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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일의 작업실

삼별초, 남송(南宋)에 가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대체역사

고도일
작품등록일 :
2023.05.19 16:52
최근연재일 :
2024.02.28 16:54
연재수 :
58 회
조회수 :
4,686
추천수 :
51
글자수 :
293,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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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17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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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해동제일검 (1)

해당 소설은 실제 역사와 실존 인물들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픽션으로, 특정 종교/단체/인물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습니다.




DUMMY

진웅과 주진 두 사람들이 숙소의 정문으로 들어서자, 주진에게 배운 진가권을 수련 중이던 장전일이 둘을 발견하고 달려와 인사를 건넸다.


"아침부터 어딜 다녀오시는 모양이군요. 밤새 평안하셨습니까?"


"숭의공을 뵙고 오는 길이네. 지난 번 습격과 관련해 드릴 말씀도 있고 해서 말일세."


두 사람은 장전일에게도 시안을 만나 나눈 이야기를 전해주었고, 장전일 역시 광매당이라는 존재에 대해 들은 바가 없었기에 꽤나 근심하는 눈빛이었다. 묵묵히 듣고만 있던 장전일이 말했다.


"정말 그 광매당이 몽골 쪽에 붙은 것이라면 문대인께도 위협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도 취암노사도 안 계시니 말입니다."


진웅은 장전일의 말을 듣고 보니 시안의 말대로 광매당이 몽골에 붙은 것이라면 대몽 항쟁의 중심에 있는 문천상 역시 위험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형님께 이 사실을 어서 알려야겠군."


진웅이 급히 서찰을 쓰러 먼저 숙소로 들어가자 주진이 장전일에게 말했다.


"그나저나 하루가 다르게 장도사의 무위가 발전하는 것 같군."


"과찬이십니다."


"오는 길에 들었네. 진웅 저 친구도 자네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말이야."


"어찌 가문의 비기를 전해주신 것에 비하겠습니까?"


"나도 언제 기회가 되면 장도사에게 가르침을 받을 수 있을까?"


그러자 장전일은 손사레를 치며 답했다.


"어찌 제가 진대협을 가르친단 말씀입니까? 이미 주대협의 검술은 제가 발치도 따라가지 못할 수준인데 말입니다."


전진교에 있던 시절 누구보다 천재소리를 들으며 순양검법을 장전일이었지만 이미 주진이 펼치는 검술을 여러차례 목격한 적 있기에 자신보다 주진의 검술 수준이 훨씬 높다는 것을 이미 깨닫고 있었다.


"장도사야말로 남을 띄우는 재주가 있구만."


"진대협께서도 주대협이 해동제일검이라 하시던데요. 빈말을 하실 분이 아닙니다."


"몽골 오랑캐를 수없이 상대하다보니 그저 한발 먼저 베고 찌르는 법을 익혔을 뿐이라네. 검술이라 할 것도 없지."


"검술을 따로 배운 적이 없으시단 말씀입니까? 문공(文公, 주자)께서도 검술의 달인이셨다 들었습니다만."


"어릴 적 조부로부터 구절이야 배운 적이 있지만 제대로 수련해본 적은 없다네. 검술이야 남들 다 배우는 본국검법 정도는 배웠지."


"본국검법이라... 해동에도 검법 고수가 많다 들었습니다만."


"고려에도 한 때는 중원의 문파라 할만한 무가(武家)들이 있었네. 그 가운데는 실로 고수들도 있었고."


"지금은 다 사라졌단 말씀입니까?"


"40년 동안 몽골의 침략을 버티며 지위고하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전쟁에 투입되었다네. 고려 조정이 백성들을 버리고 강화라는 작은 섬으로 도망쳐 운신할 때 그 무가들이 앞장서서 몽골군과 싸웠고 40년 동안 대부분이 멸문에 이르렀네. 남은 일부는 고려군에 편입되어 명맥을 잇고 있기 하지만 말일세. 몽골의 침략으로 어린 아이들은 호미를 잡는 법보다 칼을 쥐는 법을 먼저 배워야했다네."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나는 전장에서 오직 살아남기 위해 먼저 찌르고 베었네. 이 사진검(청룡검)이 유독 예리하고 날카로운 덕도 보았지. 헌데 진웅 저 친구가 자네가 말한 내공을 얻고 가문에서 전해 내려오는 내가권을 대성하는 것을 보니 기쁘면서도 한편으로는 나 역시 제대로 된 검술을 배운다면 뭔가 또 다른 깨달음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 물어본 것이네."


"주대협의 검술이 감히 제가 평가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것은 진심입니다. 다만..."


"다만...? 계속 이야기해 보게."


"일전에 진대협에게도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만 무예의 유불선은 근본부터 차이를 가지고 있습니다. 가령 도가는 내단을 만들어 선기를 쌓고, 불가는 묵상을 통해 내공을 모으지요. 다만 유가는 도가나 불가처럼 내단이나 내공이 아닌 전신에 두른다고 보시면 됩니다. 이를 청기(淸氣)라 하지요."


