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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eK 님의 서재입니다.

머니(Money)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JaeK
작품등록일 :
2021.05.12 23:32
최근연재일 :
2021.11.25 06:00
연재수 :
15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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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3,7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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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89
글자수 :
1,117,113

작성
21.06.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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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9쪽

단합회(2)

DUMMY

인천을 출발한 유람선은 천천히 태평양 방향으로 기수를 돌렸다. 배테랑 선장과 선원들은 능숙하게 배를 몰아 바다를 누비고 있었다.

- BW유람선 출항. 목적지는 괌입니다. 안전하고 즐거운 여행으로 모시겠습니다.

선내를 울리는 인사말과 함께 살짝 긴장을 한 손님들도 슬슬 긴장이 풀리며 흥분이 그 자리를 대체하고 있었다.

" 진짜 괌으로 가는거야? 나 처음으로 해외여행 가는거야. 너무 좋아! "

" 대표님과 만날 수 있어서 정말 행운이었어. 내 인생에 가장 크나큰. "

" 여보, 정말 돈 한푼 안내고 가는거에요? 혹시 사기나 그런거 아니에요? "

가끔 불안한 감정을 떨쳐내지 못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대다수는 흥분상태로 각자의 방에서 짐을 풀고 있었다. 개인 선실은 열평남짓한 크기였지만 없는건 없는 펜션과 다름없는 상태였다.

더욱이 기존의 유람선처럼 좁은 복도나 불편한 동선이 없는 최신식으로 만들어진 바다위의 호텔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호화롭게 만들어져 있었다.

" 여기 배안이 맞아? 흔들림이 전혀 없는데? "

" 원래 이 정도 크기의 배는 안정적이야. 자, 그럼 밖으로 나가서 탐방을 해볼까? "

" 빨리 나가봐요. 아까 세븐스타즈 오빠들도 타는걸 봤단 말야! "

" 어허, 행동 조심해. 여긴 우리 회사와 연관된 사업체 사장과 대표들의 가족들이 함께 탑승하고 있어. 한다리 걸치면 다 아는 분들이니 말조심, 행동조심하도록 해. "

들뜬 아이들이나 자녀들을 자제시키는 부모들은 이 자리가 얼마나 중요한 자리인지 깨닫고 있었다.

' 이번 기회에 한번 더 도약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해. '

' 휴우, 아무 사건없이 무사히 지나가야 할텐데··· '

누군가는 야망에 불타고 있었고 누군가는 불안한 마음을 애써 감추고 있었다. 그런 이들 모두는 배정된 선실을 벗어나 대회의장에 들어서자 모든 잡념들이 다 날아가 버렸다.

대회의장에는 은은하게 울리는 클래식 선율에 반짝이는 샹들리에와 조명들이 마치 유럽의 왕실에 초대되어 온 것처럼 사방을 비추고 있었다. 하얀색 눈길과 같은 카펫과 정갈하게 차려진 산해진미의 음식들, 서빙을 하며 돌아다니는 깔끔한 차림의 미인, 미남들의 친절한 미소까지 주최측에서 얼마나 많은 준비를 했는지 느끼게 해주었다.

" 엄마, 나 이런 파티는 처음이야. 귀족이 된것 같아. 황홀해. "

" 엄마도 처음이야. 내가 생전에 이런 경험을 할 줄이야.. 여보 고마워요. "

" 크큼, 뭐 내가 준비했나. 확실히 대단하군. "

- 모든 참가인원들은 정비를 마친후 18시까지 대회의장으로 모여주시길 바랍니다.

미리 도착한 인원들도 있었지만 대다수는 아직 배정된 선실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기에 안내방송을 울려 전달했다.

그러는 사이 백원은 자신에게 배정된 방에서 옷매무새를 다듬고 있었다. 주최자이자 호스트인 그는 깔끔한 정장, 스튜어트 휴즈의 다이아몬드 에디션을 입고 있었다. 피팅되어 있는 다아아몬드만 십억원이 넘어가는 정장이었지만 백원은 별다른 감흥이 없는 듯 대충 확인을 한뒤 돌아서 지민을 바라보았다.

