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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일의 작업실

삼별초, 남송(南宋)에 가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대체역사

고도일
작품등록일 :
2023.05.19 16:52
최근연재일 :
2024.02.28 16:54
연재수 :
5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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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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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글자수 :
293,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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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08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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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배후(背後) (3)

해당 소설은 실제 역사와 실존 인물들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픽션으로, 특정 종교/단체/인물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습니다.




DUMMY

다음날 시안과 진웅 일행은 포사문의 배를 타고 천주로 향했다. 정확히는 포수경의 거느린 함선 중 제1선으로 화려하기가 황실의 것에 버금갔다. 천주에 도착하자 포수경이 부상당한 몸을 이끌고 미리 나와 있었다. 시안 일행이 함선에서 내리자 포수경이 읍을 하며 말했다.


"숭의공 합하를 뵙습니다. 몸이 이런지라 미처 복주로 마중가지 못해 죄송합니다."


그러자 숭의공 시안이 환하게 웃으며 답했다.


"아닙니다. 소가주를 보내주신 덕분에 편히 왔습니다."


그때 옆에서 맹순이 지니고 있던 칙서를 건넸고, 이를 본 포수경이 무릎을 꿇자 숭의공이 칙서를 펼쳐 읽어내려갔다.


"대송의 경효황제가 제거천주박사(提舉泉州舶司) 포수경에게 조유(詔諭)한다. 포수경을 복건안무사(福建安撫使) 겸 연해도치제사(沿海都置制使)로 임명하니 대송 황실을 위해 맡은 바 충성을 다하라."


이어 시안이 비단과 금으로 된 사전요대(帽子腰帶, 관복과 허리띠)를 하사하자 두 손으로 이를 받아든 포수경이 외쳤다.


"성지(聖旨, 칙명)를 받드옵니다. 황제폐하 만세 만세 만만세!"


이로써 포수경은 복건성 일대와 천주를 비롯한 연해도 일대를 다스릴 권한을 공식적으로 얻게 된다. 장사가 우선인 포수경은 몽골과의 관계등을 생각해 남송 황실이 하사한 관직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으나, 더는 미룰 수 없었기에 일단 가진 권한을 최대한 이용하기로 하고 이를 통해 이후로 더욱 막대한 부를 축적한다.


이어 숭의공 시안 일행을 환영하는 성대한 연회가 열렸고, 진웅 일행 역시 연회에 참석했다. 연회가 한창이던 중 포수경이 진웅 일행에게 다가왔고 진웅 일행이 인사를 건넸다.


"포대인을 뵙습니다."


포사문으로부터 자신을 계획을 방해한 절정고수 가운데 두 사람이 바로 해동에서 왔다는 문천상의 의형제임을 들은 포수경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문대인의 의형제분들이라 들었습니다. 이리 귀빈들을 모시게 되어 영광입니다. 해동에서 오셨다지요?"


그러자 진웅이 답했다.


"그러합니다. 명주에서 도저히 탐라로 가는 배를 구할 수 없어 형님께 부탁을 드렸지요."


"걱정마십시오. 모레쯤 명주를 거쳐 해동으로 가는 배가 준비될 겁니다."


그러자 진웅이 읍을 하며 말했다.


"포대인과 소가주께 감사드립니다."


"총 열척의 배가 함께 움직일 겁니다."


"열척이나 말입니까?"


"모두 해동으로 가는 배는 아닙니다. 원래는 일본으로 가는 배들이지요. 가는 길에 탐라에 들려 대협들을 내려드릴 것입니다. 열척 중 다섯 척은 문대인께서 부탁하신대로 식량과 술, 의복 등이 실려있지요. 대협들이 탐라에 내릴 때 함께 내려드릴 것입니다."


문천상은 자신의 의형제들이 황제의 조서 없이 그대로 빈 몸으로 돌아간다면 입장이 곤란할 수도 있다는 것을 예상하고, 포수경을 통해 탐라로 돌아갈 때 가져갈 물품을 미리 준비해두었던 것이다. 그 규모나 액수가 개인이 감당하기에는 힘들 정도로 상당했으나 길주 최고의 부호인 문천상에게 큰 문제는 아니었다.