"청기(淸氣)라..."


"일전에 말씀드린 것처럼 당장 진대협이 따로 도가에 몸 담은 적이 없음에도 선기가 쌓인 이유 역시 도가의 진리를 탐고 있는 내가권을 수련했기 때문이지요. 단순히 불경을 암송하는 것만으로도 내공이 모이듯 말입니다. 마찬가지로 유가의 예법을 따르고 오경과 사서를 읽는 것만으로도 청기는 저절로 생깁니다. 전혀 무예를 익힌 적이 없는 유학자들에게서 고고한 학풍이 느껴지는 것 또한 이 때문이지요."


머리 회전이 빠른 주진은 장전일의 말을 바로 이해했다.


"고로 주자인 후예인 내게도 내가 모르는 사이에 청기가 쌓여있고, 도사인 자네와는 무공의 근본부터 다르다 이말 아닌가?"


"정확하십니다. 다만 조금 전 말씀드린대로 청기가 쌓인 것이 아니라 전신에 둘러져 있는 것이지요. 그렇다고 그 청기가 눈에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말입니다."


"그럼 유가의 무예를 수련해야 한다는 소리군. 소왕검이나 군자검처럼 말일세."


"이미 유가의 검법에 대해 알고 계시군요? 남궁세가의 군자검이 대표적인 유가의 검법이지요. 다만 이미 주대협께서는 검술로는 달인의 경지에 오르시지 않았습니까? 가지고 계신 청기를 제대로 갈무리 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우고, 이를 완성된 검술에 적용하신다면 더 높은 경지에 이르시게 되지 않을까 싶어 드린 말씀입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남궁가의 공자와 더 깊은 연을 맺을 걸 그랬구만."


주진은 명주로 가는 길에 남궁세가의 남궁현을 만난 이야기를 해주었고, 그 이야기를 들은 장전일이 말했다.


"꼭 남궁세가의 검법일 필요는 없습니다. 유학자들은 보통 문무 가운데 무예를 멀리하고 학문을 탐구하다보니 제대로 유가의 검법을 배운 자들이 드물긴 하지만 그래도 아주 없진 않습니다. 가령 문대인의 스승인 자원(子遠) 대감께서 검법의 달인이시지요."


"뵙게 되면 꼭 한수 가르쳐 달라 간청드려야겠네."


"단 문제가 있습니다."


"무슨 문제 말인가?"


"이런 말씀을 드려도 될지 모르겠습니다만."


"편히 말해보게."


"아시겠지만 진대협이 지닌 사진검은 순양의 기운을 가진 도가의 검입니다. 도가의 무예를 따르는 자라면 누구나 꿈꾸는 명검이겠지만 유가의 무예를 펼치기엔 적합하지 않는 검이지요. 훗날 청기를 본격적으로 운용하시게 되면 다른 검을 찾아보시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선기와 청기는 쉽게 섞이지 못하는 모양이군."


"그렇습니다. 두 기운 자체가 순수함을 떠나 이질적이다보니 쉽게 합쳐지지 못하지요. 유불선 삼교합일의 경지에 다다르는 것이 실제로는 불가능에 가까운 것처럼 말입니다. 다만 검 자체가 워낙 명검이고, 주대협께서는 청기 없이도 충분히 검술의 달인이시니 유가의 무예를 배울 생각이 없으시다면 아무 문제가 되지 않겠지요."


장전일의 말에 잠시 고민하던 주진이 웃으며 답했다.


"그렇게 되면 원래 주인인 웅이에게 돌려주지 뭐. 그나저나 장도사 덕분에 많이 배웠네. 나 또한 머리아프게 음양오행이니 선기니 이런 것들을 처음부터 배워야 하나 싶었는데 말일세."


"아! 청기가 있다하여 내단을 만들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도문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언제든 제가 돕겠습니다."


그렇게 말하고서는 두 눈이 초롱초롱 빛나는 장전일을 바라보며 주진이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 필요하면 내 부탁하지. 자네도 내가 도울 것이 있다면 언제든 편히 말하게. 장도사는 이미 우리에겐 생사를 함께한 형제나 다름 없으니."


"그렇다면 언제 검술을 지도해주십시오."


"아까 내 제대로 된 검술을 익힌 적 없다고 하지 않았나? 검술이라면 고려에서는 삼척동자도 배우는 본국검법이 전부일세."


"그것이라도 좋습니다. 검술 자체를 배우기 싶다기 보다는 진대협께 가르침을 받고 싶은 것이니 말입니다."


"그럼 오래 끌 필요가 있나? 내 당장 보여주지."


그 자리에서 주진은 청룡검을 검집에서 꺼내더니 본국검법을 펼쳐나갔다. 지적대검세로 초식을 시작한 주진은 빠르게 32개 초식을 전개했고, 장전일을 하나라도 놓칠세랴 두 눈을 부릅뜨고 초식 하나하나에 몰두했다. 검법을 모두 시전한 주진이 장전일에게 물었다.