지민 역시 수억원에 달하는 붉은색 드레스를 입고 있었지만 불편한듯 이리저리 몸을 움직이는 모습이었다. 맞춤이라 그녀의 날씬하면서 조각같은 몸매를 그대로 드러내고 부각시킨 드레스였기에 남자라면 시선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 이쁘네. "

" ··· 감사해요. 오빠, 조금 있다가 출발해야 해요. "

담백한 백원의 칭찬에 잠시 얼굴을 붉힌 지민이 고개를 돌리며 시계를 보며 말한다. 그런 반응에 피식 웃음을 지은 백원이 다가가 엉덩이를 툭툭 치며 짓굿게 말했다.

" 오늘 주인공이 바뀐듯 하네. 네 가족들도 왔지? "

" 네. 이제 나가봐야 해요. "

" 하하, 조금 늦어도 괜찮지 않을까? 오랜만에 일상에 벗어났는데 말야. "

백원이 장난스럽게 대꾸를 하자 눈을 흘긴 지민이 백원의 손을 쳐내며 말했다.

" 오늘따라 왜 이래요. 평소엔 신경도 안쓰더니.. "

갑작스런 변화에 쉬이 따라잡지 못한 지민이 약간은 당황을 한듯 보였다.

" 글쎄. 지금은 뭔가를 대비하거나 준비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싶어서 말야. "

" 그동안 어떻게 참은거에요? 남자는 쉽지 않다고 하던데.. "

백원의 일거수 일투족을 알고 있는 위치의 그녀는 그가 얼마나 여자를 가까이 하지 않았는지 알고 있었다. 그 이유가 궁금했지만 묻지 않았고 오히려 안심이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여자의 마음이었다.

" 음. 오,옷이 구겨져요. 오늘, 아니 이번주는 시간이 많으니.. 까. 으음. "

백원의 손이 옷사이로 들어가자 지민은 약간의 반항을 했지만 거부하지는 않았다.

" 이전까지 지민이는 나에게 가족같은 존재였어. 네 마음을 어떻게 모르겠니? 하지만 난 두려웠어, 잠깐의 욕망이 너와의 관계가 깨질 수 있다는 사실이 말야. 네가 진짜 가족과 만나고 나서야 깨달았지. 내가 느끼는 두려움은 스스로를 감추려는 복면과 같은것이었어. 지금에서야 그 복면을 벗어던질 수 있었지. "

백원의 진심에 지민이 눈물을 흘렸다.

" 나는··· 나는 아무래도 상관없어요. 그냥, 오빠가 원하는대로 하세요. 세상 누구도 신경쓰지 않게 해드릴께요. "

백원의 입술이 지민의 입술을 덮자 자연스럽게 두손을 목을 두르며 그를 깊숙이 받아들였다. 그녀가 입고 있던 드레스가 반쯤 풀려 몸에 걸치고 있는 모습이 그녀를 관능적으로 보이게 만들었다.

벌컥!

커다란 덩치의 빈이가 문을 벌컥 열어 재끼다 안쪽의 상황에 놀라 몸이 굳었다가 고개를 돌리며 외쳤다.

" 형님, 시간이···!? 아, 죄송합니다. 조금더 미룰께요. 전 아무것도 못봤어요. "

그리곤 다시 선실문을 닫고 뛰쳐나가자 벙찐 백원과 지민은 웃음을 터트렸다.

" 네 말대로 시간은 많으니까. 그만 나가자. 저 입 싼 놈이 뭐라고 할지 무섭다. "

" ··· 네. 오빠, 빈이는 그러지 못할꺼에요. 걱정마세요. "

지민의 눈빛에 살기가 스쳐지나가자 백원은 빈이가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둘 사이를 잘 알고 있었기에 별다른 말은 꺼내지 않았다.