문천상의 배려에 진웅과 주진은 진심으로 고마움을 느꼈고, 두 사람 모두 문천상이 심히 그리워졌다. 모든 일이 계획한대로 잘 풀리면 다행이지만 혹여 탐라로 돌아갔을 때 무슨 일이 생겨 남송으로 돌아올 수 없게 된다면 다시는 문천상을 볼 수 없게 된다는 것을 두 사람 모두 잘 알고 있었다.


두 사람이 문천상의 뜻 깊은 배려에 잠시 말을 잇지 못하자 옆에 있던 포사문이 말을 이었다.


"대협들을 탐라에 내려드리고 일본으로 갔다가 보름 후 다시 탐라에 들릴 것입니다."


"알겠습니다.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그때 포수경이 헛기침을 하더니 원래 하고자 했던 이야기를 꺼냈다.


"단, 문제가 있습니다."


"무슨 문제 말입니까?"


진웅의 물음에 포수경이 말을 이었다.


"문대인께서 대금 지급을 약속했으나 사실 함선 열척에 실린 물자나 오가는 비용을 생각하면 손해에 가깝습니다. 특히 탐라를 오가는 길에 몽골 수군에게 발각되어 배를 뺏기거나 해적을 만나게 되면 장사치인 제 입장에서는 큰 손해를 입게 되겠지요. 지금 상황에서는 탐라로 배를 보내는 것 자체가 모험에 가깝습니다."


그러자 주진이 답했다.


"대인께서 원하는 바를 말씀해주시면 최대한 따르겠습니다."


"내 비록 장사치이나 황실의 녹을 먹는 사람으로서 무리한 요구를 할 생각일랑 추호도 없소. 다만 손해를 걱정할 따름이지요. 혹여 탐라를 오가던 중 선박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이를 보상하면 되오."


그러자 진웅이 답했다.


"어떻게든 보상해 드리겠습니다."


"내 대협을 못 믿는 것은 아니나 대협이 탐라에서 잘못되면 나는 그 손해를 누구에게 청구한단 말이오?"


포수경은 금전대와 은전대를 박살낸 진웅과 주진이 눈에 거슬렸고, 이 때문에 계속 트집을 잡았으나 그때 팽가영이 회자(會子, 지폐) 한다발을 꺼내더니 말했다.


"천주에서 널리 쓰이는 동남회자이니 포대인께서 안 받진 않겠지요. 말씀하신 배 열 척은 족히 살 수 있는 금액입니다. 대신 남은 다섯 척에도 해동으로 갈 물자를 실어주시지요. 따로 더 비용이 추가되거나 손해가 발생하면 저희 팽가에서 보증하겠습니다. 그러니 대인께서는 걱정하지 마십시오."


팽가영이 건넨 회자를 받아든 포수경이 위폐 여부를 확인하더니 양손바닥을 치며 답했다.


"좋습니다! 모든 문제가 해결 됐군요. 물자를 가득 실은 함선 열척이 모레 해동으로 향할 것입니다. 그럼 이 자리를 편히 즐겨주십시오."


포수경이 진웅 일행과 인사를 나누고 자리를 뜨자 포사문이 포수경 뒤를 따라와 물었다.


"이미 문대인께 충분한 금액을 받지 않으셨습니까? 팽가에게서 너무 많은 금액을 받은 것이 아닌지요?"


"얼마를 달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회자를 먼저 건넨 것은 팽가의 어린 년이지. 이럴 줄 알았으면 더 많은 금액을 부를 것 그랬다. 그리고 금은전대가 박살난 손실을 만회해야 하지 않느냐? 이걸로도 아직 한참 모자라다. 금은전대 한명 몸값이 얼만지 너도 알지 않느냐?"


그러자 포사문이 능글맞은 표정으로 웃으며 답했다.


"아버지께 또 하나 배웠습니다."


"탐라로 갈 배나 준비하거라."


"정말 열척 모두 보내실 생각이십니까?"


"당연하지. 약속은 약속이니 말이다. 금은전대가 당한 것을 보면 보통 놈들이 아닌데 괜히 이곳에서 빌미를 줄 필요 있느냐?


"어차피 다시 이 곳으로 돌아오게 될 텐데요."


"글쎄. 문천상 그 자의 서찰을 보니 몽골과 고려 조정에서 탐라를 정벌할 때가 얼마 남지 않은 모양이더구나. 실제로 얼마 전 원나라 수군이 고려로 향했다는 소식도 들었고. 그게 다 사실이라면 달포 정도 남았다고 봐야지."


