파서…… 비명도 못 지르겠다.”

또 다시 불시에 주먹을 날린 이시영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묻는 질문에 이인은 그냥 맥이 빠진 목소리로 말했다.

처음에 학교에서 기습적으로 당한 날라차기에 비하면 확실히 덜 아팠으나 이시영은 일반 여자아이들과 달리 매니저라고는 해도 나름 야구에 몸을 담고 있었던 탓에 힘이 아주 없지는 않았다. 그런데 그런 상대에게 거의 구타를 당한 터라 이인은 솔직히 말하자면 현재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도 나지 않는 상태였다.

“나는 인이 네가 왜 이유를 설명했는데도 때리는지, 그걸 말할 줄 알았는데.”

“너무 맞아서 뇌세포가 거기까지 돌아가질 못해…….”

“흐응, 알았어. 그럼 내가 말해줄게. 방금 때린 건 네가 너무 한심하게 보여서야.”

“……한심?”

이시영을 향해 거의 죽어가는 목소리로 말하던 이인은 그녀가 대뜸 한숨을 내쉬며 한심이라는 단어를 언급하자 조용히 반문했다.

이시영이 말했다.

“그래. 듣고 보니 사태가 심각했다는 건 알겠어. 인이 네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도 어느 정도 이해는 가. 하지만 그건 절대로 좋지 않은 선택이라고 생각해.”

“좋지 않다……. 그럼 너는 내가 어떻게 했으면 좋았다고 생각하는 거야.”

이시영의 말을 곰곰이 듣고 있던 이인은 곧 그녀를 향해 자문을 구했다. 지금이라는 현실에 너무 답답함을 느끼고 있었던 터라 그런 것이었다.

“글쎄, 솔직히 학교에서 민희를 그렇게까지 아끼려고 한다는 게 조금 충격이긴 한데…… 우선 인이 네가 민희에게 그렇게 행동한 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거든.”

“잘못되었다고?”

“그래. 민희에게 설명을 하지 못한 건 알겠어. 그랬다가는 위험해질 수도 있다고 생각한 거니까. 그런데 나는 그 행동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해.”

“너 도대체 무슨 말을…….”

“그로 인해 상처를 받은 사람이 생겨났잖아.”

“…….”

이인은 송민희를 대하는 학교의 행동에서 조금 놀란 것인지 어깨를 으쓱하며 말을 하던 이시영이 대뜸 자신의 잘못을 운운하자 그녀에게 자세한 설명을 촉구하려다가도 곧 입을 다물었다. 상처를 받은 사람이라는 말을 듣게 되자 차마 입이 열리지가 않은 것이다.

이시영도 이인이 여기에서 말을 멈추게 될 거라고 사전에 예상했었는지 잠시 뜸을 들이다가 이내 말을 이었다.

“최소한 당사자인 민희한테라도 사실을 이야기해줬어야지. 그 애가 집에서 어찌 지내고 있는지를 보면 지금 나한테 맞은 것의 최소 두 배는 더 아플걸. 우선 다 말해주고 서로 모르는 척하면서 지내면 차라리 나은 거 아니겠어?”

“하, 하지만 함부로 말을 꺼냈다가 들키기라도 한다면…….”

“그런 걸 걱정하니까 안 된다는 거야. 학교는 보는 눈이 많으니 방과 후에 밖에서 말을 하는 방법도 있잖아. 그리고 들키게 될 걸 걱정한다는 것 자체가 조금 그러네. 우선 정말로 들키게 되는 한이 있더라도 인이 너는 민희를 믿어야지. 말을 하면 무조건 들킬 거라고 사전에 네가 멋대로 판단하니까 그렇게 된 거 아니야.”

“…….”

이시영의 말에 이인은 다시 침묵을 유지했다. 지금 그녀의 말을 듣고 보니 자신이 얼마나 어리석은 행동을 한 것인지 뒤늦게 깨닫게 된 탓이었다.

“그럼 나는 이제 갈게. 이제 정신 좀 차렸기를 빌고, 적응기간 끝나서 부활동 다시 할 수 있게 되면 넷이 또 볼 수 있으면 좋겠어.”

이시영은 이인의 그 모습을 보게 되자 이제 자기가 할 말은 다했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그녀는 엉망이긴 했으나 심각한 표정으로 생각에 잠겨있는 그를 잠시 바라보고 있다가 그대로 스스로의 가방을 챙겨서 자리를 떠나려고 했다.

“어, 잠깐만. 미안한데 네가 나 대신에 이야기 좀…….”

눈앞에 있는 이시영이 돌연 떠나려는 듯한 모습을 보이자 이인은 얼른 그녀를 붙잡아 자신을 대신하여 송민희에게 사정설명을 부탁하려고 했으나,

“그 부분은 본인이 직접 해결해. 민희도 듣게 된다면 인이 네게 직접 듣고 싶을 테니까. 그리고 솔직하게 말하면…… 내가 이렇게 중간에 나서주는 것도 많이 봐준 거야.”

그것은 거절당하고 말았다. 이시영이 직접 말하라고 하고는 마지막에 거의 혼잣말에 가까운 말을 작게 중얼거리고 그냥 그대로 자리를 뜬 것이다.

‘그 녀석에게 모든 걸 설명한다…….’

이인은 그로 인해 혼자 남게 되자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

솔직하게 말하면 조금 전에 들은 이시영의 송민희에게도 다 알려준 뒤 비밀로 한다는 생각을 아예 하지 못한 건 아니었다. 그 또한 하나의 방법인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이인은 곧 그 방법에서 고개를 저었었다. 꼬리가 길면 밟힌다는 말이 있듯 언젠가는 들키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무엇보다 순진 그 자체인 송민희에게 능청스러운 연기를 바라는 것은 다소 무리일 것이라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을 계속 이어가는 것 역시 좋지는 않았다…….