" 옷부터 입고, 화장도 다시 해야겠네. 서두르자, 밖에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

옷은 말할 것도 없고 눈물과 격렬한 키스로 인해 지워진 화장이 부끄러웠는지 지민은 고개를 돌리며 조그맣게 말했다.

" 네··· 조금만 기다리세요. "

지민이 피팅룸으로 다시 들어가자 피식 웃음을 지은 백원이 그동안 볼 서류가 담긴 태블릿을 들어 올렸다. 아무래도 개회식이 많이 늦어질 듯 보였다.


" 엄마, 지민 언니 언제 나와? "

" 조그만 더 기다려 보자. 워낙 바쁜 직책이니까. "

" 응! 근데 언니도 인스타나 페북을 하려나? "

" 그거 구시대 유물이잖아. 요즘은 다 엔트하잖아. 친구들도 대부분 그쪽으로 갈아탔더라. "

신기한듯 주변을 둘러보던 김진수가 자기가 아는 분야가 나오니 신나서 말했다. 그런 모습에 김지유가 한심하다는 듯이 받아쳤다.

" 어휴, 오빠. SNS는 인생의 낭비라는 말도 몰라? 난 언니랑 연락하고 싶어서 그런거야. "

" 누가 뭐래? 굳이 해외꺼 쓰느니 국산 쓰자는 말이잖아. 어?! 저,저 사람 엔트로피아 대표잖아? "

최근들어 가장 핫한 SNS이자 인터넷 UX 포털의 대표, 삼십대 중반의 한진경이 은빛 드레스를 입고 주변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는 모습에 진수가 놀란 눈을 번쩍 떴다.

그런 소리를 들었는지 한진경이 고개를 돌려 김진수네 가족으로 시선이 향했다. 그런 시선에 김지유가 오빠의 허리춤을 꼬집으며 반발했지만 감히 소리를 치진 못했다. 한진경이 자신들에게 다가서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 아, 안녕하세요. 대운유통 김사장님이군요. 처음 뵙겠어요. "

명찰에 새겨진 소속을 힐끔 본 한진경이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건냈다. 그런 그녀가 본 것은 소속과 이름뿐이 아니라 테두리를 감싸고 있는 금색의 명찰에 꽂혀 있었다.

" 실례지만 어느분 초대로 오신거에요? "

이번 단합회는 철저하게 검증되고 확인이 된 인사들만 초대장이 갔다. 쉽게 말해 가벼운 모임이 아니라는 말이었다.

대다수가 비서실의 초대로 참석을 한 이들이었고 몇몇은 예외가 존재했다. 그 몇몇이 바로 금색 테두리의 명찰을 한 인사들이었다.

한진경 역시 금색 테두리 명찰을 달고 있었고 그 의미를 잘 알고 있었다. 유사시 1순위로 챙겨야 할 인물이라는 뜻.

수백명이 넘는 인원들이 이 곳에 모여 있었지만 금색 테두리의 명찰을 단 인물들은 스무명을 넘지 않은 것은 그런 이유였다.

그렇기에 평범한 대운유통이란 들어보지 못한 회사의 사장이 금색 테두리를 단 명찰을 소지하고 있는지 궁금한 한진경이었다.

" 아, 그게.. 저희 딸이 초대를 해서요··· "

김기남이 대표로 대답을 했지만 약간은 머뭇거렸다. 아직 그로써는 지민을 딸이라 소개하기가 어려운 탓이다.

그런 마음을 알았는지 옆에서 조용히 있던 주윤희가 나서서 말했다.

" 제 딸, 정지민이 여기 비서실장이에요. 잘 부탁드려요. "

" ··· 네? 지민 실장님이요? 고아라고 들었는데..? "

" 휴우, 사정이 있어서··· 그만 물어보시면 안될까요? "

그제야 정신을 차린 한진경이 고개를 숙였다.