"어떤가?"


"제가 진대협의 수준에 미치지 못해 검법의 묘리를 모두 깨우치진 못했으나 많은 공부가 되었습니다."


"아니지. 아니야. 느낀대로 솔직히 털어놓게."


"솔직히 말씀드린다면 초식 하나하나가 이어지지 않고, 위협적이지도 않았습니다."


"그럴 수 밖에. 본국검법을 억지로 배우긴 했지만 실전에서 써본 적은 없었으니 말일세."


"..."


"내게 검이란 내가 살아남기 위해 누군가를 베고 찌르는 도구에 지나지 않네. 그저 병기일 따름이지. 전장에서 이런 검법을 전개하는 것을 누가 기다려주겠는가? 내 반대로 묻지. 자네에게 검은 무엇인가?"


"검 말입니까?"


"그럴세. 내 손에 들고 있고 자네가 등 뒤에 메고 있는 그 검 말일세. 내 검이나 자네의 검이나 비록 검이나 자네의 검은 사람을 죽이기 위한 검이 아닌 도술을 수행하기 위한 검이 아닌가? 그래서 날도 세워져 있지 않고 말일세."


"맞습니다. 제 검은 사람을 해하기 위한 검은 아니지요."


"그렇지. 내게 검이란 검일 뿐 법(法)도 아니고 술(術)도 아니네. 그저 병기에 지나지 않지. 헌데 장도사 자네의 검은 그야말로 검법이고 검술 아닌가? 사실 이름만 검일 뿐 붓에 가깝다고 생각하네."


"붓이라..."


"온 몸으로 검을 사용하며 음양과 오행의 진리를 펼치지 않나? 내게는 그래서 검이 아니라 큰 붓처럼 느껴졌네."


주진의 말을 들은 장전일은 막힌 체증이 내려가든 속이 후련해지는 기분이었다.


"진대협께서 뜻하지 않게 이런 큰 깨달음을 주시니 이 은혜를 어찌 갚아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아...또 왜 이러나? 별 생각 없이 한 말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하진 말게. 그나저나 이왕 이 청룡검을 뽑았으니 장도사에게 뭐 하나 전해주고 싶은 게 있는게 괜찮겠나?"


"어찌 마다하겠습니까?"


"음... 여태까지 내가 목숨을 부지하고 있는 이유이자 생존 비법이지. 장도사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겠지만 악적이나 오랑캐를 만났을 때 예법을 지키며 비무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일 테니 말일세. 자, 검을 꺼내 보게."


갑작스러 주진이 생존 비법을 전해준다는 말에 장전일은 살짝 당황했지만 뭐든 배우는 걸 좋아하는 장전일이 이런 것을 마다할 이유는 없었고 주진의 말대로 순양검을 꺼내들었다.


(계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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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가사도(賈似道) (3) 24.02.28 17 0 8쪽
57 가사도(賈似道) (2) 24.02.21 16 0 10쪽
56 가사도(賈似道) (1) 24.02.20 22 0 8쪽
55 해동제일검 (2) 24.02.20 18 0 9쪽
» 해동제일검 (1) 24.02.17 22 0 11쪽
53 배후(背後) (5) 24.02.16 22 0 8쪽
52 배후(背後) (4) 24.02.16 24 0 8쪽
51 배후(背後) (3) 23.08.08 44 0 10쪽
50 배후(背後) (2) 23.08.03 30 0 9쪽
49 배후(背後) (1) 23.08.02 35 0 11쪽
48 귀환(歸還) (6) 23.08.01 32 0 14쪽
47 귀환(歸還) (5) 23.08.01 36 0 13쪽
46 귀환(歸還) (4) 23.07.31 31 0 11쪽
45 귀환(歸還) (3) 23.07.28 36 0 11쪽
44 귀환(歸還) (2) 23.07.27 37 0 11쪽
43 귀환(歸還) (1) 23.07.26 41 0 11쪽
42 연심(戀心) (3) 23.07.24 36 0 12쪽
41 연심(戀心) (2) 23.07.20 39 0 13쪽
40 연심(戀心) (1) 23.07.18 43 0 12쪽
39 강만리(江萬里) 23.07.13 45 0 9쪽
38 파촉당문(巴蜀唐門) (2) 23.07.12 46 0 10쪽
37 파촉당문(巴蜀唐門) (1) 23.07.11 65 0 10쪽
36 기연(奇緣) (2) 23.07.10 64 2 13쪽
35 기연(奇緣) (1) 23.07.07 72 2 10쪽
34 옥추보경(玉樞寶經) (6) 23.07.07 52 2 12쪽
33 옥추보경(玉樞寶經) (5) 23.07.06 57 2 12쪽
32 옥추보경(玉樞寶經) (4) 23.07.05 51 0 10쪽
31 옥추보경(玉樞寶經) (3) 23.07.05 51 1 12쪽
30 옥추보경(玉樞寶經) (2) 23.07.04 61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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