‘조금 고민을 해볼 필요가 있겠어……. 아야야, 그나저나 불여우 저건 진짜 자비가 없네. 복날에 개를 패듯 때려대니…….’

이인은 조금 생각이 복잡해지는 것처럼 느껴지자 우선 시간도 시간이므로 집에 돌아가는 게 급선무일 것 같아 자리에서 일어났는데, 자리에서 일어난 그는 전신으로부터 통증이 느껴지자 얼굴을 찡그렸다. 그 고통이 예상을 살짝 뛰어넘는 수준이어서 그런 것이었다.

그러나…… 자신으로 인해 마음에 커다란 멍이 들었을 송민희에 비하면 이것은 정말 아무것도 아닌 고통이리라.

그렇기에 이인은 그냥 자리에서 일어나 이윽고 발을 옮겼다.

그런 그는 워낙 많이 맞아서 그런지 조금 비척비척한 걸음을 보이고 있었다.


*


‘이게 며칠 째일까…….’

불이 조금도 들어오지 않고 있는 장소였다. 그곳은 집이었는데, 밤이 늦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집의 주인은 방의 불을 켜지 않은 채 조용히 어둠속에 스스로를 묻고 있었다. 그 사람은 바로 송민희였다.

여름방학이 끝나기 전까지만 해도 행복 그 자체였거늘, 개학과 동시에 그 행복은 산산조각이 나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도저히 학교에 갈 용기가 나지 않아 독감이라는 꾀병을 부려 한 주째 학교를 쉬고 있었다.

허나 그것도 이제 한계였다. 가족인 아버지 송일영과 오빠 송석영은 거의 집을 비우는 편이라 몰랐으나 계속 집에 있는 모습을 보인다면 필시 이상하게 여길 터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만약 학교에 간다면 그를…… 결별을 선언당한 이인의 얼굴을 봐야만 했다.

그것이 너무 두려웠다. 가족들에게 무단으로 학교에 빠지고 있는 사실을 들켜 혼이 나더라도 학교만큼은 가고 싶지가 않았다. 이제는 친해진 친구들이 보고 싶기도 했지만…… 도저히 이인을 정면으로 바라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로부터 예전과 다른 차디찬 시선을 받게 될 것이, 너무나도 두렵게만 느껴졌다…….

송민희는 학교를 쉬기 시작한 때부터 줄곧 이 사실을 가지고 고민했다. 그리고 꼬박 한 주라는 시간 동안 스스로 많은 시간을 두고서 생각을 한 끝에, 마침내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뚜루루

곧 그녀는 곁에 놓아두었던 핸드폰을 집어다가 전화를 걸었다. 몇 번의 통화음이 울리자,

-예, 여보세요?

전화를 받은 이가 응답했다. 그 사람은 동인고의 교장인 서수근이었다.

“교장 선생님, 한 가지…… 부탁드리고 싶은 일이 있어서 전화 드렸어요…….”

-송민희 학생이었군요. 말하세요. 무슨 일로 그러죠?

“저…….”

나긋나긋한 서수근의 물음에 송민희는 말을 머뭇거렸다. 방이 어두워서 몰랐으나 목소리가 조금 떨리는 것으로 보아 가벼운 부탁은 아닌 듯했다.

말을 주저하던 그녀는 이윽고 결단을 내린 것인지 확고한 목소리로 말했다.

“전에 말씀해주셨던 것…… 할게요. 특수고등학교로의 전학…… 수속을 부탁드리고 싶어요.”

이것이 오랫동안 고민 끝에 내린 송민희의 선택이었다. 중학교와 달리 고등학교는 그녀에게 있어 더없이 편한 공간이었으나…… 그 과정에서 이인을 마주하는 게 너무 두려웠기에, 오랜 고민 끝에 그녀가 취한 선택은 바로 전학을 통해 다니는 학교를 바꾸는 것이었다.


작가의말

T_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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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 끝이 난 뒤에 (2) +3 14.07.03 1,361 17 13쪽
136 끝이 난 뒤에 (1) 14.07.02 1,088 14 8쪽
135 그들의 이야기 +1 14.07.01 1,201 13 14쪽
134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14) +1 14.06.30 1,145 20 22쪽
133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13) 14.06.29 879 11 12쪽
132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12) +2 14.06.28 975 13 9쪽
131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11) +2 14.06.27 1,127 12 9쪽
130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10) +2 14.06.26 1,110 9 9쪽
129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9) 14.06.25 935 8 9쪽
128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8) 14.06.25 943 10 15쪽
127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7) 14.06.24 979 10 6쪽
126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6) +4 14.06.23 983 8 11쪽
125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5) 14.06.23 936 7 11쪽
124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4) +4 14.06.22 947 9 10쪽
123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3) 14.06.21 960 11 8쪽
122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2) +2 14.06.20 964 10 14쪽
121 가을축제 친선야구경기 (1) 14.06.19 1,007 8 14쪽
120 준비 (3) 14.06.18 870 9 9쪽
119 준비 (2) +2 14.06.17 962 7 13쪽
118 준비 (1) 14.06.16 933 10 12쪽
117 가을축제에 (4) +2 14.06.15 933 10 15쪽
116 가을축제에 (3) 14.06.14 1,089 9 10쪽
115 가을축제에 (2) 14.06.13 977 11 9쪽
114 가을축제에 (1) +3 14.06.13 1,087 12 9쪽
113 암운이 드리워지다 (6) +2 14.06.12 1,020 10 8쪽
» 암운이 드리워지다 (5) 14.06.12 1,007 14 13쪽
111 암운이 드리워지다 (4) 14.06.11 1,104 9 10쪽
110 암운이 드리워지다 (3) 14.06.11 1,121 8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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