" 아, 죄송합니다. 제가 오지랖 넓게 참견을 했네요. 사과의 의미로 실장님이 오시기 전에 제가 안내를 해도 될까요? "

" 네! 좋아요! "

눈치가 없이 나선 김진수가 손을 번쩍 들어올리며 외친다. 그 모습에 김지유가 머리를 감싸며 외면하는 모습에 한진경이 미소를 지어보였다. 격의 없는 그들의 행동에서 화목한 가정의 모습이 보인 것이다.

" 그럼 일단 움직일까요? "

그렇게 한진경이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수많은 인파들이 모여있는 방향이었다. 대회의장에 삼삼오오 모여 있는 사람들은 각자 친분이 있는 사람끼리 모여 있었기에 낮선 김기남 일가는 한쪽 구석에서 움직이지 못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다른 곳과 달리 십여명이 모여 있던 그곳의 중심에는 이십대 중반의 여성이 도도한 표정으로 미소를 지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 여성은 한진경이 다가서자 반가운 눈빛으로 맞이했다.

" 언니, 바빠다더니 결국 왔네. "

" 우리 승지, 완전 인싸가 됐네. 막 비서실에 초짜로 들어올때만 해도··· "

" 그만! 언니. 옛날 이야기는 나중에 제방에서 풀죠. 호호호.. "

" 칫, 기집애. 하여튼··· 아, 여기 이분들은 대운유통 김사장이야. 흠··· 지민 실장님 가족분들이야. "

그녀의 말에 흠칫한 최승지가 다시 김기남 가족들을 돌아봤다. 미르그룹의 비서실장 겸 부회장 역할을 맡고 있는 그녀도 가지지 못한 금빛 명찰을 그제야 본 모양이었다.

" 아, 아.. 네. 그,그러시구나.. 아하하.. 그, 전 미르그룹 비서실장 최승지라고 해요. 필요한게 있으시면 이쪽으로 연락주세요. "

최승지가 당황하며 명함지갑을 꺼내들며 전해주다 놓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어지간히 당황을 한 모양이었다.

그녀보다 더 당황을 한 인물은 김기남이었다. 다른 가족들은 관심이 없어 몰랐지만 최승지라는 인물이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있었던 탓이다.

미르그룹의 실질적인 관제탑이자 지휘관이라 불리는 여자로 재계에 그 위명이 자자한 인물이었다. 오히려 전문경영자인 박회장보다 더 큰 인지도를 자랑하기도 했고 무엇보다 자신이 사장으로 있는 대운유통의 절반이상이 미르그룹과 연계되어 있기에 더욱더 당황을 했다.

" 자, 여긴 승지 외에는 크게 중요한 인물이 없으니 다른 곳으로 움직일까요? "

더 이상 이어지지 않는 대화에 끼어든 한진경이 그들을 이끌고 발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도착한 곳은 휴게실처럼 보이는 장소였다.

곳곳에 좌석이 있었고 그 자리에는 연인 및 가족들이 앉아서 조용히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 그 와중에 시끄러운 부분도 있었다.

" 아! 쫌! 귀찮게 하지말라고! "

" 야, 이년아. 여기까지 와서 이럴래? "

" 그냥 빈이랑 결혼할꺼야. 이미 프로포즈도 받았단 말야! "

" 뭐?! 이놈의 년놈들이. 설마 잤냐? "

" 뭐래 진짜··· "

한쪽에서 허름하게 입은 중년인이 딸뻘인 여성을 붙잡고 투닥거리고 있었다. 꽤 많은 인물들이 같은 공간에 있었지만 오로지 그들만 따로 떨어진 듯한 형국이었다.

문제는 그들을 향해 한진경이 가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런 움직임을 눈치 챘는지 그들이 금세 조용해졌다.

" 크음. 진경이 아니냐. 아, 그쪽이 우리 지민이 가족분들인 모양이네. "

허름한 차림의 중년남자는 편하게 말하면서 한손으로는 투닥거리던 여자의 뒤떨미를 잡아채고 있었다.