"그럼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이대로면 위험부담이 너무 큰데 말입니다."


"놈들을 탐라에 내려주기엔 시간은 충분할 거다. 다만 문제는 원나라가 수군을 동원하고도 탐라를 함락하지 못하거나, 반대로 저 두 놈이 도착하기 전에 탐라가 함락되는 것이지."


"서둘러야겠군요."


"사사(蒲师斯, 포수경의 차남)에게 일러두거라. 탐라에 두 놈과 물자를 내려주되, 돌아올 때는 탐라에 들리지 말고 고려 군산도에 들려 소식을 확인한 뒤 움직이라고 말이다."


"벽란도가 아니라 군산도로 향합니까?"


"지금 벽란도에 원나라 선박들이 수시로 드나들텐데 굳이 그 곳으로 가봤자 말썽만 생길 테지."


"알겠습니다. 아버지, 부탁드릴 것이 있습니다."


"말해보거라."


"팽소저에게 받은 회자는 돌려주시지요."


그러자 포수경이 인상을 찌뿌리며 물었다.


"절색이긴 하더구나. 그 계집이 마음에 들었느냐? 쯧쯧쯧... 아무리 여인이 마음에 들었기로서니 장사를 하는 놈이 셈이 이리 서툴러서야..."


"제대로 셈을 따져본 것이지요."


"제대로 셈을 따져봤다고?"


"팽가를 통째로 가져오면 될 일 아닙니까?"


그러자 포수경이 흥미로운 표정을 짓더니 포사문에게 말했다.


"팽가는 얼마전 금단파에서 멸문지화에 가까운 화를 입었는데도 말이냐?"


"다시 금단파가 나서서 복구하고 있다 들었습니다."


"그래? 흐음... 금단파를 떠나 강서의 팽가라면 탐나긴 하지. 결국 이방인인 우리 가문에도 도움이 될 테고..."


"제 생각도 같습니다."


"보아하니 콧대 높은 것이 마음을 얻기가 쉬워보이지 않던데 자신 있느냐?"


"제가 마음 먹은 여인들 가운데 여지껏 안 넘어온 여인이 없습니다."


실제로 천주에서 가장 유명한 귀공자이자 포씨 가문의 소가주인 포사문은 회회인(回回人)인 만큼 이국적인 외모를 자랑했고, 천주와 복주의 많은 여인들이 포사문의 품을 거쳐간 것도 사실이었다.


"한동안 계집질에 미쳐있더니 그래도 그 재주를 쓸 때가 오는구나."


"허락하신 줄로 알겠습니다."


그러자 포수경이 팽가영에게서 받은 회자를 품에서 꺼내더니 탁자에 던지며 말했다.


"어디 네 마음대로 한번 해보거라."


포수경과 대화를 마친 포사문은 회자를 집어들고 흡족한 표정으로 안채를 나왔다. 금은전대를 박살낸 놈들의 정체도 쉽게 파악한데다 어찌 해결해야 하나 싶었는데 제 발로 탐라로 돌아갈 놈들이었다고 하니 그야말로 손 안대고 코 푼 격이었다. 이제 남은 것은 서둘러 진웅과 주진을 탐라로 보내는 것이었다.


(계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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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가사도(賈似道) (2) 24.02.21 16 0 10쪽
56 가사도(賈似道) (1) 24.02.20 23 0 8쪽
55 해동제일검 (2) 24.02.20 19 0 9쪽
54 해동제일검 (1) 24.02.17 22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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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배후(背後) (4) 24.02.16 24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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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연심(戀心) (1) 23.07.18 44 0 12쪽
39 강만리(江萬里) 23.07.13 46 0 9쪽
38 파촉당문(巴蜀唐門) (2) 23.07.12 46 0 10쪽
37 파촉당문(巴蜀唐門) (1) 23.07.11 66 0 10쪽
36 기연(奇緣) (2) 23.07.10 64 2 13쪽
35 기연(奇緣) (1) 23.07.07 72 2 10쪽
34 옥추보경(玉樞寶經) (6) 23.07.07 53 2 12쪽
33 옥추보경(玉樞寶經) (5) 23.07.06 57 2 12쪽
32 옥추보경(玉樞寶經) (4) 23.07.05 51 0 10쪽
31 옥추보경(玉樞寶經) (3) 23.07.05 52 1 12쪽
30 옥추보경(玉樞寶經) (2) 23.07.04 62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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