" 네, 인사차 같이 움직이고 있어요. 실장님. "

" 어, 그래. 네가 수고를 하고 있구나. 반가워요. 전 감사실장 고씨입니다. 이 녀석은 BW시스템 대표 최지안. 저기 늙은이는 BW보안 장백호 대표. "

최지안의 경우는 아무리 많이 쳐줘도 이제 이십대초반의 애뗀 얼굴이었기에 놀랐고 건너편 가족들과 조용히 차를 마시고 있는 인물의 주위로 군부의 인물로 보이는 장군들 몇몇이 자리잡고 있는 모습에 다시 한번 놀란 김기남과 그의 가족들이었다.

특히 아직 군인 신분인 김진수의 경우는 몸이 뻣뻣하게 굳어 있었다. 작게는 별 두개에서 네개까지 다양하게 자리를 잡고 있었기에 이제 병장을 단 그로써는 그 위압감을 말로 설명할 수 없었던 탓이다.

김기남은 감을 잡기 어려웠다. 대부분의 한국 기업의 직급체계는 나이가 많을수록 높다는 것은 상식처럼 굳어져 있었지만 이곳에서 만난 이들의 면면은 그의 상식을 완전히 뒤엎기에 충분했다.

겨우 이십대로 보이는 여성들이 한 대기업을 좌지우지하는 자리에 있는가 하면 그보다 어려보이는 여성이 대표로 취임해 있다. 또한 실장급 인물의 옷차림부터 말투가 서울역 앞에 널부러진 노숙자 저리가라 할 정도였고 한쪽에는 전혀 상관이 없을 것만 같은 군부의 장성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 도대체 나는 어떤 그룹에 들어온거지..? '

이들 모두가 같은 그룹안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은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오늘 초대되어 이 배를 타고 움직이고 있는 이유였다.

" 어디 또 가야하나? 그냥 여기 앉아서 기다리지. "

" 호호, 그게 낫겠죠? 여기에 앉으세요. "

남은 자리가 꽤 있었기에 자연스럽게 자리를 권했고 한진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했다.

" 그게 좋겠네요. 어짜피 중요한 인물들이야 알아서 찾아올테니 여기서 기다리면 될꺼에요. "

" 그래, 그래. 지민이 식구면 내가 챙겨야지. 앉아요, 앉아. "

고스트가 그렇게 말을 하자 한진경은 자연스럽게 물러섰다. 여기까지가 자신의 역할을 충분히 했다는 생각이었다.

그런 그녀가 떠나가자 유난히 아쉬워하는 김진수였지만 감히 경거망동하지 않았다. 주변에 앉은 장성들의 눈초리가 자신들에게 집중되고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는 탓이다.

그런 기분은 진수뿐이 아니라 다른 가족들도 느끼고 있었는지 몸자체가 굳어 있는 모습들이었다.

" 긴장 풀어요. 지민이 가족들이라면 이 배안에서 한명빼고는 아무도 뭐라하지 못하니까. "

" 칫, 맞는 말이네요. 그런 의미에서 저 좀 풀어주시면 안될까요? "

여전히 뒤떨미를 잡힌 최지안이 버둥거리며 김기남 가족들 중 또래로 보이는 김지유에게 도움의 눈길을 보냈지만 소용없었다.

" 넌 조용히 해. 내가 널 어떻게 키웠는데.. 이젠 날 배신하고 남자를 선택하다니. 헛살았어. 휴우. "

" 누가보면 저 멀리 도망가는줄 알겠네. 그냥 분가시켜 달라고요! "

" 널 분가시켰다간 우리, 아니 내 자산이 금방 동날텐데. 아니면 내 돈 다 내놓고 나가던지. "

" 히잉, 우리 사이에 니돈 내돈이 어딨어요. 나 월급, 배정된 예산도 지금 남은게 없어요. 빈이가 그 동안 모아놓은 돈을 준다는데. 왜 그래요? "

" 어휴, 내가 널 잘못키운 죄다. 거기에 순진한 빈이 녀석까지 코가 꿰이다니 내가 죽일 놈이지. 크윽. "

그들 말에 맥락을 찾지 못한 김기남 가족들은 그저 멍하니 그들의 모습을 쳐다만 보고 있었다. 그렇게 허둥지둥 대며 각자 따로 행동을 하고 있었다.

그런 모습에 군복을 입은 장성들로 둘러쌓여 있던 한 노부인이 몸을 일으켜 그들에게 다가왔다.

" 재미없죠? 아직 주인공이 등장하지 않아서 그래요. "

살짝 마른 듯한 노부인이 움직이자 군복을 입고 있던 장년인이 그녀를 따라 급히 몸을 일으켰다.

" 어머니, 괜찮으세요? "

" 난 괜찮다. 이이랑 나누던 이야기나 나누렴. 난 그런 쪽을 모르니 재미가 없구나. "

그런 그녀를 걱정스레 바라보던 장년인은 금세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한번 조심하라는 말을 건내고 자리에 앉자 노부인은 김기남 가족과 같은 좌석에 자리했다.

" 방가워요. 지민씨 가족분들이라고요? "

" 아, 네. 제가 김기남이고 이쪽이 처 주윤희, 첫째 진수 둘째 지유입니다. "

그의 소개에 주윤희와 두 아들딸이 노부인에게 허리를 숙이며 인사를 올렸다. 그런 모습에 흐뭇한 미소를 지은 그녀는 손짓을 하며 편안히 앉으라고 전하면서 입을 열었다.

" 그래요. 두분도 그렇고 두 아이도 모두 사이가 좋아요. "

현란하게 오가는 미녀, 미남들의 모습에도 흩어지지 않고 뭉쳐다니는 모습에 그렇게 말하는 노부인은 주윤희의 손을 맞잡으며 말을 이었다. 오랜 시간 병에 시달린 그녀의 손은 메말라 있었다.

" 그동안 마음 고생이 많았어요. "

세월의 무게가 담긴 위로와 따뜻한 손길에 자신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주윤희의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수많은 세월을 죄책감과 괴로움으로 숨겨보낸 자신을 알아주는 노부인에게서 어머니의 마음이 전해진 것이다.

그녀의 눈물에 남편 김기남과 자녀들이 그녀를 감싸앉으며 같이 슬퍼해주었다. 그런 모습에 노부인은 그저 고개만 끄덕이며 부드러운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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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 절망과 희망(3) +2 21.11.24 1,060 16 13쪽
150 절망과 희망(2) +1 21.11.23 967 16 16쪽
149 절망과 희망(1) +2 21.11.22 964 15 15쪽
148 대멸종(5) 21.11.19 1,057 17 15쪽
147 대멸종(4) +1 21.11.18 1,016 17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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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 대멸종(2) +2 21.11.16 1,051 19 15쪽
144 대멸종(1) +2 21.11.15 1,089 16 15쪽
143 혼란(5) +1 21.11.12 1,075 20 16쪽
142 혼란(4) +1 21.11.11 1,046 20 16쪽
141 혼란(3) +1 21.11.10 1,060 17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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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9 혼란(1) +1 21.11.08 1,072 21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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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 징조(4) 21.11.04 1,057 17 16쪽
136 징조(3) +1 21.11.03 1,084 18 15쪽
135 징조(2) +1 21.11.02 1,100 19 15쪽
134 징조(1) +1 21.11.01 1,241 19 16쪽
133 회동(5) 21.10.29 1,202 22 15쪽
132 회동(4) +2 21.10.28 1,170 17 16쪽
131 회동(3) +1 21.10.27 1,148 18 15쪽
130 회동(2) +1 21.10.26 1,182 16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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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 사도(5) +2 21.10.22 1,224 18 15쪽
127 사도(4) +1 21.10.21 1,209 17 15쪽
126 사도(3) +1 21.10.20 1,194 21 14쪽
125 사도(2) +2 21.10.19 1,240 18 15쪽
124 사도(1) +3 21.10.18 1,307 24 15쪽
123 루인(5) +3 21.10.15 1,377 27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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